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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핵발전소 사고시의 과제(이재은)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핵발전소 사고시의 과제(주1)

이재은(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맹점이라는 문제는 모든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그 원인으로서는 계기의 오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 장치, 제어에 대한 둔감한 반응을 들 수 있다. 기계에 관해서 자신이 아는 것은 얼마나 적은 부분인가 하는 자각을 당사자가 갖지 않는다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며 위기 상황 속에서 그들은 잘못된 가설을 날조하고 현실적 정황이 눈앞에 드러나도 그 가설에 집착한다. – 제임스 R. 차일스(2008: 115)


가. 안전과 위험

과학기술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생활의 풍요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부산물로 심각한 위험을 수반하는 새로운 양태의 기술위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자연재난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기술위험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김영평 외, 1995: 935). 즉 위험(risk)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동반하여 성장하는 사회가 지니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Crouch and Wilson, 1983). 그러나 위험, 그 자체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분석될 수 없으며 다양성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험은 어떤 결과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불확실성(주2)이 수반된다(Jaeger, Ren, Rosa, and Webler, 2001: 16-17). 특히 현대 산업사회의 기술재해(주3)는 대부분 생소한 위험이다(Zimmerman, 1985).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우선 낯설기 때문에 그 재해의 원인도 모르고 재해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상하지도 못한다(Coates, 1982). 이러한 불확실한 위험은 위험의 크기를 확인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기술위험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과거 위험에 대한 논의를 객관성 혹은 불확실성과 관련된 확률의 문제로 다루다가 최근 위험의 개념을 주관적이고 가치 평가적인 속성을 인정하는 것은(Slovic, 2000: 390-412) 위험의 개념이 인식론적 차원에서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Morgan, Slovic, Nair, et. al. 1985: 139-149). 즉 과거 위험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고찰하면 위험의 원인을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전문가에 비해 지식 또는 정보의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위험에 대해 수치적 데이터와 객관적 자료 외에 불확실성, 통제가능성, 재앙적 잠재성 등 다양한 위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Slovic, 1994: 63-78).
위험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속성이 내포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 및 문화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위험은 생활 속의 위협과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삶 속에 용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위험의 개념을 다양한 차원을 고려하되(김영평 외, 1995) 가치판단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하며 존재성이 아닌 인식(perception)의 문제로 접근(조성경·오세기, 2002: 333)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한 것이 위험하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안전에 관한 한 진실이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경우, 더 큰 위험성을 지닌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등산이 더 많은 인명구조 요원과 더 나은 구조 장비에 의해 더 안전하게 된다면, 등산가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바뀌게 된다. 그는 안전을 믿고 위험성이 더 큰 등산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위험한 일이 객관적으로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험성이 더 큰 등산을 한다는 것은 더 위태로운 일이고 덜 안전한 일임에도 말이다. 자동제어 브레이크(ABS)가 장착된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예들은 최고의 안전시설을 갖춘 타이타닉호의 침몰에서부터 다중적 안전장치를 갖춘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의 사고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이 제시될 수 있다(노진철, 2010: 281-282). 이처럼 안전에 대한 과도하거나 맹목적인 신뢰는 안전에 대한 최대의 위험이 된다. 어쩌면 원전 안전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안전장치와 시스템을 맹신했기에 감히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이나 비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안전에 대한 근거 있는 믿음이나 잘 구축된 안전관리시스템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언제나 작동해야 하고 안전을 확보해야만 하는 중요한 시설이나 대상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보안상의 이유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인해, 정작 위기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일반 국민들은 안전을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로부터 배제되거나 소외된다. 실제로 오늘날 작동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기계들은 출입금지 구역에 있든지 외따로 떨어진 지역에 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차일스, 2008: 22-23). 원자력발전소에 접근해서 안전관리시스템을 점검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상황임에도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신뢰해야 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원자력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신뢰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가 붕괴되고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테러리스트에 의해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될 수도 있으며, 정상적인 시험 검사를 거치지 않은 부품의 고장이나 오작동으로 폭발할 가능성(이재은, 2012: 94-95)이 언제라도 있다. 따라서 과학적 안전관리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설명은 강요된 안전일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은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양산할 뿐이다. 원자력발전의 안전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은 유용하지만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생성해내는 특징이 있으므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해 요구되는 안전성의 확보 여부가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장순흥, 1995: 141). 따라서 원자력 발전의 경우,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발전은 천재지변이나 적의 공격, 테러리즘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의 내부 기계적 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폭발, 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외부의 공격이나 테러리즘, 또는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안전상 가장 큰 위험이 원자력발전소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홍기원, 2011: 101). 따라서 원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사후 대응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원자력발전 사고는 한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사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원전 안전문제, 환경재앙, 더 나아가 국가의 안전보장 문제로 연결되었다. 이로 인해 원전 문제는 국경을 넘는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로 부상(전진호, 2012: 16)했고, 급기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이필렬, 2011: 73).
이 장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의 의의와 필요성을 살펴보고,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관점에서 개선방안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원자력 발전의 안전과 위기관리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과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례와 우리나라 사례를 분석한 후,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나. 원자력발전의 안전과 위기관리


(1) 원자력발전의 안전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생성해내는 특징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해 안전성의 확보가 항상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특히 1979년에 발생한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TMI) 원전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확산시켰다(장순흥, 1995: 141).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침체 상태에 있던 원자력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표현처럼 부활하다가(김혜정, 2011: 258),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맞게 됨으로써 다시금 원전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중으로 하여금 원자력 찬성에서 반대로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기존의 원전 반대론자들의 반원전 태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WIN-Gallup International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47개국 36,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력 생산수단으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사고 전에는 50.4%였으나 사고 후에는 43.6%로 떨어졌다. 그리고 Ipsos(2011)가 2011년 6월, 24개국 18,7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 이러한 인식의 전환 비율이 아시아권인 한국(66%), 중국(52%), 일본(5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영국 BBC News가 23,231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11년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지도가 미국을 제외한 8개 국가인 프랑스,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러시아, 영국에서 떨어졌다(왕재선·김서용, 2013: 397).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safety) 문제가 국가 안전보장(security)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는 국가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도 원전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었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 설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9.11 테러 이후의 미국과 같이 핵테러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국가도 있지만, 핵테러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국가나 일반인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핵테러에 의한 위협보다 원자력 안전사고에 의한 위협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원전시설에 대한 의도적 테러뿐만 아니라, 원전의 안전사고 역시 ‘핵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전진호, 2012: 16).
원자력 안전의 본질은 방사선(radiation)의 존재로부터 찾는다. 화력발전에서는 화학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원자력 발전에서는 핵분열(nuclear fission)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여 전기로 변환시킨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분열할 때는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핵분열 생성물)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알파선(α-ray), 베타선(β-ray), 감마선(γ -ray)과 같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방사성물질(radioactive material)이다. 원자력에서의 모든 안전 활동, 즉 안전 목표, 안전성 확보 원칙,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은 방사성 또는 이를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방지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원자력 안전은 “발생가능한 방사성 재해로부터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 가지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장순흥, 1995: 143-145). 우선, 원자력 안전은 고도의 기술적인 안전성을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기술적인 안전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안전성 인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자력 안전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만일 한 국가에서 중대한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국경을 초월하여 미치기 때문에 원자력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국제 공동 노력과 상호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2) 원자력발전 위기관리

원자력 재난이나 위기는 내부적인 기술적 위험성이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핵테러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핵테러(주4)는 보편타당하게 통용되는 정의는 없으나 테러 행위로서 고의적으로 인명을 살상 또는 상해를 목적으로 핵무기나 방사능 무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위협하며 또는 핵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시설을 공격하여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탈취하거나, 고의적으로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박진희, 2012: 167).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는 파괴나 무장공격에 대해 적절한 방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한편, 발전소 직원들에 의한 파업, 파괴 행위, 그리고 적대적인 공격 행위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방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장순흥, 1995: 160).
핵테러의 유형 중 하나인 핵시설 파괴는 최근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알 카에다(Al-Qaeda)의 고위층이 원자력시설 파괴 가능성을 연구한 것이나 체첸 반군과 북 코카서스(Caucasus) 테러 집단들이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대표적인 핵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보안병력, 격납용기, 추가안전시스템으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어떤 원자로는 현장에 무장경비가 없을 정도로 허술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서양식 격납 용기가 없으며 추가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예도 있다(박진희, 2012: 169).
원자력사고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의 중대성에 비추어 원전의 객관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원자력시설의 위험은 참을 수 있는 위험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 판단은 전문가의 평가뿐만 아니라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박균성, 2006: 55, 60).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은 바로 그것이 근원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위험이 대재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재앙은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적 요인이나 인간의 사보타지나 실수 그리고 부품의 결함(이필렬, 2011: 77)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동시에 테러나 무장공격에 의해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5).
국민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서비스 분야는 시장보다는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주6). 이는 외부효과(externality), 공공재(public goods) 성격, 불완전한 정보(imperfect information)의 문제 등으로 인해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 로 배분되기 위해서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시장이 존재하고 가격이 형성되어야 하지만 안전 서비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주7). 원자력발전과 같이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분야에서는 시장에 모든 기능을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는 시장 경제 체제에 완전히 맡길 수는 없고 공익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공공분야의 관리와 감독에 종속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너지의 생산, 수송, 공급, 상업화 등은 전적으로 공공성을 존중해야 하며 공권력의 감독 하에 두어야 한다(홍기원, 2011: 102). 특히 원자력 위기관리는 그 실패의 영향이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전 사고가 발생한 국가와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인류와 후속세대에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다. 원전사고 사례 분석과 교훈

(1)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례 분석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일본의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지진에 이은 쓰나미 여파로 일본의 동북부 해안 지역은 폐허가 되었고, 2012년 2월 12일자 The Japan Times의 보도에 의하면 사망자가 15,848명, 실종자가 3,305명에 달하였다. 도호쿠 지역의 전체 대피자 숫자는 2012년 1월 26일 현재 341,411명이었다. 이와 함께 쓰나미로 인한 잔해물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현 해안 지역에 2천2백5십만 톤이 쌓였고, 이 중 70% 정도가 1월 31일자로 임시 처리시설에 옮겨졌다(The Japan Times, 2012. 2. 12: 1). 이처럼 자연의 대재앙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도 엄청났지만,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에서 발생한 붕괴열을 제 때 제거하지 못해 발전소 구조물과 핵연료 등이 손상되는 등 원자력발전소에 심각한 사고가 전개되었다(장순흥, 2011: 38).
사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내부와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끊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상용 발전기까지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후에 즉시 제어봉이 삽입되어 원자로 속에 있는 우라늄의 핵분열은 중단되었지만, 전기 공급의 중단과 함께 냉각수의 순환도 정지되어 연료봉을 냉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쓰나미로 인해 원자로의 냉각 전원이 중단되면서 노심냉각장치와 냉각수 순환 시스템의 가동이 불가능해졌고 원자로가 장시간 냉각되지 않아 노심이 과열되었던 것이다(전영상, 2012: 317). 이로 인해 연료봉이 뜨거워져 연료를 둘러싸고 있던 금속이 물과 반응하면서 산화하여 수소가 발생했고, 원자로 속의 물이 끓어올라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했다. 수증기로 인해 원자로의 압력이 증가했고, 원자로가 수증기 폭발 직전의 위험에 처했다. 이를 막기 위해 작업자들은 압력밸브를 손으로 열었고, 밸브를 통해 방사능을 포함한 수증기가 방출되었던 것이다. 그 후 원자로에서 새어나가 원자로 건물 상부에 모여 있던 수소가 폭발하여 원자로 건물이 크게 손상되었으며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에서 지진발생 당시에 가동 중이던 1, 2, 3호기와 점검 중이던 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주8). 연료봉이 냉각되지 않는 상태는 48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원자로 정지 3일 후인 3월 14일에는 1-3호기의 연료봉 온도가 섭씨 2,800도까지 올라갔다9). 결국 연료봉은 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려 원자로 바닥으로 흩어졌다. 3호기에서는 녹은 핵연료가 강철로 된 원자로 용기를 녹이고 콘크리트 바닥으로 새어나가기도 했다(이필렬, 2011:74-75).
비상노심냉각으로 핵연료를 식히는 데 별 문제가 없었던 2호기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은 냉각 기능을 잃게 되면서부터였다. 도쿄전력은 긴급 바닷물을 주입했지만 펌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모르고 방치해 핵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노심이 대량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후 다시 바닷물을 주입해 연료봉 수위를 일부 회복했다고 하지만 잠시 후 연료봉이 완전 노출되었다. 격납 용기의 증기배기구가 막혀 냉각수 주입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서균렬, 2011: 52).
연달아 수소 폭발이 발생함으로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누출되었고,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뿌렸던 바닷물에 방사성 물질이 녹아 외부로 누출되었다. 3월 24일 3호기에서는 정상 운전 때보다 1만 배나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고, 4월 2일 2호기 취수구 부근 바다에서는 1㎤당 30만Bq의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되었다. 4월 12일 원전 사고 수준이 가장 위험수위가 높은 레벨 7로 격상되었다. 4월 4일-10일 일본 정부는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였다. 이와 같이 후쿠시마 제1원전은 콘크리트 외벽 폭발,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화재, 방사성물질의 유출, 연료봉 노출에 의한 노심 용융, 방사성 오염물질 바다 투기 등으로 대기, 토양, 해양이 모두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전영상·이진복, 2012: 193). 그리고 원자로 냉각을 위해 뿌렸던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되었고, 이 오염수가 누출되면서 고방사성 액체의 문제로 대두되었다(전영상, 2012: 317).
그리고 지진 당시 정기점검으로 운전을 멈추고 있어 안심하고 있던 4호기의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였다. 원자로 안에서 3년 정도 사용한 핵연료는 잔열을 빼내기 위해 수조에 옮겨 오랜 시간 식혀야 한다. 따라서 원자로보다 몇 배 많은 핵 연료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강진으로 수조의 냉각 순환이 멈추고, 수조 내 여기저기 틈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새어나가고 남은 물은 덥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증기가 냉각수 밖으로 나온 핵연료 피복관과 반응하면서 수소가 나오고 이어서 폭발한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미 격납용기 밖으로 나와 있어서 물에 잠기지 않는 한 외부 누출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서균렬, 2011: 52).
이와 관련하여 예측시스템으로부터 나온 보고가 일본의 핵안전기구에 전해졌지 만, 자료의 흐름이 멈췄다. 소개 지역을 선포하는데 관여한 간 나오토 총리와 다른 사람들은 그 보고서를 접하지 못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결국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스템에 의해 고 위험 지역인 것으로 확인된 지역에서 며칠 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The Washington Post, 2011. 8. 9).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에 정보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된 초기 일주일 동안 방출량 및 예상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주변 지역 주민의 피폭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프레시안, 2011. 12. 15일자; 전영상․이진복, 2012: 195). 전반적으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하여 사고 초기부터 그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해 정보 축소 및 은폐를 하였으며, 이로 인해 위기관리 상의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이 생겼고, 결국 이는 주민의 생명과 건강에 많은 피해를 주게 되었다(주10).

<표 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일지
※ 자료: 구한모(2011: 27-34), 전영상․이진복(2012: 194-195), 전영상(2012: 319-320)에서 발췌 및 정리.

(2) 우리나라 원전 사고 사례 분석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원전의 안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의 경우에는 설계 차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월등한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서균렬, 2011: 21)는 견해가 있다. 이는 비등경수로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에는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만 존재하며, 공히 1차 냉각재와 2차 냉각재가 증기발생기로 분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대형화된 격납건물에 수소농도 제어를 위한 방호설비 구비 등의 설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주11).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에서는 가동 중인 원전 21기에 대한 안전점검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국내 원전은 안전상의 결함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더불어서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이고 당시에 사고가 나서 중단되었던 고리 원전 1호기 마저 안전성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점검을 통해서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김혜정, 2011: 112). 우선, 21기 원전 모두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정지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의 수소폭발 사고 당시에 우리나라의 원전업계는 국내 원전은 수소폭발 가능성이 없다고 하였으나, 20기의 원전에서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수소 제거 설비가 작동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원전 주변 주민들을 위한 약품과 방독면 등 방호물품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원전의 가동률이 일본이나 미국의 원전에 비해 높다고 하였는데, 이는 고장이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고 그 만큼 더 안전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이면 우리나라 원전은 보통의 원전과 달리 위험이 없는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전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해도 핵분열을 다루는 극도로 복합적인 기술시스템이기 때문에 내재적으로 안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원전도 원전이 지니는 위험성을 모두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공격을 받거나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는 경우에는 잠재적인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이필렬, 2011: 80-81).
원자력 발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이 전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산업이며, 인간의 과학·기술적 한계는 아직도 완벽한 안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이념이나 확신보다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전영상·이진복, 2012: 186). 그럼에도 원전 부품 성능검사 결과 성적표 위조 등의 원전 부품 비리가 발생한 것은 언제든지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전 비리의 핵심은 신고리 원전 1, 2호기와 신월성 원전 1, 2호기에 들어간 제어 케이블 성능 검사 결과 성적표가 위조된 것이다. 제어 케이블은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원전 안전 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안전설비이기 때문에 그 성능이 불안하게 되어 원전을 중단시킨 것이 현실인 것이다.(주12)
원자력은 관련 기술이 통제 불가능하며 대재앙이나 재난의 가능성이 있으며, 위험의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고, 위험에 대한 노출이 비자발적이고, 위험의 결과가 지연되어 나타나며, 그 피해가 후속세대에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인식된다(Chung & Kim, 2009). 따라서 원전 부품 비리와 잦은 고장으로 인해 원전이 멈추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진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게다가 원자력발전 분야를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배타적인 전문성을 앞세워 부품 제작, 검사, 감독, 가격결정 등 모든 과정에서 나타난 유착 구조와 폐쇄적인 인맥 및 학맥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원전 제조업체와 시험기관 등의 먹이사슬 고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원전사고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것으로 인식된다(국민일보, 2013. 6. 7: 23). 그리고 원전안전운영 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 8월까지 10년간 152건의 원전 고장이 발생했고 이는 한 달에 평균 1.3회이다. 특히 고장 사고 가운데 핵심인 원자로 계통의 결함도 늘어나 대형 사고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남일보, 2013. 8. 27: 19).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곳의 원자로에 시험성적을 조작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불량 부품이 들어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기점검을 위해 이미 쉬고 있는 원전은 재가동을 연기하도록 했다. 국내 전력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총 10기가 멈춰서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냉각 등 안전 계통에 신호를 보내는 장치로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부품이다. 국내 시험기관이 부품 검사를 캐나다 시험기관에 의뢰해 불합격하자 성적표를 위조해 합격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불량 부품을 걸러내야 할 기관이 되레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원전 안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 원전의 불량 부품 사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한빛(옛 영광)원전 5, 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구속됐다. 당시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품질 관련 서류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년이 되기도 전에 다시 부품 비리가 터진 것이다. 원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자료: 동아일보(2013. 5. 29: 31; 사설).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정부의 원자력정책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고 동시에 원자력계의 전문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매우 깊다는 것이다. 한동섭·김형일(2011: 5)에서는 원자력 전문가, 정부 또는 원자력 기술 및 시설의 운영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위험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Cvetkovich, 1999; Flynn, et. al., 1992; Flynn, et. al., 1994), 이들 전문가나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원자력 관련 시설의 위험성은 크게 인식된다(Pijawka & Mushkatel, 1991)고 한다. 이와 함께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의 하락 또한 원자력 관련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왕재선·김서용, 2013: 397).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1년 6월에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발전소의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90% 이상을 차지하여 원전 재가동 정책이 폐기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원전에 대한 신뢰성에 기반을 둔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이로 인해 원자력 관련 정책의 효과성이나 정책 성공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부품 비리로 인해 신뢰도가 매우 저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2월 9일 오후 8시 34분에 발생한 고리 원전사고에 대한 정보의 축소 및 은폐로 인해서도 이미 원전 안전성 및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주13) 비록 외부전원 연결로 12분 만에 전원이 복구되어 종결되었으나, 자칫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요인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전영상·이진복, 2012: 202).

… 고리 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가 수습된 직후, 발전소장은 기술실장, 발전팀장 등 간부들을 모아 사고 사실의 정보 은폐를 모의하였고(프레시안 뉴스, 2012. 3. 15일자), 사고은폐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사고 후 10∼11일 발전기 2대가 모두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하는 등 위험한 정비를 계속하였다. 원전운영기술지침서에는 최소한 1개의 외부전원과 1대의 비상 디젤발전기의 가동이 가능한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이송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2012. 3. 21일자).
이렇게 은폐된 정전사고가 한 달이 지난 후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2월 20일 김수근 의원이 부산시내 한 식당에서 우연히 옆자리의 사람들로부터 고리 원전정전사고 소식을 들었다(경향신문, 2012. 3. 15일자). 정전사고 정보를 접한 김수근 의원이 3월 8일 고리원전 대외협력처장을 찾아가 사고 사실을 문의하였으나 ‘모른다’고 답변하였다(한국일보 뉴스, 2012. 3. 14일자). 이미 3월 2일 고리원전본부장과 1호기발전소장은 각기 월성원전본부장과 본사 위기관리실장으로 발령이 났고(세계일보, 2012. 3. 16일자), 3월 6일 신임 본부장과 발전소장이 임명된 상태였다(세계파이낸스, 2012. 3. 14일자). 지방의원의 정전사고 문의를 접한 고리원전 신임본부장은 3월 10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3월 12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였다(경향신문, 2012. 3. 15일자). 3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현장조사단을 고리 원전에 보내 완전정전(black out) 사고와 사고 은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세계일보, 2012. 3. 14일자). 원인 조사를 위해 고리원전 1호기는 13일 밤 10시부터 가동이 완전 멈췄다(경향신문, 2012. 3. 13일자).
※ 자료: 전영상·이진복(2012: 199).

이러한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사이에 언제든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과 그동안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해 가졌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원자력 전문가들이나 종사자들은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간 국제원자력기구 사고·고장 등급 기준의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은 2000년 이후에는 90%대 이상의 높은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원전이용률은 93.4%로 이는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인 79.4%보다 무려 14%나 높은 것이며 이 같은 실적은 세계적으로 6기 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16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라고 자부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원자력 자체는 위험할 수 있으나 잘 관리하면 안전하다”며 안전의 경각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수원의 안전관리 능력을 믿어달라(강병국, 2010: 44-45)고 국민들에게 요청한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다(주14).
이 외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재앙을 초래할 수 있었던 원전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이필렬, 2011: 81). 1984년 11월에는 월성 원전 1호기에서 냉각재로 사용되는 중수의 8분의 1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1996년에 영광 원전 2호기에서는 증기발생기의 관에 구멍이 뚫려서 연료봉을 식혀주는 냉각수 중 많은 양이 흘러 나가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이필렬, 1999: 74-77). 2002년 4월에는 울진 원자로 4호기에서 증기발생기 속의 관이 끊어져서 다량의 냉각재가 흘러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연료봉 용융을 막기 위해 비상냉각장치를 통해 냉각수가 공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시사저널, 2002. 6. 25). 2011년 4월에는 고리 원전 3호기에서 전기설비 기술자가 전력공급선을 실수로 절단하는 바람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비상 디젤발전기가 투입되는 사고도 있었다(동아일보, 2011.4일자). 이들 사례는 모두 긴급하게 적절한 후속조처가 취해지지 않았으면 후쿠시마 사고와 유사한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 원전이 늘어나면 그 만큼 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논의로부터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은 내·외부의 위험요소들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정부는 언제든지 대규모 재앙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불의의 원전사고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마련해야 한다.


3) 교훈과 시사점

“후쿠시마현에는 자그마치 10기가 있죠. 여기서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나가면 모두 멜트다운(melt down)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겁니다.” 지난 1987년 「원전을 멈춰라」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의 책 「위험한 이야기」에서 후쿠시마 대재앙을 이렇게 예언했다.
※ 자료: 김혜정(2011: 256).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대비나 대응 조치를 두고 인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일단 쓰나미로 인 해 원전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같이 쓰나미 피해를 당한 다른 원전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데 주목한 것이다. 즉 후쿠시마 제1원전만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은 우선 예측할 수 있던 지진과 쓰나미에 대해 적절한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했으며, 특히 사고 발생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전영상, 2012: 316).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의 문제는 지진에 이은 쓰나미였다. 우선, 원전 지역에 100여년 전에 15m 높이의 쓰나미가 온 적이 있었지만, 사업자인 도쿄 전력은 이를 무시하고 제1원전에 7.5m 높이의 해안 방벽만 설치했다. 둘째는 전원공급 설비를 지하에 둔 것도 잘못이었다. 원전이 물에 잠기면서 전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셋째는 비상발전기도 침수가 되어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냉각시스템이 멈추면서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줄어들었다. 공기에 노출된 핵연료봉에서는 수소가 대거 발생했다. 원자로에 가득찬 수소는 결국 폭발해 건물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러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통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1조 1,000억 원을 투자했고 안전 보강대책을 수립하였다. 우선은 침수방지 대책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닥칠 수 있는 초대형 쓰나미에 맞춰 해안 방벽을 높였다. 방벽 높이가 해안에서 0.3m 밖에 되지 않는 고리원전은 10m까지 높였다. 다음으로는 냉각수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이동형 발전차량을 배치하고, 물에 닿지 않을 곳에 비상배터리도 확보하였다. 그리고 전기가 끊겨도 가동하는 수소제거장치(PAR)도 추가로 설치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새로 설치한 수소제거장치의 성능검사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고, 다른 대책들도 제대로 진행되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인적 문제도 중요한데, 2011년 말 한수원은 고리 1호기에서 후쿠시마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안전 훈련과 교육을 마쳤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2년 2월 고리 1호기의 정전사고의 축소 및 은폐가 밝혀져 신뢰성이 떨어진 바 있다(조선일보, 2013. 8. 22: A6).
이와 더불어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과 규제를 관리·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원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민간위원 대부분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탓에 실무진이 짜놓은 구도대로 중요한 의결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위조부품 공급으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5, 6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즉 원전을 둘러싼 각종 비리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5, 6호기가 재가동됐다는 보도에 국민들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원자력 진흥업무와 규제업무를 분리하지 않고 한 조직에서 수행하는 데 대한 지적도 있다. 더욱이 출범 이후 안전이 강화되기는커녕 고장사고가 빈번하고 뇌물수수, 정전사고 은폐, 품질 보증서 위조, 마약투약사건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안전관리 및 운용상의 엄격한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31.4%인 원전발전 비중을 2024년 48.5%까지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반해 현재와 같은 안전관리시스템으로는 문제가 많다(서울신문, 1. 8:31; 사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 및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원자력 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원자력발전에 비판적인 시민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원전에 대한 관리감독부터 현장의 운용실태까지 정밀감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전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원전 운영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안전감시반을 상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전사고와 같이 절대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산업시설에 대한 안전은 철저한 사전예방이 우선이며, 사고 발생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상황 분석과 판단을 통해 정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따른 철저한 대응과 복구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전영상, 2012: 316).


라.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과제


(1)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법․제도 분석


1)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원자력 안전관리와 관련하여 중요정책의 심의 및 총괄·조정, 안전관리를 위한 관계 부처 간의 협의·조정,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제9조 제1항)를 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이 된다(시행령, 제6조). 그리고 중앙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 국민 안전처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둔다(제10조).
그리고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하여 국민안전처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둔다(제14조). 그리고 대규모 재난으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둘 때는 해당 재난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장 소속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둔다. 다만, 해외재난의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이,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2조 제1항 제8호에 따른 방사능재난의 경우에는 같은 법 제25조에 따른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의 장이 각각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한다. 중앙본부장은 해외재난이 발생한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관계 기관·단체의 임직원과 재난관리에 관한 전문가 등으로 정부합동 해외재난대책지원단을 구성하여 해외재난이 발생한 국가에 파견할 수 있다. 중앙대책본부장은 대규모재난을 효율적으로 수습하기 위하여 관계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 및 재정상의 조치, 소속 직원의 파견,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이 때 요청을 받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응해야 한다 (제15조). 그리고 해당 재난을 관리해야 하는 주관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난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신속하게 설치·운영하여야 한다(제15조의2).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재난유형에 따라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운용하여야 한다(제34조의5). 첫째,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재난에 대하여 재난관리 체계와 관계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문서이다. 둘째,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은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 규정하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실제 재난대응에 필요한 조치사항 및 절차를 규정한 문서로 재난관리기관의 장과 관계 기관의 장이 작성한다. 셋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재난현장에서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기관의 행동조치 절차를 구체적으로 수록한 문서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작성한 기관의 장이 지정한 기관의 장이 작성한다.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은 재난 유형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통합하여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안전처장관은 재난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 및 운용기준을 정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재난관리책임기관의장에게 통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민안전처장관은 재난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표준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기관리 매뉴얼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에게 재난사태를 선포할 것을 건의하거나 직접 선포할 수 있다. 우선, 대상지역이 3개 시·도 이상인 경우에는 국무총리에게 선포를 건의하고, 대상지역이 2개 시·도 이하인 경우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선포한다. 그리고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역에서는 재난경보의 발령, 인력·장비 및 물자의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등 응급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행정기관 소속공무원을 비상소집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 등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등 재난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2)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서 방사선에 의한 재해의 방지와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원자력안전법에서의 원자력은 원자핵 변화의 과정에 있어서 원자핵으로부터 방출되는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말하고, 핵물질은 핵연료물질 및 핵원료 물질을 의미한다. 특히 핵연료물질이란 우라늄·토륨 등 원자력을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며 우라늄광·토륨광과 그 밖의 핵연료물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방사성물질은 핵연료물질·사용후 핵연료·방사성동위원소 및 원자핵분열생 성물을 의미한다. 특히 원자로란 핵연료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제2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관리를 위하여 5년마다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제3조). 여기서는 원자력안전관리에 관한 현황과 전망, 원자력안전관리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부문별 과제 및 그 추진 사항, 소요재원의 투자계획 및 조달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3)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은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을 안전하게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방사능재난 예방 및 물리적 방호체제를 수립하고, 국내외에 서 방사능재난이 발생한 경우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확립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제1조). 여기서 핵물질은 우라늄, 토륨 등 원자력을 발생할 수 있는 물질과 우라늄광, 토륨광, 그 밖의 핵연료물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원자력시설이란 발전용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 주기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처리·처분시설, 핵물질 사용시설 등 원자력 이용과 관련된 시설이다. 물리적방호란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팎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고, 위협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탐지하여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말한다. 사보타주란 정당한 권한 없이 방사성물질을 배출하거나 방사선을 노출하여 사람의 건강·안전 및 재산 또는 환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핵물질 또는 원자력시설을 파괴·손상하거나 원자력시설의 정상적인 운전을 방해하거나 방해를 시도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방사선비상은 방사성물질 또는 방사선이 누출되거나 누출될 우려가 있는 긴급한 상황, 방사능재난은 방사선비상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확대되어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을 의미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비상 또는 방사능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하여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한 구역이다(제2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 등에 대한 물리적방호시책을 마련해 야 하는데, 핵물질의 불법이전에 대한 방호, 분실되거나 도난당한 핵물질을 찾아내고 회수하기 위한 대책, 원자력시설등에 대한 사보타주의 방지 및 사보타주에 따른 방사선 영향에 대한 대책 등이 포함된다(제3조). 물리적방호시책을 이행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원자력 시설 등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여 물리적방호체제를 수립해야 한다(제3조).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에 관한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협의회를 둔다(주15).
원자력시설 등의 방사선비상의 종류는 사고의 정도와 상황에 따라서 백색비상, 청색비상 및 적색비상으로 구분한다(제17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방사선비상 및 방사능 재난 업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국무 총리에게 제출하고, 국무총리는 이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9조에 따른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확정된 국가방사능방재계획을 방사선비상 계획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사업자는 원자력시설 등에 방사능재난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방사선비상계획을 수립하여 원자력시설 등의 사용을 시작하기 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 만, 총리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제17조-제20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피폭방사선량(주16)이나 공간방사선량률 또는 오염도 등이 기준 이상인 경우에 방사능재난이 발생한 것을 선포하여야 한다(제23조).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방재에 관한 긴급대응조치를 하기 위하여 그 소속으로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설치한다. 이 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본부장이 되며, 중앙본부의 위원은 기획재정부차관, 미래창조과학부차관, 교육부차관, 외교부차관, 국방부차관, 국민안전처차관, 농림축산식품부차관, 산업통상자원부차관, 보건복지부차관, 환경부차관, 국토교통부차관, 해양수산부차관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또는 관련 기관·단체의 장이 된다(제25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재난 등의 신속한 지휘 및 상황 관리, 재난정보의 수집과 통보를 위하여 발전용 원자로나 원자력시설이 있는 인접 지역에 현장방사능 방재지휘센터를 설치하는데, 현장지휘센터에는 방사능재난등에 대한 정확하고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연합정보센터를 설치·운영한다. 현장지휘센터의 장은 방사능재난 등에 관하여 시·군·구 방사능방재대책본부의 장에 대한 지휘 및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지정기관에서 파견된 관계관에 대해 임무를 부여하고, 대피, 소개(疏開), 음식물 섭취 제한, 갑상선 방호 약품 배포 등 긴급 주민 보호 조치의 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방사능재난등이 발생한 지역의 식료품과 음료품, 농·축·수산물의 반출 또는 소비 통제 등의 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방사능재난이 발생하였을 때에 방사능재난의 수습에 필요한 기술적 사항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방사능방호기술 지원본부를 둔다. 그리고 방사능재난으로 인하여 발생한 방사선 상해자 또는 상해 우려자에 대한 의료상의 조치를 위하여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 소속으로 방사선 비상의료지원본부를 둔다(제32조).
원자력사업자는 방사능재난 대응시설을 두어야 하는데, 방사선 또는 방사능 감시 시설, 방사선 방호장비, 방사능오염 제거 시설 및 장비, 방사성물질의 방출량 감시 및 평가 시설, 주제어실, 비상기술지원실, 비상운영지원실, 비상대책실 등 비상대응 시설, 관련 기관과의 비상통신 및 경보 시설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5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사능 방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이 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방사능방재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2) 개선 과제

원자력사고 위기는 원자력 관련 시설이나 설비의 파괴, 가동 중단, 안전시스템의 불안정, 재난 등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원자력사고 위기 관리는 원자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핵연료 주기시설,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며, 원자력 사고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재은, 2004: 87). 먼저, 예방 활동으로는 원자로 방사능 유출, 방사선 동위원소 분실․도난 및 운송 시 방사능 누출 등 예상되는 위협 및 취약요소를 발굴하고 원자력 관련 시설 및 운영 체계 등을 방호하기 위한 대책 등이 있다. 대비 활동에는 위기 정보 공유 및 감시․경보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위기 경보 판단 기준의 설정 및 대응 활동을 위한 협조체계 구축 등 각종 대비 계획을 발전시킨다. 이와 함께 각종 대비 계획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통하여 대응능력 및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투입할 인적, 물적 대체자원을 비축하고 관리한다.
대응 활동으로는 현장 중심의 상황관리 및 보고체계를 가동하고 초기 상황 평가를통하여 비상 통지 및 초기 대응 활동을 전개한다. 여기서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염 제거에 중점을 두며 관련 기관 간 대응 활동을 위한 협조를 강화한다. 또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여 국민 불안을 해소시키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복구 활동으로는 원자력 시설의 상태가 안정되고 방사능 오염 범위가 확인된 후 복구를 실시하는데,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방사능 오염 제거, 지역 통제, 생태 복원 등 장기 수습대책을 수립·추진한다. 명확한 원인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운영체계를 보완하는 것 등이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산업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데 이는 원전의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영상·이진복(2012: 207)이 제안한 몇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선, 조직 내부의 종·횡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직의 유연화와 통합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조직 외부와의 개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비판적인 외부 전문가로서의 환경단체를 포함하는 시민단체들이 위기관리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특정 대학 출신 동문들이 원자력 정책은 물론 관련 공공기관이나 기업, 학계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부패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자력 관련 주요 기관들의 중요 보직 인사와 연구비 지원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사고나 재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위험이 현대사회에 보편적인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위험과 재난관리 개념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보편적인 위험관리가 모든 상황에서의 위험이나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구체적이고 특정한 분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특징을 지닌다(서재호·정지범, 2010: 72). 실제로도 그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서 그 피해규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이주호, 2010: 30). 따라서 보편적인 위기관리 방식만으로는 효과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자력 재난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원자력 재난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재난 사태 선포 등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일반적인 재난과 달리 평시에도 원자력 위기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구성하여 상시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 재난 발생 시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위기관리의 모든 권한을 갖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뮐루즈(Mulhouse)시는 원자력 재난 발생 시에 시 서비스의 운영방식 일체를 조정하고 민간안전을 위한 시의 예비 자원의 사용을 명할 수 있는 한편, 기업이나 시민이 제공하는 수단의 일체를 접수하고 배정 및 배치하는 권한도 갖는다(홍기원, 2011: 101). 특기할만한 사항은 이러한 긴급상황에서 시는 여러 가지 작전의 지휘를 군에 준하는 형식으로 할 수 있게 하여 혼란 속에서 명령의 지휘와 집행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정기관에 대해 임무를 부여하고 대피, 소개, 음식물섭취 제한, 긴급 주민 보호 조치 등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장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원전사고 발생 시 현장대응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방사선원 관리를 중앙부처 소관으로 하고 있어, 방사선 비상 현장지휘본부를 중앙부처 중심으로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현장지휘본부는 지역의 소방, 경찰, 병원 등 공공기관의 초동대응팀 또는 현장지휘소가 현장대응활동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자원조정, 기획, 현장 대응활동 조정 및 지원, 정보관리, 홍보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현장지휘본부의 현실적인 현장대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수행절차를 수립하고 반복된 교육․훈련을 통해 대응능력을 고취시켜야 한다(강병위 외, 2009: 30).
다섯째, 원자력발전소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통제가 법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전에 준비된 대비활동과 신속한 대응 및 복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가 재앙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 재난의 예방적 조치로서 원전과 관련된 비리 또는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법적 처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의 원자력법은 평화로운 핵에너지 이용을 국가가 관리하는 대신 사경제 질서에 맡기되 연방 및 주의 허가 및 감독법적 권한에 의해 통제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문병효, 2011: 12). 그리고 독일 원자력법의 리스크관리체계는 시설허가 등 허가를 통한 예방적 통제에 중점을 두면서 각종 감독과 규제를 규정하고 있고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한편 각종 벌칙 규정을 통해 법의 준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원전 사고 발생 시 인근 지역 주민들을 신속하게 소개(evacuation)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관리 선택이거나 유일한 방안(Perry, 1985; Drabek, 1999)이며 인간의 생명보호를 중요시한다는 차원에서 소개는 다른 어떠한 조치보다도 중요한 위기관리 방안이다. 이러한 소개를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의 복합적이고 상호연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방선영 외, 2007: 71-72).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첫 번째 대응방법은 사고지역으로부터 멀리 피하는 길이다. 핀란드에서는 원전에서 반경 1km 이내에는 아무도 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경 5km 이내에도 단 200명만 살 수 있다. 20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은 만약 사고가 날 경우 4시간 만에 모두 탈출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km 이내는 강제 피난을 했고 20-30km 내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피난을 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백만명의 주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김혜정, 2011: 116)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도시 주변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 위기 발생 시 인명 및 재산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신속한 소개 방안 마련과 함께 주민 거주 지역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가 인접국 및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에 인접국이나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비상사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관 기관 및 원자력 안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고 시에 인접 국가와의 실질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고 대처방안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체계를 강화(장순흥, 2011: 44)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적어도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비상 물품의 Inventory List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같은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경우에는 기술인력 교류와 국제협력 협의체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창건, 2011: 49).

마. 마무리

원자력사고 위기는 원자력 관련 시설이나 설비의 파괴, 가동 중단, 안전시스템의 불안정, 재난 등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러한 원자력 재난이나 위기는 내부적인 기술적 위험성이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핵테러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파업이나 파괴 행위, 그리고 적대적인 공격행위,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난에 의해서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원자력 위기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국가와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인류와 후속세대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직의 유연화와 통합네트워크화, 조직 외부와의 개방성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적 관계 형성, 특정 인맥의 배제, 그리고 투명성의 제고가 필요하다. 둘째, 원전사고나 재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재난 발생 시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위기관리의 모든 권한을 갖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원전사고 발생 시 현장대응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원자력발전소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통제가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원전 관련 비리 또는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법적 처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원전 사고 발생 시 인근 지역 주민들을 신속하게 소개시키고 주민의 주민 거주 지역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가 인접국 및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에 인접국이나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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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 글은 이재은(2013: 55-78) 논문을 일부 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주2) 여기서 불확실성이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험의 개념 속에는 인식, 조사, 판단, 평가 그리고 위험의 지식에 관한 주장이 포함될 수 있다.
주3) 기술재해란 산업화에 따라 인공물에 의해 야기된 재해를 의미한다.
주4) 강병위 외(2009: 21-31)는 방사능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방사능 테러는 핵무기 탈취, 핵물질 탈취에 의한 핵폭발장치의 제작, 원자력시설에 대한 공격 또는 사보타지, 방사선원 탈취에 의한 방사능 폭탄 제조 등에 의한 위협 발생을 말한다. 방사능 폭탄은 폭발 범위가 작고 제한된 지역에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는 면에서 핵폭탄 또는 조잡핵폭발장치(improvised nuclear device)와 구별되지만, 제작이 용이하여 사회 혼란을 야기시키는 목적으로 이용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5) 원자력발전소는 테러공격이 성공할 경우 대규모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도의 보안 태세가 필요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경비를 민간경비업체에 맡기고 있으나 경비대책이 허술해 대테러 모의훈련 결과 대부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테러공격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박진희, 2012: 168).
주6) 개인의 건강과 신체의 안전은 공공 안녕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이것이 위태로워질 때는 경찰 개입이 정당화되고 또한 요구되기까지 한다. 김태호(2011: 48)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활 경험의 판단에서 볼 때 조만간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피해를 가져올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국가공권력이 발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국민의 건강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는 조치로서 요구되는 것이며, 반드시 원자력법상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찰법상 위험에 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7) 안전과 관련한 시장 실패와 정부 개입에 관해서는 이재은(2011: 2-5)을 참조할것.
주8) 대지진이 발생 한 당시에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 가운데 1, 2, 3호기는 가동 중이었으며, 4, 5, 6기는 점검 중이었는데 그 중에서 4호기가 폭발했던 것이다. 먼저, 3월 12일 1호기에서 수속폭발이 발생했고, 3월 14일에는 3호기에서, 3월 15일에는 2호기 수소폭발과 4호기의 수소폭발 및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하여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에 누출되었다. 3월 19일에는 5, 6호기의 냉각장치가 정상화되고, 3월 20일에는 1, 2, 호기의 전력 복구 작업이 완료되었다(전영상, 2012: 317).
주9) 지진 발생 당시 1원전의 1, 2, 3호기는 운전 중이었으나 자동 정지되었으며, 4, 5, 6호기는 정기점검 중이었다. 2원전의 경우, 1∼4호기 역시 운전 중이었으나 지진 발생으로 인해 자동 정지되었다(장순흥, 2011: 39).
주10)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관련 정보의 축소 및 은폐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영상․이진복 (2012: 195-197)을 참조할 것.
주11) 서균렬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노형인 비등경수로형과 국내 대다수 원전 노형인 가압경수로형을 다음과 같이 비교 설명하고 있다(2011: 21). 일본과 한국 노형의 가장 큰 설계 특성은 증기발생기의 유무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즉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는 증기발생기를 기점으로 노심이 포함된 1차 냉각재와 터빈이 위치한 2차 냉각재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비등경수로의 경우에는 노심에서 가열된 냉각재가 터빈까지 직접 전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터빈 계통에 파단(파괴되어 떨어짐)이 생겼을 경우, 국내 원전의 가압경수로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일본의 비등경수로에서는 노심으로부터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수증기와 같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압경수로는 증기발생기의 증기방출 밸브를 통한 잔열 제거가 가능한 반면에, 비등경수로는 이에 버금가는 기능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가압경수로는 증기발생기를 노심보다 상부에 설치해 정전사고 시에도 자연순환 냉각을 통해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12) http://kin.naver.com/qna/detail.nhn?; 2013. 8. 27 검색
주13)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사실은 조직적인 은폐라는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전영상·이진복(2012: 197-202)의 논문을 참조할 것.
주14) 지난 7월 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전 1호기 전반에 대한 예방 정비 과정에서 원전의 핵심 안전장치인 비상발전기 2대를 무려 18시간이나 가동 중단했던 사실이 2013년 9월 4일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사실을 알고도 한 달 이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발전기는 외부 전원이 끊겼을 때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장치이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도 쓰나미에 잠긴 비상발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났다. 원안위의 원전 운영 기술 지침서는 원전의 안전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비상발전기 2대 중 1대는 항상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 정비팀이 지난 7월 29일 오후 9시쯤 고리 1호기의 비상발전기 1대를 끄고 수리를 하면서, 수리 과정의 편의를 위해 나머지 1대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 원전의 비상발전기가 모두 멈춰 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다음 날 오전 9시쯤 출근한 교대 근무조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교대 근무조는 즉각 복구에 들어갔지만, 재가동까지 6시간이 더 소요됐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는 정기 정비기간이라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핵연료를 빼낸 상태였다. 하지만 원전 내 수조에는 아직도 열이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었다. 국내 한 대학의 원전 전문가는 “만약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시점에 외부 전원마저 끊겼다면, 수조 내 사용후핵연료가 과열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에 파견돼 있던 원안위 소속 주재관은 사고 직후, 원안위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곧바로 재가동 조치가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사고 직후 ‘즉시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비상발전기가 18시간이나 가동 중단됐던 점은 몰랐다”면서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13. 9. 5).
주15) 방호협의회의 의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되고, 방호협의회의 위원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 중에서 해당 기관의 장이 지명하는 각 1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또는 관련 기관·단체의 장이 된다(제5조 제2항).
주16) 시행령에 따르면 원자력시설 부지 경계에서 판독한 피폭방사선량이 전신선량을 기준으로 시간당 10밀리시버트 이상이거나 갑상선선량을 기준으로 시간당 50밀리시버트 이상인 경우 방사능재난을 선포한다(제2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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