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반기문, 그리고 지구촌의 위기

유엔과 반기문, 그리고 지구촌의 위기 < 오피니언 <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한국탈핵에너지학회 학술대회를 알리며

핵과 유착된 금융세력과 UN 그리고 IAEA

2012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이듬해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의 주인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지위여서 대주주인 금융기관들이 일방적인 혜택을 받았는데, 사고가 나면서 대주주가 국영으로 바뀐 것이다. 약 90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되면서 일본정부가 대주주로 되었고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국민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했다. ‘금융자본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핵발전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운영모델이 각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1979년 스리마일 사고이후 원전 건설을 더 이상 하지 않은 미국 정부 역시, 최근의 트럼프 정권때에는 텍사스 핵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이런 보증은 결국 금융기관들이 원전에 투자했을 때 리스크 비용까지를 감안해 이윤을 보장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한국도 이명박 정권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도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100억 달러 가까운 금융 조달을 정부가 담보를 제공해 주면서 민간 금융자본들에게 특별한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2012년 11월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바라카의 원전건설 현장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착공식에서 UAE측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2년 11월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바라카의 원전건설 현장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착공식에서 UAE측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금융자본의 핵개발 참여가 2차대전 원폭투하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있다. 올해 8월 합천평화대회의 세미나에서 발표한 마쓰무라 다카오 교수는, ‘원폭투하를 독려한 정부 아닌 세력이 있었고 그 세력은 대금융자본’이라는 점들을 이유로 들었다. 이중 후자의 ‘대금융자본의 획책’은 소문으로는 듣었지만, 학자가 논문에서 정식으로 언급한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원래 미국의 책임이 큰 것은 상식이다. 군사기지를 원폭투하의 주타겟으로 했다 하더라도 많은 민간인이 살고 있는 도시에 투하하면 막대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원폭의 위력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대량 인명살상의 획책을 도모한 것은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인류사의 전대미문의 과잉무력행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대량학살의 의사결정에 민간의 금융자본이 투하를 독촉하는 역할을 했다는 마쓰무라 교수의 설명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하나는 무기, 또하나는 에너지로 둘다 패권과 관련이 있다. 이렇듯 지구촌을 궁지에 몰아온 금융자본세력이 일찍이 원폭투하에도 깊이 관여하였다는 사실에 76년이 지난 지금에도 섬뜩한 위협을 느낀다. 더욱 심각함을 느끼는 것은 UN의 출발점이 이런 핵무기보유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핵전쟁방지를 위한 상임이사국체제에 있었다는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인류는 불행히도 세 차례의 대형원전사고를 겪었다. 1979년 1986년 2011년이다.

이런 위기가 올 때까지 자본세력은 이득을 먼저 챙겨왔다. 원전사고나 방사성폐기물 같은 손실은 민중이나 다음 세대에 떠넘기겠다는 전형적인 비윤리적 행태다. 문제는 미국이다. 핵무기확산 금지를 내세우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원료를 생산하는 핵에너지를 부추겨온 모순을 미국은 70년 넘게 저질러 오고 있다. 핵우산을 강조하면서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독려하고 있다니. 이런 미국이 UN의 실질적인 리더라는 게 현실의 모순이다.

그 연장선에서 일본정부는 원전오염수 바다방출을 강행하려고 한다. 미국정부와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용인하는 행태를 보여 온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IAEA는 UN의 통제도 받지 않는 구조이고, 지구촌 인류의 대변인이 아니다. 원자력을 진흥하자는 세력이다. ‘중이 제 머리 못깍는 법’이다.

지금 지구촌을 대표하는 UN은 이런 본질적 모순이 도사리고 있는 존재다. 

세계자연헌장(1982)과 지구헌장(2000)의 정신과 어긋난 반 총장의 발언

한편으로 1982년 공표된 UN의 세계자연헌장(World Charter for Nature)은 오랫동안 지구촌 사람들의 생각에 커다란 이정표가 되어왔다. 가장 중요한 원칙의 하나가 제11조에 있다.

제11조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이 헌장의 취지는 2000년의 지구헌장(Earth Charter)에도 내려온다. 이 헌장은 지구촌 모든 정부와 국제기구가 1992년에 모여 가진 리우 회의를 거쳐 합의한 내용이 선언된 것이다. 이 헌장의 핵심내용의 하나는 6조에 담겨있다.

제6조 환경보호의 최선책으로 유해요소를 제거하고, 이에 대한 지식이 한정된 경우에는 예방적 접근을 시도한다.

a. 과학적 지식이 불완전하고 결정적이지 못할 때 심각하고 되돌이킬수 없는 환경적 해를 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b. 제안된 행위가 치명적 해를 미치지 않음을 주장하는 이에게 그것에 대한 입증의 의무를 지우고 이로 인한 환경피해에 책임을 지게 한다.
c. 의사결정이 인간 행위에 장기간에 걸쳐 간접적으로 누적되며 장거리의 그리고 지구적 결과를 가져옴을 확실히 한다.
d. 환경의 어느 부분에 있어서도 오염을 용납하지 않으며 방사능, 독성 또는 다른 유해한 물질의 증강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헌장들은 1979년과 1986년의 핵발전소 사고이후 인류와 지구촌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지금 지구촌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UN은 둘 모두 깊숙이 관여하여 왔다.

하지만 반총장의 최근 발언은 그러한 역사적 맥락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SMR의 한계 그리고 윤리의 문제

최근 반기문 전 총장은 “원전없는 탄소중립은 불가하므로 우리나라가 가진 소형모듈원전(SMR)의 강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진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주장하는 것이다. SMR은 연구용 장치는 돨 수 있을지언정 지금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실체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이 이미 밝혀졌다.

▲ 11월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1월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M.V.Ramana 교수는, “SMR은 설계조차도 준비가 안된 상태다. 여러 가지 변형된 SMR과 전력 부하 조절, 수소 발생, 담수화 등이 가능해도 첨단 원자로는 경제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핵 옹호론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잘라 말한다.

SMR은 경제성 때문에도 연구실 문밖을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설령 위의 문제점들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산업에서의 에너지생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후위기대응 목적으로는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지구촌은 에너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많은 국제기구들이 예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Netzero 보고서에서 2050년 재생에너지가 발전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88%로 전망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Shell에서 전망한 시나리오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86%이다.

이미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핵심을 재생에너지로 두고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되는데 필요한 전력시스템과 전력망, 그리고 이를 통합하고 분산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가 12년간의 토론 끝에 1985년 탈원전을 결정한 후 세계적인 풍력강국으로 발전한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반 전총장이 모르는 것일까, 왜곡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당신이 기후위기 대응용이라고 주장하는 SMR은 아직 연구실밖으로 나오지 못한 인큐베이터 아기다. 무사히 성장해서 에너지생산의 현장에 나온다 할지라도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기동할지는 미지수이다. 기후위기에 적실성있게 대응할 기회마저 혼란케 하고 있다.

원전의 가동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윤리의 문제다. 당대에서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리함(실증적으로 편리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이 후손들의 희생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가의 윤리에 관한 문제다. 반 전총장은 한 때 유엔을 대표했었고, 또 지금도 당신의 선택과 발언은 유엔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실려있다. 당신의 오류는 유엔에 대해 그나마 한줌 남아있는 신뢰마저 위협한다.

반 전총장은 덴마크와 독일이 어떻게 해서 국민적 합의로 그런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원전을 어떻게 해서 하나둘씩 없애가며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그나마 지구촌을 농락하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안전을 지켜낼 수 있다.

마침 이 주제도 오는 금요일 한국탈핵에너지학회에서 다루어진다. 12월3일(금) 오후2시부터 방송통신대 열린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오셔서 공부하시라.

▲ 한국탈핵에너지학회 2021 동계학술대회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카테고리:12월호 동계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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