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제 발표] 독일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의 과학(이형철)

독일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의 과학


An Analysis of the German nuclear phaseout and Energiewende policy

이형철 경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hcri@knu.ac.kr)

Ri, H.-C.

Abstract

This is a study of the nuclear phaseout and the energy transion policy in germany. It is unclear whether even physics, one of the most rigorous science, aims the pursuit truth or verisimilitude. Accepting this perspective of science makes it obvious that major policy processes should not be determined only by scientific logic.
In this study, the controversy over climate warming and the risk analysis of severe reactor accidents was discussed through objective data analysis. As can be seen in process of Energiewende in germany, the nuclear phaseout and expanding renewable energies in the power sector were political conclusion of a consensus decision. Germany’s energy transition is having positive major impacts throughout German society and beyond. Getting the Energy transition right matters for history.
키워드: 지구온난화, 원전사고, 탈원전, 에너지 전환, 과학철학
Keywords: Global warming, Nuclear disasters, Denuclearization, energy transition, philosopy of science

Ⅰ. 서론

21세기 인류는 산업혁명으로 유발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기후 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구온난화는 환경 파괴와 생태계 붕괴 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들여 쌓아 올린 문명까지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최근 발간한「지구온난화 1.5℃(GLOBAL WARMING OF 1.5℃)」특별보고서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 대비 1.0°C (0.8°C~ 1.2°C)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구 온난화 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 수준의 상승 속도(10년 당 0.2°C)가 지속된다면, 2030년~2052년 사이에 지구온난화가 1.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은 여름에는 극한 고온 현상이 일어나고, 혹독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 빈번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가뭄이 일어나는 빈도를 급증시킨다. 지구온난화는 해수면을 상승시켜 저지대에 사는 수 천만 명이 생활의 터전을 잃게 만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해 연안 자원의 감소와 어업 피해를 초래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지구온난화는 빈곤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심한 피해를 끼치고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당면한 또 다른 과제로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꼽을 수 있다. 본 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원자력 발전에 국한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원자력 발전소 사고(Three Mile Island accident),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사에 회복하기 힘든 상흔을 남겼다. 3차례의 대형 원전사고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게 설계되었으며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다는 신화를 산산이 무너뜨렸으며, 전지구적 탈원전 운동을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와 원자력 발전의 위험이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소수의 학자와 정치가들은 과학을 등에 업고 지구온난화와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애써 부정하려 한다.
본 논문은 “과학은 특히 물리학은 진리를 하는 학문인가?”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진실이다.’고 주장하는 각종 정치적 구호의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이 탈원전과 에너지 정책 결정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고자 한다.

Ⅱ. 연구 방향 및 문제 제기

본 연구에서는 공신력을 가진 국제기구나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만 활용하고 분명한 출처를 제시한다.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의도된 오염된 관점에서 도출한 결론을 분석하면서,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파악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가. 과학은, 특히 물리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가?

과학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성공적인 과학이론일수록 더 혁신적으로 새로운 이론에 의해 대체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수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았던 뉴턴의 역학 체계는 여지없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었다.
그렇다면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상대성이론은 영원불변의 진리인가? 대답은 분명 ‘아니다.’이다. 첨단물리를 연구하다 보면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동시에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이를 위해 막상 두 이론을 합쳐 놓고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특정 문제에서는 현대물리학의 두 개의 기둥인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은 서로 상극이다. 현대물리학의 쌍두마차인 상대성이론과 양자 물리학으로 자연현상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이론체계를 형성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비록 과학체계가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과학의 발전을 통해 한 걸음씩 진리에 다가서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어떤 과학 분야에도 감히 진리에 도달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례는 없다. 진리에 근접하지 못한 과학의 한계를 고려한다면,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1]에서 ‘과학은 자연을 기술하는 조금 더 유용한 이론을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진보하고 있다’라고 설파한 주장이 ‘과학은 진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라는 주장보다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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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에서는 새로운 관측 결과 또는 실험에 의해 기존의 이론들이 대체되고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진다.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의 임무는 ‘자연 현상의 이종동체(이종동체, isomorph)인 물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물리학자가 자연 현상의 정확한 이종동체의 구축에 성공하면, 그 이종동체의 특성을 연구함으로써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기술할 수 있고 또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탐구한다[2].
고전 역학과 상대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물리체계가 한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되면 이 현상을 기술할 수 있는 보다 설득력 있는 물리 체계로 대체된다.

나.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다. 지구온난화는 멈췄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하는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야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 100여 년간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 평균 온도는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에 반복적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 최근의 지구 온도 상승 역시 지극히 자연적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몇몇 과학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 자체가 아예 허구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에 편승한 트럼프 미국 전대통령을 위시한 일부 정치인들은 지구온난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최근 100년 간의 지구온난화는 과연 인간활동 때문일까? 그림 1은 IPCC가 발표한「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의 자료이다. 그래프의 자세한 내용을 모두 살펴보지 않더라도, 본 연구에 필요한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1900년에서 2015년까지의 지표면 온도 상승은 분명히 확인된다. 그런데 이 결과만으로 ‘관측된 지구온난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 현상이다’는 주장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림 2는 지표면 평균온도와 1900년 이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지표면 온도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비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가 최근 100년간 지속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인간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결과를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마치 “진화론이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화론은 허구이다.”하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에 비견할 수 있다.

그림 1. 지표면 평균 변화와 인간 활동에 지구온난화 예측[3]. 오렌지색 점선은 현재와 같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때 2040년 경 지표면 평균 온도가 1.5 °C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2. 지표면 평균 온도와 1900년 이후 누적 이산화 탄소 배출량(비 이산화탄소 요인 합산)의 상관관계[4]



“지구온난화가 최근에 끝났고 그래서 파리기후협약은 필요없다”는 주장은 어떤가? 그림 3은 1900년 대비 지표면 온도 변화의 추이를 자세히 나타내고 있다. 붉은 실선으로 표시한 5년 간 평균한 자료를 그래프에서 살펴보면 지구온난화의 경향성이 유속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끝났다는 주장은 억지임이 드러난다. 과학적 엄밀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간단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즉 지구온난화 음모론은 의도를 가지고 과학을 빌미로 제기하는 거짓 주장일 뿐이다.

그림 3. 1900년 대비 지표면 온도의 변화 추이[5].

다. 독일의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독일의 탈원전 정책 결정과 영향」을 분석한 논문[6]을 자세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결정”을 분석하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입안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한 논문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독일이 2010년에 탈원전 정책을 보류한 배경은 “10년 간의 탈원전 정책 이행과정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2. 독일이 ‘2022년까지 독일 내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탈원전 복귀 정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내린 정치적 결정이며,
  3. 2011년의 ‘탈원전 복귀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자국 내에 매장된 값싸고 풍부한 갈탄을 이용한 전력생산, 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주변국과의 전력망 연계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이 가능했기 때문이므로,
  4. 독일이 2010년 탈원전 정책을 보류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이 열악하며 대한민국의 지정학적으로 ‘에너지 섬’인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4가지 논점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독일은 2010년 탈원전을 보류한 결정을 내린 당시에 기술·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정책은 변화한 시대상을 고려해 변하기 마련이다. 2011년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도하고 탈원전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2011년 독일이 2010년 탈원전 과정에서 대면했던 부작용과 탈원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비록 희생이 따르겠지만 탈원전으로 복귀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Ethik- Komission Sichere Energieversorgung)가 독일 정부에 제출한 ‘독일의 에너지 전환(Deutschlands Energiewende)’라는 제목의 보고서[7]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계, 학계, 종교계,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윤리위원회는 “독일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탈원전 정책을 추천한다. 위험이 적은 대안들이 존재하므로 탈원전은 충분히 가능하다. 탈원전은 독일의 산업경쟁력과 선진 제조국의 입지를 위협하지 않도록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독일이 탈원전으로의 복귀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했지만, 탈원전이 안전한 독일과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 인식했다. 탈원전 정책은 분명히 정치적 결정이었지만 독일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독일은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산업경쟁력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미래지향적 산업기술력 확보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풍부한 갈탄 매장량이 에너지 전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 역시, 갈탄 매장량이 에너지 전환 정책 결정에 일종의 보험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독일의 석탄과 갈탄 소비량은 탈원전 복귀를 결정한 2011년 대비 일시적으로 2012년과 2013년에 약 5%~6% 증가했지만, 바로 감소 추세로 전환하여 2018년에는 석탄 소비량은 83% 그리고 갈탄 소비량은 94% 수준으로 감소했다[8]. 결과적으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갈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도 우려해야 하는 문제점이었지만, 독일이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 이후 10년 동안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지 않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또 에너지 저장시설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라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다.”라는 주장에 대해

원자력 에너지는 1954년 구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Obninsk nuclear power plant)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계통에 공급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상업적 사용이 시작되었다. 원자로 상용화 초기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매우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이라 생각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온몸으로 체감했고, 더 이상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신화를 믿지 않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대형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방사선 폐기물 처리와 폐로 처리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 관련 논란에 한정하기로 한다.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발간한 보고서가 제시하는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Probability Safety Assessment) 방식[9]에 의거 원전사고 확률을 계산한다. 그런데 2017년 김익중 교수가 원전사고 확률 계산 결과를 발표[10]한 것과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가 팩트체크 형식으로 김익중 교수의 발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11]. 김익중 교수는 국제적으로 발생한 대형 원전사고 사례를 근거로 하여 우리나라 원전 24기에서 1기라도 사고가 날 확률을 28%로 계산하였는데,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김익중 교수의 계산에는

  1. 전 세계 모든 원전의 설계 차이, 사고원인을 무시하고 사고 확률을 동일하게 가정한 오류가 있고,
  2. 중대 사고의 발생을 주사위에서 숫자가 나올 확률처럼 단순한 독립사건으로만 가정하는 확률 모형에 문제가 있으며,
  3. 어느 기간내 사고가 발생할 것인지 (예를 들어 1년내? 10년 내? 등) 사고 확률의 시간 개념 부재

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노형마다 사고의 원인이 달라질 수 있고, 관리 방식, 안전설비 도입 유무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고 확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익중 교수의 원전사고 계산은 원전사고 이력에 기반한 간단한 확률계산이기 때문에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를 통해 얻은 결과와 단순 비교해 비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의 정확한 계산을 위한 전제 조건들을 자세히 논의할 필요도 없이, 3대 원전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스리마일에서는 운전원의 반복적 실수와 운전 지침서 위반 그리고 설비의 결함이 더해져 사고가 발생했다. 체르노빌의 경우는 부하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안전시스템을 해제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고, 후쿠시마의 경우는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전력공급의 중단이 원자로의 폭발을 초래했다. 이처럼 운전원의 실수와 고의까지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으킨 예상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을 고려한 안전성 평가 역시 불가능하다. 따라서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 방식으로 원전 사고의 확률을 계산한 결과는 엄밀한 과학적 결론일 수 없고,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김익중 교수의 계산은 경험에 기반한 간단한 계산이지만, 이 또한 원전 정책 결정 과정에 참고할 가치를 가진 자료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게 건설되었고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다고 희망하지만, 불의의 대규모 원전 사고는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대형 원전사고의 역사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Ⅲ. 독일의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고찰

독일 정부는 최근 발표된 8차 모니터링-에너지 전환-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표 1과 같이 에너지 전환정책의 정량적 목표를 제시했다[12]. 2050년까지 ‘온실가스 중립을 완성’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의 100%를 담당’하고 ‘총에너지 소비도 재생에너지가 60%를 분담’하도록 결정하였다. 가장 값싸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정책인 에너지 절약 부분에서도 2050년까지 1차에너지의 소비를 50% 감축한다. 탈원전 정책에도 굳은 의지를 표명하며 ‘2022년까지 독일내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패쇄’하는 것을 확인했다.
독일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입안하였으며, 원자력법(Atomgesetz), 재생에너지법(Das erneuerbare -Energien-Gesetz), 에너지절약규정(Die Energiesparverordnung), 건축물에너지법(Das Gebäudeenergiegesetz), 힘-열-연결법(Das Kraft-Wärme-Kopplungsgesetz), 에너지전환의 디지털화법(Das Gesetz zur Digitalisierung der Energiwende)등의 다양한 관련법령을 통해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표 1 독일 에너지 전환정책의 정량적 목표[출처: 참고자료12]


독일에서는 이미 2019년 현재, 재생에너지가 총전력 생산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성공했다. 2019년 현재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 종사자는 33만 명에 달하고 2000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독일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훌륭히 활용하고 있다.
원전이 완전히 패쇄되는 2022년을 목전에 둔 2021년 현재에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13]. 특히 산업계를 중심으로 탈원전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에서 건설되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와 새로운 유형의 원자로 개발이 원자력 발전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독일 정부는 탈원전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없는 굳건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14].

Ⅳ. 결론

본 연구는 독일의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몇 가지 시사점들을 논의했다. 자연과학에서 가장 엄밀한 학문으로 인정받는 물리학 조차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록 진리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진리에 근접하지 못한, 아니 영원히 진리에 다가설 수 없는 과학의 한계성을 직시한다면, 과학이 사회적 그리고 정책적 현상에 대한 대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진다. 과학과 기술은 우리가 정책을 결정하고 또 결정된 정책을 구현함에 있어 결정적 도움을 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윤리가 요구된다. 의도적으로 과학을 왜곡하여 자신의 주장을 참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유사과학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기후온난화를 애써 외면하는 대기과학자들도 있고 이들과 결탁하여 과학을 악용하는 정치인과 경제계 인사도 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확률론적 안정성 평가’라는 완전하지 못한 계산법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확률론적 계산은 단순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21세기 인류는 원자력의 위험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모든 변화는 도전일 수 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전환을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향유하고 있는 열매에 안주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은 온전히 우리 세대의 몫이고, 정책의 결과는 미래 세대가 감당하게 된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의 길은 험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여정이다. 또 독일 에너지 전환이 기후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도 남아있다. 하지만 독일은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을 결정하였고 뚜벅뚜벅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독일의 국가경쟁력은 약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미래지향적 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과학은 새로운 도전 받아들이고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데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목전의 이익을 최대화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안타깝게도 진리를 추구하지만 진리에 다가서지 못한 과학이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정책 결정에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참고자료

  1.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1962(까치글방)
  2. 이형철, 2020, 「 공간 속의 시간, 시간 속의 공간, 그리고 우리」, 5쪽~34 쪽
  3. IPCC, 2021, 「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 6 쪽
  4. IPCC, 2021, 「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 103 쪽
  5. James Hansen, et at., 2013, PLOS ONE Volume 8 | Issue 12, e81648, 1~26
  6. 윤성원, 류재수, 김연종, 2017, 한국기술혁신학회 2017년도 추계학술 대회 논문집 2017 Nov. 02, 1473~1487 쪽
  7. Die Bundesregierung, 2011, Deutschlands Energiewende-Ein Gemeinschaftswerk für die Zukunft, 10 쪽
  8. Bundesministerium für Wirtschaft und Energie, Gesamtausgabe der Energiedaten – Datensammlung des BMWI, 2020
  9. IAE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 INSAG-6 A report by the International Nuclear Safety Advisory Group , 1992
  10. 조선일보, 文정부 탈원전 관여한 교수, 고교서 퍼트린 ‘原電 괴담’, 2017. 7. 15일 기사
  11. https://atomic.snu.ac.kr/index.php/2.우리나라원전사고확률이30%25라는주장
  12. Bundesministerium für Wirschaft un Energie, 2021, Energie der Zukunft – 8. Bericht Monitoring–Bericht zur Energiewende
  13. 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 boerse/renaissance-kernkraft-101.html
  14. https://www.sueddeutsche.de/wissen/
    ausstieg-vom-atomausstieg-keine- debatte-mehr-wert-1.4626816


카테고리:04월-전력수급기본계획과 원전문제,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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