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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미국 원전기술자들도 걱정하는 한울3∙4호기 위험(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미국 원전기술자들도 걱정하는 한울 3∙4호기 위험

이원영 수원대 교수·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준) 위원 leewysu@gmail.com

※ 본 원고는 2020년 6월13일 보도된 “한울3·4호기 원전이 위태로운 이유” 후속기사입니다.

흔히 보는 원전(핵발전소) 현장의 거대한 기둥형 격납건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우라늄을 태우는 원자로와, 그로부터 뜨거운 물을 받아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는 힘을 전달하는 증기발생기, 이 둘이 나란히 들어있다. 핵심시설이자 위험시설이다.

이중 원자로는 설계수명이 삼사십년 이상으로서 도중에 교체될 수 없는 시설이지만 증기발생기는 때때로 교체된다. 증기발생기 내부에 열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전열관들이 다발로 들어 있는데, 그게 마모가 되면 부득이하게 교체하게 된다. 마모를 방치하면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증기발생기 교체기술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꽃’

그 마모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원자로에서 끓여진 물을 받아 증기로 바꾸고 식히는 흐름을 반복하다 보니 그로 인해 진동이 발생하는 유체유발진동이 있다. 또 하나는 21미터 높이의 거대금속용기가 뜨거워졌다가 식기를 반복하면서 팽창과 수축을 하는 바람에 생기는 피로진동이 있다. 문제는 후자다. 전자는 입력조건에 따라 예측이 가능한 데 비해 후자는 현장에 따라 다르다. 소형의 증기발생기라면 매달아두는 타입으로 해서 팽창과 수축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지만 대개는 바닥에 지지대를 받쳐서 고정하는 모델이 일반적이다. 미국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의 이름을 딴 CE타입이 그렇다.

그래서 지지대에 걸리는 용기의 팽창과 수축에 대해 신축성있게 유연한 작동이 가능하도록 장치하는 일이 과제로 된다. 과거 지지대 재질이 주강이었을 때는 그런 문제가 없었지만 재질이 일반강으로 바뀌면서 열변형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를 커버하는 장치가 CE타입의 미국원전에 있는 앵커볼트다. 대표사례가 Palo Verde 원전이다. 한국표준형원전의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한국표준형에는 그 앵커볼트가 없다.

▲ 사진 1)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Palo Verde 원전(1986년부터 가동). 한울 3·4호기 등 한국표준형원전과 유사한 CE형 타입이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증기발생기는 교체를 하게 되면 일이 많다. 설계부터 시작해서 배관을 잘라서 새 기기를 제대로 설치한 후, 용접까지 해야 하는 고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예산도 천문학적이다. 사람 몸으로 치면 생명까지 걸어야 할 큰 수술이다.

베테랑 엔지니어 Mo Palmowski 의 경고

한국표준형원전의 효시는 CE67형이다. 1967년도에 개발한 CE67이 오리지널 CE 모델이다. 이 모델로 1998년에 최초로 증기발생기 교체를 하였을 때(Saint Luice 1호기), 교체시공기술 자문을 한 업체가 BDS(Black Diamond Service)사 였다. 1960년도에 기업이 설립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니 60년이 넘은 기업이다. 엔지니어들도 벡텔, AREVA, 웨스팅하우스 출신으로 구성된 대단한 기업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DB도 탁월하게 구축되어 있다.

2012년 가을, 문인득 기술사는 자신이 발견한 슬라이딩 베이스 변형에 대해 BDS社에 유사사례가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미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회신이 왔다. 관련 정밀측정회사도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미국은 안전관리가 철저하다. 위험이 생기면, 공사를 중단하고 그에 대한 설계개선부터 한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위험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사진 2)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의 볼트 홀(Bolt Hole)중심선이 쏠려있는 상태. 이 자체가 운전상의 문제를 드러내주고 있다. 사진=문인득 기술사 제공

2012년 이 BDS사에서 한국으로 엔지니어링 부문의 인허가를 지원하는 업무를 위해 파견된 이가 Mo Palmowski (모어 팔모스키)씨다. 그는 1955년생으로서 미국 클락슨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30년넘게 원전 현장에서 시공과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업무를 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까다로운 증기발생기 교체공사에 대해 한수원이 진행하는 인허가업무에 기술지원서비스(TAS)를 맡았다. ‘과묵한 편이고 질문이 있기 전에도 상황을 판단해서 조언을 했던’ 엔지니어였다. 한수원 설비개선팀을 기술지원하는 역할이어서 두산중공업과 직접 수행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그해 늦가을, 울진의 원전현장에는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증기발생기의 상황이 위태롭다는 이유로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의 18인의 베테랑 원전기술자들이 급히 모인 것이다. 하지만 Mo Palmowski 씨는 무슨 이유인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지금도 의문스럽다. 그런 그가 한국을 떠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의 당사자인 문인득기술사에게 “증기발생기가 기울어져 있으면, 원자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미스터 문이 잘 처리해줄 것으로 믿겠다” 라고 조언을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Michael D. Pacholke의 걱정

BDS사의 프로젝트 매니저(PM) Michael D. Pacholke(마이클 퍼호키)씨는 2012년부터 1년반 동안 TAS 지원을 총괄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의 변형에 관한 내용을 알았던지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1985년에 작성된 영광 한빛 34호기 OPR 1000의 기술보고서를 문기술사에게 보내 주었다. 그 보고서에 시운전중 증기발생기 거동상태를 통해 설계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정보가 있다고 했다.

기실 2011년에 한빛원전 1호기 관련 증기발생기 수실의 붕산수에 의한 부식사고 에피소드가 있었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조차도 몰랐던 내용이,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에 한빛원전 1호기 사고에 소상히 공개된 것이다. 그리하여 NRC는 ‘안전에 중대한 이슈가 한국에 있었지만, 전 미국 발전사업자에게 유사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여 보고하라’고 조치한 것이었다. 과연 타산지석으로 활용하는 모범적인 대응과정이다.

마이클 퍼호키씨로부터 받은 기술보고서를 문기술사가 보고 나니 ‘한울원전 증기발생기 교체공사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고 한다. ‘큰 수술’이 실패하는 것이다. BDS사 PM과 Mo Palmowski씨의 조언은 실로 중대한 것을 지적하고, 야기될 문제를 판단해서 관련 자료를 제공해 준 것이다.

문제의 실체를 알고 있던 Mr. Smith의 도움

이 사건 이전에 한울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당시에 두산중공업에 해외기술자문으로 참여한 Mr. Smith도 중요인물이다. 2013년 6월경에 문기술사는 Palo Verde 고온기능시험 자료를 검토하다가, 주급수 배관의 재질이 한국표준형원전과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기계시공 기술자 Mr. Smith에게 한국원전과 다른 부분이 있어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자료에는 슬라이딩베이스 재질이 Casting(주강)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Palo Verde 원전에서는 STEEL(강)으로 되어 있었다. 문기술사는 소재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추적하였으나 정보를 획득할 수가 없었다. Mr. Smith는 PM에게 그 질문을 전달했던지. 바로 회신을 보내 왔다. 단 한 단어였다. ‘FAC’(부식현상의 한 종류로, Flow Acceleration Corrosion의 약어다).

문기술사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2014년 두산중공업 원자력서비스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어서 ‘FAC’관련하여 배관 재질 개선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제안서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2003년도부터 재질 개선을 했었는데 한국은 여전히 옛날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2014년에 회사측에 조언을 했음에도 간과했던 일이, 2017년경 정기검사보고서에서는 울진 2발전소 증기발생기에 발생한 많은 량의 슬러지의 존재로 확인된 것.

▲ 사진 3) 정밀측정전문가 Gunn씨가 슬라이드베이스의 변형을 측정해서 그림으로 그려서 두산중공업에 전달한 것. 사진=문인득 기술사 제공

정밀측정 전문가 Mike Guun씨가 접한 지지대 변형

두산중공업과 2011년부터 정밀측정 용역을 맺은 미국 3-SPACE사의 Mike Guun(마이크 군)은 업무성격상 매년 수시로 한국에 왔다. 측정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온 것이다. 한울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작업의 첫 단계는 군씨가 수행하는 정밀측정 작업이다.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의 원자로 배관을 절단하였을 때 5mm가 움직였다. 수직밸런스를 잡아야 하는 엄밀한 환경에서의 5mm 이동은 중대한 사건이다. 하부지지대가 변형되었음을 말한다. 이를 두고 군씨는 십여 사례의 컨버스턴 엔지니어링(CE)社의 원설계모델 원전에서는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의 변형이 없었다고 했다.

잔류하중의 증거인 ‘5mm가 움직여진 상태’에서는 공사 대책을 세울 때까지 중단했어야 했다. 마치 외과의가 수술하는 도중 문제가 생긴 것처럼. 그는 그 변형된 수치를 엑셀 프로그램으로 그려낸 이미지를 <사진3>과 같이 기록으로 남겼다. BDS사의 PM 퍼호키씨도 군씨의 데이터를 보고는 이와 유사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고 한다.

▲ 사진 4) 미국 Palo Vrede 2·3호기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와 내진설계된 앵커볼트(노란테이프)가 있다. 반면에 한국형원전에는 이것이 누락된 설계를 적용했다. 사진=문인득 기술사 제공
▲ 사진5) 신고리 3호기 APR 1400 슬라이딩베이스 구조, 앵커볼트가 누락된 설계적용. 이 지지대는 2012년 11월 조사했을 때 울진3호기 보다 더 심한 변형이 있었다. 사진=문인득 기술사 제공

증기발생기 문제로 12조원을 배상한 미쓰비시중공업

세계적인 사례가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국 SONGS 2,3호기 교체 증기발생기를 공급하면서 증기발생기 내부구조를 CE67의 오리지널 형태를 변경한 것에 대한 안전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이유로 인해 2개의 발전소가 영구폐로 중에 있다. 발전사업자인 APS사는 그에 대한 배상청구를 하여, 2017년 6월경에 12조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한울 3·4기와 동일한 구조인 신고리 3·4호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진이 왔을 때 수직지지대 하부는 설계여유도가 8%밖에 없다(신고리 3·4호기 최종안정성분석보고서). 반면 앵커 볼트가 있는 Palo Verde 원전은 300%이상 여유도가 있다.

그 잔류하중과 진동피로로 인해 한울 3·4호기는 지진에도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때 한국에 온 일본의 히로세 다카시씨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0.3g)이 턱없이 낮다”고 하면서, “경주 지진은 내륙형 직하지진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지진을 계기로 원전 내진 기준을 최대 2.34g로 높였다.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원전은 내진 성능을 0.63g로 강화했지만, 올 4월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에서 기록된 최대지반가속도 1.43g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구마모토 지진은 내륙형 직하지진이었다. 최대지반가속도가 1g를 넘으면 지상의 물체는 허공에 떠버린다.” 라고 했다.

지난 이명박 정권때 제기된 한울 3·4호기 위험은 지난 정권을 거쳐 이 정부까지 9년째가 되도록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마치 ‘폭탄 돌리기’ 게임 같다. 이런 불성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미국의 전문가들도 걱정하고 있다. 관련정부기관은 무얼 하고 있나? 요즘의 K방역과는 천양지차다.

원전 위험은 잠재적인 핵폭탄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그리고 지구촌 안위의 문제다. 당장이라도 투명하게 조사해야 하고 그 내용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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