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핵발전, 기후위기 앞의 잘못된 해결책

이 글은 정의정책연구소의 창간호 [보다 정의]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출처:
http://www.justice-platform.org/home/post_view.php?nd=157


1. 기후를 핵으로 괴롭히지 말라!

  해외에서는 한국 정부가 탈핵과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어와 정보의 제약 때문에 정부의 공식 발표 이면의 실상을 알기는 어려운 탓이다. 과거 MB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때부터 그랬지만, 외국의 기사나 자료에서 한국의 그린뉴딜이나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이 큰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국내의 언론 보도와 국민들의 대화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체가 충분히 담겨 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에너지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이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지거나 정쟁의 소재에 머무르는 모습은 에너지정치의 빈곤함으로 이어진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잔뜩 위축되었던 핵산업계와 찬핵 진영들은 최근 물을 만난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여권 전체의 흠집 내기 소재로 활용하고 있고, 여기에 문 정부에서 고위 공무직을 맡았던 국민의힘 두 대선 예비후보가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핵발전 없이 탄소중립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리와 전기요금 폭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보수 언론과 경제지 지면을 채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일종의 팩트체크와 차분한 점검이 필요하겠지만, 심지어 여권 대선후보들조차 이런 토론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논리, 상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에너지에 대한 논쟁은 레퍼토리를 달리하며 끊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독일의 시민과 정치인들 다수에게는 핵에너지의 위험성과 비합리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프랑스 시민들은 독일 시민들이 핵에너지에 과도한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고 느낀다. 현재 주로 보급되는 3세대 핵발전소가 경제성의 한계에 봉착하자 핵산업계는 소형모듈형 원자로와 핵융합, 재처리 등 언제 완성되어 실용화될지 알 수 없는 신기루 핵기술로 다시 생명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마치 정계에 처음 입문한 인물이 때가 덜 탔다는 이유만으로 좋게 평가받는 것처럼, 아직 현실화가 안 되었다는 것이 매력인 차세대 핵기술들이 핵산업계뿐 아니라 여당 대표의 입으로 칭송된다. 
  “기후를 핵으로 괴롭히지 말라(영어로는 ‘Don’t Nuke the Climate’)”라는 국제 반핵운동 네트워크가 있다. WISE(국제에너지정보센터), NIRS(핵정보자원센터), IPPNW(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등이 주도하고 전 세계 500개 이상의 단체들이 동참하는 운동인데, 이 네트워크의 명칭 자체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에너지와 찬핵 세력들의 교란을 막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후쿠시마 사고 10주년을 맞은 지난 3월 11일에 유럽의 기후정의 운동은 기후위기 대안에서 핵발전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녹색금융 투자 기준을 설정하는 ‘택소노미’에 핵발전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둘러싸고 핵산업계는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핵발전의 성격과 핵산업계의 논리에 경계를 늦추어서도 반박을 주저해서도 안 되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핵에너지 모두가 갖는 본질, 즉 무분별한 이윤과 확장 논리 그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위험성과 비민주성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두 위험에 대한 해법은 하나다. ‘석탄발전 때문에 내일 죽을 것인가, 방사능 때문에 모레 죽을 것인가’라는 프레임의 질문은 거부되어야 하며, 우리는 안전하고 민주적으로 서로 돕고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확신과 동의를 만들어야 한다. 


2. IPCC와 플랜 드로다운의 상반된 평가

  그 전에 중요한 몇 가지 팩트체크부터 해보자. 우선, 핵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서 실제로 얼마나 유효한 수단인가 하는 점이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발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기후변화를 염려하는 과학자들 중에도 당장 화석에너지의 대안이 보편화되기 어렵다는 우려로 이런 주장에 동참하는 이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제임스 한센은 석탄화력발전소 전체를 핵발전소로 대체하자는 지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래도 핵발전소의 비중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마이클 셸렌버거와 같이 기후회의론과 찬핵 주장을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이들이나, 새로운 원자로 개발 투자를 말하는 빌 게이츠의 책도 많이 읽힌다. 
  실제로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는 않는다. 우라늄 채굴과 정련, 운송, 발전소 건설과 운영, 폐기물 처분과 폐로 등 핵연료 전 주기를 통틀어서 화석에너지가 사용되고 온실가스가 나온다. 그러나 전 과정을 걸쳐 평가해볼 때도 풍력발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적게 나오는 발전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핵발전이 현실에서 유효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의 IPCC 제48차 총회에서 발표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핵산업계에 상당한 호재가 되었다. 보고서의 핵심은 1.5도 티핑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총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쳐서 결과적으로 제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요 수단으로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생산의 70~85%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핵산업계가 환호한 이유는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탄소중립 경로 모델에 핵발전 확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정책가를 위한 요약본과 본 보고서가 있는데, 요약본을 살펴보면 화석연료 이용을 줄이고 산업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는 첫 모델(P1)의 경우, 바이오에너지와 결합된 탄소포집저장기술(BECCS)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핵발전이 2010년 대비 2030년에 59%, 2050년에는 150%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핵발전 증가가 필요하다는 것인지를 물었고, IPCC의 짐 스키 공동의장은 “IPCC는 특정 기술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각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저희의 답”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IPCC는 유엔의 산하 조직으로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요청에 따라 기술적, 경제적으로 정합성을 갖는 모델을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IPCC는 본 보고서 4장에서 각 에너지원에 대한 세부적 현실성 검토를 실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요약본의 모델과 모순을 보인다. 핵발전은 태양광, 풍력, 배터리 기술 등에 비해 기술,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 모두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고서는 중국과 한국처럼 국가 독점적으로 핵산업이 존재하는 경우는 특수하다고 기술한다. IPCC 스스로 요약본과 본문 사이에 모순을 보이는 셈인데, 혹자들은 IPCC가 그전부터 보여 온 기술주의 편향성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세계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이자 가장 많은 핵발전소를 계획 중인 중국을 고려한 모델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IPCC 보고서와 대조해 볼 수 있는 참고 자료는 환경경제학자 폴 호컨이 중심이 되어 세계의 과학자 70여 명이 모여서 작업한 “플랜 드로다운(Plan Drawdown)”이다. 2017년 발표된 이들의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적용 가능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80가지 솔루션을 모두 검토하여 그 효과를 계산해냈다. 이 자료에서도 핵발전이 온실가스 배출감소에 도움이 되는 20위의 해법이라고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Don’t Nuke the Climate’의 주장처럼, 핵발전은 원초적으로 위험할 뿐 아니라, 더럽고, 느리고, 비싼 해법이기 때문이다. 플랜 드로다운이 지적하듯 다른 모든 에너지원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용이 낮아졌지만, 핵발전은 유일하게 비싸졌다. 기술과 방식은 그대로인데 사고 위험 대비 필요성 등으로 실제로 40년 전에 비해 4~8배나 높아졌다. 게다가 ‘탄소예산’이 허용하는 시간은 8년 안팎인데, 핵발전 프로젝트는 지금 시작해도 최소한 12년이 걸린다. 1.5도 티핑포인트를 저지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핵발전에 대한 기대와 투자가 다른 진정한 기후 해법들의 발목을 잡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후회가 막심해질 것이다. 

[그림 1] IPCC 1.5도 특별보고서의 네 가지 모델과 핵발전 비중


[그림 2] 드로다운 리뷰의 에너지생산 전환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 비교


  연구자들은 2020년 초에 다시 업데이트된 “드로다운 리뷰”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는 ‘시나리오 1’에서는 51위,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역할을 더 많이 가정한 ‘시나리오 2’에서는 61위로 밀려났다. 사실 이런 경향은 세계 에너지 시장과 기업의 동향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대안에서 최근 주목받는 주장은 핵에너지와 재생에너지가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서섹스대학의 연구원들의 2020년 연구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에너지 생산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어 핵발전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며, 두 에너지 전략 사이의 긴장이 기후정책의 효과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제기했다. 결국, 기후위기 앞에서 ‘모든 걸 다하자(do everything)’라는 주장에 근거하여 핵에너지 투자를 제안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며, 유효한 대안들을 오히려 가로막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이 핵에너지의 경직성과 조화되기 어렵고, 예상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이 많아질수록 핵에너지는 그리드(grid-전력망) 안에서 더욱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는 기술적 보고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3. 에너지전환은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

  탈핵의 목표를 바꾸지 않고도 탈석탄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준다. 이제까지 탈핵에 비해 탈석탄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받아 온 독일은 2019년 1월, 자국 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여서 2038년까지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이 약진하고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갖게 된 재생가능에너지는 2019년에 처음으로 석탄화력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했다.
  물론 유럽 전체가 그리드로 연결되어 있어서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에서 남는 전기와 시기적으로 모자라는 전기를 다른 유럽 나라들과 나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에너지 비용 소화라는 과제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전개와 현재 상황을 보면, 탈핵과 탈석탄은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기보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이 탈석탄을 미루었던 것은 국가 전체의 경제성 때문이 아니라 서독 루르 지방과 구동독 갈탄 지역의 경제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시민사회도 반핵-반석탄 직접 점거 행동을 통해 압력을 높였고, 독일 정부도 이런 상태를 이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노사정 대표와 지역사회의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두루 참여하는 ‘탈석탄위원회’를 구성하여 탈석탄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었다. 독일 정부가 2038년까지 탈석탄에 투입할 예산은 총 400억 유로(약 53조 원)에 달하며, 지원금은 탈석탄으로 피해를 볼 지역과 노동자 및 석탄 기업을 돕는 데에 쓰이게 된다. 독일이 탈석탄에 비해 탈핵에 이러한 전환 프로그램이 따로 없는 이유는, 탈핵은 훨씬 일찍 시작되었고 탈핵 이후에도 관리와 폐쇄에 상당한 인력이 남아 있어야 하며 지역경제의 의존성도 석탄산업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로드맵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고, 일부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는 너무 빠르다고 불만이다. 이러한 이견은 과거 사민당과 녹색당의 탈핵 합의 과정에서도 있었지만, 결국 탈핵과 탈석탄 모두가 결국은 기술이나 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정치적 의지와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현되는 것을 알려준다. 


4. 문재인 정부의 탈핵-탄소중립 정책의 난맥상

  한국에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하는 독일의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에 경제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핵과 석탄, 석유, 가스에 의존했던 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독일은 한국의 탈핵과 탈석탄을 위해 가야 할 길에 많은 참고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진행된 것과 같은 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인 연구와 토론이 한국에서는 매우 미진하거나 피상적인 논박에 머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난맥상에 빠지고 탄소중립 전략이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것도 이런 모습을 반증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로 모든 것을 끝낸 것만 같다. 2017년 당시 30% 정도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고리 5, 6호기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 시민 공론조사 과정을 진행했고, 공론화위원회는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①일시 중단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재개와 ②핵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 ③시민참여단이 제안한 건설 재개에 따른 보완조치에 대한 세부 실행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참고>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공론조사 주요 결과 (2017년 10월 20일)
ㅇ 신고리 5,6 호기 건설 : 재개 59.5%, 중단 40.5%
ㅇ 원자력발전 정책방향 : 원전축소 53.2%, 원전유지 35.5%, 원전확대 9.7%


  하지만 이 공론화 자체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했던 약속을 뒤집은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백지화하고, 완공에 가까운 단계인 신한울 1, 2호기의 건설 중단과 재검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 중 5, 6호기 건설 재개에 손을 들어준 이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이미 투입된 건설 비용이 아깝다는 논리를 거부하기 어려운 탓이 컸다. 시민참여단의 숙의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설명하고 대안을 강구해야 할 일을 시민들에게 경제성과 안전성이라는 기묘한 양자택일을 강요한 꼴이었고, 결국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을 기조로 하지만 지금 건설 중인 원전은 지속한다는 절충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크게 바뀌거나 추가된 것은 없다. 그리고 ‘탈핵’이라는 표현은 ‘에너지전환’으로 교체되었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 영광과 경주 등 지역 원전에서의 사건 사고, 송전탑 신규 건설 등 개별 사안을 관리하는 것에 주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늘어나는 핵발전소에도 불구하고 탈핵과 탄소중립 모두 정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소모적인 흠집 내기와 핑계 대기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결국, 한국의 탈핵 정책은 철학과 제도 모두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불완전했기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로만 설명했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기술적 과제들이나 전기요금 인상 같은 이슈들은 회피했다. 탈원전 선언 이후 핵발전소 폐쇄를 뒷받침할 법률 제정도 전혀 추진되지 않았고, 이는 노후 핵발전소 중단과 폐쇄와 관련된 시비와 공격의 빌미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절충과 회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며, 비록 지금은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받지만 탄소중립 정책이 궤도에 오르면 에너지전환의 이슈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탄소중립이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수단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엄청난 부담과 변화를 감수하더라도 가야 할 길임을 분명히 밝히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시민과 기업, 지역과 노동자에게 에너지전환 정책의 전망과 이에 따른 이익과 피해에 관한 정직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에너지 믹스는 탈핵을 어떻게 포함하고 자리매김할지를 정리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내년의 대선이 이러한 경로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참고문헌]

Foley, Jonathan. et al., 2020, “The Drawdown Review – Climate Solutions for a New Decade”, Project    Drawdown
IPCC, 2018, “Chp 4. Strengthening and Implementing the Global Response”, Global Warming of 1.5°C
IPCC, 2018, “Summary for Policymakers”, Global Warming of 1.5°C

김세영 외, 2019, <에너지 민주주의, 냉정과 열정 사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돌아보며>, 해피스토리, 2019년 
김현우 외, 2021, <기후위기와 탈핵>, 한티재
김현우, 2021, “오스트리아 생태연구소, 유럽연합 택소노미 논의에 비판적 개입”, <탈핵신문>, 90호     205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폴 호켄 엮음, 2019, <플랜 드로다운 – 기후변화를 되돌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 글항아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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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10월호 탈원전, 5년안에 해내야 할 이유,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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