[논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성격과 한국 원자력발전의 위험(이필렬)

[논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성격과 한국 원자력발전의 위험
이필렬(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과학사)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20권 0호, 2011 pp. 71-93 ( 23 pages)

(아래 논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바로 작성된 것이라 사고 원인 중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한국탈핵에너지학회 2021년 춘계학술대회 공지(안)

한국탈핵에너지학회 2021년 춘계학술대회 공지()

<참여 공모>
우리 학회에서는 아래와 같이 2021학년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21년 3월 26일(금) 9:00~17:00 (날짜는 변경될 수 있음)
○ 장소: 추후 공지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화상발표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주최 및 주관: 한국탈핵에너지학회
○ 내용:

후쿠시마 10주기 기념학술회의(춘계학술대회)
1부. 대주제
“독일의 원자력관련 연구소가 에너지전환연구소로 탈바꿈하다”
– 1986년 체르노빌 사고후 독일의 원자력 연구기관은 어떻게 변모해왔나?
발제: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 학회 회장)
토론: 미정  

2부. 일반 주제 학술발표회

<일반주제 학술발표자 응모 요령 안내>

학술발표를 하실 분은 아래의 사항에 준하여 발표신청서와 발표요약문을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발표신청서 접수마감일 : 2021년 2월 20일(토)
– 발표요약문 접수마감일 : 2021년 2월 28일(일)
– 접수처 : ecoleese@gmail.com(이승은 사무국장)

  • 발표신청서 및 발표요약문 양식 첨부
  • 학술발표회 발표 자격은 학회 회원에게만 주어지므로, 발표하고자 하시는 회원께서는 학회비 납부를 하여 주시고, 비회원들께서는 회원가입을 사전에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 회원가입 절차는 회원가입 신청서 제출, 연회비 납부까지 진행해주셔야 완료됩니다. 연회비는 월 5천원(연회비 6만원) 이상을 납부하시면 일반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합니다.

*학술대회 발표자료를 모아 단행본 형식으로 편집 및 발간 예정

*첨부문서

[기사] 핵발전소, 이미 알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것들(프레시안)

핵발전소, 이미 알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것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원자력 발전, 지속가능한 방식인가

김학진 충남대 화학과 교수

2020.12.21.


현재의 탈원전 정책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었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는 지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국가 정책의 결정에 시민 참여를 실현한 최초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론화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관하여 당시 이슈페이퍼에서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발표된 이래 논란이 된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론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원전의 건설, 운영, 폐기에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과 연관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원전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이다. 원전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고리 5,6호기처럼 쌍으로 건설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기의 건설비는 약 7조 원이며, 폐로 비용은 기당 7515억 원(두 기의 폐로 비용은 1.53조 원)이다. 원전의 유지/보수 비용은 발전소(2개 호기) 당 연간 약 800~1000억 원이 소요된다. 폐로 비용 산출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비용 및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부담금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인데,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폐로 비용은 초기에 산정한 금액보다 증가하기 쉽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월성 1호기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전에 찬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원전의 위험성은 충분히 기술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 원전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특히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실감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대체할만한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원전이 아주 위험하다면 탈원전을 해야겠지만 현재의 위험도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은 번복될 수도 있다. 의견이 크게 나뉘어 있는 정책일수록 광범위한 공론화와 민주적 절차가 매우 중요하며, 관련 내용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반드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의 필요성

최근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현안과 정책 제328호는 ‘탈원전이 위험한 선택인 이유’라는 제하의 탈원전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글은 원전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6만 명이나 강제 이주시킨 결과 첫 3년간 1121명이 신체적 정신적 고갈로 사망했다… 방사성 공포가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는 표현에 나오는 사망자수는 10만 명당 연간 사망률로 환산하면 233.5명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평균 사망률(574.8명)의 절반이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더구나 일본의 연간 평균 사망률은 한국보다 높은 1000명 정도이다. 사망 원인에 관한 정확한 분석이 없으면 강제 이주가 실제로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후쿠시마) 오염 지역 주민이 대피하지 않았을 경우, 기대 수명이 두 달 반 감축된다. 런던에서 대기 오염으로 단축되는 기대 수명 넉 달 반이다”는 내용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상황들을 비교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일상을 잃어버린 노인들의 삶의 질 변화는 기대 수명 감소보다 감내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장 의문스러운 표현은 원전 사고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근거로 인용한 J 값(Judgement value)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정량화된 표현을 도입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의 원인이 되기 쉽다. 예컨대, 중등과학에서 다이아몬드가 굳기 10으로 가장 단단한 광물이라는 모스 경도계(Mohs scale of hardness)를 가르치는데, 경도계에 나오는 숫자들은 광물의 실제 굳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광물들의 상대적 경도만을 비교하는 임의적 기준일 뿐이다. 원전 사고를 겪고 있는 사회 상황을 단순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강한 회의가 든다. J 값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들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들 요소의 경중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 요소의 가중치에 대해서는 같은 분야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를 것이다. 이런 값으로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속가능성의 핵심, 순환

20년 전 뉴밀레니엄이 시작과 함께 21세기의 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목된 연구 주제가 에너지와 환경이었다. 아직도 유효하다. 에너지와 환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류 문명을 지속하기 위한 기초이다. 여기서 지속가능성은 생명체의 입장에 선 개념인데, 순환하지 않고 지속하는 생명체는 없다. 순환은 원래와 똑같은 상태로 돌아오면서 반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빅뱅 이래 우주가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구 역시 그렇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년 생명이 활기를 찾는 봄은 오지만 이전과 똑같은 봄은 오지 않는다. 탄생-성장-노화-죽음의 순환을 통해 세대를 이어가듯이,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순환만이 역사에서, 또한 생명 현상에서 가능하다. 생명이 포함된 현상의 지속은 이런 순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생명체가 엔트로피 법칙에 저항하면서 살다가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무수히 많은 종들이 먹이사슬이든 공생관계든 서로 엮여 커다란 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생물은 무언가를 투입물로 취하여 성장, 생존하는 동안 자신에게는 쓸모없는 폐기물을 만든다. 이런 과정은 폐열(waste heat)을 만들지 않고는 일을 하지 못하는 열기관을 떠올리게 하는데, 생태계에서 다른 어떤 생물에게도 쓸모없는 폐기물, 그야말로 쓰레기를 만드는 생물은 인간 말고는 없다. 쓰레기가 그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에게 해롭고, 생태계의 지속성에 커다란 장애인 것은 그것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새롭다는 말은 생태계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 양이 많아져 생명체들이 그 존재를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만든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생물이 진화를 통해 나타나기 전에, 생물의 역사에서 보면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도 많은 양의 새로운 물질들이 인간 활동 결과 만들어졌다.

어떤 쓰레기를 처리할 생물학적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즉 생명의 순환 고리에 포함된 방식이 없다면 그로 인해 인류는 물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을 것이다. 원전에서 생겨나는 폐기물은 생물학적 처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방사능 폐기물은 스스로 다른 물질로 바뀌기 전에 인간이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없으며, 방사능을 견딜 수 있는 세포는 없다. 원전 관련 기술 중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기술은 오랫동안 사고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원전 건설 기술이 아니라 안전하게 폐기하는 기술이다. 2004년 국제 원자력 기구(IAEA) 회의에서 2050년까지의 세계 원자로 해체 비용을 약 1조 달러로 추산하였다. 그간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원전과 그간 진행된 폐로 과정의 불완전성, 평균적으로 20년 정도 걸리는 폐로 기간을 생각하면 폐로 기술의 개발은 매우 유망해 보인다.

모든 대안은 변화이다

표 1에는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비율이 나와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전기 생산 구조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원자력에 편중되어 있다.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인 석탄, 석유, 천연 가스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현재 가장 비중이 높은 석탄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화석 연료 중에서 석탄은 탄소의 구성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온실 가스(이산화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이다. 화석 연료 중에서 천연 가스의 비중이 석유보다 높은 것은 천연 가스가 온실 가스를 석유보다 적게 배출하고, 석유를 화학 산업의 원자재와 자동차 운행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하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 한국의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면서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려면 대체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즉 재생가능 에너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에너지원은 수력인데, 수력 발전소의 건설은 지리적 제약을 받으며, 한국의 경우 그 한계에 이르렀다.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지열과 조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태양 에너지다. 지열과 조력 역시 수력과 비슷하게 지리적 제약을 받으며, 태양 에너지는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태양 에너지 이용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림 1은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의 세계적 추세 변화를 보여준다. 풍력도 태양 에너지가 변환된 형태이다. 태양 에너지 이용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는데, 그 후 눈에 띠게 증가하였다.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이 이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국한하여 사용하지만 태양 에너지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에너지를 만드는 데도 사용되며, 현재는 석유, 천연 가스 등 화석 연료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회색 연료라고 부르는 수소를 물로부터 만드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수소는 저장, 보급 등 난제들이 있지만, 녹색 연료가 될 수 있다.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이 분야는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기술 발전이 일어날 것이다. 대체에너지는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성이 약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인류의 총 에너지 소비량의 몇 배에 해당하는 공짜 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진보를 생각하면 이 문제 역시 머지않아 개선책을 찾을 것이다.

▲ 그림 1.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 변화 ⓒ감학진

전기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상생활과 산업 구조의 변화는 원전의 또 다른 대안이다. 이 대안이 작동하려면 이로 인한 변화들을 사회적, 국가적으로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 자동차와 수소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려면 상당 기간 동안 주유소보다 불편할 충전소 문제를 겪어야 한다.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국의 비닐 사용과 관련하여 전면 금지는커녕 자제하는 수준에 이르지도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환경을 위한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변화에 수반되는 불편을 감내하는 환경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성세대가 변화에 부응하기 힘들고, 젊은 세대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듯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더 유망

방사능 폐기물 처리 기술이나 원전 사고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온실 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기술과 태양 에너지 이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유망하다. 방사능 폐기물은 다른 물질로 변환시킬 수 없지만 온실 가스와 대기 오염 물질은 다른 안전한 물질로, 심지어 유용한 물질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측에는 원전을 건설하는 원자핵공학자들이 있다. 핵융합 기술은 이들이 엄청난 세금을 사용하여 주력하고 있는 신기술이다.

태양과 같이 어떤 용기에도 담을 수 없는 뜨거운 플라즈마를 만들어 현재의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방사능 폐기물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홍보하는 핵융합 기술은 비싼 비용을 치르고, 한계에 도전하였다는 것만을 보여주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원자를 이용하는 반도체 집적 기술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원자는 작지만 크기가 있으므로 원자 자체보다 높은 집적도를 가진 반도체를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원자의 크기보다 훨씬 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핵융합을 위한 플라즈마의 지속 시간이 수백 초에 이르렀다는 홍보를 들을 수 있지만 그 지속 시간의 한계는 핵융합 기술이 상업적 가치를 가지려면 도달해야 하는 수년, 수십 년에 훨씬, 훨씬 못 미칠 것이다. 핵융합 기술자들은 이 한계를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단지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원문보기>>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111325109730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기사] 한국형 원전, 증기발생기가 위험하다 (오마이뉴스)

증기발생기 세관 손상 20년 전부터 문제 제기… 전문가가 시민과 함께 공개 검증하도록 해야

2020.12.08

류두현

▲ 울진원전 ⓒ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한국표준형 원전의 증기발생기 ‘세관'(튜브 혹은 전열관, 직경 약2cm, 길이12m)의 손상은 20년 전부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원인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원자로는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나온 에너지로 300℃가 넘는 뜨거운 고방사능수를 만든다. 높은 압력속에 있는 이 물을 증기발생기에 있는 8300여 가닥의 가느다란 ‘세관’으로 보낸다. 그러면 세관 외측의 물이 증기로 바뀌어 격납용기 바깥의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즉 증기발생기는 고준위의 방사능이 외부와 접촉하는 장소다.

그런 위험 때문에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홈페이지에는 ‘Steam Generator Tube Serve to Critical Safety Function’란 표현으로 증기발생기 세관(전열관) 위험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Safety’ 앞에 극도로 위험한 것은 ‘Critical’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극도로 주의해도 문제가 생기는 설비이다. 이에 걸맞게 세관검사보고서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국내 원전은 웨스팅하우스(WH)모델로 쓰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영광의 한빛 3, 4호기 때부터 컨버스천(CE80)모델을 개량한 CE80PLUS 모델을 수입했다. 증기발생기는 금속용기여서 기동과 정지 시에 팽창과 수축을 수반한다. WH모델은 용량이 작고 증기발생기 중앙부 벨트형 링에 와이어를 연결하여 공중에 매다는 구조여서 세관 마모 손상이 매우 적다.

반면에 CE모델은 높이 20미터가 넘고, 중량이 무거워서 와이어를 사용할 수가 없어 증기발생기를 지지하는 철판구조도 되어 있다. 이 철판구조는 열, 하중변화에 매우 민감한 지지구조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에 보급된 CE형 원전 증기발생기는 이런 위험에 놓여 있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오노프레(San Onofre) 3호기원전의 증기발생기는 교체된 직후부터 세관 누설사고가 발생하여 3년 내에 2호기까지 2013년 모두 폐로를 결정하였다. CE모델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 도입한 한국표준형원전 및 APR1400모델도 슬라이딩베이스라는 철판이 무게를 지탱해주는 구조다. 증기발생기는 기동 및 정지시에 열응력과 높은 하중을 받게 된다. 열팽창과 수축이 동반될 수밖에 없고 이때 금속용기전체에 충격이 발생한다.

▲ 증기발생기의 내부 전열관 증기발생기의 내부의 전열관(세관)의 마모와 파손이 유난히 심해서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진은 증기발생기 안에 있는, 교체중인 전열관(세관)의 실제모습 (한울4호기) (2012) ⓒ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한울 4호기가 운전한 지 3년 만인 2002년에 세관 파열 사건이 났다. 원자로를 정지하고 냉각하는 과정에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러다가 2011년에 사고가 반복된다. 1만6400여 개 세관 가운데 3800여 개에 균열이 발생된 것이다. 수명 40년이 보증되어 있는 설비임에도 13년 만에 중대한 이상이 발견된 것. 현상의 하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에 2012년초에 대통령 산하기구였던 원안위는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를 조사특위위원장으로 임명하여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고 정비한 후 2013년에 재가동을 하였다.

올해 한빛 5호기 증기발생기 사고도 원자로 냉각과정에서 발생했다. 설계부실 및 부실시공이 된 경우 이 단계에서 심각한 진동을 수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세관도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세관 파열사고가 나면 증기를 따라 방사능이 격납용기 바깥으로 누출되기 십상이다.

그동안 무려 6기(한울 3, 4호기 한빛 3, 4, 5, 6호기)가 교체되었거나 교체되고 있는 중이다. 보증 수명 40년이 무색하다. 혈세나 다름없는 돈이 새나가는 것은 둘째치고 그 위험이 치명적이다. 원래 원전은 실수나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는다. 세계 최다의 세관 다발을 가진 신고리 3, 4호기와 5, 6호기 증기발생기도 마찬가지 위험에 있다. UAE에 수출한 원전도 동일한 모델이다. 안전이 입증되지 않는 미숙한 기술의 수출이다. 국가의 안위와 명예가 동시에 걸려있다.

근본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해온 원안위의 셀프 검증은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신뢰성 있는 능력을 갖춘 국제적인 전문가그룹이 시민과 함께 사안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챙겨야 한다.

▲ 원자로 CE(Combustion Engineering) 모델
ⓒ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 원자로 WH(Westinghouse) 모델 ⓒ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덧붙이는 글 |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에서는 원전의 국내외사례를 비교분석하여 원전위험에 대한 실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IT엔지니어인 류두현 운영위원이 대표집필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00548

[기사] “월성원전 감사·수사는 민주주의 부정 행위”(이투뉴스)

[직격인터뷰] “월성원전 감사·수사는 민주주의 부정 행위”

이상복 기자

2021.01.01

‘1세대 에너지전환 운동가’ 이필렬 방송대 교수 일침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투뉴스] 국가에너지정책의 위신이 말도 아니다. 대통령의 노후 원전 조기폐쇄 공약을 이행하던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구속됐고, 검찰은 불의라도 목격한 냥 달려들어 에너지정책과 그 정책의 입안자들(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과 검찰은 대통령이 수장을 임명하는 사정기관이다. 언제,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인지 몰라도 여간 볼썽 사납지 않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65‧사진>는 빌미를 준 정부나 사정기관 모두 문제라는 쪽이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큰 그림과 확신 없이 ‘탈원전’을 내세우다 이런 사태를 자초한 정부도 문제지만, 그걸 감사·수사한다는 사정기관 역시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를 부정하는, 민주주의 부정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에너지전환 싱크탱크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리고 ‘전환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교수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 당시로선 생소한 에너지전환을 처음 시민사회영역으로 이끈 1세대 운동가이자 학자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는 ‘원칙론자 성향’ 탓인지 탈핵운동 진영이나 환경단체들과는 일정거리를 두고 불화하거나 때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낯가림 때문인지, 불신 때문인지 일부 진보매체 칼럼 기고 외에 언론 접촉도 꺼렸다. 그에게 에너지정책의 난맥상과 그 원인, 해법 등을 물었다.

  • 월성 1호기 감사가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장이 사석에서 ‘하나님의 확신이다. 조기폐쇄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를 봤다. 원자력발전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렇다면 그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부가 탄생했고 대통령이 선출됐고, 그 대통령이 상당수 국민의 뜻에 따라 원전을 안한다 공약을 했다. 그리고 공약의 하나로 상당히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월성 1호기를 몇 년 일찍 폐쇄한 것에 대해 (감사원장이)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시켰으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이해만 있다면 그건 감사할 사안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현 정부 공약을 집행한 것이라 감사원 권한 밖이라고 했어야 맞다. 야당이 감사를 신청했다고 그걸 붙들고 샅샅이 파헤쳤다는 건 어떤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 교수는 최근 탈핵에너지학회 창립총회 특강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정부가 탈원전을 주요 정책을 삼고, 이러한 필요 과정을 거쳐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면,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비판하고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정 자체가 감사 대상도 될 수 없고, 법의 심판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했다.)

  • 이젠 그걸 검찰이 넘겨받았다.

“검찰 수사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검찰수장과 검찰의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사원에서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사회의 모든 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검찰 권력이 민주적 정당성, 민주주의에도 우선한다고 보는 것 같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인데, 그 결정을 부정하니 그(윤석열 총장)도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 여당은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보나

“갑갑한 건 국회에서 감사원장을 불러다놓고 그런 식으로 근본적인 지적을 한 의원이 없다는 거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결정한 것인데 어떻게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나. ‘당신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고 물었어야 했다. 모두 엉뚱한 지적을 하더라.”

  • 월성 1호기 폐쇄과정에 나름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려 했다.

“왜 그런 절차를 거쳤나. 해야 할 일은 안전성 검증이었다. 독일이나 일본의 원전 영구폐쇄나 임시폐쇄 사례를 보라.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경제성 분석을 한 나라가 있나. 그렇게 함으로써 원전 경제성 논쟁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싸다, 싸다 논쟁하기 시작하면 사고 위험비용이나 핵폐기물 처분비용 등 여러 변수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탈원전 쪽에선 원전 원가가 높다고 하고, 찬성하는 쪽에선 (kWh당)40~50원이라고 한다. 안전성 분석을 했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쪽 논쟁이 심하다면 중립적인 해외 안전성 분석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 그들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해버리면 된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가동연한도 얼마 안 남았었다.”

  • 현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큰 그림이 없었다.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탈핵이란 말부터 했다. 북한에서 2006년 핵실험을 하자 원전반대 단체들이 원전은 핵무기와 다르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핵이란 말을 썼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는 탈핵이란 말이 아주 유행했다. 나도 1990년대 조금씩 탈핵이라 썼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의도들이 고립될 수 있다고 봤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이 쓰는 언어를 계속 사용해야 설득할 수 있다. 나는 탈핵보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적극 쓰자고 했다. 에너지전환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전환하자는 의미여서 탈원전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 그래서인지 뒤늦게 용어를 탈핵 대신 에너지전환으로 바꿨다

“그런 이후에도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에너지전환이란 큰 틀에서 탈원전은 일부일 뿐이고 전환의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사실 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도 공론화는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중단은 무리수라고 했다. 건설 중단이냐, 계속 건설이냐가 아니라 제3의 방법을 찾자고 했다. 우리가 에너지전환을 결정했다고 해도 탈원전은 60년 뒤에나 이뤄지는 거다. 신고리를 건설한다고 탈원전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중단한다고 탈원전이 당장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미 건설을 했고 매몰비용도 많으니 건설하게 두고 대신 오래돼 낡은, 훨씬 위험한 월성 1호기 같은 원전 2기 정도를 폐쇄하는 쪽으로 하든지 중단하지 않아 발생하는 수조원의 이익을 해상풍력 건설에 투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장기적인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게 낫다고 봤다.”

  • 결국 건설 재개로 결론이 났다.

“그쪽 사람들은 나더러 탈원전해야 하는데 엉뚱한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만일 건설 중단으로 결론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됐겠나. 지금 월성 1호기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굉장히 시끄러웠을 거다. 당시 한 토론회에서 나는 그런 말을 했다. 탈원전은 지금 문재인 정부 같은 정권이 20년은 집권해야 가능하다. 5년, 10년으로도 안된다. 계속 건설로 결론이 났지만 제3의 길을 갈 수 있는, 굉장히 아까운 기회였다. 공론화해서 결론을 내기보다 ‘공약은 그렇게 했지만, 사정상 계속 건설해야 하니 대신에 낡은 원전 두어개를 안전성 이유로 폐쇄하자’고 하거나 좀 더 나아가 대규모 해상풍력을 하자 할 수 있었는데, 상처만 입었다. 그러다 월성1호기에 무리수를 써서 더 큰 상처를 입었다. 큰 그림이 없었다고 하는 이유다.”

  • 2030년 재생에너지 20% 확충 정책은 어떤가

“2017년 집권하자마자 재생에너지 3020계획이 나왔다. 재생가능한 전기를 그렇게 높인다는 거다. 노무현 정부 때 2004년 산업자원부가 2011년까지 전기의 7~8%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하겠다고 했었다. (나는)굉장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결국 달성했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부생가스를 제외한 순수 재생가능전기 비중이 3% 내외다. 그런데 전기소비량은 계속 는다. 10년만에 20%로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이필렬 교수 ⓒE2NEWS
  • 그래서 대규모 단지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전기로 20%를 채우려면 설비로는 70GW 정도 될거다. 태양광은 지붕 외에 할 곳이 많지 않고 육상풍력은 산등성이가 좋은데 운반 가능한 도로가 없다. 차라리 큰 그림을 그려서 임업과 풍력을 연계해 임도를 내고 두 산업을 같이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낫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나무는 많은데 임도가 없어 나무를 제대로 못쓴다. 산에 풍력을 설치하면서 임업도 활성화 시키면 설치량을 늘릴 수 있다. 다만 해상풍력과 이용률이나 경제성 등을 비교해 봐야한다. 아마 해상풍력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8MW 터빈을 개발한다는데 도대체 몇 개를 세워야 하나. 70GW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9000개 정도 설치해야 할 텐데, 가능할까? 풍력발전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영국이 지금 전체 풍력 중 해상풍력이 10GW다. 2030년까지 이걸 40GW로 늘리려 한다. 풍력자원과 경험이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영국이 이 정도인데, 우리가 그 두 배를 건설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 목표니까 높여 잡을 수 있지 않나

“공무원들은 잠재력 계산해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낼 수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보면 그렇지 않다. 그 사이 또 전기소비가 늘어난다. 운송부문까지 전기화가 되면 소비율이 크게 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030년 20% 달성은 더 어려워진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 중국, 일본까지 발표를 하니 안할 순 없다. 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뉴질랜드는 마음 먹으면 가능할거다. 일본도 우리보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체 경제에서 수출비중이 대단히 높고 국내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석유, 가스, 석탄, 우라늄 모두 수입이다. 우린 화석에너지를 대단히 많이 수입해 그걸로 제품을 만들어 팔아 먹고 살고 있다. 그리고 더 잘 살려고 한다. 더 많이 만들고 수출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그걸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면 굉장히 가슴이 답답해진다.”

  • 그렇더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아닌가.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돼 대처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지만 실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쪽에선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할 수밖에 없다. 진짜 해보려고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야한다. 에너지수입을 줄이고 가능할까. 한국사회는 지금의 지형만 봐도 작은 일에 들끓는 곳이다. 코로나19 확진자수에 대한 반응도 최고의 의료체계를 갖춘 독일이나 스위스 등과 비교하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거다. 그런데 차분하고 침착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에너지 쪽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부족하면 사회가 아마 난리가 날거다. 환경단체가 그렇게 주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는 그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따라가기 대단히 어려운 경제구조와 사회, 환경에 처해 있다. 중국은 신장이나 고비사막에 풍력발전을 어마어마하게 세울 수도 있고 자원도 많다. 일본도 내수비중이 높고 풍력자원도 많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거다. 게다가 경제가 내리막이라 에너지소비가 계속 준다. 한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목표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인가

“물론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 일만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고 전담부처를 만들어 로드맵을 짜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잖나.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조직이 왜 나왔나. 2018년 초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1호 공약으로 그렇게 했다.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갑갑하다. 미세먼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10년은 계속 생길 수 있다고 일단 국민을 설득하고 에너지전환의 틀 속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그런데 반기문 위원장은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비난받고 있다는 식의 얘기만 한다. 우리 상황이 어떠한지 기본인식이 있다면 그런 얘기를 함부로 못한다. 환경단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서 지금이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에너지전환만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고, 집중 연구해 50년짜리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게 없다는 게 답답하다. 필요하다면 능력 있는 사람을 청와대 에너지전환수석으로 세워야 한다. 205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 에너지전환을 위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지만, 부의 양극화나 대자본 독식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빨리 먹으면 체한다. 월성1호기도 빨리 하려다 목에 걸려 체해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가. 정말 월성1호기를 폐쇄하고 싶었다면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공약이고 수명이 얼마 안 남았으니 폐쇄해야겠다 말하고 하든지 그냥 두든지 했어야 한다. 굳이 왜 여러 절차를 거쳤을까. 추정해보면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다. 저항이 심하게 일어날 것을 예상해서. 왜 저항이 심할 거라고 봤을까? 결국은 여론이 받쳐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거다. 여론이 60~70% 찬성했다면 절차도 밟지 않았을 거다. 용기도 없었다는 거다. 두드려 맞더라도 내소신이라고 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그럼 여론은 왜 받쳐주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선 에너지전환을 위한 어떤 사업들을 벌여도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월성1호기처럼 체하는 비슷한 일들이 생길 거다. 중요한 건 에너지전환에 대한 믿음을 국민 사이에 계속 퍼뜨리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여론이 뒷받침 돼 그걸 등에 업고 추진하면 된다. 감사원장이 ‘41%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여론이라 볼 수 있냐’고 했다지 않나. 중요한건 여론을 에너지전환 쪽으로 끌어오는 거다.”

  • 에너지전환 인식을 국민들에게 빨리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고 전환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계속 퍼뜨려야 한다. 소규모 태양광이 대표적이다. 새만금처럼 GW단위 사업은 여론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한쪽에선 대규모 해상풍력도 가고, 다른 쪽에선 최대한 많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태양광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일부가 하다보니 반감은 높아지고 가짜뉴스가 퍼지는 거다. 그렇게 해선 성공할 수 없다. 내가 2004년께 정부에 제안한 게 바로 시골 어르신들의 3kW 태양광 설치비 일부를 보조해주자는 거였다. 공짜가 아니라 직접 투자해서 자신이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면 된다. 6~7년 해서 투자비를 빼고 15년 이상 매달 돈을 받으면 상당히 많이 퍼져나갈 거다. 노인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고 연금처럼 받으면 태양광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아졌을 거다. 그렇게 가야 우호적인 여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작업 거의 안하고 있다. 여론을 에너지전환 쪽으로 끌어 오는 건 등한시하면서 대규모 사업만 하려 한다. 근시안적이고 짧은 생각이다. 여론형성은 필수다. 그게 안 되면 계속 시끄러울 가능성 크다. 독일을 봐라. 계속 원전을 없애왔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다.”

  • 우리 전력산업의 85% 정도가 공기업 소유이고, 전력시장 역시 관치다. 구조적 변화없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2000년대부터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한전 노조는 결사반대다. 그들은 개방을 민영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개방은 민영화가 아니다. 개방은 자유화다. 한전도, 한전 자회사도, 일반인도 얼마든지 전력을 생산해 팔고 전력망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독점하지는 말라는 거다.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현재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완전 배치되는 구조다. 전력망을 개방해 누구나 들어와 전기를 사고팔수 있게 해야 소위 가상발전소 운영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인공지능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생가능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려면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이 판매시장을 꽉 붙잡고 있으니 어렵다. 가상발전소 얘기가 나와도 여전히 한전이 중심이 되는 얘기가 나온다. 독일은 1998년에 전력시장을 개방했다. 개인들도 들어가서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무수하게 많은 전력회사들이 생겨났다. 청년들이 계속 시장에 진입해 재생가능전기만 파는 회사들도 많이 만들었다. 우리는 강고한 독점상황이니 더 세밀하고 다각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그래서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 혹자는 ‘전환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더라.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전환은 그래 보이는데

“어렵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주장하고, 힘차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만 한쪽에선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어려운 과제라는 여기는 사람도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전환에 대한 인식과 믿음을 퍼뜨리고 설득하는 게 수월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필렬. He is…] 1957년 인천 출생. 서울대 화학과를 중퇴하고 독일 베를린공대 화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에서 문화교양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옛 ‘에너지대안센터’)을 창립해 국내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운동 기반을 만들었다. 저서로 <에너지대안을 찾아서>를 비롯해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다시 태양의 시대로-재생가능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다> 등을 펴냈다. 2008년부터는 건물에너지 절약으로 눈을 돌려 한국인 최초로 독일 파시브하우스 설계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창립한 한국탈핵에너지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 이필렬 교수가 탈핵에너지학회 창립총회 기념세미나 강의내용을 토대로 학회 웹진에 게재한 ‘탈원전과 민주주의’ 전문 (이하)

독일어에 Primat der Politik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 우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말이 독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사안 중 하나는Atomausstieg, 우리말로 탈원전이다 (한국에서는 환경단체 같은 곳에서 탈핵이란 말을 즐겨 쓰지만, 독일에서는 한국과 달리 탈핵-Kernausstieg 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탈원전-Atomausstieg이란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Primat der Politik이란 말은 1998년 탈원전을 정책으로 정한 사민당과 녹색당이나 2011년에 6개월만에 갑자기 원전 수명연장에서 탈원전으로 돌아선 보수당의 메르켈이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원자력산업협회(Atomforum) 간부나 원자력발전소 경영자들이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탈원전에 대한 의견표명을 질문당했을 때 사용했다.

물론 이들이 탈원전을 찬성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뒤에서는 탈원전을 하면 정전사태가 벌어지고 독일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적어도 앞에서는 “정치 우위”라는 말을 하며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독일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집권당 정부가 그것이 사민녹색연정이든 보수자유연정이든, 의회를 통해서 결정한 사안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따르지 않는다면, 그래서 예를들어 한국에서 종종 발생하듯 헌법소원이나 고발 같은 짓을 하면, 집권당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서는 민주주의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들은 그러한 일을 벌이지 않는다. 대부분 2차대전 후 민주 독일에서 태어났고,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지 않고, 또한 만일 그렇게 하면 아주 큰, 전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들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Primat der Politik, 정치우위 란 말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후, 60년후 탈원전 완료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그 선언적 의미로 2018년 6월 10년의 수명연장으로 가동연한이 몇 년 남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승인했다. 이미 2017년 1월 서울 행정법원에서 수명연장 허가에 대한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폐쇄 승인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폐쇄결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쳤다. 경제성 평가를 했고,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의 절차를 가졌다.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이러한 필요 과정을 거쳐서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면,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물론 비판하고 반대할 수는 있다. 의견표명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러나 그 결정 자체가 감사 대상도 될 수 없고, 법의 심판 대상도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야당 의원들, 민주정부에 의해 임명된 감사원과 검찰이 이 결정을 감사 대상, 수사 대상에 올린 것이다. 만일 4대강 사업에서와 같이 사업을 결정한 의도가 의심스럽거나 비리가 포착되었다면 감사와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과 원전 폐쇄 결정은 불순한 의도나 비리가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은 태양광,풍력을 하는 재생가능 에너지 업체들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 경영의 거대 장기 계획, 국민의 안녕과 복리를 위한 계획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만일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감사나 수사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목전에서 벌어진 또는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따라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감사원장이 어떤 인물인가? 박정희 독재시절에 태어나1975년에 대학에 입학, 졸업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오직 판사로만 일하다가 감사원장에 임명된 사람이다. 민주주의 교육을 한번도 받지 못했고, 대학에 가서도 아마 고시공부에 몰두했을 것이다. 그러니 41%의 지지를 받은 정권의 정책이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사석에서 ‘하나님의 확신이다. 조기폐쇄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이 말씀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민주주의나 민주적 정당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월성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검찰수장과 검찰의 이해부족에서 온 것이다. 검찰이 Primat der Politik을 생각이나 해볼까? 그들은 성역없는 수사를 외친다. 그들은 우리사회의 모든 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에게 통용되는 원리는 정치 우위가 아니라 검찰 우위인 것 같다. 검찰의 권력이 민주적 정당성, 민주주의에도 우선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월성원전 폐쇄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검찰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닐까?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감사원장이 친척이나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 탈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월성원전 폐쇄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는 방향으로 감사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공격했다. 어느 의원은 부친이 “지금 정권을 ‘좌파 정권’,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고, 동서들은 원자력연구소와 보수언론에서 일하고 있으니 영향받은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격의 방향이 틀려도 크게 틀렸다. 그러니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로부터 “그야말로 과거 절대왕조 시대 연좌제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신(新)적폐”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감사원장의 성장과정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감사원장이 탈원전을 반대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박정희 독재만을 경험했다는 것, 그후 평범한 판사로서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하고 사법부 관료생활을 하다가 감사원장이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정희 정권 때 시작한 원자력발전, 그때 착공한 월성원전 폐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독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은 거의 모두 탈원전을 반대한다. 반면에 탈원전-탈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민주화 후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리얼미터 2017년 조사) 이는 독일에서 대다수 나치 부역자와 방조자들이 원자력발전을 찬성했고, 전후에 태어나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나치 청산을 강하게 요구한 청년들이 초기 탈원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탈핵에너지란 넓게는 아직도 베이비붐 세대와 그 전 세대에 강하게 남아있는 박정희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나는 사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매우 어리석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경제성평가나 한수원 이사회 의결 같은 절차 없이 대통령의 명으로 폐쇄하든지, 2025년에 폐쇄될 예정이므로 그냥 두든지 했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과 정부가 원자력발전이 위험할 뿐 아니라 미래 에너지원도 될 수 없기 때문에 탈원전-탈핵을 공약과 정책으로 채택했다면 정면승부를 택하든지, 그게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어차피 2025년에 폐쇄될 것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았으리라는 것이다. 고리 1호기가 10년 수명연장이 끝난 후 2017년에 그렇게 폐쇄되지 않았던가. 정면승부란 탈원전 공약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또는 국무총리가 대리로 나서서, 월성원전은 낡고 위험하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기폐쇄한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미 수명연장이 위법이라는 행정법원의 판결도 있었고, 위험 요인도 상존하기 때문에, 탈원전 공약을 내건 대통령이 나서서 못을 박았다면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극렬하게 공격하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항상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정부는 탈원전 반대세력의 공격이 두려워서인지 다른 이유에서든지 여러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면서 조기폐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 야당의 장단에 맞춰 감사와 수사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왜 경제성평가 같은 불필요한 절차를 거쳐서 (어쩌면 꼼수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월성원전 조기폐쇄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이려 했을까? 나는 탈원전 반대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권인데, 탈원전이 국민의 합의를 얻은 것이냐”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들을 향해 조기폐쇄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임을 보이기 위해 경제성평가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 특히 월성원전 같이 낡은 원전의 경제성은 어떤 기준, 어떤 계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결과에 대해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성평가를 통해서 정당성을 얻는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경제성평가를 통해 시비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왜 반대자들을 두려워했을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유는 사회 곳곳에서 상층부를 장악하고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50대 후반, 60대 이상의 소위 적폐들이 탈원전을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학, 연구소, 기업, 언론, 검찰, 사법부 속에서 이 세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반대를 이기고 어떻게 두려움 없이 탈원전,탈핵을 추진해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독일에서 사민녹색당이1998년에 집권했을 때에도 탈원전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경제분야에 몰려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50세 전후의 나이가 된 68 학생운동 세력이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적록연정이 큰 두려움 없이 탈원전을 밀고나갈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당시에 이미 북부 독일 곳곳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와 건물 지붕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태양광발전기를 보며 탈원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당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는 주로 에너지전환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세워나갔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아헨, 셰나우, 뮌헨, 골레벤 등의 많은 지역에서 시민들이 실제 눈으로 확인가능한 사례를 통해서 탈원전-에너지전환 가능성을 확산시키며 여론을 만들어갔고, 그것이 당시 슈뢰더 정부에서 탈원전을 밀어부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2001년) 이러한 시민들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운동에 힘입어서 독일의 재생가능전기 비중은 2010년에 17%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42%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이미 50%를 넘었고, 원자력발전소가 사라지는 2022년에는 아마 55% 이상, 2030년에는 목표치 65%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이란 단체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있는 유명인사로는 제임스 러브록과 제임스 핸슨이 있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러브록과 핸슨은 수십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진심으로 경고하고 연구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원자력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원자력을 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댄 것이 아니다. 반면에 탈원전에 저항하기 위해 모인 수백명의 ‘에너지정책교수협’ 회원들은 그 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목청을 높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와서 탈원전에 반대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대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요즈음 특히 스웨덴 툰베리의 Fridays for future 운동을 통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운동에 함께 하는 움직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기문을 앞세워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켰다. 반기문은 기후변화 저지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기후변화 저지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독일에서 에너지전환이 급속도로 확산된 주된 동력은 시민들의 기후변화 저지 열망이 아니라 탈원전 열망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걸 출범시킨다 해도 탈원전,에너지전환 의식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저지를 외치는 것만으로 탈원전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탈원전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여 기후변화를 막게 되는 것이다.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60년후 탈원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48.5대 44.8로 여전히 팽팽하다. 독일과 크게 다른 결과이다. 독일에서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직후 83%가 탈원전을 찬성했고, 1998년 사민-녹색연정이 집권했을 때는 76%가 원자력 즉시포기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후에는 95% 이상이 탈원전에 찬성했다. 탈원전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원자력발전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시민들 속에서 에너지전환(독일어로는 Energiewende)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다면, 여론이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믿음은1990년에 3.4%였던 재생가능전기의 비중이 2010년에 17%로 증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한국의 재생가능 전기 비중은 2018년에 6.3%였다. 그중에서 절반 이상은 폐기물로 생산한 것이다. 그런데 이 폐기물이란 게 대부분 부생수소인데, 이것은 정유공장에서 석유를 가공할 때 제철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폐기물을 제외하면 순수 재생가능전기 생산 비중은 3% 남짓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정부에서 탈원전, 그것도 60년후 완료되는 탈원전을 이야기하지만, 절반의 시민이 그 가능성을 의심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적폐들의 공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론은 에너지전환 실천운동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그 결과 탈원전,에너지전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퍼져갈 때 압도적인 차이로 형성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와 후속 정부에서 앞으로 원전 조기폐쇄를 성공시키고 탈원전을 완수하려 한다면, 먼저 에너지전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