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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학술회의]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 심리(한규석)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 심리

한 규석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사회심리학 전공

사람들이 지닌 안정적인 태도나 신념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확증편향이라는 심리기제가 의식 및 무의식 수준에서 작용하는 탓이다. 원자력 발전을 두고 친원전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 탈원전 혹은 반원전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의 대립이 팽팽하다. 서로 자기 진영을 지지하고 정당화시키며, 상대진영을 비난하고 궁색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증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대립하고 있는 찬핵론자와 탈핵론자의 진영논리를 성립시키는 심리적 기제로서 확증편향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찬핵론자들이 보이는 확증편향을 주요 영역별로 검토하고, 탈핵운동에 시사하는 점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 건 탈핵정책은 환경 분야와 시민 운동권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 방침은 기존의 원자력 생태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발과 저항을 직면하고 있다. 건설공사가 중단된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재개하느냐 아니면 건설을 중단하고 폐기하느냐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론화 위원회가 운영되어 시민투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의 교육과 숙의 및 투표가 이루어졌다. 한 달에 걸친 숙의와 교육과정에서 참여단은 건설재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양 진영의 전문가들의 홍보와 설득을 들어야 했고, 개인별로 최종 판단을 하였다. 양 진영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면서, 중립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반대진영의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펼쳤다. 참여자들은 참여 시점의 조사에서 건설재개 의견을 가진 사람(36.8%), 건설 중단 의견을 지닌 사람(27.6%),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35.6%)들로 대략 삼분되었다. 한 달의 숙의 기간 동안 4차례의 투표가 있었고, 마지막 투표에서 공사재개의 의견이 일차 조사보다 23%가 증가하고, 중단은 13%가 증가하였다. 이 숫자의 변화로 보면 공론화 초기에 확실한 의견을 지녔던 사람들은 숙의 과정에서 태도변화를 보인 사람은 적었고, 유보적 태도를 지닌 사람들(전체의 35.6%)이 한 달의 숙의 후에 공사재개(23%) 혹은 공산중단(13%) 쪽으로 태도를 바꾼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장기적인 원자력발전의 정책방향에 대한 투표 결과를 보면 1차에서 원전축소가 39.2%였으나 4차 투표에서는 53.2%로 증가하였고, 1차에서 12.9%였던 원전확대는 9.7%로 줄었으며, 31.1%이었던 원전유지는 35.5%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국민들은 장기적으로는 원전축소와 탈핵의 방향으로 가되 건설 중인 발전소의 중단이 현실 경제에 끼칠 수 있는 과중한 부담을 꺼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은 사회생활하면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쟁점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하여(accuracy goal) 정확한 정보들을 수집 파악하고자 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와 준거(중요한 소속 집단이 지니거나, 자신이 살면서 지켜왔던 것들)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동기(partisan goal)를 지니고 있다(Kruglanski & Webster, 1996). 특히 후자의 동기 탓에 흔히 이성적 사유가 그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쟁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증거와 주장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 태도, 소속 등에 의해서 지니게 된 입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인지(認知)는 냉정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인지, 즉 동기화된 인지의 영역이다(Kunda, 1990). 소수자 권익보호에 대하여 우호적인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수자 운동에 우호적인 내용의 글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제시하고 처리하는 양상을 본 결과, 태도가 어느 쪽으로든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자기입장에 우호적인 정보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설득력이 강한 것으로 여기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더불어 반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는 내용에 대해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부인편향(disconfirmation bias)이 동시에 나타났다(Taber & Lodge, 2006). 소수자 권인보호에 대하여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립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보를 균형있게 처리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쟁점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정보처리를 신중하게 하지 않는 탓이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평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입견이나 선호, 이익추구/손실회피를 정당화하거나 지지해 주는 정보를 주로 수집하고, 자신과 대립하는 입장이나 태도가 정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거나 강화시키는 추론의 양상이다(Nickerson, 1998).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에 접해서 갖고 있는 이론을 변경시키기 보다는 갖고 있는 신념에 맞추어서 새로운 사실을 소화해 내는 경향이 강하다. 이 확증편향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과정에서 널리 작용하는 가장 잘 알려진 추론양상이기도 하다(Evans, 1989).
사람들이 확증편향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지닌 중요한 태도나 신념에서 인지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한 탓이다. 자신이 지닌 신념과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접하거나 행동을 취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인지부조화라고 일컫는 이런 불편감을 해소하고자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거나 지니고 있던 생각을 바꾼다(Festinger, 1957). 원자력 찬양론자가 원자력 발전이 초래하는 불공정성의 사회문제를 인식하게 되면서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며, 탈핵론자로 변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매번 신중하게 처리하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정보를 선별하는 지름길 방략들을 오랜 진화의 세월동안 발전시켜왔고, 그 방략들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확증편향인 것이다.
확증편향은 복잡한 정보들에 휩쓸려 판단을 못하거나 오락가락하게 되는 것을 막아준다. 신념을 지닌 사람은 신념과 관련해서 판단이 어려운 애매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 한국원전의 안전성이 최고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방호돔에 공극이 발견된 기사를 보면서 원전의 안전성과는 무관한 시공상의 문제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들 수 있다. 확증편향 탓에 사람들은 지니고 있는 신념을 보호하고, 신념의 근거가 취약한 경우에도 강한 신념을 지닌 것으로 여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신념에 대한 강한 믿음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정당성(과신)을 갖게 만들며, 이런 자신감이 타인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확증편향에 취약한 온라인 환경
오늘날에는 온라인 환경이 생활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이 환경에서 정보가 퍼지고 소비되는 양상은 이전 시대와 다르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와 구별하기 어려워 뉴스 보도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팩트체크가 인기있는 코너로 자리잡았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이를 믿고, 퍼날르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환경에서 확증편향은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에 확증편향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지하다 시피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로 구미 선진국들을 넘어서 있고, 빠르고 저렴한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나 제공되고 있다. 2018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국인 2010명을 포함한 37개국의 7만4천명의 뉴스 소비 현황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서 뉴스를 접하는 주된 미디어를 하나만 택하게 했을 때 디지털 미디어 48%, TV 45%, 신문 4%로 나타남을 보였다(신재현, 2019).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도 37%로 나타나며, 널리 쓰이는 포탈을 이용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뉴스를 선택할 때 제목이나 언론사 이름 보다는 그 뉴스에 달린 댓글이나 ‘좋아요’ 숫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방향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본인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거나, 공유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보이는 양상은 적게 나타나고 있어, 소수의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뉴스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뉴스를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에 25%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37개국 중 가장 낮았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사람들도 인지하는 것이라 보인다.
온라인 매체의 뉴스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기 위하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자극적인 제목과 영상을 사용한다. 이런 기사의 선택에서 사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지닌 태도와 생각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온라인 환경에는 손가락 하나로 접할 수 있는 기사들 및 연결된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있는 정보들만을 접할 수 있도록 창구를 제한하기도 한다(Iyengar & Hahn, 2009). 이렇게 창구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활용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관심이 있는 것들만 보고, 관심이 없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접하지 못하는 “걸러진 거품”(“filter bubble”; Pariser, 2011) 속에 갇히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없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접하면서 스스로의 이념적 성향만 자신도 모르게 강화받는 것이다. 파리저는 이 걸러진 거품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념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다른 정치 성향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접하고 토론할 기회를 없애므로 사회를 이념적으로 갈라놓아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Pariser, 2011). 실제로 국내에서도 보수 유튜브 방송과 진보 유튜브 방송이 성장하면서 이를 통한 사회의 양극화와 가짜 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였다(김찬중, 2019; 마정미, 2020; 송해엽, 2019).
원자력발전은 쟁점이 많고 복잡한 탓에 자기의 신념에 부합하는 것과 모순되는 것들이 공존하게 마련이라서, 모순되는 것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고, 신념에 부합하는 것을 챙기고, 모호한 것들은 신념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기는 확증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확증편향의 작용 양상: 선택적 노출, 왜곡, 무시
확증편향은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확증편향이 자신의 생각이나 가설이 맞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관련증거를 탐색하고, 증거를 해석함에서 나타나는 선택적 편향으로 의식적이기도 하지만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암묵적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즉 스스로가 편향된 방향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한다고 여기지 않지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무의식적 기제라고 본다(Nickerson, 1998).

선택적 노출: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의 선택행위를 본 연구들은 사람들의 정치적 당파성(공화당 혹은 민주당)에 따라서 자기 당파성에 부응하는 뉴스를 수용하고, 반대되는 뉴스를 회피하는 양상을 보인다(Iyengar & Hahn, 2009). 많은 연구들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선택적 노출은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선택적 회피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Garret, 2009; Weeks, Ksiazek, and Holbert, 2016). 즉 자기 취향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기사를 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되는 기사를 모두 회피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Knobloch-Westerwick & Meng, 2009; Garrett & Stroud, 2014). 뉴스를 제공하는 채널이 내 정치적 취향과 맞느냐의 문제이기 보다 해당 주제가 얼마나 나의 관심과 관련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Mumolo, 2016).

정보의 왜곡된 해석과 무시: 앞에서 살폈듯이 최근의 연구들은 사람들에게서 선택적 노출은 강하지만, 선택적 회피 경향은 강하지 않음을 보여 정보처리의 수집단계에서 편식이 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부합하는 정보처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왜곡하거나 특정 면을 부풀리거나, 무시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만이 그동안 추진했던 탈핵정책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었다. 실상은 2017년 8월 대규모 정전을 겪고서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전기사업법 95조 1항의 폐지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진행했고, 투표한 유권자의 59.5%가 해당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대만정부는 2025년의 시기에 대하여 물은 것이지, 탈핵정책방향을 물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조선비즈, 2019. 6.2). 찬핵진영에서는 탈핵정책이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 사실 관계를 왜곡하여 보도한 것이다.
2019년 말 한수원 이사회는 수명을 연장하여 2022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승인이 난 월성1호기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찬핵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초래한 잘못 된 결정이라며, 수명연장을 위해 설비보강으로 투입된 7천억의 공사비가 낭비되고, 멀쩡한 원전을 폐쇄하므로 전기료 인상과 원전산업의 붕괴가 초래된다는 보도를 하였다(조선비즈, 2019.12.24.). 한편 탈핵진영에서는 2012년 월성1호기의 수명이 연장된 이후 가동에서 안전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안전 유지를 위한 설비 보강 등으로 발전소 이용율이 떨어지고, 손실이 커져, 경제성도 악화되어 발전단가가 전력 판매단가보다 2배 이상 비싸, 운영할수록 적자가 1천억원 이상 누적 된다며, 조기 폐쇄가 당연한 결정이라는 보도를 하였다(한겨레, 2019, 12.25). 월성1호기 폐쇄라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두 가지 보도내용은 사뭇 다르다. 탈핵진영의 보도는 독자들이 결정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 보다는 입장을 합리화시키는 형태로 관련된 내용을 무시한 찬핵진영의 보도가 대조된다.

찬핵/탈핵 진영이 대립하는 영역과 그 근거
원자력 산업 정책은 경제적인 효용성과 환경적인 위험성, 사회정의 문제 등이 서로 갈등하며 공존하는 매우 복잡한 성격의 국가적 과제이다. 그래서 정책의 도입과 유지 과정에서 도입과 폐지, 축소 또는 확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정권의 지지기반이 지역 및 계층에 따라 다르고, 방침의 채택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다르며, 대부분의 사안에 대한 주장이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그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논리 보다는 진영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각 진영은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주장을 펴며, 그 주장을 지지해 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점에서 어느 진영이나 할 것 없이 확증편향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탈핵/찬핵의 사안이 지닌 쟁점은 다양하다. 주요 쟁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찬반의 준거가 달리 적용될 수 있으며, 이 점에서도 확증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양쪽이 제시하는 주요 주장의 내용을 주요 문제영역별로 간략히 표 1에 제시해 보겠다.

상기한 각 영역에서 탈핵론자와 찬핵론자들은 나름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를 끌어올 수 있다. 양 측 모두 그런 판단과정에서 확증편향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글에서는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을 위주로 짚어 보겠다. 탈핵론자들도 확증편향의 양상을 당연히 보이지만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식 무의식적 동기에서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찬핵론자들의 주장을 살펴 보겠다. 이 자료집을 택한 이유는 탈핵론과 찬핵론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으로 심각하게 대립하였고, 한 달여의 숙의기간 동안 양 진영은 최선을 다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원전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보며, 신고리 5 6호기에 국한되는 것을 빼겠다.

찬핵론자들의 확증편향의 사례와 문제점

찬핵론자들은 원자력 발전이 한국과 같이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에 최상이며, 지구온난화에 대비하여 화석연료 발전이 내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현실적 대책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확증편향은 이러한 믿음을 지지하고 강화시키는 증거나 논리는 즉각 받아들이고, 이 믿음을 부정하고 의문시하는 증거나 논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접하더라도 왜곡하거나, 무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찬핵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청정 에너지 문제: 과연 원전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인가? 청와대에 올려진 ‘원전 재가동!’ 청원에서 익명의 게재자는 “원전은 미세먼지도 안 만들고 온실가스도 가장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에너지2)”라며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에서 원전이 없다면 많은 돈을 들여 자원을 수입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며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는 이 내용은 사실 지난 2년전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다시 불거지며, 찬핵론자들의 중요한 지지논리가 되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의 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만들어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은 2018년 인천에서 48차 총회를 열고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로 규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탄소배출을 2030년에는 2010년 배출량의 45%로, 2050년에는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2도 상승에 비해서 1.5도 상승이 그나마 지구에 주는 충격이 견딜만한 정도라고 분석되었기에 목표를 그렇게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찬핵론자들은 원자력발전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며, 경제적인 발전 형태라며 탈핵에서 벗어나 원전의 증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IPCC 에서 채택한 합의문에는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참여국간의 논란은 상당기간 있어왔다(김현우, 2020; 이헌석, 2020). 핵발전을 옹호하는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등에서는 핵발전을 청정개발체제(CDM: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사업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나타나는 경우에 그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에 포함시키기를 주장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과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며 논쟁을 벌여왔다. 온실가스가 낮게 배출되는 점 외에 엄청난 안전사고의 가능성,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 등이 얽혀 핵발전을 권장하거나 수용하는 문구가 IPCC의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탄소배출에 대하여 여러 나라에서 영문으로 출간된 연구물 19개(전세계 103개의 관련 논문을 검토하여 선별함)를 면밀히 검토한 연구(Sovacool, 2008)는 핵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4~288g/kWh(평균 66g)로 석탄(960~1050g)이나 천연가스(443g) 보다는 낮지만 풍력발전(9~10g)이나 태양광(32g) 보다 높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원전 운영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우라늄의 채굴, 정련, 운반, 사용,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보다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문광주, 2016). 그러나 찬핵론자들은 핵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제반 과정들을 무시하고, 핵연료를 태우는 실제 발전 과정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갖고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라고 제시하는 것이다.

경제성 문제: 과연 원전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인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보면 원전은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하게 나와 있다. 키로와트당 석탄이 60원, 가스 147원, 신재생 221원인데 비해 원자력은 50원이다. 더욱이 이 발전단가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용, 원전해체 비용, 연구개발기금, 발전소 지역지원 사업비 등의 사회적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 처리비용(220조원)을 반영한다고 해도 발전원가는 11원/kWh 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향후에도 원전 운영단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발전양이 늘어나면 더 낮아 질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탈핵진영에서는 이런 발전단가의 산정 기준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처리장을 짓기는 커녕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선정을 위한 활성단층의 지도조차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핵폐기물 처리 및 관리 비용이 어떻게 산정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처리 비용은 초기에 220조원으로 집계되었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민간연구기관은 정부추계보다 3.7배인 826조원이 될 것이라는 추산을 하고 있다(매일경제, 2019.3.22.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03/174318/).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새롭게 드러나는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설비투자가 증가하여 원전의 발전단가는 자연스럽게 인상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높아지면서 단가는 떨어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 따르면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2012년 키로와트당 39원에서 2016년 68원으로 증가하였고,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에 같은 기간에 각기 171원과 175원에서 77원과 83원으로 감소하였다(65쪽).
2020년 국내에서 원전건설의 주된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를 맞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찬핵 성향의 교수 255인으로 구성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성명서를 내어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가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경영진의 오판 때문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을 억지라며. 중단된 신한울 3ㆍ4호기의 공사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탈핵진영의 분석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적자를 보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원전 사업은 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며, 탈핵정책이 아니라면 2022년에 수주하게 될 원전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현재 맞게 된 경영위기와 연관지어 말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더스쿠프, 2020, 3.25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732).

안전성 문제: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나?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집>을 보면 찬핵론자들은 “사용후핵연료는 철저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28쪽).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29쪽)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핵발전소를 가동해왔지만, 아직 우리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분장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관리해야할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문제거리로 남아있다.3) 지난 정부에서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해 건식 임시저장시설(멕스터)을 핵발전소 부지별로 건설하겠다고 했고, 그에 따라 폐기물 포화상태가 임박한 월성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금년에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쳤다(탈핵신문, 2020, 5. 12).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론화 시민참여단을 구성해서 전국공론화와 지역공론화를 거쳐 방침을 확정하겠다며 추진 중이지만(용석록, 2020) 해결책이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원전 24기 중 75퍼센트인 18기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중저준위핵폐기물 저장소가 원전과 함께 있는 경주ㆍ월성지역은 2016년에 국내에서 지진 관측사상 최고 강도(규모 5.8)의 지진이 수차례 발생하였다. 저장소 유치 결정이 난 2005년에 지질학적 안전성보다 지역주민의 선호가 우선시 되었기에 경주에 저장소가 설치되었으나 지질학적으로 적합하지 못한 지역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012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연구보고서를 제작하였으나,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용석록, 2016). 이것이 공개되지 않고 폐기된 후에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이 이루어지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허가 되었다. 실제 국내에는 전국토에 대한 활성단층대 파악이 되어 있지 못하다. 향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진평가를 새롭게 실시해야 하며, 내진설계 역시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월성 2~4호기처럼 근본적으로 내진설계 강화가 불가능한 안전성 미달의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찬핵론자들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편익만 생각했지 이로 인해 발생할 지도 모를 대규모 재난의 사회적 비용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이 오랫동안 진통을 겪고 있지만 해결책이 안 보인다. 국내에는 1978년 이후 원전발전으로 쌓인 핵폐기물이 1만6천톤이나 있지만 처리방법이나 처리장소가 확보되지 않아 각 발전소의 수조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다. 이나마 곧 포화상태에 달한다(월성원전의 경우 2021년에는 포화 예상됨).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 처리하는 방침이 세워졌지만, 실제 선정과정에서 후보지역에 활성단층이 발견되거나 지역주민들이 유치를 반대하여 안면도(1991년), 굴업도(1995년), 부안(2003년)에서 부지 선정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분리하여 그 처리장을 경주에 설치하여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지질학적 안전성 보다는 지역 주민의 수용도가 처리장 유치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주 부지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대비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전국토의 활성단층 파악이 안되어 있으며, 유치하려는 지역도 없다는 점이다.4)
한수원은 2012년 30년 수명이 종료되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해 정비를 한 후의 안전성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국제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중앙일보, 2012.6.7.), 국제원자력기구는 30년 수명이 종료된 원자로의 수명연장을 위한 점검은 교체된 부품이 아니라 원래 부품을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등 월성1호기의 안정성이 국제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한겨레, 2013.4.8.).

사회정의(正義)와 윤리 문제: 찬핵론자들이 외면 혹은 무시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짚어보자. 우선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원자력 안전의 심각한 결함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원자력 발전에 의해 혜택을 받는 사람과 고통을 받는 사람이 다르다면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원전은 두 가지 면에서 사회정의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지역간 불공정의 문제이다. 원전이 준다는 다양한 혜택(값싼 전력, 청정 에너지 등)의 주된 수혜자는 산업계와 도시 지역 사람들이지만, 대도시 수요 지역으로의 송전과 핵폐기물 처리에서 수반되는 위험부담은 온전히 발전소 및 폐기장 지역의 거주인들의 몫이다. 밀양송전탑 건설을 둘러 싼 오랜 시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하나는 세대간 불공정의 문제이다. 원전의 혜택은 현 세대가 보고, 폐기물 처리의 부담과 위험을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에게 지우는 데서 오는 불공정의 문제이다. 찬핵론자들은 핵폐기물 처리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함구하거나 앞에서 보았듯이 마치 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 없이 미봉책으로 대처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부담은 발전소 지역과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폐기물 처리에 걸리는 10만년 이라는 긴 시간을 우리가 진정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시급한 당면문제로 부각되면서 생활윤리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노희정, 2018; Bhaskar, Næss, & Høyer, 2012). 지구온난화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자연에 대해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 인간이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생활을 이백년 동안 추구해 온 결과로 초래된 것이라는 인식이 소구력을 얻고 있다(리프킨, 2020). 국내의 찬핵론자들의 글을 묶어 2017년 출판된 “탈핵 비판”(이정훈 외 지음. 글마당 출판)에서 열렬한 찬핵론자 한 분은 “환경이 에너지를 지배하는 것이 좋은 세상인가?”라고 물으며, 인간이라는 주체를 둘러싼 객체인 환경이 인간을 결정하는 것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김현우, 2017에서 재인용).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대체물로 쓰라고 준 선물이 원자력 발전이라고 말한다(미디어오늘, 2019.11.4. http://www.mediatoday.co.kr). 과연 이런 인식이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원전은 어쩌면 싼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인간의 욕망 충족을 더욱 부채질한 면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료는 키로와트당 8.3원 꼴로 OECD 평균의 절반가격이며 28개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싸다. 가장 전기료가 비싼 덴마크는 33원으로 한국의 4배 이며, 독일은 한국의 세배가 넘는다. 2000년 이후 18년간 전기요금이 한국에서는 50% 증가하였지만, 28개국의 평균 증가율은 131% 이었다. 2017년 기준 일인당 전기 사용량은 한국이 10.7 메가와트로, 프랑스 7.2, 독일 7.0, 일본 8.1 보다 높고, 미국 12.6보다 조금 낮다(연합뉴스, 2019.10.27). 환경을 지배하는 존재라는 인간위주의 윤리의식에서 벗어나 환경 속의 존재일 뿐이라는 생태윤리를 수용하지 않고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무리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그 개방성과 접근성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에 사람들은 환호하였다. 그러나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세력과 파당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듣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싫어하거나 도전적인 정보들에 차폐막을 치면서 자신들을 고립된 “메아리방”에서 생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Sunstein, 2001). 더욱이 취향에 맞는 것만을 전달해 주는 알고리즘의 활용 탓에 사람들은 이제 “걸러진 거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Pariser, 2011). 진화의 긴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획득한 확증편향이 작용하여 이 거품의 문제를 자각하기 어렵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면서 구사하는 확증편향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아울러 태도/신념의 극화 현상을 초래하면서 진영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확증편향의 작용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무지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어 더욱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구를 강타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으며, 실직의 고통, 가택연금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전에 누렸던 평범한 일상을 동경하게 되었고,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염병의 발생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망각하거나 모르고 살던 사람들에게 “이래도 모르겠냐?!”는 깨침을 촉구하고 있다.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고,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명령이다. 이전이란 산업화 시대와 후기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를 포함한 코로나19 이전까지의 시대이다. 많은 학자들은 오늘날의 시대가 소위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리울 수 있다며 경고한다(Crutzen & Stoermer, 2000).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아주 미미한 시간대에 불과하지만 인류세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 하였다. 인류세 시대에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여기며 마음 내키는대로 이용하고, 변용하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정신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 효율과 경제학적 가치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현시대적 관점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탈핵운동은 그 전환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

각주
1) 오시마 교수는 “원전이 사고가 나지 않고 무사히 40∼60년 뒤 가동이 종료되더라도 폐로와 핵연료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은 초장기적으로 발생한다”며 “그런데도 원전이 싸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런 ‘백 엔드’(후처리) 비용이 감춰져 있고, 해당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52924.html#csidxcc40480da6d67bfa0577f8a055cf727
2)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에서 찬핵론자들은 IPCC 의 2014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 820, 천연가스 490, 태양광 48, 원자력 12g/kWh라고 제시하고 있다.
3) 탈핵진영의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에 사는 것에 비유한다. 원자력발전을 위해 우라늄을 핵연료로 만들어 사용하고 난 사용후핵연료는 매우 강한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되어야 한다.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의 위험도가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십만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동안 안전한 지역에 밀봉 처리하여 보관해야 한다. 핀란드는 이 폐기물을 활성단층이 없는 지하 500미터에 보관한다는 공사를 벌이고 있음.
4)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근영(2017)을 참고바람.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84269.html)
5) 밀양송전탑의 경과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위해 환경운동연합(2013. http://kfem.or.kr/?p=6630)을 참고바람.
6) https://www.yna.co.kr/view/AKR20191026042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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