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녹색시민은행’으로 열어가는 그린뉴딜 (주간경향)

[특집]‘녹색시민은행’으로 열어가는 그린뉴딜

ㆍ친환경·생태·에너지전환 실현 자원배분 주체를 시민사회로 전환해야

그레타 툰베리가 ‘절체절명의 기후위기’를 일갈한 탓일까,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그린뉴딜 2400조원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우리도 그 영향권에 성큼 들어섰다. 이 공약은 양면성이 있다. 자본세력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고, 주민주도에 의한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90년 전 대공황 시기 뉴딜정책은 자본분배 주체가 시장에서 국가로 옮겨간 것인 데 비해 지금의 그린뉴딜은 친환경, 생태, 에너지전환을 실현하도록 자원배분 주체를 시민사회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외국 은행들

디지털뉴딜은 수익창출 가능성이 크기에 민간금융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그린뉴딜은 투자 회수 기간도 길고, 기술개발 또는 상용화 이전 단계 산업이 많기에 정책금융의 영역이다. 하지만 리스크 때문에 기존 정책금융기관은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 가령 유럽 및 미국은 기업의 그린뉴딜 기술력과 연관된 금융구조가 매우 잘되어 있는데, 폐기물 및 연료전환 분야는 호주 맥쿼리 투자은행이 주도하고 있고, 풍력 및 태양광은 BNP파리바 등 유럽 투자은행들이 주도한다. 물론 환경정책 목표달성과 상업 이윤을 동시 추구하는 영국의 녹색투자은행(GIB), 그리고 호주 청정에너지금융공사(CEFC), 뉴욕녹색은행(NYGB) 같은 곳도 있다. 미국은 은행 법인만 6000여개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사례를 들면, 100년 전 미국의 노스다코타주가 주예산 200만달러를 자본금 100%로 설립한 지역공공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역의 친환경, 에너지전환, 여타 사회혁신적 사업에 주로 투·융자해왔는데, 시민사회 관계자들도 함께 대출심사를 하기 때문에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은행이라고도 불린다. 이렇듯 공공성이 매우 강한데도 2018년에는 자산 규모 70억달러로 성장했고, 1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또 일본 도쿄의 미래뱅크사업조합은 지역의 에너지전환 사업, 친환경상품 생산, 녹색교육 사업에 파격적인 저금리(최대 2%)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데, 시민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후 아주 낮은 금리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기업은 융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면, 녹색 관련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그리고 계량화된 재무정보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 지역 금융시장에서 배제되어온 녹색 주체들에게 주로 투·융자를 시행했다. 도쿄도는 이 은행의 융자에 대해 일정 비율까지 그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는데, 융자 결정을 하는 모든 과정에 금융전문가, 시민, 출자 시민, 지역의 녹색운동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이 50%, 지자체가 30% 그리고 해당 지역 산업계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는 지자체가 100% 출자한 지역공공은행(Sparkassen)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GFS(Green Funds Scheme)는 민간의 프로젝트가 환경에 혜택을 가져온다는 것이 검증될 경우 정부가 녹색프로젝트로 지정하고 GFS의 낮은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하는 혜택을 준다.

이들 해외 금융기관은 공공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므로 한국 상황에서 보면 ‘공사’로 부를 수 있는데, 이를 바꾸어 ‘녹색시민은행’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이 은행은 일반은행 설립보다 용이하다. 지금 통상적인 지방은행을 설립하려면 인허가 조건 중 ‘대주주의 지분이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장벽이 있는데, ‘녹색시민은행’은 이를 넘을 수 있다.

만약 이 시민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대형 상업금융기관들에 의해 영위되면, 그들이 공급하는 금융지원은 자금수요자들의 사회혁신적 성과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하는 ‘인내심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으로 작용할 수 없다. 녹색 주체들에게 ‘인내심 있는 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1금융권을 통로로 하는 투·융자를 피해야 한다. 일본에서 녹색은행들이 대부업체 형태로 설립·운영하게 되었던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이를 감안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돈의 사용을 올바르게 유도

만약 경기도와 같은 지방정부가 ‘녹색시민은행’을 설립해 운영한다면 주요 시·군, 경기도 내 소재 대기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및 RE100 참여기업)들의 출자도 고려할 수 있고, 매년 지자체 예산과 수익 외에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녹색시민은행의 자금은 ‘사회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독일의 GLS라는 사회적 은행은 예금이자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예금자가 많다. 자신의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풀뿌리 조직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시민참여형 구조를 공사 제 규정에 반영해 투자 및 운영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노스다코타 사례처럼 그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형성되면 자금의 ‘사회적 조달’도 더욱 원활해진다.

한편 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 상업은행들에게 지역의 녹색화 및 에너지전환 등 지역 발전 또는 지역 혁신과 관련해 자금을 투·융자할 것을 의무화하는 ‘경기도 지역재투자 조례’를 제정할 필요도 있다. 행정 기간을 고려하면, 경기도 ‘녹색시민은행’ 설립이 국가적 차원의 한국녹색금융투자공사 설립보다 빠를 수 있다.

그린뉴딜은 중앙정부와 기업이 맡을 부분이 있고, 지방정부와 주민이 주도할 부분이 있다. 궁극적인 승부처가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에 있다. 주민과 공동체의 자발성 기초는 녹색 사업추진에 따른 재무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부문의 지원에 있다. ‘녹색시민은행’은 ‘돈의 공급’만큼이나 ‘돈의 사용’을 올바르게 리드하는 섬세한 거버넌스의 장치가 될 것이다. 사업의 올바른 길을 가늠해주는 장치이자 길목에서 잘되도록 체크해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그린뉴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장치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시민을 돕는 금융’, ‘금융의 공공성’이 매우 취약했는데 이를 극복하고 새 비전을 제시할 기회가 왔다. 바이든 당선인의 2400조원은 그린뉴딜 특성상 경제 승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기술한국이 기후악당이 아니라 기후천사로 변신할 절호의 찬스다. 금융계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양준호 인천대 교수>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4&art_id=202011201430171#csidxff0da9746805c90bf8bc701fab226e7



카테고리:12월호_창립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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