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학술회의] 2020-06-25 독일의 에너지전환, 어떤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나?

[창립준비 제8차 학술회의] ‘독일의 에너지전환, 어떤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나?’

-일시: 2020년 6월 25일(목) 오후 5시~7시
-장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지혜관 1층 회의실(서울 종로구 대학로 86)
-공동주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기후위기및지구촌연구위원회, 한국탈핵에너지학회(준)

프로그램
1) 발제
– 이필렬(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에너지과학, 한국탈핵에너지학회(준) 위원)
2) 토론
– 김수진(고려사이버대학 외래교수, 에너지정책)
3) 사회
– 이원영(수원대학교 교수, 기후위기및지구촌연구위원장)

참석여부 회신
– 이원영 기후위기및지구촌연구위원장(010-4234-2134, leewysu@gmail.com )

[제7차 학술회의] 학회의 역할과 다루어야 할 연구의제(이원영)

한국탈핵에너지학회(준) 창립준비 제7차 학술회의
2020.05.22.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

학회의 역할과 다루어야 할 연구의제

이원영 (수원대 교수, 학회 준비위원)

들어가는 말
국가와 사회의 탈원전선언과 학계에의 요구
학회의 역할
학회의 3가지 핵심 업무
학회가 다루어야 할 연구의제의 분류와 해제

학회의 역할과 다루어야 할 연구의제

이원영 (수원대 교수, 학회 준비위원)

들어가는 말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탁월했던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의사결정이 빨랐다는 것, 둘째는 방역이 공공적 영역임에도 공적 가치를 민간 측이 적극 대응함으로써, 이런 일에는 발생하기 마련인 정부 측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셋째는 진단키트의 신속한 인허가과정에서 다른 제품의 성능을 교차검증함으로써 정밀도와 완성도도 동시에 높여 갔다는 것 등이다. 넷째는 국민의 수준 높은 협력이 있었다는 것.
선진국은 행정부와 함께 의회와 지방정부도 원전을 교차감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행정부 내 원자력안전위원회 뿐이다. 관료조직인 원안위에만 ‘안전’을 맡기는 구조로는 미국CDC와 같은 코로나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K방역은 민관합동작품이다. 국가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민간의 힘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핵발전은 실수나 실패가 용납되지 않은 기술이다. 실수하면 곧바로 국가가 궤멸되는 수준의 위험이다. 과학연구에 머물러야 할 그런 존재가 핵무기로 그리고 핵에너지기술로 둔갑한 탓에 인류가 위험에 처해 있다. 국가기관에만 맡겨둘 수 없는 절대적 위험이다.
탈핵에너지학회 창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지도 1년이 되었다. 학회란 학술단체이면서 지식과 정보를 교차검증함으로써, 진실을 공유하는 일을 한다.
이에 올가을 창립예정인 학회가 탈원전안전사회를 향하여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또 학회가 다루어가야 할 의제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의제(아젠다)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의견교환을 통해 공동으로 작업하여야 하는 것이니만큼 그 논의를 위한 시안(試案)으로서 제공하고자 한다.


국가와 사회의 탈원전선언과 학계에의 요구

탈원전선언 3주년의 의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상황은 엄중하다. 월성1호기 중단과 삼척원전예정부지 해제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고리5⦁6호기 공사재개와 원전수출 논란에 이르기까지 착시가 계속되고 있고, 상당수 언론들의 친원전성향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가을에는 익명의 교수들 218명이 ‘탈원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관련학과나 학회의 교수들일 것이다. 한국에는 원자력관련학회가 많다. 연구소, 대학 등 세력화되어서 친원전 담론을 확대재생산을 하고 있다.
원자력관련학과만 살펴보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등이다. 직간접으로 관계 맺고 있는 전공도 상당한 듯하다. 학회로는 한국원자력학회 외에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있고 공적인 연구기관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중앙연구원 등 부지기수이다.

원자력학회 신임회장의 취임사

이들을 대변하는듯한 한국원자력학회 민병주 신임회장의 2019년 9월의 취임사 일부를 보자.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원자력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2009년 아랍 에미리트(UAE) 원전수출과 함께 원자력 황금기를 맞이하였으나, 2011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한수원 품질서류 위조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근래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초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하여 원자력 산업 전반이 극심한 침체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또 최근에는 핵종분석오류, 원전의 절차서 미준수, 원전 운전자의 조작 미숙 등의 문제로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중에도 신형경수로 APR 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기관인 NRC로부터 설계인증(DC)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학회는 원전부흥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병주 UNIST 원자력공학 초빙교수가 말한 글에는 원전건설분야에의 진전을 추구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익명의 교수들은 이런 의지를 담고 탈원전을 선언한 터일 것이다.
이런 익명의 교수들에게 대해 필자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이 있다.

[왜냐면] ‘탈원전 중단’을 주장한 익명의 교수님들께 / 이원영(한겨레 2020-12-04)

며칠 전 대만 국민투표 결과에 힘입어 국내 교수 218명이 ‘익명’으로 ‘탈원전 정책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 공동대표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숨긴 채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한다는 조항만 없앨 따름이지 ‘수명연장이 중단된 1~3호기와 공사가 중단된 4호기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실은 대만은 1999년에 규모 7.6 지진으로 수천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2016년에도 규모 6.4 지진으로 140명의 사망실종자를 내었다. 이런 지진 때문에 2011년 보수 쪽인 국민당이 먼저 탈원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투표는 ‘국민청원’에 가깝다.
익명의 218명은 무엇 때문에 나선 것일까? 그들을 보자니, 원전 추진을 내세우던 이명박 정부 시절 ‘실명’으로 탈원전을 주장한 1052명의 교수들과 비교가 된다.
이미 한반도는 탈원전시대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 첫째, 시민사회뿐 아니라 종교계가 무게중심을 옮겼다. 가톨릭은 2013년 주교회의가 탈원전을 공식화하였고, 불교와 원불교도 그해 원전해체 국제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개신교도 침묵하지 않았다. 종교계의 꾸준한 생명과 안전에의 염원이 2017년 대통령의 선언을 뒷받침한 것이다.
둘째, 핵폐기물, 즉 사용후 핵연료 문제다. 국제 세미나에서 만난 핵폐기물 전공 교수의 고백이 인상 깊다. “어떻게 해도 핵폐기물은 방법이 없어요. 머리가 아파요.” 원전 증설은 핵폐기물 문제와 쌍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를 따로 다루어왔던 것이 지난 정부들의 치명적 실책이었다. 그리고 이번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도 이를 간과했다.
셋째, ‘한반도 비핵화’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에 핵 재처리 요구를 몇차례 건넸지만 미국은 계속 거절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하더라도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한국’의 한쪽 동네가 여전히 플루토늄 원료를 생산한다면 북한 기술과 결합한 ‘핵폭탄의 가능성’이 의심받을 것이다. 일본에 적대적인 북한까지 포함되는 통일한국이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의 핵우산이 무너지고 지구촌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남쪽의 탈원전은 ‘한반도 비핵화’의 전제가 아닐 수 없다. 지구촌에 희망을 줄 절호의 찬스다.
넷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수십년에 걸친 장기 과제이고, 지금 그 일이 착착 진행 중이다. 앞서가는 독일과 미국을 보면 에너지 전환은 일자리 창출 성과도 눈부시다. 물론 과제는 있다. 원전 전기 30%를 대체하는 일은 에너지절약 부문의 역할이 더 크다. 독일처럼 건물 리모델링을 지원하면 동네 경제도 힘이 난다. 태양광은 화석연료 감축과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 산업용 전기값도 제대로 매겨야 경제체질이 건전해진다.
다섯째, 무엇보다 위험 때문이다.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할 때 중시한 것은 바로 안전과 생명이었다. 지난해 포항과 지지난해 경주의 지진은, 원전이 밀집해 있는 한반도 동남권이 지진빈발지대라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일은 더욱 모른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맹목적인 신앙’에 가깝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무사하리라’는 믿음, 핵폐기물 처리할 곳이 없으면서 ‘어떻게 되겠지’라는 믿음, ‘미국이 앞으로도 원전 가동에 찬성하겠지’라는 믿음, 이 모두가 ‘괴력난신’이 아닌가. 218명의 교수는 ‘괴력난신’에 빠졌다. 그들에게 과연 ‘위험을 감시’하고 ‘해체’하는 일에 나서야 할 제자들의 앞길이 눈에 보일까?

위 글에도 나오지만 2012년 11월에 탈핵선언에 참여한 교수 1,052인이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탈원전선언에는 기여했지만, 원자력교수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학술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요긴한 상황이다.

학회의 역할

학회의 시발점은 영국 왕립학회
1660년 영국에서 지식인과 학자들의 모임인 자연과학학회로 왕립학회 (Royal Society, 로열 소사이어티) 가 만들어졌다. 민영적인 자발적인 모임과 활동을 하며, 정부로부터 매년 예산을 받고 있다. 설립의 배경은 1640년대 런던에는 자연 연구 애호자 간의 클럽이 많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베이컨적 사상과 反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에서 실험적 학문의 정립을 목표로 한다. 왕립학회는 자연과 기술에 대한 지식의 정립과 수집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철학 체계의 확립을 목표로 하며 위원회와 총회로 조직되어 있다. 연구 및 조사에 대한 보급과 도서를 간행하며 영국 및 세계의 과학사업의 중심축이 되어 왔다.

현대사회의 학회는 민간자발적 조직
학술적 인사의 자발적 모임이긴 하지만 공공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것이 초기학회의 특징이다. 이후 현대적 의미의 학회는 재정적으로 독립한 민간기구로 발전해왔다.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 걸쳐 학회의 모임이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렇고 국내도 그렇다.

학회의 존재 그리고 학회 관련시스템이 서양발전의 원동력
집단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과 지식과 정보의 공유야말로 인류의 지상과제다. 아이디어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지식을 제공하는 자에게 명예와 돈이 흘러가야 마땅하다. 서양의 발전은 학회와 논문과 특허와 저작권 덕에 가능했다. 서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에게 상응하는 권리와 대가를 주었다.
최적화된 의사결정구조를 갖추는 것이 정답이다. 뛰어난 자에게 권력이 가야 하며 뛰어난 자는 지식을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자에게 권력이 가야 하며 능력이 있는 자는 성과를 내놔야 한다. 지식이 집단과 공유되어야 한다. 그런 움직임이 구체화 될 수 있는 장이 학술단체이자 학회다.

학회의 사회적 기여
첫째, 진실구명이다. 진실을 구명하는 일은 사회의 기둥이다. 그리고 공유한다.
둘째, 기록과 평가다. 이는 시대적 임무이기도 하다.
셋째, 지구촌 지식의 연대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민중의 행동을 지원한다.

원전의 문제점으로 본 학술적 대응의 필요성
일본 중국 퇴행적 흐름
동아시아의 국제적 환경도 난관이 많다. 대만은 우리보다 선도적이지만 중국은 확장일로에 있고 일본은 방사능오염수 문제에다가 로카쇼무라 핵재처리를 강행할 움직임이 있다.
그런 가운데 본격 탈원전에의 국민적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학술적 진실에의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후퇴한 사례가 있다. 스웨덴이다. 이런 나라들은 기후위기와 전력난을 이유로 원전추진세력이 다시 득세해서 그 이전 탈원전정책을 선회한 바 있다. 이런 전철이 우리에게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대응노력이 필요하다.

원전관련학회 및 연구단체와 대응되는 탈핵에너지학회의 필요성
객관적인 능력으로 보면, ‘원자력’을 전공으로 하여 일생동안 연구하고 가르쳐온 교수들에 비해, 오로지 양심적 학자의 입장에서 접근한 각 분야 교수들이 방향은 옳을지라도 ‘원전’에 대한 지식의 깊이나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이들의 모임이 학술적으로 조직화 될 필요성은 제기되었지만 시기가 지연되어왔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운동과 움직임은 활발하였고, 대통령의 탈원전선언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유사사례 : 대한하천학회와 한국대학학회
4대강반대 투쟁 때 설립된 대한하천학회는 4대강 찬성세력인 매머드 학회가 있었고, 이에 대항하는 성격의 학술단체 조직의 필요성에 따라 학회가 창립되었다. 2009년 임의단체로 시작한 이후 경상남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전국단위의 학술단체로 창립하였다. 이후 활발한 학술활동을 통해 4대강사업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대학학회는 사학비리문제에 맞서 대학문제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대학의 운영과 역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학술적으로 다루는 일을 하고자 만든 단체이다.

선언을 뒷받침하는 학계 에너지의 결집이 필요
이들 학회와 마찬가지로 탈원전 관련 지식과 정보에 대해 학계에 요구되는 바를 대응해갈 수 있는 모임과 조직이 필요하다. 마치 ‘대못을 뺄 때는 힘을 지긋이 주어서 빼야한다’는 속담처럼 기존에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해온 사람들과 그 노력을 전환하자면 선언만으로는 반탄력이 커서 위태롭다. 선언을 뒷받침하는 학계 에너지의 결집이 필요하다.

“탈핵에너지’ 학제간 학회의 필요성
교수나 학자는 구슬 같은 존재. 개별적인 연구나 학술활동을 하지만 흩어져 있다. 물론 단독의 연구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공익적으로 뜻 깊은 기여를 하려면 대개 협업적 학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탈핵에너지 분야가 그렇다. 가령 이번에 발제하는 한규석교수의 ‘원전추종자들의 확증편향 심리’도 학제적 논의 속에서 부각된 주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조직화된 싱크탱크는 미국의 강점이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시스템을 포함하여 R&D부문이 발달한 미국에 비해 우리는 지식인들의 네트워킹이 미약한 편이다. 국책연구기관과 대기업부속연구기관 외에는 대학에서 개별적인 연구활동을 할 뿐이어서 결집능력이 낮은 편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학회를 통한 결집이다.

지금 한국은 원전분야의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정한 원전추종파의 학자들에 비해 탈원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탈원전에 동조하는 교수들은 수적으로 많지만 핵심역량이 부족하다. 개별적인 관련주제에 대하 관심은 있지만 전체적인 결집된 에너지는 부족한 편이다. 그런 가운데 사회적 합의라는 보편가치가 성립되었고 이와 관련된 학술적 지식에 대한 수요는 이미 발생해있다.

또 외국 탈원전과 공유하는 토대가 절실하다. 이는 개인이 할 수 없다. 탈원전의 움직임이 있는 국가의 정보뿐 아니라 기업, 지역, 단체 등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학회가 주장할 수 있는 주제의 예시
현실을 변혁시켜 탈원전 임무를 완수해가자면 다음과 같은 제안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시1) 산자부 마피아에 들어있는 에너지부문을 독립시키고 라이프스타일도 혁신하는 국가과제로 만들자
예시2) 원전이나 화력발전을 선호하는 중앙집중형금융을 분산형 그린금융으로
예시3) 10개 대학 원자력공학과들은 모두 원전안전및해체학과로

이런 주장이 가능할 수 있는 학술적 체제를 갖추는 일이 요긴하다.

학회의 3가지 핵심 업무

  1. 탈원전 관련 학술적 대응능력 제고와 국제연대를 지향
    1) 핵문제의 아시아솔루션에 대한 연구
    북한핵을 포함한 핵무기원료문제의의 국제적 연대를 기하도록 한다.
    2) 탈원전의 세계적 연대체의 초석
    각분야전문가들과 학술적 연대를 통한 대응을 해간다. 가령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작년 5월 서울에서 민변 및 원전오염수대책위에 의해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전문가 두 사람이 와서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안전해질 때까지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다. 방사선 양이 1000분의 1로 감쇠하는 123년간 대형탱크에 보관해두는 비용도 330억엔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베정권이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아도 대처할 수 있는 논리가 구축된 것이다.
    학회는 이런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고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일을 한다. 이런 패턴은 전승될 수 있고, 정보가 축적될 수 있고, 활용될 수 있다.

2. 친원전 학계 및 원전마피아의 준동에 대응하고 그들의 의도를 진실의 영역에서 좌절시킨다.
상기 도입부에서와 설명한 것과 같은 일을 진행한다.

3. 위험예방을 지원하고 버팀목이 된다.
출범과 동시에 학회부설로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를 둔다.
2022년에 모든 원전을 문 닫는 독일과는 달리, 한국은 ‘탈원전 선언’이 무색하게도 오랫동안 원전가동을 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루빨리 올스톱시키고 전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그때까지 만약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준비위가 출범한 지도 이제 반년이 지나고 있다. 학회 산하에 센터를 두고 원전현장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으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사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원전현장의 위험이나 부실공사나 관리 부재, 방사능 안전상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사안 : 울진원전 등 유사 원전의 증기발생기 위험, 원전노동자의 피폭, 불량변압기위험 등 영광원전들의 격납용기, 대전 원자력연구원 폐기물, 일본 방사능오염수
2) 원전인허가 및 한수원 및 원안위 내지는 관료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 사안 : 원전 건설허가 및 운영허가(운영변경허가 포함) 안전성평가 부실/불법행위, 한수원 비리사안, 전직 관료의 불법행위, 한수원 및 원안위의 불법행위
3) 언론사의 허위보도, 유튜브가짜뉴스, 유언비어 유포자 관련사안 : 조중동문 매경/한경의 허위과장와 유튜브의 가짜뉴스 등에의 대응

탈원전에 기여할 연구소를 학회에 둘 것을 중장기목표로 한다.
독일의 경우 4대 공적 연구기관(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츠)이 내놓은 연구와 민간 싱크탱크들은 시민사회를 탈원전으로 이끄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가령 민간싱크탱트의 하나인 에코연구소(Öko-Institut)는 연구보고서들을 차례차례 발간하였고, 이것이 80년대 이후 나온 다양한 싱크탱크들의 모델이 되었다.
국립/민립 연구소들의 역할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 한국의 경우 바로 이 부문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전문성이 있는 원전관련연구소는 원전마피아의 일부로만 기동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차후 학회의 역량이 모이면 탈원전연구소를 설립해서 전문연구자에 의한 지구촌 탈핵탈원전에 기여하도록 한다.

학회가 다루어야 할 연구의제의 분류와 해제

탈핵에너지학회의 연구의제를 위한 분류
그동안 이슈화된 문제는 크게 4가지 분야로 분류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음과 같이 소분류로 구분할 만하다. 이런 분류기준은 아직 정착되어 있지 않으므로 차츰 보완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 – 기후위기/재생가능에너지/에너지절약/에너지정책
위험예방 – 원전현장위험/방사능/지진/폐기물/원전해체/예방감시체제
탈원전사회 – 생명/윤리/핵마피아/위험사회/언론/주민/인권/정책및제도
국제연대 – 국제비교및연대/한반도비핵화/종교계역할
2012년 전국의 탈핵선언 교수들의 학과를 보면 거의 모든 학과에서 참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의 소분류 주제별로 대응이 가능하다. 각기 관련되는 주제별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논문/글/자료들을 체계화 시켜갈 만하다.

에너지전환
기후위기
에너지전환의 기본수요는 탈원전뿐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있다. 원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고, 논리를 정립하고 여론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재생가능에너지
세계적인 추세와 국내의 추세 가운데 지향해야할 과제를 도출한다. 독일 등 선진국의 재생가능에너지 증가의 추이를 분석하고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과 지구촌에 모델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분산형 경제효과 그리고 고용효과와 결부되는 흐름을 연구한다.

에너지절약
기후위기의 주된 대책인 에너지절약은 라이프스타일의 전환과 사회운영체제, 녹색금융부문의 활성화 등이 요구된다. 리모델링은 동네 자립형 경제에도 기여한다. 성장지향의 체제가 아닌 순환적 삶을 추구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에너지정책
화석연료를 벗어난 에너지경제체제를 국가단위에서 여하히 설계해갈 것인가? 가령 RPS와 FIT 등의 제도시행의 국내외 사례의 연구를 통해 국내의 비전을 세우는 일, 지구촌에 기여할 에너지 금융, 협동조합 등을 위시한 에너지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의 전략과 기법 그리고 관련 정책과 제도의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해간다.
전력수급과 그리드(전력망)기술의 변화와 시사점
지능형전력망의 확산으로 전력시장이 소수의 공급자가 전기를 파는 수직적 폐쇄적 구조가, 다수의 사업자와 소비자가 전기를 사고 파는 수평적 개방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한다.
에너지‘권력’으로서의 문제를 다루는 시각 : 참여형에너지 대 독점형에너지
‘권력’으로서의 에너지체재는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분산형이면서 주민참여형의 재생가능에너지는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
에너지전환이 어떻게 고용확대에 기여하고 있는가?
수많은 에너지전환협동조합은 어떻게 경제에 기여하고 있나?
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한 재원 조달에 조합원 출자금뿐 아니라 지역 협동조합 은행의 대출도 활발해졌다. 경제에 기여하는 지구촌의 모델이다.
에너지전환정책과 금융/행정/제도의 변화
에너지전환은행은 에너지효율화, 자연에너지, 에너지자립과 순환경제 실현에 관련된 모든 사업에 민간의 자금이 기여하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독일의 사례 등 많은 사례연구를 통해 국내 모델 그리고 지구촌 모델을 동시에 연구한다.
에너지자립도시 만들기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미리 에너지 수요를 조율하는 등의 에너지의 대폭적인 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도시공간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관련연구는 기후위기의 대책이기도 하다.

위험예방
원전현장위험
원전현장의 위험을 학술적으로 접근하고 공유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주제의 하나이지만 특유의 폐쇄적 은폐적 구조 때문에 위험상태의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제대로 발견하고 분석하고 경고하는 일에 대한 연구는 가장 무거우면서도 신속함을 요구한다. 현장의 누구나가 쉽게 위험을 제보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야말로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다.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

방사능
먹거리 먹이사슬에 대한 실증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조사되어야 할 주제다.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고 이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하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사고 뿐 아니라 방사능위험은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고 그 조사와 예방은 전국민의 관심사다.

지진
경주와 포항 등 큰 지진들에 대한 국내외 지진 전문가의 분석과 연구가 요긴하다. 지진에 대비한 대응시나리오연구도 동시에 필요하다.
지진에 관해서도 국제적인 정보협력과 재난관련 대응체제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폐기물
핵폐기장(사용후 핵연료)문제
핵폐기물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처 : 핵폐기장 건설 어떻게 되고 있나?
독일은 현재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케스크를 이용한 중간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는데, 현재 심지층 처분을 위한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핀란드(온칼로) 사례연구
지금 진행되고 있는 온칼로 사례에 대한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예방 및 감시 체제
교차감시의 룰을 연구한다. 지구촌 선진국들은 어떻게 독자적으로 원전위험과 방사능을 감시하고 있나? 원전사고 발생시 위기관리시스템과 재난구호대책은? 안전과 관련된 원전관련법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탈원전사회
생명
생명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다. 인류의 어떠한 조직이나 국가도 지구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지배할 권리가 없다. 특히 지구 파괴와 살생의 역사를 주도해 온 열강은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지구라는 생명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고와 체제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원전은 생명을 파괴하는 존재다. 그동안 국제연합(UN)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은 한계를 보여 왔다. 이제 생명공동체를 위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연대체가 필요하다. 추상적 선언에 그치지 않는, 구속력 있는 실행에 이르는 체제라야 한다. 그동안 맺어온 협약들도 생명 존엄을 근간으로 다시 정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윤리
핵폐기물은 후손에게 불침번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를 알고서도 ‘강요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아들딸들에게 그릇된 본이 되는 것이다. “너희도 자식들에게 그런 희생을 강요해도 된다”는 묵시적인 본보기다.
2011년 독일이 탈원전선언 할 때에도 17인의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하였다. 윤리의 문제는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에 대한 방안과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핵마피아
‘핵마피아 혹은 원전마피아’로 불리는 이익집단이 국제적으로 암약하고 있고, 국내는 공개적인 활동과 요구를 하고 있다. 이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내면의 심리적 문제, ‘확증편향’에 빠진 조폭과도 같은 그들에게 사회심리적 처방을 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사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에 대해서는 독일의 학계를 중심으로 이론적 제도적 연구가 진행되어온 바 있다. U. 벡, N. 루만과 같은 사회학자의 위험사회학의 이론적 성과가 있어왔고, 또 안전을 둘러싼 기본권 문제에 있어서 공법이론의 성과가 있어 왔다.
원전으로 인한 한국사회와 지구촌의 위험문제를 다루는 학적 체계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언론에의 대응
한국의 원전마피아는 언론권력을 매개로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독일과 싱가폴의 가짜뉴스처벌 제도 등 대응연구 혹은 사법적 판단에 의뢰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한다.

지역사회와 탈원전시민운동
한국의 최근 삼척원전부지해제결정은 시민운동의 성과다. 지구촌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어업인 피해, 한국의 방사능 피해소송 등 지역사회의 운동의 경위도 연구대상이다.
이처럼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거치면서 지구촌 시민운동의 양상과 여론은 어떻게 변화했나를 비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유형별로 도출되는 결론은, 원전이 소재하고 있거나 건설중인 40개국의 향후 탈원전운동에 기여할 것이다.
정치적 체제 속에 원전에 관련된 의사결정이 어떠한 구조를 보여왔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여하히 변화해왔는지를 규명하고 그 과정이 어떠하였는지를 대비해보는 일이 중요하다.

인권
원전은 인권의 사각지대다. 위험의 은폐에 의해 현장노동자의 인권은 피폐해져 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약자 그리고 하위노동자가 늘 먼저 희생된다. 우라늄채굴과정에서의 인권문제는 참혹한 수준이다.
지구촌전체의 광범위한 사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책 및 제도
독일의 칼카르판결 이후 기본권으로서의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에 대한 헌법적/법률적 연구가 요긴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일찍이 행한 ‘4대자유 연설’ (Four-Freedom-Speech)에서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한 바 있다. 개인은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청구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패하는 경우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기술상의 실험은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결합될 수 없다. 즉, 핵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생겨날 수 있는 위험은 인간에 의해 통제될 수 있고 지배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의 의무에 대한 법리적 정책적 연구가 요긴하다.

국제연대
국제비교 및 연대
유럽연합의 경우 EU영역 내에 존재하는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의무화하였는데 각 회원국의 핵발전소 운영자는 각 회원국의 담당기관의 검토를 받아 국가리포트를 준비한다. 국가리포트는 유럽핵발전안전규제그룹(European Nuclear Safety Regulator Group: ENSREG)의 통제아래 있다. 또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자 실시간 온라인 결정지원 시스템 (Real-time on-line decision support system: 이하 “RODOS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 입장에서의 지구촌의 원전안전체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독일과 대만 스위스 이태리 한국 등 탈원전 과정이 지구촌에 여하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세르비아와 같이 원전금지법을 만든 나라도 있다. 그 과정의 흐름을 통해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탈원전에의 길을 살펴본다. 그 중에서 지구촌이 모델로 삼아야 할 부분을 조명한다.
유럽의 녹색당은 어떻게 탈핵에 기여했나? 다른 나라에의 적용가능성은?
독일을 위시하여 유럽 녹색당의 기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의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은 주권자의 의사결정이 여하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탈원전의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 지구촌 여러 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북한핵과 한반도비핵화 그리고 조선인피폭자문제
지금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하더라도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한국’의 한쪽 동네가 여전히 플루토늄 원료를 생산한다면 북한 기술과 결합한 ‘핵폭탄의 가능성’이 의심받을 것이다. 남쪽의 탈원전은 ‘한반도 비핵화’의 전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원폭문제와 샌프란시스코조약 같은 문제도 아직 미결로 남아있다. 조선인 피폭자문제는 중요한 관건이다.
이와 관련된 체계적인 연구와 업데이트된 연구가 필요하다.
종교계는 탈원전에 어떻게 기여하였나
원전은 생명과 윤리에 반한다. 지구촌은 모두 종교가 있다. 한국과 독일은 종교계가 탈원전선언에 기여한 바가 크다.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을 설파하고 있고, 안전한 삶을 갈구하는 대중의 여망을 이해하고 있다. 많은 종교인이 그 실천적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종교계는 지구촌에서 민중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모인 곳이고, 이를 잘 활용해야 지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제는 UN에게만 맡기지 말고, 종교인이 연대하여 ‘지구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실천에 나서야 한다. 그 실천의 효과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가 요긴하다.

[제7차 학술회의]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 심리(한규석)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 심리

한 규석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사회심리학 전공

사람들이 지닌 안정적인 태도나 신념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확증편향이라는 심리기제가 의식 및 무의식 수준에서 작용하는 탓이다. 원자력 발전을 두고 친원전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 탈원전 혹은 반원전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의 대립이 팽팽하다. 서로 자기 진영을 지지하고 정당화시키며, 상대진영을 비난하고 궁색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증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대립하고 있는 찬핵론자와 탈핵론자의 진영논리를 성립시키는 심리적 기제로서 확증편향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찬핵론자들이 보이는 확증편향을 주요 영역별로 검토하고, 탈핵운동에 시사하는 점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 건 탈핵정책은 환경 분야와 시민 운동권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 방침은 기존의 원자력 생태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발과 저항을 직면하고 있다. 건설공사가 중단된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재개하느냐 아니면 건설을 중단하고 폐기하느냐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론화 위원회가 운영되어 시민투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의 교육과 숙의 및 투표가 이루어졌다. 한 달에 걸친 숙의와 교육과정에서 참여단은 건설재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양 진영의 전문가들의 홍보와 설득을 들어야 했고, 개인별로 최종 판단을 하였다. 양 진영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면서, 중립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반대진영의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펼쳤다. 참여자들은 참여 시점의 조사에서 건설재개 의견을 가진 사람(36.8%), 건설 중단 의견을 지닌 사람(27.6%),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35.6%)들로 대략 삼분되었다. 한 달의 숙의 기간 동안 4차례의 투표가 있었고, 마지막 투표에서 공사재개의 의견이 일차 조사보다 23%가 증가하고, 중단은 13%가 증가하였다. 이 숫자의 변화로 보면 공론화 초기에 확실한 의견을 지녔던 사람들은 숙의 과정에서 태도변화를 보인 사람은 적었고, 유보적 태도를 지닌 사람들(전체의 35.6%)이 한 달의 숙의 후에 공사재개(23%) 혹은 공산중단(13%) 쪽으로 태도를 바꾼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장기적인 원자력발전의 정책방향에 대한 투표 결과를 보면 1차에서 원전축소가 39.2%였으나 4차 투표에서는 53.2%로 증가하였고, 1차에서 12.9%였던 원전확대는 9.7%로 줄었으며, 31.1%이었던 원전유지는 35.5%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국민들은 장기적으로는 원전축소와 탈핵의 방향으로 가되 건설 중인 발전소의 중단이 현실 경제에 끼칠 수 있는 과중한 부담을 꺼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은 사회생활하면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쟁점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하여(accuracy goal) 정확한 정보들을 수집 파악하고자 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와 준거(중요한 소속 집단이 지니거나, 자신이 살면서 지켜왔던 것들)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동기(partisan goal)를 지니고 있다(Kruglanski & Webster, 1996). 특히 후자의 동기 탓에 흔히 이성적 사유가 그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쟁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증거와 주장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 태도, 소속 등에 의해서 지니게 된 입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인지(認知)는 냉정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인지, 즉 동기화된 인지의 영역이다(Kunda, 1990). 소수자 권익보호에 대하여 우호적인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수자 운동에 우호적인 내용의 글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제시하고 처리하는 양상을 본 결과, 태도가 어느 쪽으로든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자기입장에 우호적인 정보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설득력이 강한 것으로 여기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더불어 반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는 내용에 대해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부인편향(disconfirmation bias)이 동시에 나타났다(Taber & Lodge, 2006). 소수자 권인보호에 대하여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립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보를 균형있게 처리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쟁점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정보처리를 신중하게 하지 않는 탓이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평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입견이나 선호, 이익추구/손실회피를 정당화하거나 지지해 주는 정보를 주로 수집하고, 자신과 대립하는 입장이나 태도가 정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거나 강화시키는 추론의 양상이다(Nickerson, 1998).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에 접해서 갖고 있는 이론을 변경시키기 보다는 갖고 있는 신념에 맞추어서 새로운 사실을 소화해 내는 경향이 강하다. 이 확증편향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과정에서 널리 작용하는 가장 잘 알려진 추론양상이기도 하다(Evans, 1989).
사람들이 확증편향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지닌 중요한 태도나 신념에서 인지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한 탓이다. 자신이 지닌 신념과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접하거나 행동을 취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인지부조화라고 일컫는 이런 불편감을 해소하고자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거나 지니고 있던 생각을 바꾼다(Festinger, 1957). 원자력 찬양론자가 원자력 발전이 초래하는 불공정성의 사회문제를 인식하게 되면서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며, 탈핵론자로 변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매번 신중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선별하는 지름길 방략들을 오랜 진화의 세월동안 발전시켜왔고, 그 방략들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확증편향인 것이다.
확증편향은 복잡한 정보들에 휩쓸려 판단을 못하거나 오락가락하게 되는 것을 막아준다. 신념을 지닌 사람은 신념과 관련해서 판단이 어려운 애매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 한국원전의 안전성이 최고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방호돔에 공극이 발견된 기사를 보면서 원전의 안전성과는 무관한 시공상의 문제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들 수 있다. 확증편향 탓에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신념을 보호하고, 신념의 근거가 취약한 경우에도 강한 신념을 지닌 것으로 여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신념에 대한 강한 믿음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정당성(과신)을 갖게 만들며, 이런 자신감이 타인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확증편향에 취약한 온라인 환경
오늘날에는 온라인 환경이 생활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이 환경에서 정보가 퍼지고 소비되는 양상은 이전 시대와 다르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와 구별하기 어려워 뉴스 보도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팩트체크가 인기있는 코너로 자리잡았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이를 믿고, 퍼날르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환경에서 확증편향은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에 확증편향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지하다 시피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로 구미 선진국들을 넘어서 있고, 빠르고 저렴한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나 제공되고 있다. 2018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국인 2010명을 포함한 37개국의 7만4천명의 뉴스 소비 현황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서 뉴스를 접하는 주된 미디어를 하나만 택하게 했을 때 디지털 미디어 48%, TV 45%, 신문 4%로 나타남을 보였다(신재현, 2019).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도 37%로 나타나며, 널리 쓰이는 포탈을 이용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뉴스를 선택할 때 제목이나 언론사 이름 보다는 그 뉴스에 달린 댓글이나 ‘좋아요’ 숫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방향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본인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보이는 양상은 적게 나타나고 있어, 소수의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뉴스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뉴스를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에 25%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37개국 중 가장 낮았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사람들도 인지하는 것이라 보인다.
온라인 매체의 뉴스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기 위하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자극적인 제목과 영상을 사용한다. 이런 기사의 선택에서 사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지닌 태도와 생각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온라인 환경에는 손가락 하나로 접할 수 있는 기사들 및 연결된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있는 정보들만을 접할 수 있도록 창구를 제한하기도 한다(Iyengar & Hahn, 2009). 이렇게 창구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활용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관심이 있는 것들만 보고, 관심이 없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접하지 못하는 “걸러진 거품”(“filter bubble”; Pariser, 2011) 속에 갇히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없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접하면서 스스로의 이념적 성향만 자신도 모르게 강화받는 것이다. 파리저는 이 걸러진 거품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념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다른 정치 성향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접하고 토론할 기회를 없애므로 사회를 이념적으로 갈라놓아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Pariser, 2011). 실제로 국내에서도 보수 유튜브 방송과 진보 유튜브 방송이 성장하면서 이를 통한 사회의 양극화와 가짜 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였다(김찬중, 2019; 마정미, 2020; 송해엽, 2019).
원자력발전은 쟁점이 많고 복잡한 탓에 자기의 신념에 부합하는 것과 모순되는 것들이 공존하게 마련이라서, 모순되는 것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고, 신념에 부합하는 것을 챙기고, 모호한 것들은 신념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기는 확증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확증편향의 작용 양상: 선택적 노출, 왜곡, 무시
확증편향은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확증편향이 자신의 생각이나 가설이 맞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관련증거를 탐색하고, 증거를 해석함에서 나타나는 선택적 편향으로 의식적이기도 하지만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암묵적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즉 스스로가 편향된 방향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한다고 여기지 않지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무의식적 기제라고 본다(Nickerson, 1998).

선택적 노출: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의 선택행위를 본 연구들은 사람들의 정치적 당파성(공화당 혹은 민주당)에 따라서 자기 당파성에 부응하는 뉴스를 수용하고, 반대되는 뉴스를 회피하는 양상을 보인다(Iyengar & Hahn, 2009). 많은 연구들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선택적 노출은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선택적 회피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Garret, 2009; Weeks, Ksiazek, and Holbert, 2016). 즉 자기 취향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기사를 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되는 기사를 모두 회피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Knobloch-Westerwick & Meng, 2009; Garrett & Stroud, 2014). 뉴스를 제공하는 채널이 내 정치적 취향과 맞느냐의 문제이기 보다 해당 주제가 얼마나 나의 관심과 관련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Mumolo, 2016).

정보의 왜곡된 해석과 무시: 앞에서 살폈듯이 최근의 연구들은 사람들에게서 선택적 노출은 강하지만, 선택적 회피 경향은 강하지 않음을 보여 정보처리의 수집단계에서 편식이 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부합하는 정보처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왜곡하거나 특정 면을 부풀리거나, 무시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만이 그동안 추진했던 탈핵정책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었다. 실상은 2017년 8월 대규모 정전을 겪고서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전기사업법 95조 1항의 폐지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진행했고, 투표한 유권자의 59.5%가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만정부는 2025년의 시기에 대하여 물은 것이지, 탈핵정책방향을 물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조선비즈, 2019. 6.2). 찬핵진영에서는 탈핵정책이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 사실 관계를 왜곡하여 보도한 것이다.
2019년 말 한수원 이사회는 수명을 연장하여 2022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승인이 난 월성1호기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찬핵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초래한 잘못 된 결정이라며, 수명연장을 위해 설비보강으로 투입된 7천억의 공사비가 낭비되고, 멀쩡한 원전을 폐쇄하므로 전기료 인상과 원전산업의 붕괴가 초래된다는 보도를 하였다(조선비즈, 2019.12.24.). 한편 탈핵진영에서는 2012년 월성1호기의 수명이 연장된 이후 가동에서 안전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안전 유지를 위한 설비 보강 등으로 발전소 이용율이 떨어지고, 손실이 커져, 경제성도 악화되어 발전단가가 전력 판매단가보다 2배 이상 비싸, 운영할수록 적자가 1천억원 이상 누적 된다며, 조기 폐쇄가 당연한 결정이라는 보도를 하였다(한겨레, 2019, 12.25). 월성1호기 폐쇄라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두 가지 보도내용은 사뭇 다르다. 탈핵진영의 보도는 독자들이 결정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 보다는 입장을 합리화시키는 형태로 관련된 내용을 무시한 찬핵진영의 보도가 대조된다.

찬핵/탈핵 진영이 대립하는 영역과 그 근거
원자력 산업 정책은 경제적인 효용성과 환경적인 위험성, 사회정의 문제 등이 서로 갈등하며 공존하는 매우 복잡한 성격의 국가적 과제이다. 그래서 정책의 도입과 유지 과정에서 도입과 폐지, 축소 또는 확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정권의 지지기반이 지역 및 계층에 따라 다르고, 방침의 채택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다르며, 대부분의 사안에 대한 주장이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그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논리 보다는 진영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각 진영은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주장을 펴며, 그 주장을 지지해 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점에서 어느 진영이나 할 것 없이 확증편향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탈핵/찬핵의 사안이 지닌 쟁점은 다양하다. 주요 쟁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찬반의 준거가 달리 적용될 수 있으며, 이 점에서도 확증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양쪽이 제시하는 주요 주장의 내용을 주요 문제영역별로 간략히 표 1에 제시해 보겠다.

상기한 각 영역에서 탈핵론자와 찬핵론자들은 나름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를 끌어올 수 있다. 양 측 모두 그런 판단과정에서 확증편향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글에서는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을 위주로 짚어 보겠다. 탈핵론자들도 확증편향의 양상을 당연히 보이지만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식 무의식적 동기에서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찬핵론자들의 주장을 살펴 보겠다. 이 자료집을 택한 이유는 탈핵론과 찬핵론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으로 심각하게 대립하였고, 한 달여의 숙의기간 동안 양 진영은 최선을 다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원전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보며, 신고리 5 6호기에 국한되는 것을 빼겠다.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의 사례와 문제점

찬핵론자들은 원자력 발전이 한국과 같이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에 최상이며, 지구온난화에 대비하여 화석연료 발전이 내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현실적 대책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확증편향은 이러한 믿음을 지지하고 강화시키는 증거나 논리는 즉각 받아들이고, 이 믿음을 부정하고 의문시하는 증거나 논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접하더라도 왜곡하거나, 무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찬핵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청정 에너지 문제: 과연 원전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인가? 청와대에 올려진 ‘원전 재가동!’ 청원에서 익명의 게재자는 “원전은 미세먼지도 안 만들고 온실가스도 가장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에너지2)”라며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에서 원전이 없다면 많은 돈을 들여 자원을 수입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며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는 이 내용은 사실 지난 2년전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다시 불거지며, 찬핵론자들의 중요한 지지논리가 되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의 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만들어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은 2018년 인천에서 48차 총회를 열고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로 규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탄소배출을 2030년에는 2010년 배출량의 45%로, 2050년에는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2도 상승에 비해서 1.5도 상승이 그나마 지구에 주는 충격이 견딜만한 정도라고 분석되었기에 목표를 그렇게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찬핵론자들은 원자력발전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며, 경제적인 발전 형태라며 탈핵에서 벗어나 원전의 증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IPCC 에서 채택한 합의문에는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참여국간의 논란은 상당기간 있어왔다(김현우, 2020; 이헌석, 2020). 핵발전을 옹호하는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등에서는 핵발전을 청정개발체제(CDM: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사업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나타나는 경우에 그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에 포함시키기를 주장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과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며 논쟁을 벌여왔다. 온실가스가 낮게 배출되는 점 외에 엄청난 안전사고의 가능성,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 등이 얽혀 핵발전을 권장하거나 수용하는 문구가 IPCC의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탄소배출에 대하여 여러 나라에서 영문으로 출간된 연구물 19개(전세계 103개의 관련 논문을 검토하여 선별함)를 면밀히 검토한 연구(Sovacool, 2008)는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4~288g/kWh(평균 66g)로 석탄(960~1050g)이나 천연가스(443g) 보다는 낮지만 풍력발전(9~10g)이나 태양광(32g) 보다 높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원전 운영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우라늄의 채굴, 정련, 운반, 사용,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보다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문광주, 2016). 그러나 찬핵론자들은 핵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제반 과정들을 무시하고, 핵연료를 태우는 실제 발전 과정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갖고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라고 제시하는 것이다.

경제성 문제: 과연 원전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인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보면 원전은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하게 나와 있다. 키로와트당 석탄이 60원, 가스 147원, 신재생 221원인데 비해 원자력은 50원이다. 더욱이 이 발전단가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용, 원전해체 비용, 연구개발기금, 발전소 지역지원 사업비 등의 사회적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 처리비용(220조원)을 반영한다고 해도 발전원가는 11원/kWh 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향후에도 원전 운영단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발전양이 늘어나면 더 낮아 질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탈핵진영에서는 이런 발전단가의 산정 기준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처리장을 짓기는 커녕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선정을 위한 활성단층의 지도조차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핵폐기물 처리 및 관리 비용이 어떻게 산정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처리 비용은 초기에 220조원으로 집계되었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민간연구기관은 정부추계보다 3.7배인 826조원이 될 것이라는 추산을 하고 있다(매일경제, 2019.3.22.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03/174318/).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새롭게 드러나는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설비투자가 증가하여 원전의 발전단가는 자연스럽게 인상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높아지면서 단가는 떨어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따르면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2012년 키로와트당 39원에서 2016년 68원으로 증가하였고,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에 같은 기간에 각기 171원과 175원에서 77원과 83원으로 감소하였다(65쪽).
2020년 국내에서 원전건설의 주된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를 맞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찬핵 성향의 교수 255인으로 구성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성명서를 내어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가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경영진의 오판 때문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을 억지라며. 중단된 신한울 3ㆍ4호기의 공사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탈핵진영의 분석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적자를 보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원전 사업은 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며, 탈핵정책이 아니라면 2022년에 수주하게 될 원전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현재 맞게 된 경영위기와 연관지어 말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더스쿠프, 2020, 3.25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732).

안전성 문제: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나?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집>을 보면 찬핵론자들은 “사용후핵연료는 철저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28쪽).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29쪽)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핵발전소를 가동해왔지만, 아직 우리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분장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관리해야할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문제거리로 남아있다.3) 지난 정부에서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해 건식 임시저장시설(멕스터)을 핵발전소 부지별로 건설하겠다고 했고, 그에 따라 폐기물 포화상태가 임박한 월성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금년에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쳤다(탈핵신문, 2020, 5. 12).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론화 시민참여단을 구성해서 전국공론화와 지역공론화를 거쳐 방침을 확정하겠다며 추진 중이지만(용석록, 2020) 해결책이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원전 24기 중 75퍼센트인 18기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중저준위핵폐기물 저장소가 원전과 함께 있는 경주ㆍ월성지역은 2016년에 국내에서 지진 관측사상 최고 강도(규모 5.8)의 지진이 수차례 발생하였다. 저장소 유치 결정이 난 2005년에 지질학적 안전성보다 지역주민의 선호가 우선시 되었기에 경주에 저장소가 설치되었으나 지질학적으로 적합하지 못한 지역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012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연구보고서를 제작하였으나,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용석록, 2016). 이것이 공개되지 않고 폐기된 후에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이 이루어지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허가 되었다. 실제 국내에는 전국토에 대한 활성단층대 파악이 되어 있지 못하다. 향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진평가를 새롭게 실시해야 하며, 내진설계 역시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월성 2~4호기처럼 근본적으로 내진설계 강화가 불가능한 안전성 미달의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찬핵론자들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편익만 생각했지 이로 인해 발생할 지도 모를 대규모 재난의 사회적 비용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이 오랫동안 진통을 겪고 있지만 해결책이 안 보인다. 국내에는 1978년 이후 원전발전으로 쌓인 핵폐기물이 1만6천톤이나 있지만 처리방법이나 처리장소가 확보되지 않아 각 발전소의 수조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다. 이나마 곧 포화상태에 달한다(월성원전의 경우 2021년에는 포화 예상됨).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 처리하는 방침이 세워졌지만, 실제 선정과정에서 후보지역에 활성단층이 발견되거나 지역주민들이 유치를 반대하여 안면도(1991년), 굴업도(1995년), 부안(2003년)에서 부지 선정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분리하여 그 처리장을 경주에 설치하여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지질학적 안전성 보다는 지역 주민의 수용도가 처리장 유치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주 부지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대비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전국토의 활성단층 파악이 안되어 있으며, 유치하려는 지역도 없다는 점이다.4)
한수원은 2012년 30년 수명이 종료되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 정비를 한 후의 안전성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국제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중앙일보, 2012.6.7.), 국제원자력기구는 30년 수명이 종료된 원자로의 수명연장을 위한 점검은 교체된 부품이 아니라 원래 부품을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등 월성1호기의 안정성이 국제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한겨레, 2013.4.8.).

사회정의(正義)와 윤리 문제: 찬핵론자들이 외면 혹은 무시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짚어보자. 우선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원자력 안전의 심각한 결함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원자력 발전에 의해 혜택을 받는 사람과 고통을 받는 사람이 다르다면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원전은 두 가지 면에서 사회정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지역간 불공정의 문제이다. 원전이 준다는 다양한 혜택(값싼 전력, 청정 에너지 등)의 주된 수혜자는 산업계와 도시 지역 사람들이지만, 대도시 수요 지역으로의 송전과 핵폐기물 처리에서 수반되는 위험부담은 온전히 발전소 및 폐기장 지역의 거주인들의 몫이다. 밀양송전탑 건설을 둘러 싼 오랜 시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하나는 세대간 불공정의 문제이다. 원전의 혜택은 현 세대가 보고, 폐기물 처리의 부담과 위험을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에게 지우는 데서 오는 불공정의 문제이다. 찬핵론자들은 핵폐기물 처리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함구하거나 앞에서 보았듯이 마치 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 없이 미봉책으로 대처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부담은 발전소 지역과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폐기물 처리에 걸리는 10만년 이라는 긴 시간을 우리가 진정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시급한 당면문제로 부각되면서 생활윤리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노희정, 2018; Bhaskar, Næss, & Høyer, 2012). 지구온난화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자연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 인간이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생활을 이백년 동안 추구해 온 결과로 초래된 것이라는 인식이 소구력을 얻고 있다(리프킨, 2020). 국내의 찬핵론자들의 글을 묶어 2017년 출판된 “탈핵 비판”(이정훈 외 지음. 글마당 출판)에서 열렬한 찬핵론자 한 분은 “환경이 에너지를 지배하는 것이 좋은 세상인가?”라고 물으며, 인간이라는 주체를 둘러싼 객체인 환경이 인간을 결정하는 것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김현우, 2017에서 재인용).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대체물로 쓰라고 준 선물이 원자력 발전이라고 말한다(미디어오늘, 2019.11.4. http://www.mediatoday.co.kr). 과연 이런 인식이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원전은 어쩌면 싼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인간의 욕망 충족을 더욱 부채질한 면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료는 키로와트당 8.3원 꼴로 OECD 평균의 절반가격이며 28개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싸다. 가장 전기료가 비싼 덴마크는 33원으로 한국의 4배 이며, 독일은 한국의 세배가 넘는다. 2000년 이후 18년간 전기요금이 한국에서는 50% 증가하였지만, 28개국의 평균 증가율은 131% 이었다. 2017년 기준 일인당 전기 사용량은 한국이 10.7 메가와트로, 프랑스 7.2, 독일 7.0, 일본 8.1 보다 높고, 미국 12.6보다 조금 낮다(연합뉴스, 2019.10.27). 환경을 지배하는 존재라는 인간위주의 윤리의식에서 벗어나 환경 속의 존재일 뿐이라는 생태윤리를 수용하지 않고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무리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그 개방성과 접근성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에 사람들은 환호하였다. 그러나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세력과 파당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듣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싫어하거나 도전적인 정보들에 차폐막을 치면서 자신들을 고립된 “메아리방”에서 생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Sunstein, 2001). 더욱이 취향에 맞는 것만을 전달해 주는 알고리즘의 활용 탓에 사람들은 이제 “걸러진 거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Pariser, 2011). 진화의 긴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획득한 확증편향이 작용하여 이 거품의 문제를 자각하기 어렵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면서 구사하는 확증편향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아울러 태도/신념의 극화 현상을 초래하면서 진영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확증편향의 작용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무지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어 더욱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구를 강타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으며, 실직의 고통, 가택연금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전에 누렸던 평범한 일상을 동경하게 되었고,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염병의 발생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망각하거나 모르고 살던 사람들에게 “이래도 모르겠냐?!”는 깨침을 촉구하고 있다.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고,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명령이다. 이전이란 산업화 시대와 후기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를 포함한 코로나19 이전까지의 시대이다. 많은 학자들은 오늘날의 시대가 소위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리울 수 있다며 경고한다(Crutzen & Stoermer, 2000).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아주 미미한 시간대에 불과하지만 인류세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 하였다. 인류세 시대에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여기며 마음 내키는대로 이용하고, 변용하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정신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 효율과 경제학적 가치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현시대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탈핵운동은 그 전환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

각주
1) 오시마 교수는 “원전이 사고가 나지 않고 무사히 40∼60년 뒤 가동이 종료되더라도 폐로와 핵연료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은 초장기적으로 발생한다”며 “그런데도 원전이 싸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런 ‘백 엔드’(후처리) 비용이 감춰져 있고, 해당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52924.html#csidxcc40480da6d67bfa0577f8a055cf727
2)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서 찬핵론자들은 IPCC 의 2014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 820, 천연가스 490, 태양광 48, 원자력 12g/kWh라고 제시하고 있다.
3) 탈핵진영의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에 사는 것에 비유한다. 원자력발전을 위해 우라늄을 핵연료로 만들어 사용하고 난 사용후핵연료는 매우 강한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되어야 한다.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의 위험도가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십만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동안 안전한 지역에 밀봉 처리하여 보관해야 한다. 핀란드는 이 폐기물을 활성단층이 없는 지하 500미터에 보관한다는 공사를 벌이고 있음.
4)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근영(2017)을 참고바람.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84269.html)
5) 밀양송전탑의 경과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위해 환경운동연합(2013. http://kfem.or.kr/?p=6630)을 참고바람.
6) https://www.yna.co.kr/view/AKR20191026042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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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준위 핵폐기물, 이것이 딜레마다(시대 제70호)

고준위 핵폐기물, 이것이 딜레마다

박혜령 반핵지구인행동 회원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선명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운동은 어려워진다. 피아의 명확한 구분이 애매해지고 무엇이 다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고준위高準位 핵폐기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부인지에 대해 판단이 다르거나, 탈핵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표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사실 탈핵의 정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의 성격이 ‘찬핵’이라는 명확한 선이 존재했고, 그 반면 정권을 잡고자 하는 야권 정치인 문재인은 ‘탈핵’을 구현할 의지가 있는 인물로 간주됐다. 사실 이때부터 혼란은 시작되었다.

과연 얼마만큼 해야 탈핵인 건가? 오늘 당장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영구 정지를 선언하면 탈핵인가? 핵 마피아들이 득실대는 체제에서 완전한 탈핵이 쉽지 않으니 신규 핵발전소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문재인 정부 정도면 그나마 상대적으로 탈핵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확실한 생각이 없으면,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확한 메시지를 마련할 수 없다. 신고리5, 6호기 공론화 때와 마찬가지의 우를 범하고 있다. 정확한 자기 메시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초기 대응의 첫 단추는 여지없이 잘못 끼웠다. 하다보니 그리된 것이 아니다.

핵폐기물 이제 그만? 언제까지 그만?
임시 저장고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이제 그만?

그렇다면 이야기해 보자. 2017년 당시 고준위 핵폐기물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산업부의 발표에 8월경부터 시작된 각 현안 지역과 시민단체와의 논의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를. 임시 저장은 애초에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선명했다면, 고준위재검토준비단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논의에 임하거나 합의하는 내용과 과정이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기존의 환경 단체를 비롯한 일부 현안 지역에서도 탈핵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그 내용의 구체화를 위한 논의가 적극적이지 않았다.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런 논의를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도록 주도적 역할을 자임해 온 단체들의 의도가 다분히 있었다고 본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딜레마는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해법 없는 문제가 아니라, 고준위 핵폐기물을 더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큰 줄기의 내용은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의 자기 메시지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다. 무엇이 탈핵인가라는 질문에 선명한 답을 우리 안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딜레마다. 이제라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반핵운동이 더 길을 잃기 전에.

딜레마 1. 뾰족한 수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

고준위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보관하여 안전하게 자연 상태로 되돌릴 기술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핵발전을 선택한 나라들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곳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없다. 현재 유일하게 핀란드가 고준위 핵폐기물 심지층 처분장을 건설중이다. 부지를 선정하고 심지층 방식이 거론되던 스웨덴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 심지층 처분 방식은 구리 원통이 부식될 수 있으며 방사선 누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부지 선정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고 이를 충분히 보장하는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기술적 안전성이 아니라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공론화였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현재 월성핵발전소에서 추가 증설하려는 맥스터가 사실상 핵발전소 부지의 지상 중간 저장 시설로 분류될 수 있다. 단기적인 조치이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테러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의 위험 등을 생각하면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 발전소 내의 수조에 저장하는 그야말로 임시 저장을 비롯해 제3의 부지나 발전소 부지 내의 중간 저장, 아니면 영구 봉인하는 최종 처분까지 기술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고 안전성 확보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이것은 핵발전소 가동을 시작할 때부터 예상한 문제였으나 우선 가동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결정이 낳은 참사다.

딜레마 2. 이해 당사자의 문제

우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수십 년간 공론화를 진행해 모범적인 사례로 알려진 이 나라들에서도 내막을 알고 보면 근본적인 안전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이 지구상에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술이 없다. 아무리 잘난 스웨덴이라도, 아무리 잘난 핀란드라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이해 당사자가 아무리 참여한들 없는 기술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완전한 안전성 담보보다 정치적,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장 수용성 높은 지역이 선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해 당사자 참여는 오히려 공론화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 너무도 빤하다. 그러니 지역의 이해 당사자나 환경 단체가 참여하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때 고려할 바가 아니었다.

딜레마 3. 신고리5, 6호기 공론화의 뼈아픈 경험에도 변하지 않는 단체들

또 한 가지. 이해 당사자 문제의 딜레마는 이해 당사자 문제를 산업부나 정부가 운동 진영과는 달리 해석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주민들의 참여와 설득력을 확보하면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 당사자로는 우선 선거로 대표성이 확보된 지자체 행정부와 의회가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도 몇 갈래로 입장과 의견이 나뉜다. 무엇보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의 주민들도 하나의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핵의 문제를 거론하고 핵폐기물 문제의 본질을 공론화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은 시스템 안에 흡수되고 무력화될 가능성이 매우 많다. 합리성을 가장한 의견의 무력화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10만 년 이상을 보아야 하는 이 문제가 어떻게 갈음되고 대체되었는가? 재검토준비단에 들어가 공론의 틀을 마련하고 의견을 개진하겠다던 시민사회단체의 오만을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중립 인사 15인으로 재검토위원회를 졸속으로 구성하는 명분을 주었고, 이 재검토 준비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집념과 열정으로 똑같은 우를 범하게 되었다. 이들은 반성과 평가는커녕 산업부 탓만 하며 규탄 집회를 재검토위원회 출범 당일에 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정부는 이런 이들을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협상의 대상이 되는 거겠지만.

딜레마 4. 산업으로서 핵, 생존을 위협하는 핵

최근 창원 시민들은 핵발전소 부품 회사가 많은 지역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결정하여 지역 경제가 위축되어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다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여론을 앞세우고 있다. 한편 경주 나아리 이주대책위는 4년 동안 핵발전소 인근에 살면서 피폭된 상황을 증언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의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상반된 이유로 생존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떤 생존권을 선택하고, 그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어떤 공동체성을 발휘해야 할 것인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문제다. 과연 이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정확한 노선을 공표할 만큼 명확한 입장과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딜레마 5. 처분 장소 문제로 협소화될 가능성이 큰, 시작부터 어긋난 공론화

한국은 사실 1983년부터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해 정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하지만 매번 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과 반대로무산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발전소와는 달리 쓰레기장이라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안을 보류하고 재검토한다는 계획이고, 최근 ‘사용후핵연료관리계획재검토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산업부의 말과는 달리 6개월이냐 12개월이냐의 턱없이 짧은 재검토 기간이 우선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난무하는 임시 저장 시설 포화에 대한 우려와 우선 임시 저장 시설의 추가 건설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전력 대란의 우려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데올로기의 집중포화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산업부와 정부는 짐짓 싫지 않은 듯 방치하고 있다. 신고리5, 6기 공론화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가장한 여론의 존중은 임시 저장 시설을 먼저 추가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결국 재검토는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국민적 반감 없이 저장 시설을 증설하고 핵발전을 확대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이고 결과다.

딜레마 6. 운동의 목표와 현실화 과정을 혼동하는 착각

시민단체나 정당이 작동하는 원리가 매우 정치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순식간에 변하는 입장과 방식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탈핵의 정의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문제다. ‘지금 당장 탈핵하자’라는 구호를 서슴없이 외치지만,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탈핵을 생각한다면 재검토준비단에 들어가거나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논의에 참여하여 대응하겠다는 결정에 신중해야 했을 것이다.

신고리5, 6호기 공론화가 거론되는 즉시 정부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을 것이다. 당장에 공약 파기라고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에둘러 표현하는 언어를 찾자고 입장문을 내는 것 자체가 무산될 정도로 힘들어하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재검토준비단을 마치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는 산업부를 두고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가 기자회견 한 번 없이 재검토위원회에 위원으로 들어가는 문제를 마지막까지 ‘밀당’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핵을 반대하는 운동은 구호가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이것이 정책을 결정하는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는 순간, 운동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영광에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반대하면서 “반전 반핵 양키 고 홈”으로 집중했던 그 운동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고 변화의 본질적인 원천이고 힘임을 잊지 말자.

딜레마 7. 그래서 시민단체와 녹색당은 운동의 원칙을 견지할 수 있는 집단인가

반자본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녹색당이나 소위 전문가 그룹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그래서 지금과 같이 수구 보수 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정권이 들어서면 포지션이 순식간에 달라진다. 어제의 동지가 정부의 인사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고, 그리하여 그들은 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도모하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집단으로 기능한다.

핵발전을 반대한다는 캠페인과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나 규탄이 있지만, 끊임없이 협력과 협상의 가능성을 도모한다.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도모한다. 당연히 현실적인 단계를 만들어 가는 역할의 유의미성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그 역할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체할 다른 산업을 고민하고 마련하는 주체로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고, 또 정부도 이들의 협력을 요구하여 협력 관계로 일정하게 기능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운동이 아니다. 이것은 운동의 변질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이것은 운동의 힘을 약화시키고 대중에게 혼란을 준다. 무언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운동이 아니라 정치적 역할로 변화와 전환이 가능할 것 같은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단적인 사례가 신고리5, 6호기 공론화였다. 후퇴한 운동의 복원이 얼마나 힘든지는 중저준위 핵폐기장 선정 과정에서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는가. 절차적 명분을 내준 결과는 지역운동과 대중운동의 약화였고, 후쿠시마 핵사고가 없었다면 한국의 핵 르네상스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언제까지 우매한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딜레마 중의 딜레마, 반핵운동의 구호와 내용은 무엇인가

기술도 없고 해법도 없고 대책도 없이 양산된 고준위 핵폐기물은 죄 없는 미래의 후대들이 짊어질 짐이고 책임이 되었다. 현재 우리에게 이 문제를 책임 있게 결정할 자격이 있는가. 최소 10만 년의 시간을 책임지고 결정할 자격이 있는지 깊이 회의해야 할 일이다.

먼저, 근본적인 운동을 이어갈 주체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정부와 협상할 단체나 정당과 분리된 운동 주체가 다시 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운동이 어떤 메시지로 대중과 만나고 그들이 변화의 주역이 되도록 도모해야 하는지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지향, 이것은 그저 바람에 휘날릴 깃발일 수만은 없다. 우리의 심장에서, 우리의 발끝에서, 우리의 어깨에서 발현되고 깊어져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최악의 딜레마.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멈추자고 말해야 한다.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핵 폐기라고 말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의 핵무기만이 아님을, 남한의 핵발전이 평화의 탈을 쓴 더 위협적인 존재임을 지속적으로 설파하고 조직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체에너지와 연결된 운동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핵은 에너지 문제가 아니며, 전쟁 무기와 제국주의의 산물이고 상징이며, 이것이 에너지의 탈을 쓰고 존속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반핵운동은 반제국주의 운동이며 반전평화운동이어야 한다. 핵발전은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미명하에 존속된 핵무기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운동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핵무기의 즉각적인 폐기와 함께 핵발전의 즉각적인 폐기와 폐쇄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진실은 대중을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도구다. 가장 대중적인 운동은 가감 없는 진실로 얻어지며 강해진다.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의 해법은 핵의 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경제성, 전력 수급 안정화 등을 핑계로 강행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하며, 조속한 폐쇄를 법제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핵의 평화적 이용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고, 핵발전과 핵무기의 전면적인 파기를 위한 특별 기구를 상설화해야 한다. 핵 수출을 중단하고, 전 지구의 비핵화에 기여해야 한다. 미제국주의의 핵 무력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한의 자립과 공존을 위해 주체적인 국가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강정이, 소성리가, 핵 현안 지역의 미래를 말할 수 있다.

다 함께 외치자. 조건 없이.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