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실크로드[1] 연재에 들어가며

생명탈핵실크로드[1] 연재에 들어가며


기자명 이원영

2022.09.03


5년동안 8200km 걸은 뜻은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 5년만이다.

생명탈핵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서울을 출발한 것이 2017년 5월이다. 걷는 날마다 쓴 일지가 571회다. 걸은 날도 그만큼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긴 세월을 걸었다.

로마의 가장 큰 신문인 <일 메사제로>(Il Messaggero)에서 순례단의 도착소식을 크게 실어주었다. 이탈리아 언론에는 일부러 알리지도 않았건만, 그동안 만났던 현지 사람들이 동영상까지 찍어서 제보를 한 결과다. 그분들의 음덕에 감사드린다.

이탈리아 유력언론 <일 메사제로>에 보도된 생명탈핵실크로드수례단의 로마 도착소식

https://www.ilmessaggero.it/viaggi/mondo/corea_sud_roma_piedi_viaggio_contro_nucleare_papa_won_young_lee-6872861.html

기사 번역문

[알레산드로 로지 기자]

한국에서 로마까지 온 이원영, <<수도에서 교황을 만나 핵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5년동안, 26개 국가를 지나, 8,200km 를 걸었다.

5년간의 여행, 26개 국가, 8,200km 노선이다. 이원영이 핵에너지를 상대로 떠난 여정이다. “1979년 쓰리마일 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났습니다. 유엔은 무엇을 했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원영은 한국을 떠나 걸어서 로마에 가서 교황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이원영, 한국에서 로마까지 도보로 여행

순례길은 2017년 5월 3일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이원영은 트라시메노 호수에 있다. 그는 서울을 떠난 지 5년 후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세계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 약 445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 인류를 위한 미래는 없습니다.”

로마 도착 후를 상정하여 교황님께 알현하고자 오래전부터 정성을 드렸지만 성사 되지 않았다. 먼저 5월에 보낸 필자의 손편지를 소개하면,

지난 5월 교황님께 보내드린 손편지. 천년수명의 전통한지에, 신라시절부터 내려오던 기법으로 만든 먹을 갈아 쓴 붓글씨다. @이원영

그리고 8월 하순 바티칸에 도착한 후 순례일지에 올린 기원문을 소개해드리면,

<바티칸 도착 후 기원문>

멀고도 힘겨운 여정 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류를 비롯한 온 생명의 안전을 추구하는 일이기에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희망을 담았습니다.

생명탈핵순례단은 5년전 2017년 5월에 서울을 출발하여 26개국 8200km를 걸어서 2022년 8월 바티칸에 당도하였습니다.

우선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위험에서 보듯이 인류는 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아직 일천합니다. 핵전쟁 위험 후 유엔이 결성되었지만 핵발전소사고에 대응하는 국제적인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류의 자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결정체제가 필요합니다. 국가권력의 집합체로는 지금 러시아가 일으킨 야만적 전쟁조차 막지 못하는 것이 지구촌현실입니다.

인과응보라 했습니다. 지구는 그동안 인류가 자행한 악행으로 더 이상 뭇 생명의 터전이기를 거부합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민중적 에너지의 결집이 필요하고, 민중이 의지하고 있는 종교계의 힘이 필요하고 그 연대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의 힘을 빌리고자 출발한 여정입니다. 그동안 걸어오면서 불교 달라이라마 존자를 뵈었습니다. 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도 알현했습니다. 귀중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그러한 바람을 전달하였습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을 뵙고 소중한 말씀을 듣고 저희의 취지를 전달하기를 희망합니다.

2022년 8월 25일 바티칸에 도착하면서,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 이원영

원래 교황이란 자리는 국가수반이기도 하므로 공인이 아닌 개인이 알현하기는 절차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그저 선처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도착 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으므로 그러한 기대가 이루어지기는 힘든 구조다.

하지만 행운이 있었다. 마침 한국 가톨릭에서 4번째 추기경 서임식이 열려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탄생하셨다. 서임식 다음날 환영식 장소에서 이분께 도착소식을 겸한 인사를 드린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황청의 장관직을 맡으신 유추기경님께 오랫동안 순례해온 사실을 말씀드린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에서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님께 인사드린 후의 기념사진 @이원영

필자가 출발할 때는 대학에서 해직된 지 3년이 지난 상태였다. 여러 나라를 거쳐 2018년 2월 인도에서 걷고 있을 무렵 복직의 소식이 왔다. 복직 후에는 방학마다 걸었다. 그러다가 다시 코로나로 2년 가까이 중단되었다가, 올해 초부터 재개하여 이번 여름에 알프스를 넘어 로마에 도착한 것이다. 장장 26개국 8200km다.

도착하기 전에는 도착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도착하고 나니 감격보다는 덤덤해진다. 세상일이 원래 그런가 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걷는 동안 순례단의 공동대표이셨던 김용복 한일장신대 전총장이 작고하셨다. 그리고 그 이전에 순례단 출범행사에 축사로 격려해주셨던 박원순 시장도 작고하셨다. 그리고 이 순례의 발상부터 출범까지 관심을 보이고 이끌어주셨던 유초하 충북대 명예교수도 작고하셨다.



이 시대의 가장 정예로운 분들이 순례기간에 돌아가셨다. 이 세 분 영전에 순례의 완성을 바치고 싶다.

이 순례는 이 세 분을 포함하여 100인위원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순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직상태의 필자의 어려움을 살피시어, 이런 기약 없는 일에 한 분 한 분 마다 거금을 희사해주신 100인의 순수한 의거야말로 우리 민족의 본령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순례하는 동안 일지를 인터넷사이트(cafe.daum.net/earthlifesilkroad)에 꾸준히 써왔고,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별도의 사이트에 소개하여 왔다(https://liferoad.org ).

순례일지는 기록으로는 가치가 있지만 많은 분들과 체험을 공유하는 매개체로는 부족함이 있다. 필자로서도 백서를 낸다는 자세로 순례내용의 요점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이에 <한겨레:온>이라는, 시대가 만든 좋은 매체가 있어 연재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연재는 필자에게 틈날 때마다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신 세 분의 영전에 올리는 글이기도 하다. 앞으로 매주 1~2편 씩 몇 달에 걸쳐 올릴 것이다. 세계를 걸어서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강호제현과 함께 하고자 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원문보기>>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18



카테고리:생명탈핵실크로드, [한겨레온]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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