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이겨낸 ‘영농형 태양광’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이번 초가을 태풍은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주었다. 원전 6기가 어이없이 정지되면서 나라가 큰 위험에 빠질 뻔 했다는 나쁜 소식. 그리고 거센 바람에도 논 위에 설치한 태양광설비들은 끄덕 없었다는 좋은 소식. 후자는 농사도 짓고 전기도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얘기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에는 이 영농형 태양광(Solar Sharing)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작년에도 치바현은 태풍 때문에 곳곳에서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수십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으나, 이 시설은 태풍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경지정리된 논위에 한 자 남짓한 폭의 태양광모듈을 기초를 튼튼하게 설치해서 바람이 빠져나가기 좋다. 여기서 얻는 햇볕전기는 농사에 지장만 없다면 매력적인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볍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만5천년전의 한반도 청원군 소로리 볍씨는, 현재의 재배벼와는 유전적으로 40%밖에 닮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숲을 조금씩 불태워 농사짓는 숲속 화전밭의 볍씨였던 것이 많은 변화를 겪었으리라 짐작된다. 인류가 그 볍씨를 평지로 옮겨 수경 재배하면서 벼도 스스로 직사광선에 적응을 해왔으리라. 광합성작용을 위한 물보다 직사광의 고온을 냉각시키기 위한 물을 더 많이 소모하는 게 지금의 벼다. 화전과는 달리 물이 없으면 곤란해진 것.
또 광포화점이라고 해서, 벼와 대개의 작물은 일조량이 일정수준이상 넘으면 광합성활동이 늘어나지 않는다. 직사광이 지나치게 많아도 의미가 없다. 한국과 일본의 사례들은 햇빛을 가리는 차광율이 1/3쯤일 때도 수확량이 약간 감소할 뿐이다. 게다가 관점을 달리 하면 약간 그늘지는 게 물이 적어도 되므로 논에는 불리하지 않다. 사람이 머물면서 김매기 등 손수 농사를 짓기에도 좋다. 물을 적게 써도 된다는 것은 지구촌에도 희소식이다. 탄소저장능력은 유지하면서도 메탄 발생은 줄일 수 있으니.

그리고 설치 장소도 산비탈보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곳이라야 태양광 관리가 더 잘 되고 효과적이다. 나무를 베고 설치하는 산비탈 태양광은 용지비용이 들고, 식물이 금방 자라서 패널을 덮는 수가 있다. 관리도 어렵고 보기에도 흉하다. 평지의 논밭은 시설을 직방형으로 두기가 좋다. 설치하는 기둥간격과 높이가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높이와 폭으로 설치된다. 그것을 이용해서 CCTV로 쌀 작황을 관리하기 좋고 가을철에 새들이 가까이 하기 어렵다. 바람을 줄여 벼들의 쓰러짐도 적을 것이다. 유럽처럼 각종 온실에 설치해도 된다.
전남대와 영남대 등 몇 년간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들의 실험결과를 보면, 영농형 태양광은 영농병행을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농지훼손이 없이 오히려 농지를 보존하는 사업임을 입증하고 있다. 일반적인 ‘농촌태양광’ 사업은 형질변경을 통해 농지를 축소하고 훼손해야 했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분명하게 구분이 되고 있다. 농민이 직접 사업을 추진해서 농민에게 혜택이 직접 제공되는 사업이다.
사례들을 보면 100kW 설치하는데 600평이면 되고, 전기판매액도 월200만원이 넘는 때가 많다. 연간 순수익도 상당하다고 한다. 쌀 수확은 약간 줄어들긴 하지만 그 감소에 비할 바 없는 큰 금액이다. 고정단가로 장기계약(한국형 FIT)을 하면 20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얻는다. 이후 전기판매가가 싸지더라도 농촌에서는 큰 돈이다.
10GW설비를 하는데 전국 농지의 1.5%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머지않아 모든 발전소를 대체할 수도 있다. 햇빛은 공짜에다 깨끗하다. 고압선과 철탑을 없애도 된다. 도시와 농촌을 묶는 생활권의 에너지자립 경제가 가능하다. 급격한 산업구조변화로 ‘좌초’될 일자리가 이쪽으로 옮겨진다면 농촌도 활기가 생긴다. 언젠가 그늘 DNA를 회복한 볍씨도 개발되어 수확량도 늘 수 있을 것이다.
뜻이 있는 모든 농민에게 녹색금융과 행정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것, 이게 ‘진짜 그린뉴딜’이다. ‘영농형 태양광’ 혁명이 기대된다!
카테고리:10월호-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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