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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기술문제 아카데미] “원전은 유럽에서 점점 사양 산업”(오마이뉴스)

“원전은 유럽에서 점점 사양 사업”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10월 22일~11월 20일) 참석 후기
19.11.01
이향림(hyanglim87)


INRAG(국제원전위험평가그룹)는 2017년 유럽에서 결성된 원전의 위험을 평가하는 전문가그룹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원전전문가들이 자생적으로 결성한 민간조직이지만 각국정부의 의뢰를 받아 원전의 위험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BUND(독일 자연보호연맹)의 추천을 받아 서울에 온 전문가가 있다. 50대 후반의 오다 베커씨다. 독일 물리학자 출신으로 하노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독립적인 원전 전문가이다.

그녀는 서울 정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원전(핵발전소)의 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의 10개 강좌 중 제3~4강을 맡아 10월 29~30일에 진행하였다. 2003년 부안핵폐기장반대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어서 국내 실정도 알고 있는 편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노후된 원전의 수명 연장 및 장기 운영에 따른 위험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9.11테러가 유럽 원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 주었다.

▲ 미국에서 침수된 원전 사례에 대해 강의 중인 오다 베커 오다 베커 왼쪽에 앉은 통역을 맡은 하정구(원안위 전문 위원(캐나다 前 원자력공사 엔지니어) ⓒ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노후된 원전, 격납용기 얇아 충격에 취약해

오다 베커씨는 “도쿄전력은 1999년 프랑스 Blayais 원전에서 홍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지적했다. 원전은 냉각수로 열을 식혀야 하는 원리 때문에 물 사용량이 많아서 해변이나 강변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가 빈번하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의 침수 가능성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침수로 인해 모든 전원이 꺼져서 냉각장치가 중지되고 노심을 식힐 냉각수가 증발하여서 폭발한 것이 후쿠시마 사고다.

오다 베커씨는 홍수로 물에 잠긴 미국의 원전 사진을 보여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유럽에도 충격을 주었다. 이전과 다른 기후위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로는 예측하기도 힘들어졌고 자연재해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러면서 벨기에의 뮤즈 강변에 있는 Tinhange 원전은 여전히 홍수에 취약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벨기에 뮤즈강변에 있는 Tinhange 원전 홍수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벨기에 원전. 침수 위험에도 예산 문제로 개선이 안되고 있다. ⓒ Newspunch

또 그녀는 “유럽에 있는 원전 총 146개 중에 31~35세 된 원자력 발전소가 59개가 된다. 가동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압력이나 온도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크다. 요즘 원전의 격납용기는 2m 두께에 2~3개인데 반해 오래된 원전은 격납용기가 1m도 안되는 얇기에 1개 밖에 안되어서 충격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노후원전의 위험은 수리를 하거나 새로운 부품을 교체해줄 때 극대화된다. 언밸런스(작동불균형)의 문제 때문이다. 용접을 하는 경우는 금속재질 특유의 응력이 예기치 않게 발생하여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바뀌는 문제도 크다.

또한 “원전에는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 부품들이 많은데 방사능 때문에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 요즘 유럽은 원자력 발전소 사업은 점점 사양 사업이 되어가고 있다. 관련된 제조사들도 줄어가고 있으면서 회사가 줄어드니 제품의 질도 더 안 좋아지면서 품질, 안전 문제가 더 야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럽, 9.11테러 이후 원전에 대한 토론도 굉장히 많이 열려

“유럽에서는 9.11테러 이후 원전에 대한 토론도 굉장히 많이 했다. 만일 비행기 하나가 원전에 추락한다면 그건 재앙이 될 것이다. 바로 원전 폭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할 시간도 없다”며 오다 베커씨는 원전 위에 떠 있는 헬리콥터 사진을 보여 주었다.

“전쟁날 때 보통 드론을 이용해서 안에 지형이나 위치를 다 파악한다. 프랑스 기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원전 위를 다니며 촬영한 적이 있었다.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그만큼 원전이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 지진 취약 지대에 있는 슬로베니아의 원전의 내진설계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서도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보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EU정부는 2007년에 28개국이 공동으로 핵안전규제그룹(ENSREG: European Nuclear Safety Regulators Group)이라는 민간인 위주의 공식기구를 결성하였고, 후쿠시마 사고이후 이 기구가 각국의 스트레스 테스트(예상치 못하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를 진행해왔다.

ENSREG는 예전의 원전건설진흥기관(EURATOM)과는 별개의 감시기구인 셈이다. 그럼에도 INRAG와 같은 자생적 전문가 그룹이 활약하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가 ENSREG의 권고 사항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오다 베커씨는 지적한다. “그 이전에 원전의 운영에 대한 투명한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개선 프로그램이 진척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진단팀이 작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의 여러 준비위원들과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이원영 교수(수원대 건축도시부동산학부)는, “원전 안전 기술을 민간인을 대상으로 강좌를 개최하는 것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원전 기술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밀실 지식이다”라며 “원전의 속성상 문제가 생겨도 폐쇄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원전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큰 사고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은폐되기가 쉽고, 그런 문제들이 습관처럼 쌓이면 사고로 터지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원전 시스템에 대해 일반인들과 공유를 한다면 내부에서 운영하는 기술자가 문제 제기를 했을 때도 전달하기가 쉽다. 지금은 바깥에 알려도 알 수가 없다. 이번 강좌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원전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원전 안전에 대한 전문가들이 육성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나더라도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원전 현장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 원전관련 교육부문에서도 진흥과 운영에 대한 수업은 많으나 ‘안전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학들의 원자력학과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KAIST는 안전부문 과목이 없고 서울대는 원자로안전공학 1개 과목 뿐이다. 한양대는 후쿠시마 이후 안전 전공하는 교수를 임용하였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원전 배전등의 위험예방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교육이 되고 있는지,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교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일본, 독일에서도 아카데미를 진행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핵발전소가 있는 나라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를 한다면 당장 없앨 수 없는 원전의 안전을 구조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 저녁 6시 30분에 강의 진행 서울 정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는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공개강좌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 매주 화요일, 수요일 저녁 6시 30분에 강의 진행 서울 정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는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공개강좌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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