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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안전신화에 기반한 ‘탈원전 반대’로는 미래 없다(국제신문)

김해창 교수의 ‘재난의 정치경제학’<8>안전신화에 기반한 ‘탈원전 반대’로는 미래 없다

국제신문디지털뉴스부

2020-04-13

<8>안전신화에 기반한 ‘탈원전 반대’로는 미래 없다

원문보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200413.99099004807

최근 21대 총선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친원전 진영이 ‘월성1호기 폐쇄 결정’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제1야당은 ‘원전부활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는 등 탈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언론도 탈원전 반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일부 기사는 왜곡보도로 언론중재를 거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친원전 진영의 이같은 ‘탈원전 반대’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의 ‘원전안전 신화’에 기초를 두고 있어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달라진 세계적인 탈원전에너지전환 흐름에 역행하고, 나아가 미래의 복합재난에 대한 국민적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정책연대를 비롯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들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 10일 한수원을 상대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및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원전 사업종결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한수원 이사회가 왜곡된 통계를 근거로 경제성이 없다며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결의를 한 것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야당 요구에 여당이 협조해 국회 차원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의결해 현재 감사원 감사 최종 의결만 남겨둔 상태이다. 한편 한수원 노조와 한변이 2018년 한수원 이사회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고소·고발을 했으나 지난해 경찰·검찰에서 내용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모두 각하된 바 있다.

친원전 진영의 ‘멀쩡한 월성1호기 폐로’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과연 한수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멀쩡한 원전을 이유 없이 폐로했을까? 또 다른 차원이지만 지난 6일 제1야당의 특정 후보가 세월호와 관련해 다시 막말을 쏟아냈다. 당시 여당 의원으로 세월호사고의 원인 규명이나 구조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커녕 피해 가족과 국민의 가슴에 못질하는 심리의 저변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컨대 이들은 ‘원전사고나 세월호사고 같은 것은 일어날 수 없고, 설령 일어나더라도 자기 가족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것 아닐까.

지난해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탈원전 반대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미국의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C. Wright Mills)는 1959년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책에서 자신이 경험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회구조를 상상(통찰)함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떤 사회문제를 자기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성찰해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스스로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탈원전 반대’나 ‘세월호 막말’은 재난에 있어 사회학적 상상력의 빈곤에서 나온 결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코로나19사태로 전 세계가 대재난의 한 가운데 있으나 동시에 다른 대재난이나 향후 이와 비슷한 재난이 언제든지 닥칠 우려가 높다. ‘재난관리론’(이재은 외·2006)에 나오는 위기와 재난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정치체계와 관련된 것으로는 전쟁, 무력시위, 쿠데타, 테러 및 파괴활동, 비행기 납치 등이, 경제기술체계로는 위험물질 유출, 해양·수질·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방사능 오염, 산성비, 일반 및 핵폐기물 매립, 구조물 붕괴, 폭발 등이 있다. 사회문화체계로는 인종·민족·지역 간 폭력적 갈등, 전염병·괴질의 출현, 폭력적 파업, 폭동 등이, 자연체계로는 홍수, 태풍, 지진, 가뭄, 폭염, 냉해, 한해, 우박, 해일, 화산폭발 등 다양하다. 이러한 것이 또한 복합재난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연재난, 인위재난, 사회재난의 형태로 나타나는 이들 위기·재난의 특징은 그 돌발적 성격으로 인해 사회 제반 가치와 규범·문화·관계들을 변화시키며 개인, 가정, 기업, 국가 전반에 이르는 총체적 난국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재난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인데, 지금 코로나19라는 대재난을 맞아 이러한 위기를 전 세계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투표일이고 다음 날인 16일은 세월호사고 6주년, 26일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원전사고 34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날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가장 큰 책무이기에 ‘위기관리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나섬과 동시에 후쿠시마원전사고와 세월호사고, 메르스사태 등 과거 재난을 되돌아보면서 미래 위기에 대한 인식과 위기관리의 적정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후쿠시마원전사고와 세월호참사 이래 안전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달라진 국민의 안전의식이 고리1호기·월성1호기를 폐로하고 새 정부가 점진적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밑바탕이 됐다. 지금 코로나19사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이 ‘원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것이 이들 노후원전·불신원전을 폐로조치한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소위 ‘베크(Beck)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1965년 미국의 베크박사가 과거 21년간 미국 원전 246기의 원전 사고·고장 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원전사고의 경우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원전 학자인 오쿠노 고야 전 교토대 공학부 교수가 2011년 9월 도쿄 강연에서 밝혔듯이 원전추진파들은 철저히 베크의 법칙을 무시해왔다. 그들은 그러한 사고가 일어날 리 없으며, 사고가 나면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친원전 진영의 논리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정부조사위원장을 맡았던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가 펴낸 ‘원전안전신화의 붕괴’라는 책은 우리시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이며, ‘제2의 후쿠시마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서이기도 하다. 이 책 말미에는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마인드 7가지를 강조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틀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그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위험에 바로 맞서 논의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2007년 도쿄전력 연구팀이 국제회의에서 후쿠시마원전에 9m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이 약 1%, 13m 이상의 대쓰나미가 올 확률이 0.1%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이에 대비하지 않았고, 최악의 사태에도 절대로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는 ‘5중벽’이 있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대참사를 당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대형원전사고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우’일까? 또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정치적 공격’을 해대는 원전추진파들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월성1호기는 폐로 직전에 다른 국내 원전 평균 발전원가보다 2배 가까이 높았고, 잦은 고장으로 안전점검이 필요해 사실상 장기가동을 하지 못했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엄격한 국제기준으로 추가비용이 계속 들고, 중수로 원전이기에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다른 원전보다 4~5배나 더 나왔다. 이처럼 30년 설계수명연한을 훨씬 넘긴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무시하고 멋대로 7000억 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했으며, 각종 원전비리는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것들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 친원전 학자들은 단 한번도 사전경고나 자기반성 결의를 사회에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월성1호기가 멀쩡한 원전이라면서 폐로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니,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친원전 아베 정부조차도 ‘멀쩡한 일본 원전 40여기’를 폐로 또는 9년 이상 가동중지를 하고 있는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할 것인가?

2015년 열린 고리1호기 폐쇄 범시민대회 모습. 국제신문DB


월성1호기 폐로 결정은 결단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아니었다. 많은 지역주민·환경시민단체의 노력과 대다수 국민 공감의 결과이다. 필자도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해 2014년 11월부터 2015년 6월 폐로 되기까지 매주 토요일 30차례에 걸쳐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을 했다. 마침내 박근혜 정부때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이 났고, 그 뒤 환경시민단체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 국민소송이 제기돼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뒤늦게 승인한 것이다. 이 모든 노력들이 그들 원전추진파에게는 원전 가동의 걸림돌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원자력은 절대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이다’ 라는 말의 허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증명하고 있다. 친원전 진영이 말하는 경제성이란 정말 국민의 안전과 국익에 합당한 말일까?

우리나라도 2016년 경주지진(규모 5.8),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으로 유례없던 강진이 일어났고, 향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친원전 학자들은 노후원전이 재연장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편익만 생각했지 이로 인해 발생할 지도 모를 대규모 재난의 사회적 비용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당시 일본은 방사능예측장비인 ‘SPEEDI(스피디)’가 있었지만 정보를 제때 국민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이 있었지만 현장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가 있었지만 기능을 하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가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2015년 메르스사태 때는 질병예방센터장으로서 대응을 잘못했다고 징계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 본부장으로 승진 기용됐고 지금은 국민의 신망을 받고 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사고 이전에 프랑스 브라이에원전에서 홍수로 인한 전원상실사고를 알았지만 과거 매뉴얼만 따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접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2002년 미 해군특수부대 요원이 모의테러훈련으로 원전 침입을 시도한 결과 미국의 11개 원전 가운데 7개 원전이 노심파괴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등급7의 최악의 원전사고를 예상해 대비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탈원전 학자들은 오히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위상을 강화하고, 행정부 내부 감시만이 아니라 국회 차원의 감시기구를 만들어 크로스체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월성1호기 폐로결정이나 코로나19상황에서의 ‘거리두기’야 말로 세월호사고 때처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가가 취하는 비상조치이다. 재난의 일상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각종 사고의 교훈은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유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우리 모두는 이러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원전 반대’는 틀렸다. 지금 우리에겐 재난에 대한 사회학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hckim@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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