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전오염수 위험, UN체제를 손봐야(미디어오늘)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마침 잘되었다. 쉬쉬하던 우리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으니. 일본이 지적한 숫자가 맞다면 우리도 문제 삼아야 한다. 한수원이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기실 지구상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곳이면 알게 모르게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음에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기만해온 것이 현실이다. 일본정부 덕분에 ‘악화가 악화를 구축(驅逐)’하는 ‘이이제이’의 교훈적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도 52개핵발전소를 풀가동했던 2011년 이전의 데이터에다가 각국의 데이터를 비교해야 한다. 은폐해온 원전추진세력과  IAEA에 근본책임이 있는 것이다.

원전오염수처리는 조족지혈의 비용문제

이런 시비와는 별개로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는 심각하다. 일본정부는 이미 자백한 바 있다. 2018년 다핵종제거설비(이하 ALPS) 3대를 사용했음에도 방사성 농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런 실패를 2013년에 미리 예견하기조차 해놓고는 시치미를 떼어왔다. 반감기가 5700년이나 되는 C14 방사능의 위험은 물론이고, 트리튬(삼중수소)방사능이 광합성 작용 등으로 유기결합체로 바뀔 위험성은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열흘인데, 유기결합이 된 놈은 40일 내지 1년까지 늘어나서 생명체에 치명적인 것. 무엇보다 방사능오염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처리수’의 72%를 다시 처리해야 한다는 실토를 하고 있다. 무엇이 ‘처리’란 걸까. 이같은 거짓을 은폐하고 ‘삼중수소’라는 공범적 용어로 몰아가려는 일본의 모략조차 의심된다. ALPS로 처리 안되는 핵종이 무수히 많이 남아 있건만 삼중수소로 초점을 모아놓고 ‘너희나라도 삼중수소 버리지 않는가’ 라는 식의 폄하를 하고 있다.

실제 처리비용도 일본의 민간 전문가가 시산한 바에 의하면 330억엔 정도다. 123년 장기저장해서 방사능을 1/1000 수준으로 낮추는데 드는 비용이 그렇다. 부근에 물탱크를 세울, 이미 못쓰는 땅은 얼마든지 빌릴 수 있다. 바로 비용문제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간 1000억엔이나 든다는 주장도 있고 이에 동조하는 언론은 수십조의 비용을 얘기한다. 그 숫자가 나온 근거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오염수를 장기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은 해양전체를 오염시키고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할 충격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일본정부의 이런 퇴행적 의사결정을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봐줄 수 있는 것일까? 다른 대안이 없는 불가항력적 선택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무시하고 버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의는 공익적 가치를 파괴하는 범죄다.

이런 퇴행적인 결정을 국제사회가 가만히 방관하는 것은 전례가 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계속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후손들을 위해서도 말려야 한다.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는 차이가 크다. 자타가 선진국이라는 나라마저 그런 식이면 인류에게 희망이 없다. 방관하면 방관자도 공범이다.

더 큰 문제는 UN에 있다. 이런 오염수의 실체를 모른 체 일본의 손을 들어준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무슨 기구인가? 원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IAEA의 정체가 수상하다. 우리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에도 태연히 손을 들어준 기억이 있다. 1953년 유엔총회에서 미국대통령의 제창으로 3년후 설립된 기구인데, 다른 UN기구와는 달리 자체의 헌장과 이사회를 갖는 자치기구다. UN의 다른 전문기구와는 달리 형식상으로 국제연합의 전문기구도 아니다.

IAEA가 수상해

자칭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 핵비확산 감시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라는 이름답게  ‘원전의 이용’을 촉진하는 단체다. 그런 IAEA가 이번 일본 원전오염수 방출에 손을 들어주면서 반색을 한다. 이상하다. 방사능문제를 국제적 기구에서 다룬다면  그것이 갖고 위험성 때문에 당연히 우려와 신중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상식이거늘 환영이라니. 더 이상한 것은 유엔이다. 유엔의 조직내에 원전문제와 방사능위험을 다루는 부서가 없다. 원전문제는 이용을 촉진하는 기구나 다름없는 IAEA에 몽땅 맡겨놓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IAEA가 어떤 곳인가. 거기에는 자본세력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권력이 난무하는 곳이다. 선의의 지성도 관여하지만 핵분열 물질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일 외에는 각국의 방사능 배출조차 감시/통제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일본정부가 반론하는 한국 등 각국의 원전운행시의 삼중수소배출에 대해서도 IAEA가 문제삼은 적이 없다. 그런 무능한 기구가 마침 공신력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일본 정부다.

체르노빌이 터져도 후쿠시마가 터져도 변함이 없다. 이런 국제기구의 ‘편파적 무능’에 지구촌의 안전을 맡겨둘 수는 없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다. 지구촌의 안전을 기하는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이런 기구에 방사능의 안전여부를 판정케 하고 그 기구의 인사가 주장하는 말을 비판없이 언론에 소개하는 세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미국의 관료는 한 수 더 뜬다. 핵무기를 사용했고, 핵발전소를 지구촌에 퍼뜨린 장본인이면서 UN을 하수인 부리듯 하는 미국에게 그럴 생각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치 국민이 뽑은 국회가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상전으로 모시는 별도의 국회’를 만들어 놓고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위험에 관해서는 ‘상전 국회’에서 의사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국회에 문제를 제기하면 국회는 ‘상전 국회’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다는 식이다.

문명의 이기와 위험은 양날의 칼이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반드시 단점이 존재하고 그 단점을 관리하는 적절한 견제와 대응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지구촌의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에 대응해서는 그런 관리의 기능이 부재하다. 마땅히 UN에서 그런 기능을 갖추어야 함에도 원전의 진흥을 추구하는 기구인 IAEA에 그런 감시기능까지 떠맡기고 있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들이 4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는 삭발식을 진행한 뒤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UN의 구조를 재편해야

그렇다면 이번 원전오염수문제를 다루는 대안은 무엇인가? 임시적으로는 기존의 UN조직에서 전쟁방지 등 안전문제를 다루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개입하면 가능하다. 안보리야말로 UN을 만든 주체이자 현UN의 몸통이다. 상임이사국의 공통점은 막대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어떻게 보면 지구촌 힘쎈 깡패들의 집단이다. 원전과 방사능은 본질적으로 핵무기의 아류이다. 핵무기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기술인데, 그 위험에 대해서는 눈감아온 것이 이들이다. 이런 안보리가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 미지수다.

보다 본질적인 가능성은 인류가 단합해서 ‘새로운 UN’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정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듯이, UN과 대칭적인 자리에서 지구촌 안전을 기하는 ‘민중에 의한 새로운 UN’을 만들어 견제하는 방안이다. 마치 SNS시대의 BTS의 ARMY처럼. UN이 미처 해내지 못하는 일을 보완해줄 수도 있고 기존의 UN을 견제할 수도 있다.

지금 UN은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를 처음 사용할 때의 위험에서처럼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자국의 영토에서도 무수한 핵실험을 한데다, 스리마일 원전사고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었음에도, 원전을 줄기차게 수출한 나라다. 미국의 원전에 관한 이런 가치관이 견제없이 그대로 지구촌을 뒤덮는다면 지구가 어찌 될 것인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미국의 공격으로 인한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일본은 포기하였으나 이 조약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은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 포기 주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일본 최고재판소도 인정한 바 있다. 조선인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들까지 평생을 괴롭히는 방사능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미국은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사람과 국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행동이 나온다. 이번 방사능 오염문제에 대한 미국의 발언을 보니 후안무치하다. 지구촌 절대강자 미국의 공적 가치에 대한 내부적 균형감각은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에서 보듯 지구촌위기에 파급력이 크다. 문제 삼아야 한다. ‘중이 제 머리 못깍는’ 법이다. 미국에 70년전 조약의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확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국에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이행을 촉구해야

한국에 공이 넘어왔다. 일본 주변 해양국 가운데 러시아나 중국이 주도하기보다 한국이 주도하는 게 이 두 강대국과 대만과 북한까지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참여할 것이다. 일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제법이나 해양법을 통하지 않더라도 각국 국민의 여론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힘의 서열을 확인하려는 반항’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호함이다. 일본 국민도 반대여론이 더 많은 만큼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일에 참여한 중국이나 러시아는 앞으로 해양에 원전을 짓는다거나 은밀한 군사적 핵폐기를 더 이상 자국 임의대로 하지 못하는 선례가 된다. 미국도 70년전 묵살했던 조약을 이행하자면 의회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미국내 여론의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기회를 살리면 UN과 IAEA만으로는 미비했던 ‘원전 문제의 국제룰’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카테고리:05월-에너지전환과 전력계통,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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