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원전 출력감발 여력 빠듯…이대로가면 정지 불가피(이상복 기자)

원전 출력감발 여력 빠듯…이대로가면 정지 불가피

이상복 기자

2023.04.24


전체 원전 22기 중 12기 4~5월 감발 불가
전문가 “국내 원전 부하추종 어렵고 위험”

▲국내 원전 호기별 출력 감발 여력(감소 가능일). 핵연료 교체주기가 다르다보니 노심연소율도 제각각이며, 그에 따른 감발 여력도 다르다. 출력감발 필요성이 가장 높아지는 4~5월 22기 중 12기 감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출력감발 여력이 소진돼 정지가 불가피한 원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투뉴스] 호남지역 일부 원전이 태양광발전 증가와 일대 송전제약으로 임의 출력감발 운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전들이 다음 핵연료 교체 때까지 감발할 수 있는 날(감발여력)이 호기별로 9~18일에 불과, 이를 소진한 원전은 정지가 불가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 운영 원전 22기 중 12기는 정비나 핵연료(노심) 연소율(60%) 초과 문제로 4~5월 감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이투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력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빈번해진 원전 출력감발 운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담긴 원전 호기별 출력감발 여력 자료를 주고받았다. 각 원전의 최근 노심 교체일과 노심연소율(%)을 감안해 차기 정비 시까지 며칠이나 추가로 80%까지 감발운전이 가능한지, 당장 4~5월에는 감발이 가능한지 적시한 문건이다.

원전 감발운전 여력에 대해 발전사업자가 작성한 내부자료가 공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각 원전은 노형에 따라 설비용량과 최소발전용량이 다른 것은 물론 저마다 정비주기가 상이해 노심 교체일과 연소율도 제각각이다. 보통 경수로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발전소를 세우고 2개월 이상 전면정비(O/H)와 핵연료 교체 작업을 벌인다. 전체 핵연료 다발의 3분의 1씩을 교체한다.

새 연탄이 더 오래 타듯, 새 핵연료를 투입한 원전일수록 노심연소율이 적어 연료주기 중 출력감소 가능일도 더 길다. 가령 작년말 노심을 교체한 신고리 2호기는 노심연소율이 16%로 다음 연료교체 때까지 18일 출력감소가 가능하다. 반면 2021년말 핵연료를 바꾼 새울1호기는 이미 연소율이 93%에 달해 여력이 8일에 불과하다.

한수원은 노심연소율이 60%를 넘어선 원전과 정비원전을 4~5월 감발불가 원전으로 분류했는데, 고리 2,3,4호기를 비롯해 새울 1호기, 한빛 2,4,5호기, 한울 1,2,3,4호기, 한울 6호기 등 전체 22기 중 12기가 여기에 해당했다. 문제는 전력수요는 연중 가장 적고 태양광발전량은 가장 많아 원전 감발이 필요한 봄‧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가령 이미 지난달 말부터 거의 매주 감발운전에 동원된 한빛원전은 정비로 당분간 가동이 어려운 4호기와 5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 2, 3, 6호기 감발여력이 각각 18, 19, 17, 17일이지만 봄‧가을 월 4회 이틀씩 감발하고 특수경부하(연휴) 때 수일을 감발한다고 가정하면 금세 여력이 소진된다. 여기에 2, 3호기는 머잖아 노심연소도가 60%를 넘어서면서 감발이 어려운 원전으로 분류된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기존 원전의 감발여력도 금방 소진된다. 전기사업법상 연료비가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기를 가동하므로 이후 동원가능한 수단은 태양광 감발이 아니라 원전정지가 될 것”이라며 “다가올 추석 등의 특수경부하 때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금 같이 가다간 정말 원전을 세워야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통에 경직성 전원 비중이 과도하므로 유연성 비중을 높여야 하고, 중앙급전발전기를 최대한 줄여도 부족하면 비중앙발전기인 바이오,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등도 연료비 순으로 정지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원전 당국도 여러 제약을 극복할 방안들을 서둘러 강구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가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생산·공급하는 경수로 핵연료다발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은 특성상 부하추종 운전이 어렵고 안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원전 설계‧안전 전문가인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도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1980년대 이후 미국이 공급한 원전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애초 설계에 부하추종을 반영하지 않았을뿐더러 시험‧검증 없이 그런 기능을 넣을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워낙 높아 원전도 일일부하추종을 하지만 10~20년 충분히 안전을 검증하고 하는거다. 그런데도 노심이나 계통에 영향을 미쳐 빠른 노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출력을 잘못 줄이면 발전소가 셧다운되고, 반대로 과도하게 높이면 출력이 폭주될 위험이 있다. 부하추종 기능을 추가하려면 제어, 터빈, 화학까지 수백~수천건의 전체 설계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국내 원전은 이론상으론 부하추종이 가능하지만 애초 그런 기능을 빼고 설계했으므로, 향후 적용한다면 원전 소프트웨어 지침이나 절차를 다시 수립하고 핵연료 등에 대한 안전성 평가 등을 전부 다시 해야 한다. 원자로와 다른계통까지 충격을 주는 행위로 굳이 (부하추종을)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무턱대고 출력조절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원전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게 우선”이라며 “원전 출력을 조절하느니 차라리 ESS 등을 확충하는 게 낫다”고 부연했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I&C BU장(전무)을 지낸 김국헌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70~80%까지 출력을 낮출 순 있겠지만, 상시 그런 체제로 운전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핵연료별로 출력이 고르게 나오도록 써야하는데, 차이가 생기면 국부과열로 핵연료가 손상될 수 있다”며 “출력제어에 대해 아직 완전한 검증이 안됐고, 지금까지 한국형 표준원전이나 ARP1400은 그런 요구가 없었다. 항시 출력조절은 쉽지 않으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원전 28%, 태양광·풍력 4.7% 수준에서 전력망의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한수원은 ‘원전도 자동출력조절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원자력학계와 달리 수동감발운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수동출력조절도 어려운 원전을 2030년 32.4%까지 늘리면서 재생에너지를 21.6%까지 높이는 건 실현가능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송전망 제약을 줄이더라도 결국 전원믹스 부조화는 계속 나타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는 뚜렷한 해결책 없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요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판매시장 개방 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도 필요하지만, ESS는 이용률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지므로 무작정 설치할 수도 없다”고 부연였다.

한편 한수원은 이번 출력감발 논의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이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원전설계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은 “OPR1000 및 APR1400 모두 정기적 출력감발운전을 허용하고 있고, 출력패턴을 고려해 설계한다”면서도 “출력변동 시 운영기술지침서를 준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노심설계와 관련된 사항으로 한전원자력연료의 설계사항”이라고 답했다.

한전기술 안전해석실 측은 한수원이 노심 상태나 연소율 등을 기준으로 출력감발 한계값을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가 답변하기 어렵다. 노심 관련사항은 한전원자력연료나 한수원에 문의해 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원문보기>>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3142



카테고리:04월, 2023년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