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기술문제 아카데미] “격납건물 공극 100% 보수 불가능, 한빛 3·4호기 재가동 안돼”(한겨레)

“격납건물 공극 100% 보수 불가능, 한빛 3·4호기 재가동 안돼”

2019-11-17

일본 원전 전문가 고토 마사시 인터뷰
공극 발견된 원전 재가동 우려 드러내

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 사후 대책 비판
“삼중수소 안전성 검증되지 않아”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7353.html

일본 원전 안전 기술 전문가 고토 마사시 박사.

“격납건물 공극 문제가 심각한 한빛 3,4호기는 재가동하면 안됩니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보수공사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의 격납건물은 안전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이정도면 괜찮다는 판단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는 때는 원전 사고가 나서 격납건물이 폭발한 다음 뿐이죠. 그때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일본의 원전 안전 전문가 고토 마사시(70) 박사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만나 한빛 3,4호기 보수공사 논의에 대해 큰 우려를 드러냈다. 시민단체인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 강연을 위해 한국에 온 고토 박사는 일본 기업 도시바에서 20여년간(1989~2009년)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설계를 연구했던 공학자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노심융용’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지적한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토 박사는 현재 한빛 3,4호기의 공극(시멘트 반죽 때 생기는 기포로 인한 구멍)으로 인한 격납건물 부실 문제를 연구중이다. 격납건물은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와 냉각장치 등을 보호하는 구조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도록 강철판과 이를 둘러싼 두꺼운 시멘트로 구성된 다중방호벽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도 제어시스템이 고장나면서 냉각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원자로가 녹아내리고 수증기나 수소가 폭증해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격납건물(체르노빌은 지붕)이 폭발하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한빛 3,4호기는 2017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시멘트벽의 공극 숫자가 지난 9월까지 각각 124개, 121개로 늘어났으며 지난 7월에는 한빛4호기에서 시멘트벽 두께(167cm)에 육박하는 지름 157cm의 초대형 공극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토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해보면 공극 주변은 압력 가중치가 4~5배(추정값)로 늘어난다. 그만큼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는 거다. 특히 공극 지름이 20cm를 넘어가면 그 위험성이 훨씬 높아진다”며 공극이 격납건물의 기능에 치명적이라는 걸 강조했다.


고토 박사는 현재 정부가 한빛 3,4호기 시공사였던 현대건설과 보수공사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구멍을 시멘트로 메꾸는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극으로 인한 시멘트 내부 철근 휘어짐, 용접상의 결함으로 인한 철판 부식 등 방호벽 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콘크리트벽의 상태를 100%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정도 공극 문제가 심각한 원전의 재가동 논의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원전 관리가 철저하다면 왜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난 것일까. 그는 원전이 벗어날 수 없는 본질적 위험성을 언급했다. “후쿠시마 원전에 사고 대비책이 없었던 게 아니다. 지진 등으로 외부 전원이 끊겨도 가동할 수 있는 비상용 발전기 등이 있었지만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물에 잠겨 작동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이 상정한 위험의 임계치를 언제라도 넘을 수 있다. 우리가 준비한 대비책은 사고가 난 다음에야 검증된다. 모든 기술은 실패를 통해 발전하고 안전성이 확보되는 데 원전기술은 이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원전이 존재 자체로 위험한 이유다. ”


하지만 그는 이미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비판했다. 고토 박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정부의 은폐와 왜곡이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후쿠시마의 오염토를 다른 지역의 건축공사에 쓰겠다는 발상은 방사능 오염을 전국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토 위에 비오염토를 다시 포장하면 괜찮다고 하지만 비 등으로 쓸려나가 오염토가 노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후쿠시마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오염수의 삼중수소(트리튬) 문제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삼중수소는 일본 정부가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총회에서 “방사능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은 모두 정화했다”고 주장한 걸 계기로 주목받는 방사성 물질이다. 일본 정부와 일부 과학자들은 삼중수소가 체내에 흡수되도 금방 빠져나간다고 주장하지만 고토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저농도 삼중수소라도 디엔에이(DNA)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삼중수소는 세슘 플루토늄 등 다른 방사성 물질과 달리 아직 정화기술도 없다. 그만큼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고토 박사의 생각이다.


“방사성 물질의 심각성은 많은 폐해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서 드러난다는 게 문제입니다. 백년, 이백년 뒤에 이게 잘못됐구나 판단해도 그때는 너무 늦은 것이죠. 상존하는 사고 위험과 엄청난 반감기 기간, 사용후 핵연료 문제까지 원전은 후대에 물려주는 무겁고도 위험한 짐입니다.”

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원전기술문제 아카데미] “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나미’ 아니라 ‘원전 결함과 지진’이 원인”(오마이뉴스)

“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나미’ 아니라 ‘원전 결함과 지진’이 원인”


[현장] 고토 마사시 일본 원전 전문가 주장, “거대 구멍 한국 원전도 위험”

2019.11.13

정대희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86604

▲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위원이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 정대희

일본 원자력 전문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보단 결함이 있던 원전이 지진 진동 때문에 고장 났고, 안일한 사고 대책이 더해지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 115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 8기에서 구멍 295개가 발견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일,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위원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기술적 평가’란 주제 강연에 나서 이렇게 주장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설명했다.

고토 마사시는 지난 1989년 일본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기업인 도시바에 입사해 원전과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한 일본 원전 전문가로, 현재는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도시바에 재직 중 원자력기술을 비판한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일본 도쿄전력이 뒤늦게 인정한 노심용융(meltdown,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해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격납용기는 원자로 및 냉각재 계통 등 방사성 물질의 누출 가능성이 있는 배관이나 기기를 수용하는 구조물이다.

이날 그는 “지진이 일어나면서 철탑이나 변전 설비가 망가져 (후쿠시마 원전의) 외부 전원이 상실됐고, 이후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됐으나 원자로의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1~3호기가 멈췄다.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 안전밸브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연료봉이 노출돼 노심용융에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심용융을 시작하자 원자로의 피폭관이 수증기와 반응해 대량의 수소가 발생해 격납용기에 가득 차게 됐다”라며 “하지만 격납용기에 있던 수소가스가 새면서 (격납용기를 둘러싼 건물인) 원자로 건물 상부에서 축적되고 공기와 반응하면서 수소 폭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돼 후쿠시마 원전 인근을 오염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원자로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원자로 수위계는 격납용기 안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작동했다. 이 때문에 원자로 내부 상태의 이해를 어렵게 했다”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도쿄 전력은) 사고 반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원자로의 압력을 떨어뜨리는 안전방출밸브(SRV)도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작동할 수 없게 됐다. 응급 대책으로 소방차에 호스를 연결해 원자로에 물을 공급했으나 복잡한 배관 때문에 대부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수소가스 폭발과 방사성 물질이 외부까지 가는 과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격납용기는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의 외부 대량 누출을 막는 ‘마지막 벽’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압력으로 제어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전원 상실로) 격납용기 냉각 계통이 작동되지 않아 내부의 고온과 고압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결국 수소가스 폭발이 발생했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유출됐다”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 진동에 의한 전원 상실’과 ‘안일한 사고 대책’이 참사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일본은 지난 1992년 이후 원전 중대 사고 전략 계획을 수립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효과를 못 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론적인 안전성만 내세운 꼼수 대책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재가동하려고 한다”고 쓴소리했다.

한편 ‘원전안전기술 문제 아카데미’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실상을 알리고자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가 지난 10월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하는 연속 강연이다.

이원영 준비위원(수원대 교수)은 “원전은 사고가 나면 국가 존립까지 위협할 정도인데,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하는 곳은 사실상 공적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뿐이다”라면서 “원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를) 기획했다. 원전의 실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연속 강연을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짧은 인터뷰] “원전에 구멍이 있다면, 치명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 일본 원자력 전문가가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 정대희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쓰나미’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지진 진동과 안일한 사고 대책이 아니고 ‘쓰나미’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예측한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치명적인 원인으로 ‘쓰나미’를 꼽은 것이다. 원자로 내부에 들어갈 수 없기에 일본 정부가 이렇게 우기면 물증을 댈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결함이 있던 원전이 지진 진동으로 고장이 났고, 그 이후에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안일한 사고 대책 수습도 참사를 키운 원인이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이 지났다. 현재 원자로의 상태와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녹아버린 핵연료봉이 노출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핵연료봉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도쿄전력도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데브리(핵물질 잔해·debris)를 제거해야 하는데, 원자로에 진입이 어려워 아무런 조치도 못 하고 있다.”

  • 최근 한국에서도 원전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원전에서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다.
    “원전에 구멍이 있다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알기론 영광 원전(한빛 원전)에서 거대한 구멍이 발견된 것으로 안다. 이러면 원래 목적인 방호역할을 못 하게 된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 원전 전문가로 원전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전의 본질을 봐야 한다. 어떤 발전소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역량을 키운다. 하지만 원전은 실패할 때마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누출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원전은 그런 것이다.”

  • 원전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값싼 전기’라는 의견도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그러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피해는 경제적 이익과 비교할 수 없다. 건강과 목숨이 달린 문제를 경제적 가치와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

[원전오염수] 후쿠시마 오염수, 끝나지 않을 재앙_이헌석(녹색평론)

후쿠시마 오염수, 끝나지 않을 재앙

녹색평론 통권 제169호

2019.11.01.

이헌석

원문보기>> http://greenreview.co.kr/greenreview_article/2519/

200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주년을 맞아 ‘디스커버리채널’이 만든 다큐멘터리 제목이 ‘체르노빌 전투’였다. 실제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투라는 표현은 체르노빌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고 이후 화재 진압과 수습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의 처절한 노력과 전쟁 중인 병사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또한 이들의 전투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이나 체르노빌 인근 주민들의 모습 역시 군인 가족이나 피난민과 너무 흡사하다. 더 중요한 것은 체르노빌에서 시작한 방사능과의 전투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후쿠시마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일본의 무역 규제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가 한국 언론에 폭넓게 보도되었다. 사고 이후 8년이 지나 다 끝났을 것이라 생각되던 후쿠시마 문제는 오염수 처리 문제, 인근 지역 방사능오염, 그리고 도쿄올림픽 문제로 일파만파 확대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혼란스러운 전쟁터의 상황을 한눈에 보기 힘든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후쿠시마 소식은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특히 이들 소식 중 일부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것들도 섞여 있어 더욱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방사능과의 전투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 문제를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방사능오염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시작되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9.0 지진으로 당시 가동 중이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1·2·3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추더라도 냉각펌프가 작동하여 원자로 내부를 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자로 내부의 열에 의해 노심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 현상이 발생한다. 노심용융으로 녹아버린 핵연료는 원자로 격납용기와 건물 등을 뚫고 내려가 더 큰 사고의 원인이 된다.
사고 당일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지진으로 외부 전원이 모두 끊어진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발생한 최대 15m짜리 쓰나미로 침수가 일어나 비상 디젤발전기와 축전지가 모두 잠겼다. ‘전전원(全電源) 상실’이라고 불리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미 대규모 지진으로 사회 기간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전원을 다시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냉각펌프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에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외부에서 물을 가져와 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담수를 사용했으나 이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냉각수가 소실되자 원자로 내부에서 수소가 발생했고, 지진 이후 하루가 지난 3월 12일 오후 3시 36분 후쿠시마 1호기가 폭발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그날 저녁부터 1호기에 해수를 투입했다. 원자로에 바닷물이 들어가는 것은 원자로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짠 바닷물로 인해 원자로의 주요 설비는 못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다음 날인 3월 13일부터는 3호기에도 해수가 투입되었지만, 결국 14일 후쿠시마 3호기도 폭발했다. 이후 후쿠시마 2호기와 4호기가 폭발했다. 발전소 폭발 이후 냉각을 위해 소방차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장면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이후 외부 전원 복구공사를 진행하여 3월 20일 1·2호기를 시작으로 3월 22일까지 발전소 전체 전원을 복구했다. 하지만 전원이 연결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폭발로 엉망이 된 내부에 냉각펌프 전원이 연결된다고 해도 원자로가 냉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3월 27일부터는 해수 주입을 담수 주입으로 변환하였다. 하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해서 계속 외부에서 냉각수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대략 이런 흐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고 초기 수습 방향이 어떻게 하면 원자로를 빨리 냉각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후에는 계속 쏟아붓는 냉각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폭발사고를 막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직접 흘러가기도 했고, 대기 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흘러가는 일도 많았다. 심지어 일부는 계획적으로 방류되기도 했다.
2011년 4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저농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일본정부는 고농도 오염수 보관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오염수 1만 1,000t이 바다로 방류되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이 밝힌 오염수 농도는 요오드―131이 리터당 2만 Bq, 세슘―134와 137이 각각 리터당 4,700Bq과 4,900Bq이었다. 고농도 오염수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식품 방사능 기준이 1kg당 100Bq임을 고려할 때, 농도나 양 모두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바다로 흘러간 방사성물질의 총량을 도쿄전력이 산출했는데, 2011년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바다로 배출된 방사선량은 요오드―131이 11×1015Bq, 세슘―134와 137이 각각 3.5×1015Bq과 3.6×1015Bq로 추정되었다. 이 정도는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일본정부가 발표한 대기 중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총량 370~630×1015Bq에 비해 적은 양이다. 다시 말해 사고 직후 대기 중으로 유출된 양이 바다로 유출된 양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은 점차 줄어들고 바다로 방출되는 양은 이보다는 적지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양오염 문제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3년의 방사능 오염수 누출 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 년이 지나는 동안 간헐적으로 오염수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저장탱크에서 누설이 발견되었다거나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웅덩이 같은 것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오염수 문제가 다시 부각된 것은 2013년의 일이다.
2013년 8월, 도쿄전력은 고농도 오염수 저장탱크와 인근 배수구에서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측정된 수치는 시간당 96mSv였다.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0.0001~0.0003mSv 정도임을 고려할 때 수십만 배 이상 높은 방사선량이었다. 조사 결과 오염수 저장탱크 인근에서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다. 저장탱크의 오염수 양을 계산해보니 고농도 오염수 300t이 유출되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불량으로 누수가 생긴 것이다. 추가 조사 결과 저장탱크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는 오염수를 차단하는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해 놓았는데, 빗물을 빼기 위해 차단벽의 밸브를 계속 열어두고 있었다. 그 결과 차단벽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차단벽 밖의 토양으로 오염수가 스며들어 결국 바다로 오염수가 흘러간 것이다. 저장탱크와 바다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24조Bq로 추정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사건이 심각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국제핵시설사고등급(INES) 3등급으로 이 사고를 평가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논쟁이 컸다. 오염수 누출 상황을 도쿄전력이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처음 사고를 신고할 때 누출된 오염수의 양을 120L라고 밝혀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선정을 앞둔 때였기에 이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지하수 유입을 막아라

이 당시 오염수를 둘러싼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지하수 오염 문제였다. 핵발전소 부지에서 나온 많은 양의 지하수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는 원래 구릉지였다. 해안이 해수면보다 아주 높아 원래 부지에 핵발전소를 지을 경우, 바다에서 냉각수를 퍼 올려야 하는 등 발전소 건설에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발전소 건설 당시 구릉지를 절개하고 땅을 깎아내어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부지를 평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육지에서 바닷가로 내려오는 지하수의 양이 많았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이 지하수를 퍼내 바다로 버리면 되었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토양이 오염된 상황에서는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루 평균 300~400t 정도의 지하수가 부지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 수립되었다. 먼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전체의 포장을 새로 해서 부지 내부에서 땅으로 스며드는 물을 차단했다. 그리고 원자로 건물 주변에 동토벽(凍土壁)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차수벽을 설치하고, 차수벽 안과 밖에 여러 개의 우물을 만들어 지하수를 퍼내는 계획을 세웠다. 원자로가 위치한 건물 주변 지하에 여러 개의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지하수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으로서 생각한 것이 동토벽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하 30m 깊이에 1m 간격으로 동결관 1,458개를 묻고 이 동결관에 영하 30도의 액체를 순환시킨다. 동토벽의 길이만 1.5km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공사이다. 건설비용으로만 345억 엔(3,780억 원)이 투입된 이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동결관 주변의 모든 땅이 얼어붙어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게 된다. 2016년 3월 가동을 시작한 동토벽은 같은 해 10월에야 동결이 완료되었는데, 지하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애초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전 하루 300t 규모였던 지하수 유입량이 하루 130t 정도로 줄어든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동토벽 때문이라기보다는 지하수를 뽑아내는 능력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평가하고 있다. 결국 수천억 원을 투입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점점 오염수만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

이후 지하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 현재는 매일 110t 정도의 지하수가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유입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초창기에는 오염수가 염수와 담수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역삼투압 장비를 투입하여 염수를 처리해서 현재는 대부분의 오염수는 담수이다. 또한 세슘 흡착장치를 이용해서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과 스트론튬을 우선 제거하는 일을 그동안 진행해왔다. 2013년부터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설치해서 텔루륨과 플루토늄 등 62개 핵종을 제거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9월 현재 977개의 저장탱크가 운영 중이며, 이들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양은 116만t에 이른다. 또한 발전소 부지 내에 추가 저장탱크를 건설하여 2020년 말까지 저장용량이 137만t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으므로 현재 속도대로라면 2022년 여름에는 이들 저장탱크가 모두 찰 것이라고 도쿄전력은 밝히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구상은 이런 사정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작년 8월이다. 당시 일본정부는 후쿠시마현에서 공청회를 열고 ①오염수를 땅에 주입하는 방법, ②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 ③증기로 바꿔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방법, ④전기분해를 해서 물을 수소로 바꾸는 방법, ⑤오염수를 굳혀 땅에 묻는 방법 등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중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이 가장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어민들은 해양 방출은 어업에 타격이 크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한동안 오염수 방류 이야기는 일본 내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올해 한국에서부터 다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핵실험과 핵발전소의 방사능은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을 일부 제거했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트리튬)는 아예 처리할 수 없다. 원래 설비의 기능에 삼중수소 제거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처리한 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120만Bq 수준으로 일본정부의 음용수 기준 리터당 6만Bq보다 아주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이라면 다들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배출은 괜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작년 8월 후쿠시마현에서 진행된 공청회 자료에도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 양이 약 1,000조Bq 정도 되는데, 프랑스 라아그 핵 재처리 공장에서 2015년에 배출된 삼중수소의 양이 1경 3,700조Bq이나 된다며, 왜 프랑스는 문제가 안되는데 일본 오염수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내용에는 경주에 있는 월성 핵발전소에서도 2016년 액체와 기체 상태의 삼중수소 136조Bq이 방류되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는 사실이다. 전 세계 핵발전소에서 지금도 많은 양의 액체·기체 방사성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주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혈액과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핵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수년째 갑상샘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의 경우 일시에 많은 양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쟁점이 되고 있으나, 전 세계 400여 개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에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이에 맞먹는 양이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태평양에 방사성물질을 버리고 있다.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일본정부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IAEA나 국제해사기구(IMO)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2022년까지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충분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치르려는 상황에서 오염수 문제가 언급되는 것조차 좋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올림픽이 끝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저장용량의 여유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더 공세적으로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제기할 대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들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일본의 반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이미 대기권 핵실험을 2,000회 이상 진행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국의 입장은 더욱 그렇다. 이 중 대부분의 핵실험을 한 미국과 러시아가 지구상에 뿌린 방사성물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전 세계 어느 바다에서나 플루토늄과 우라늄 같은 방사성물질이 발견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플라스틱, 닭뼈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인류세(人類世)를 규정하는 물질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핵산업계 인사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오염수 배출 문제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방사능 오염수를 배출하니 괜찮다가 아니라, 이제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중단하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방사능오염 없는 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우리나라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일 감정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인류 공동의 자산인 바다를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이용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일본의 오염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염수’, ‘전 세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시각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일본의 논리에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차피 너희도 똑같지 않으냐”는 핵발전소 비보유국들의 질타와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원전기술문제 아카데미] 자동차도 고장나는데 원전만 안전하다는 미신(민중의소리)

[기고] 자동차도 고장나는데 원전만 안전하다는 미신

고토 마사시 (일본원전전문가) 의 안전기술문제 강좌를 소개하며

이원영 수원대 교수,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준비위원

2019-11-10

원문보기>> https://www.vop.co.kr/A00001447089.html

이론물리학자인 서울대 물리학과 장회익 명예교수는, 오래전부터 원전의 위험을 막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2012년의 그의 강연 중에는,

“원전이라는 것은 생명과 핵연쇄반응이라고 하는 이 극단적 상극의 세계를 완벽히 차단하면서도 그 사이에 연결통로를 내어 에너지를 빼내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현실화해야 하는 장치다. 그리고 모든 장치는 핵 앞에는 붕괴되게 되는 것이므로 완벽한 차단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일단 이에 접촉된 물질 또한 핵 위험을 지니는 존재로 변모하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니까 완벽한 안전이란 원론적으로 불가능한 장치를 현실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하는 모순적인 시도다. 이 상황에서 완벽한 안전에 접근한다는 것은 무한대의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고, 따라서 현실적 장치와 관리는 어느 선에선가 이 위험에 대한 절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 ‘절충’은 아직 완성된 이론적 실체가 아니다. 현장에서의 누군가의 양보나 흥정을 통해 완성되는 미완의 기술이다. 이런 기술은 과학의 영역에서 물리학자도 인정할 수 있는 안전의 이론이 확립된 후에 에너지산업이라는 세상의 영역으로 진출해야 하건만 그 이전에 나와 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히려 핵무기 기술은 유엔 상임이사회라는 인간의 이성적 통제아래 있건만, 핵에너지는 그렇지 못하다. 테러에도 허약하지만 자연재해에도 속수무책이다. 확률이라는 가냘픈 자연의 자비로움에만 의지하는 형국인 것이다. 인류는 아직 어리석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5년이 지난 2016년 2월 10일 보호복을 입은 기자들이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도쿄전력 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시설을 살펴보는 모습.2016.03.08ⓒ뉴시스

장 교수는 더욱 갈파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원전의 관리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에게는 지적 한계와 함께 심적 한계도 있다. 인간은 무제한의 시간동안 무제한의 경계를 지속시킬 심적 능력이 없다. 그런데 원전의 사용은 바로 이것을 요구한다. 잘 알다시피 이것은 원자로의 폐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 효력이 끝날 때까지 수 천 혹은 수 만 년 간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반드시 사고가 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백 년간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반드시 경계가 느슨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그 다음 백 년 사이에는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설혹 용케도 앞으로 백 년이 아니라, 만 년 간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관리를 했다고 할 경우에도 만 년 동안 우리의 후손들이 이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불침번을 서야 했던 수난의 대가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천형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백만 년 전, 우리 선조 어느 한 세대가 자신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위해 수 백, 수 천 세대로 이어지는 우리들에게 이런 무서운 흉물을 물려주었다고 한다면, 그 원망이 어떠할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생태계의 손상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러면서 그는 핵에너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핵에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현재로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지금 에너지를 쓰고 있지 않느냐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다. 그들이 과연 가능한 대안을 제대로 다 살펴보았느냐는 물음이다. 그런데 살펴보면 이미 믿을만한 대안이 나와 있다. 한 가지만 소개하면, 유엔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과학자 집단인 IPCC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1년 5월, ‘태양에너지를 위주로 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의 동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우리가 지금 세계 GDP의 1%에 해당하는 비용만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개발에 지불한다면 앞으로 40년 이내에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날로 악화되는 기후위기를 이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려 하지 않고 그 무서운 핵에너지에 목을 매려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들의 상황이다.”

원전도 결국은 기계,
자동차도 고장 나는데 원전은 안전할까
전쟁보다 치명적인 원전사고의 결과

지구촌의 크고 작은 원전사고들을 분석한 어느 학자의 연구결과는 세 가지 특징을 지적한다. 첫째, 상상 가능한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 둘째, 사고 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발생해서,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

이 셋은 최근 일어난 위험천만했던 한빛1호기 사고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체르노빌도 그렇다.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몰고 있는 ‘미드 체르노빌’의 첫 장면에 현장실무자들의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제대로 한 거야, 뭔가 이상한 일이 터진 거야.’ 그들은 상급자의 잘못된 판단을 직감하였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제대로 수행했다고 자위하는 독백이다.

ⓒHBO 체르노빌

원전은 자동차보다 훨씬 복잡한 기계다. 자동차가 고장이 나고 사고가 나듯 원전도 고장이 나고 사고가 난다. 원전이란 기계가 만들어진 시대는 자동차로 말하면 포니의 시대다. 그때 만들어진 기계가 얼마나 온전하겠는가? 수리해서 쓰는 것은 더욱 어렵다. 어느 한 군데를 고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다른 낡은 부분과의 언밸런스 문제가 더욱 커진다. 실제로도 수리와 교체공사 후의 사고율이 그 이전보다 훨씬 높다.

원전사고는 전쟁보다 위험하다.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생존이 위협받는다. 다른 종류의 위험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핵발전소는 본래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은폐성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바깥세상에서 위험을 감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현장관계자가 건의하여도 묵살이나 은폐당하기 일쑤다. 후쿠시마사고에 독일인들이 놀란 이유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고도의 안전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조차 속수무책으로 사고가 나버렸다는 것.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내부로부터의 고발, 즉 공익제보다. 만약 바깥에서 그 사연을 제때 알 수 있다면 바로 잡기가 어렵지 않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은 했지만 안전대책은 나아진 게 없다. 선진국처럼 교차감시를 해야 하는데 그 체제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와 담당기관이 ‘4개의 눈’ 개념으로 교차감시를 하고 있고, 프랑스는 의회도 안전감시를 직접 챙기고 있으며,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자체에 의회가 교차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는 행정부가 감시까지 도맡아하는 ‘끼리끼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서 먼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약간의 용기만으로 쉽게 위험의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한다. 제보를 받으면 그 위험의 유형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운영자쪽에서도 보다 제대로 된 관리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다. 견제와 보완의 효과로 안전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공공의 가치를 다루는 일에는, 정부 혼자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민간이 더 잘하는 일이 있으며, 민과 관이 협력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드물기는 하지만 민과 관이 상호 견제하면서 감시해야 할 일이 있다. 원전이 바로 마지막 그것이다. 정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쌍으로 위험을 알리는 민간기구가 있어야 구조적으로 안전이 업그레이드된다.

이번에 설립되는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는 바로 견제와 보완의 민간기구다. 만약 원전이 있는 40개국에서 이런 기능들을 발휘하는 기술적 실체들이 있게 되고, 그들이 기존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다면 지구촌의 위험을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설립과 연대의 초석이 되는 사업이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 강좌다. 국내외의 현장전문가를 모시고 지난 10월하순부터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다음주 11월 12일(화) 13일(수) 이틀에 걸쳐 일본의 원전현장의 전문가 고토마사시씨가 후쿠시마를 포함하여 일본원전위험의 실태와 기술적 문제를 실감나게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후쿠시마 이전부터 원전위험을 경고해온 양심적 현장전문가다. 그의 강좌는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기도 하다. 공개강좌를 병행하고 있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강의자료는 센터 홈페이지에 있다.

강의자료1 바로가기
강의자료2 바로가기
강의자료3 바로가기
강의자료4 바로가기

자료는 일문으로 되어 있지만 주로 한자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이 충실하여 상당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재일교포 통역가가 작성하고 있는 번역본은 강의전날 게재가 될 예정이다.

원전문제에 관심 있는 강호제현께서는 시간을 내어 공부해두길 권유한다.

12월호 개요 및 목차

12월호 주제 : 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12월호 목차

창립준비웹진 12월호는 2016년에 발행된 「핵발전소위험과대책」(펴낸곳:핵발전소안전대책포럼) 책자자료를 재구성하였습니다.

  1. 세계 핵발전소 사고의 유형과 교훈
    – 김해창(경성대학교 교수, 환경공학)
  2.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일본의 대응 사례의 교훈
    – 최종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3.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핵발전소 사고시의 과제
    – 이재은(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4. 원전의 안전감시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5. 핵발전소 위험과 국민주권
    – 이원영(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6. 기사 공유
    – ‘탈원전’에 시비거는 언론들에게 (미디어오늘, 2019.11.03)
    – 지구촌 ‘마더’가 필요해 (불교닷컴, 2019.10.14)

[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세계 핵발전소 사고의 유형과 교훈(김해창)

세계 핵발전소 사고의 유형과 교훈

김해창(경성대학교 교수, 환경공학)

가. 핵발전소 사고의 유형

핵발전소는 핵폭탄과 함께 태어난 쌍생아이다. 2016년 1월 현재 전 세계에 가동되는 핵발전소는 총 441기이다.(주1) 1940년대 상업용 핵발전이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는 인류에게 핵발전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게 한 문명사적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해서 교과서적으로만 봐도 사고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그중 핵발전소의 사고원인만 간략히 정리해보면 ①노심용융(멜트다운)사고, ②수소 폭발(또는 수증기폭발)사고, ③냉각재상실사고, ④인위적 실수 계기이상, ⑤임계사고, ⑥원전의 정전, ⑦냉각수의 손상, ⑧냉각펌프의 문제, ⑨나트륨사고, ⑩반응계수, ⑪제어봉의 출입구 문제 등을 들 수 있다(김해창, 2013; 김해창, 2015).
먼저 노심용융사고는 원자로 내에 원통형의 내열지르코늄합금(지르카로이, 융점 약 2,500°C) 용기에 들어있는 핵연료집합체인 연료봉이 원자로냉각기능이 상실될 경우 지르카로이에서 발생한 수소로 인한 수소폭발이나 연료봉이 용해․ 붕괴돼 압 력용기의 바닥에 남은 냉각수와 반응해 수증기폭발을 일으켜 대규모의 방사능오 염을 낳는 사고이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TMI)핵발전소 사고,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가 모두 노심용융사고의 대표적 사례이다. 수소폭발사고는 원자로격납용기나 원자로건물에 수소가 가득차면서 산소와 결합해 폭발하는 경우 또는 수증기 발생으로도 폭발하는 경우로 폭발로 인해 차벽이 사라진 원자로에서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대량 방출된다.
냉각재상실사고는 원자로의 냉각제가 배관의 파손으로 상실되거나 순환계 펌프 고장이나 냉각수 취수 부족 등으로 노심용융으로 이어져 대사고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
인위적 실수 계기이상은 계기나 매뉴얼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이상, 설계 실수, 조작 실수, 체크 실수, 조작 실수, 고장 등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운전원이나 관리자가 매뉴얼에 따라 운전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된다고 볼 수 없고, 예상외의 사상(event)이 일어날 경우 사고를 가속하는 동작이 될 경우가 많다.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에서는 각종의 경보가 일제히 발한 결과를 프린트아웃이 잘 안 돼 100분이나 대처가 지연됐고, 비상급수밸브를 여는 것을 잊어버리고, ‘매뉴얼대로’ 한 주냉각제펌프정지조치 등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임계사고는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모여 핵반응이 연쇄적으로 계속되는 상태(임계)가 발생하면 그 장소에서 주위로 중성자가 방사돼 구조물 및 통상 방호복이나 방호기재를 관통해 수백m에서 수km에 걸쳐 생물의 세포를 손상시킨다.
핵발전의 안전성은 이 임계를 원자로 내에서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데 1999년 일본 도카이무라 JCO임계사고에서는 작업원이 버킷을 사용해 방사성물질을 취급하다 버킷 안에서 제어가 되지 않는 임계사고가 일어났다.
핵발전시설의 경우 정전사고도 문제이다. 전원이 상실되면 냉각이 되지 않고 증발로 물이 상실돼 방치하면 노심용융에다 수증기폭발 또는 수소폭발로 이어진다.
전력이 상실되면 제어가 곤란해진다. 핵발전시설에서의 전원상실을 스테이션 블랙아웃(Station Blackout、SBO)이라고 하는 데 2012년 3월 우리나라의 고리1호기 정전은폐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나트륨사고는 통상 물(H2O, 경수), 중수(D2O)와 함께 냉각제로 사용하는 액체금속나트륨(Na)이 수분이나 공기에 접촉해 폭발 또는 부식되거나 다른 원소가 혼입되면 경화해 냉각곤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반응계수는 수소의 거품 발생 또는 연료봉이나 제어봉을 넣고 빼는 속도 등에
따라서 원자로의 거동이 변화하기에 이러한 것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제어봉의 출입구의 문제란 원자로 및 격납용기내부는 노심냉각제의 출입을 위한 두터운 파이프가 있고 각종 긴급냉각계, 계측기, 제어봉, 소화계, 전력계, 통신계 등의 구멍이 열려 있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내열성, 내구성, 강도가 약하기에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원자력학회 자료에 따르면 100만kW의 핵발전소를 기준으로 하면 원자로의 부품은 비등수형과 가압경수로형의 평균이 열교환기 140기, 펌프 360개, 밸브 30,000개, 모터 1,300개, 배관 170km, 용접부위 65,000곳, 모니터 20,000곳, 전기배선 1,700km라고 한다.(주2) 그 만큼 많은 핵발전소의 부품을 제대로 정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사고평가척도(INES: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3)로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INES는 원자력 시설, 방사선이용시설 등에서의 사고・고장・트러블 등의 사태(event)가 발생한 경우 그것이 시설의 안전성 또는 핵발전시설종사자와 공중의 안전상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표현하는 세계 공통의 평가척도로 이다. 이 평가 대상은 핵발전소, 핵연료시설, 연구로, 방사선이용시설 등의 핵발전시설의 사태만이 아니라 핵연료 물질의 수송중의 사고, 방사성동위원소(RI) 취급에 있어 방사선피폭 등 원자력시설과 원자력이용으로 발생한 광범위한 사태를 포함하고 있다. INES는 원자력시설, 방사선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사상의 중대성을 나타내는 세계 공통의 지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원자력기구(NEA)가 협력해 1990년에 수립했다. INES의 효용은 발생한 사태의 안전상 의미를 미디어나 공중에 신속하고 종합적으로 전달해 방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INES 등급(Level)은 사태(event)를 0에서 7까지 분류하고 있다. 낮은 쪽인 등급이 1에서 3까지를 이상사태(incidents), 높은 쪽의 등급 4~7까지를 사고(accidents)로 크게 나눈다. 등급 1에 이르지 않는 안전상 중요하지 않는 사상은 등급 0으로 분류한다. 원자력시설에서 일어난 사태라도 원자로나 방사선 관련 설비의 운전에 기인하지 않는 사태 등은 이 평가척도를 적용하지 않고 이를 ‘평가대상외’라 부른다.
INES에서는 다음 3종류의 기준에 근거해 사태의 등급이 결정된다.
첫 번째 기준은 사람과 환경이다. 즉 방사성물질의 방출량과 피폭이 기준이다. 2,3등급(이상사태)에서는 공중 또는 작업자의 피폭량을 지표로 하고, 4~7 등급(사고)의 경우에는 주민의 피난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에 피폭량 대신에 방출량을 지표로 사용하며 또한 피폭으로 인한 사망도 고려한다. 두 번째 기준은 시설의 방사성 방벽과 관리이다. 즉 원자력시설 내에서의 제어를 말한다. 2,3등급에서는 운전구역 내의 일정 이상의 방사선 수준이나 설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구역에서의 상당량 또는 중대한 오염을 지표로 한다. 4등급에서는 연료용융․손상이나 공중이 현저한 피폭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시설내의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지표로 하며, 5등급에서는 노심의 중대한 손상, 공중이 현저한 피폭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시설내의 방사성물질의 대량방출을 지표로 한다. 세 번째 기준은 심층방호이다. 이는 원자력시설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능의 열화 여부가 기준이다. 원자력시설에는 다중, 다양의 안전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운전중의 정례시험, 정기검사, 보수점검이나 운전방법 등의 관리시스템이 있는데 심층방호의 기준은 안전상 중요하지는 않는 사상을 나타내는 0 등급에서부터 심층방호가 상실된 3등급까지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원자력사고평가척도(INES)를 요약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국제원자력사고평가척도(INES)
출처: INES User’s Manual 2008 Edition, IAEA, 2013. p.3.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인도 등 60여 개 국가가 INES를 적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를 하는데 발생한 사태가 2등급 이상, 또는 0~1 등급이라도 내외에 관심을 야기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원칙적으로 24시간 이내에 IAEA에 보고하고, IAEA는 이를 회원국에 알리게 돼 있다.

나. 연대별 핵발전소 사고의 사례(주4)

1) 1940년대
1945년 8월 21일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머스 데몬코어(Demon core)사고와 1946년 5월 21일 데몬코어사고를 들 수 있다.
데먼코어사고는 세계 최초의 임계사고이다. 데몬코어란 미국 로스앨러머스연구소에서 각종 실험에 사용된 뒤 원자폭탄으로 크로스로드작전에 사용된 약 6.2kg의 미임계량의 플루토늄 덩어리인데 부주의한 취급으로 1945년과 1946년 각각 임계 상태에 이른 사고를 일으켜 2명의 과학자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에 ‘악마(데몬)의 코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45년 사고로 당시 연구원인 달리안은 치사량인 5.1시버트의 방사선을 피폭해 25일 뒤 급성방사선장애로 숨졌다. 46년 사고는 물리학자 루이스 슬로틴이 무리한 실험에 앞장서다 사고를 당했는데 그는 1초만에 치사량인 21Sv(시버트)의 중성자선과 감마선을 피폭해 방사선장애로 9일 뒤 사망했다.


2) 1950년대
1952년 12월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초크리버연구소에서 원자로폭발사고가 있 었다. 이는 INES 5등급 수준의 사고였다. 58년 5월 24일에도 초크리버연구소 원자로에 연료손상사고가 있었다. 또한 57년 9월 29일 옛 소련의 우랄핵참사가 발생, 6등급 수준의 사고가 있었고, 그 해 10월 7일 영국 윈스케일(Windscale)원자로화재사고(주5)가 일어났는데 5등급 수준이었다. 58년 10월 25일 옛 유고슬라비아 (현 세르비아) 비니챠에서 임계폭주가 일어나 인원 피폭이 있었다. 59년 7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스잔나 야외실험소에서 부분적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1950년대의 대표적인 사고인 시스케일지역의 윈스케일원자로화재사고는 흑연감 속․공기냉각로였다. 윈스케일 1호기는 50년 10월, 2호기는 51년 6월에 6~7년만에 사고가 일어나 운전종료했다. 2기의 원자로는 영국의 원폭제조계획의 일부로서 강 행공사로 건설됐다. 원자로 1호기의 노심에서 화재가 발생했기에 엄청난 방사능오 염을 주위에 일으켰는데 사고로 직접적인 사망자는 없지만 사고가 원인인 암으로 12명이 사망했다고 하는 보고와 100명 사망 또는 그 이상이라는 시산도 있어 조사마다 숫자가 다르다. 시스케일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평균 9배에 이르고 있다는 조사가 87년에 있었고, 주민들은 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방사성물질은 영국을 넘어 유럽대륙으로 확산됐는데 이 때 방사성물질은 740TBq(테라베크렐)(주6)의 요소131을 방출했고, 22TBq의 세슘137과12,000TBq의 키세논133, 기타 방사성핵종을 방출한 것으로 추정된다(주7).

3)1960년대
1960년 4월 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팅하우스사의 실험로에서 노심용해가 발생했다. 61년 1월 3일 SL-1(미국의 군용원자로)폭발사고는 등급 4였다. 또한 64년 6월 24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차일스타운에서 연료시설에서 임계사고가 발생했는데 등급 4였다. 66년 10월 5일에는 미국 미시건주 엔리코페르미로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났다. 66~67년 겨울 정확한 날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옛 소련 초기 원자력쇄빙선 레닌호에서 냉각재상실사고가 발생했다. 67년 스코틀랜드 차펠크로스핵발전소에서 부분적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69년 1월 21일 스위스 볼주에서는 실험로 폭발사고가 있었다.
1960년대의 대표적 핵발전사고로는 레닌 원자력쇄빙선 사고를 들 수 있다. 원자 력쇄빙선 레닌은 옛 소련(현 러시아)이 1957년에 진수시킨 세계 최초의 원자력쇄 빙선으로 원자로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모터로 스크루를 회전시켜 추진하는 원 자력전기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65년 2월 원자로의 냉각수가 상실되는 원 자로사고가 발생해 노심용융 직전의 심각한 사태로 승조원이 다수 희생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원자로는 67년 북극해에 투기처분을 해왔는데 이 사고를 계기로 레닌호는 원자로가 신형으로 교체됐다. 레닌호는 그 뒤 노후화로 89년 퇴역해 모항인 무르만스크에 계류돼 2005년부터는 박물관선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러시아는 다수의 원자력쇄빙선을 두고 있다고 한다.


4) 1970년대
1975년 12월 7일 옛 동독(현 독일) 그라이프스발트핵발전소 1호기에 화재가 발생했다. 3등급 판정을 받은 사고였다. 77년 2월 22일에는 옛 체코슬로바키아(현 슬로바키아)의 보프니체 A1핵발전소에서 연료용융사고가 발생했다. 4등급 사고였다. 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핵발전소에서 등급 5의 사고가 일어났다.
1970년대의 대표적인 핵발전소 사고는 스리마일섬핵발전소사고라 할 수 있다. 79년 3월 28일에 발생한 이 사고는 원자로냉각재상실사고(Loss Of Coolant Accident, LOCA)로 분류되며, 상정했던 사고의 규모를 웃도는 중대사고(Severe Accident)이다. 스리마일섬핵발전소는 2기의 원자로를 갖고 있었는데 그 중 2호로는 가압수형원자로(PWR)로 전기출력은 96만kW였다. 사고를 일으킨 2호로는 당일 영업운전 개시 3개월을 지나 정격출력의 97%로 영업운전중이었다.
사고는 79년 3월 28일 오전 4시37분(현지 미 동부표준시(EST))에 일어났다. 안전밸브에서 500t의 냉각수가 유출되고, 노심 상부의 3분의 2가 증기에 노출돼 붕괴열로 연료봉이 파손됐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대규모 피난이 행해졌다. 다행히 운전원에 의한 급수회복조치가 취해져 사고는 수습됐다. 결국 노심용융으로 연료의 45%, 62t이 용융되고, 그 중 20t이 원자로압력용기 바닥에 남아 있었다.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헬륨, 아르곤, 키세논 등 희귀가스가 대부분으로 약 92.5 TBq이었다. 요소는 555GBq에 불과했다. 세슘은 방출되지 않았다. 인근 주민의 피폭은 0.01~1mSv 정도였다. 이 피해는 57년 영국의 윈스케일원자로화재사고에 이은 것이다. 미국의 조셉 망가노 박사가 산정을 바탕으로 사고 2년 뒤 풍하지역에 있는 젖먹이 유아사망률에 급격한 증가가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반핵운동가인 하비 와스먼은 방사성 강하물로 말이나 소의 번식률이 현저히 낮아진 사실이 펜실베이니아 농업국이 낸 통계에서 보인다고 말했으나 농업국은 사고와의 관련을 부정했다. 원전에서 40km권내에 100 이상의 동식물의 기형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다.


5) 1980년대
1980년 3월 13일 프랑스 오를레앙의 생로랑데조핵발전소 2호기에서 연료용해로 방사성물질누설사고가 발생했다. 4등급 사고였다. 81년 3월 일본 후쿠이현 쓰루 가핵발전소에서는 방사성물질을 일본해로 방출해 작업원초과피폭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2등급 사고였다. 83년 9월 23일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임계사고가 있었는데 4등급 사고였다. 그리고 86년 4월 26일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핵발전소에서 7등급의 최악의 핵발전소사고가 발생했다. 86년 5월 4일 옛 서독(현 독일) 함우엔트로프에서 연료손상사고가 발생했다. 87년 9월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선 5등급의 피폭사고가 발생했다. 89년 10월 19일 스페인 반데료스핵발전소에서 터빈화재가 일어났다. 3등급사고였다.
1986년 체르노빌핵발전소 4호기 원자로파손사고는 저출력운전상태에서 터빈의 관성력을 이용한 전력공급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시작했는데 발전기의 회전수 저하에 따른 원자로냉각재펌프의 회전수가 저하돼 원자로냉각재유량이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출력 상승에 따라 연료가 과열돼 손상됐다. 다수의 압력관이 파손됨과 동시에 수소/수증기로 인한 폭발이 일어나 원자로가 붕괴돼 흑연, 건축물의 화재를 수반한 대형사고가 됐다. 이 사고로 대량의 핵분열생성물이 환경에 방출됐는데 그 방출량은 희귀가스를 포함하여 약 5000만큐리로 추정됐다. 이 사고로 공식적으로는 31명이 사망했고, 200명이상이 급성방사성장애로 진단됐다. 사고의 주 원인은 당초 운전원에 의한 6가지의 ‘규칙위반’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한다.


6) 1990년대
1991년 2월 9일 일본 미하마핵발전소 2호기에서 승기발생기전달세관이 파손됐 다. 2등급 사고였다. 그해 4월 4일 미하마핵발전소 3호기 원자로에서 급수량감소 사고가 발생했는데 역시 2등급 사고였다. 93년 4월 6일 러시아 토무스크주 세벨루스크의 토무스크 7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4등급 사고였다. 95년 12월 8일 일본 몬주핵발전소에서 나트륨누설화재사고가 발생했다. 1등급 사고였다. 97년 3월 11일 일본 도카이촌에서 도넨도카이사업소 화재폭발사고가 일어났다. 3등급 사고였다. 99년 6월 18일 시가핵발전소 1호기에서 임계사고가 발생했다. 2등급 사고였다. 99년 9월 30일 도카이촌에서 JCO임계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4등급 사고 판정을 받았다.


7) 2000년대
2003년 4월 10일 헝거리 파크슈핵발전소에서 연료손상사고가 발생했다. 3등급 사 고였다. 2004년 일본 간사이전력 미하마핵발전소 3호기에서 2차 냉각수배관승기 분출사고가 발생했다. 1등급 사고였다. 2005년 4월 19일 영국 세라필드재처리시 설에서 방사성물질누설사고가 일어났다. 3등급 사고였다. 2005년 11월 미국 일리 노이주 브레이드우드핵발전시설에서 방사성물질누설사고가 발생했다. 2006년 3월 6일 미국 테니시주의 어윈에서 방사성물질누설사고가 발생했다. 2등급 사고였다.
2006년 3월 11일 벨기에 플레류스방사성물질연구소에서 가스누설사고가 발생했 다. 4등급 사고였다.


8) 2010년대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최악의 등급 7의 사고가 발생 했다. 이날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에서는 냉각기능이 일시 상실되는 3등급의 사고 가 발생했다. 2013년 5월 23일 일본 J-PARC방사성동위원소누설사고가 발생했다.
1등급 사고였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사고는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자로의 노심용융 등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동반한 최악의 핵발전소사고이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012년 6월 발표에서 사고 후 4월 12일 현재까지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77만 TBq이라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2012년 8월 현재 보름분의 평균방출량이 2억 Bq(0.0002TBq) 정도라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20km권내에는 일시경제구역이 됐지만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 거주제한구역, 귀환곤란구역으로 재편됐으며 귀환곤란구역은 원칙적으로 일반주민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2015년 4월 현재 원자로 내 연료의 거의 전량이 용해됐으며 높은 선량의 대기토양 및 해양의 방사능오염이 발생하고 있고 방출량은 줄어들지만 지금도 매일 방출로 인한 요염은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원인으로 한 공식 사상자는 지진 및 쓰나미로 인해 4호기 터빈 건물에 있던 직원 2명과 기타 2명 등의 4명이며, 원전사고를 입은 주민 등이 피난과정에서 입원 중이던 인지증환자 21명이 이송 중 또는 후에 사망했고, 지진직후 피난과 더불어 최종적으로 50명이 사망했다. 넓게 잡으면 원전 관련사는 16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부상자도 지진에 의한 부상자 6명, 1,3호기의 폭발로 인한 부상자 15명, 그리고 방사능피폭자는 100mSv를 초과한 종업원 30명, 제염을 실시한 주민 88명, 기타 부상자 19명으로 드러났다.


다. 국내 핵발전소 사고․고장의 사례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금까지 크고 작은 핵발전소사고고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23기의 사고 및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된 사례는 모두 578회로 날 로 치면 6년 3개월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좌현 국회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그 중 고리1호기는 120회에 총 14만306시간, 날짜로 계산하면 총 3년 3개월간 발전정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987년 운전개시 이후 2014년 8월말까지 전체 가동시간의 약 1/25 정도의 기간을 발전정지한 것이 된다. 1983년 운전을 개시한 고리2호기는 이 기간 총 61회 정지에 정지시간은 5129시간 56분으로 고리 1·2호기를 합하면 총 181회에 정지기간은 총 2년 2개월이나 된다. 가장 오래 정지됐던 기간은 고리1호기로 1994년 11월 증기발생기 누설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321시간 19분, 약 55일을 정지했다.
고리1호기 가동에서부터 2012년까지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노후원전이 많은 고리, 월성원전은 우리나라 원전고장의 4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고장률이 높은 원전을 나열하면 고리1호기 3.69(회/년), 고리 2호기 2.10(회/년), 고리 3호기 1.86(회/년), 울진 1호기 1.80(회/년) 순이다. 신고리와 신월성을 제외한 우리나라 원전의 연간 고장률은
1.39((회/년)으로 고리 1호기는 평균보다 2.7배의 높은 고장률을 보여 왔다. 연간 고장률이 평균보다 높은 원전은 노후원전인 고리1~3호기, 울진1호기, 영광1․2호 기, 월성1호기 등이며 이는 우리나라 원전고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부좌현 국회의원 보도자료, 2014.9.15; 김해창, 2015).
또한 주목할 것은 근년에는 원전사고 1등급 이상 사태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회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2008~13) 원전사고 등급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1차적으 로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문제를 되래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발생한 원전사고는 총 74건으로, 등급별로는 각각 0등급 63건, 1등급 7건, 가장 정도가 심각한 2등급은 2건(최근 발생한 2건은 등급미분류)인데, 이 중 사고발생과 관련하여 한수원의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정비 준비 또는 정비 후 기동 중 발생한 사고가 11건이고, 각각 0등급 7건, 1등급 3건, 2등급 1건으로 나타났다. 2012년 2월 발생한 이후 한수원의 은폐기도가 드러나 파문을 야기한 고리 1호기 사건(2등급)도 한수원의 계획예방정비 중 전원이 상실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는 것이다.(주8) 「최근 5년간(2008~13) 원전사고 등급별 현황」은 <표 2>, 이중 계획예방정비 관련 사고 현황은 <표 3>과 같다.

<표 2> 최근 5년간(2008~13) 원전사고 등급별 현황
출처: 중앙뉴스, 2013.10.11.

<표 3> 최근 5년간(2008~13) 원전사고 등급별 현황 중 계획예방정비 관련 사고 현황
출처: 중앙뉴스, 2013.10.11 재정리.

라. 핵발전소 사고의 교훈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전 세계 핵발전소의 사태는 다양한 원인과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소위 ‘베크(Beck)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베크의 법칙이란 1965년 미국의 베크박사가 1964년까지 과거 21년간 미국 원전 246기의 원자로 및 원전사고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의 결론을 말한다. 그것은 “첫째, 원전 사고의 경우 상상 가능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사고 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상상 가능한 사고’란 원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의 사고를 말한다”(C.K. Beck, 1965; 荻野晃也, 2002, p.145).
이처럼 안전은 안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특히 핵발전의 경우 예상할 수 없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탈핵학자인 오기노 고야(荻野晃也) 전 교토대 공학부 교수는 2011년 9월 도쿄에서 행한 한 강연에서 원전 추진파들이 철저히 베크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 추진파들의 생각이야말로 오히려 희망적 관측으로 시종일관하고 있으며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추진파들의 생각은 ‘첫째, 그러한 사고가 일어날 리가 없다. 둘째,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하나는 작동할 것이다. 셋째, 있을 수 있는 일은 모두 고려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쿠노 전 교수는 핵분열형 원자로는 제어가 곤란하며 사고가 일어나면 그 영향의 심각성과 지리적 광범위성은 매우 크고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기에’ 지난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비록 안전대책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 뒤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또다른 사고가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라고 경고했다(김해창, 2013, p.47).
가네코 마사루(金子勝) 게이오대 교수는 『탈원전 성장론』(2011)에서 원전의 사고 원인 검증에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첫째, 안전내진성 등 원전의 핵심 구조에 근본적인 결함이 없는 지 제대로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둘째, 위기관리체제의 불충분함에서 오는 인위적인 실수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가령 사업주체, 인허가당국, 점검기관의 상호 관계의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어 정보은폐나 사고은폐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셋째, 본래 예상되는 사태에 대해 사업주체 내지 인허가당국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며, 예상되는 사태에 대해 확실히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2004년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하는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일본 원전에 대한 확률론적 안전성평가에서 1억년․원자로에 1회 격납용기 파손사고 확률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1년 1억년 에 한번 발생할 확률의 사고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안 전기술원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확률론적 안 전성평가는 4천만년․원자로에 1회 격납용기 파손 발생확률이라고 한다. 도쿄전력 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발생하기 전 설령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연료 펠릿 고형화, 연료피복관으로 봉쇄, 원자로압력용기, 원자로격납용기, 원자로 철제 콘크리트 건조물의 ‘5중벽’이 있어 방사능누출사고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것을 ‘원전 안전신화’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신화’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로 한꺼번에 무너졌다. 이른바 ‘안전신화의 붕괴’이다(김해창, 2015. pp.18-19).
원전사고의 확률에 대해 동국대 김익중 교수는 『한국탈핵』(2013)에서 이렇게 설 명한다. 과거 핵사고를 일으킨 국가의 공통점은 첫째,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대표 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미국, 옛 소련, 일본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원천기술보유국, 원자로 수출국,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숫자가 많은 나라에서만 대형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발전소의 개수가 가장 중요한 핵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2013년 전 세계 핵발전소 444개 중 스리마일섬(1개), 체르노빌(1개), 후쿠시마(4개)를 합해 모두 6개의 대형 핵발전소사고가 발생했다. 이 확률은 1.35%에 해당한다. 이는 정부와 한수원이 이야기하는 ‘백만분의 1’ 확률이 아니다. 한 개의 핵발전소가 있을 때 그곳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그렇다는 것이다. 23개의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약 27%나 된다고 주장한다. 단 과거와 같은 확률로 핵사고가 일어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 연구소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내놓은 핵 발전소의 사고확률 계산은 전 세계 440개의 민간 원자로를 기준으로 사고등급 7에 해당하는 중대 핵발전소사고가 지난 60년의 핵발전 역사에서 6개의 원전이 폭발한 것을 토대로 앞으로 지구상에서 원전이 중대사고를 일으킬 확률을 수 십 년에 1회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김기진 외, 2014).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2년 전인 2009년에는 일본 지진학의 대가인 이시하시 가쓰히코(石橋克彦) 고베대 명예교수가 ‘원전이 지진으로 대형사고를 일으켜 지진 재해와 방사능재해가 복합 증폭해 발생할 파국적 재해의 현실적 가능성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원전당국은 이를 애써 무시했고, 2010년 6월 후쿠시마 2호기에서 오작동으로 전원차단 및 수위저하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당시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건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藤田祐幸, 2011).
정말 핵발전이 자연재해의 위험성에 안전한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핵발전은 자 연재해에 취약하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지진과 쓰나미가 겹친 사례이다. 지진에 대해 우리나라는 거의 대비가 되어 있지 않는데 우리나라도 2004, 2005년에 진도 5.2의 울진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 환태평양 지진대가 활성화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 양산지진대층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는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지진 발생위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지역은 동일본대지진 이전에는 큰 지진이 없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그래서 쓰나미는 아예 고려를 하지 않았는데 규모 9.0의 거대지진과 쓰나미가 와서 후쿠시마원전 대참사를 초래했던 것이다. 일본 원전 건설은 1960년대에 시작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6기는 1973년부터 1987년에 착공된 것이다. 그런데 지진학에서 ‘판이론(plate tectonics)’이 대두한 것이 1980년이기에 1960~70년대는 그저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지진공백지대에만 지으면 된다고 하는 생각으로 원전의 입지가 정해져 건설돼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판이론에 따르면 지진공백지대라고 하는 것은 지진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어 언제든지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
핵발전소는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외부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핵발전소는 미국에서 만들 때 전시를 고려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와 같이 안보가 불안한 나라에서 원전은 자칫 잘못하면 테러나 전시에 큰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야마자키 히사타카(山崎久隆) 박사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파괴적 행동의 의미’라 는 논문에서 항공기 추락이나 대테러, 핵시설 공격 등으로 인한 원전시설의 피해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원전은 항공기 추락을 예상해 설계되어 있지 않은 채 원전에 항공기가 추락할 확률은 1백만분의 1이라고 무시할 뿐 정작 의도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항공기 이외 주로 트럭폭탄이나 자폭하는 경우 원자로의 내부를 알면 주배관의 파괴나 ECCS(비상 노심냉각장치)계통의 기능마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며, 내부 협조가 있을 경우엔 노심파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이러한 공격에 원전이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9.11테러 이후 미국이 가장 우려한 것이 원전에 대한 테러였다. 그래서 미해군특수부대 대원이 모의 테러훈련을 실시했는데 원전 침입을 시도한 결과 11개 원전 가운데 7개 원전에서 노심파괴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를 2001년 12월 미국 핵관리연구소가 발표한 바 있다(山崎久隆, 2002, pp.191-192).
한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선 보수 논객들로부터도 탈원전론이 나오고 있다. 보수론자들의 탈원전론은 원전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테러리스트의 공격목표가 되지 않도록 국토에 원전을 배치하는 것에 대한 국방 안전보장상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일본의 원전이 테 러공격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며 외국인 공작원이나 옴진리교 신자가 과거 원전 작업원으로 잠입한 사실이 있다는 것, 바다를 따라 들어선 원전이 외국의 공작선에 의해 해상공격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원전을 ‘잠재적 자폭핵무기’로 부르며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려고만 하면 핵무기 등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원전 어느 한곳을 미사일공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 중국 및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일본 동해쪽에 원전이 30여기가 집중돼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적도 있다(山岡淳一郎, 2011).
세계 핵발전소 사고 사례를 살펴본 결론은 핵발전소는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상존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고는 무엇보다 기술적 대응을 자신하고 ‘원전 안전신화’를 맹신하거나 인적 실수가 발생하는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핵발전소의 수를 가능한 한 줄이고, 대안에너지로 대체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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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http://www.iaea.org/pris
주2) http://www.aesj.or.jp
주3) INES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일반적으로 ‘국제원자력사고등급’ 또는 ‘국제원자력사고평가척도’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하면 ‘국제핵사태평가척도’라고 하는 것이 많다. INES에서는 event(사태), incident(이상), accident(사고)를 구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모두를 편의상 ‘사고’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event를 사상(事象)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는 event를 사태로 번역하기로 한다.
주4) en.wikipedia.org/wiki/List_of_civilian_nuclear_accidents와 http://www.rist.or.jp/atomica를 참고로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연대별로 요약 정리했다.
주5) 지금은 세라필드(Sellafield)로 이름이 바뀌었다.
주6) 1초 동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1dps)을 1베크렐(Bq)이라 한다. TBq(테라베크렐)은 10의 12승 베크렐, GBq(기가베크렐)은 10의 9승 베크렐, 메가베크렐은 10의 6승 베크렐이다.
주7) 이는 1986년 체르노빌사고 때 176만TBq의 요소 131, 650만TBq의 키세논133, 8만TBq의 스트론튬90 및 6100TBq의 플루토늄, 게다가 12종의 다른 방사성핵종이 동시에 방출된 것과 비교된다. 1979년 스리마일사고에서는 윈스케일보다 25배나 많은 키세논135가 방출됐지만 요소・세슘・스트론튬은 적었다. 후쿠시마사고 예비조사에서 대기로 방출된 추정치는 체르노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윈스케일화재사고의 방출을 상당히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8) 중앙뉴스, 2013.10.11, http://www.ejanews.co.kr


<참고문헌>
김기진 외 18명. 한권으로 꿰뚫는 탈핵. 무명인. 2014.
김익중. 한국탈핵. 한티재. 2013.
김해창. 저탄소대안경제론. 이후. 2013.
김해창. 탈핵으로 가는 길 Q&A-고리1호기 폐쇄가 시작이다!. 해성. 2015.
金子勝. 脫原發成長論. 築摩書房. 2011.
藤田祐幸. もう原發にはだまされない. 靑志社. 2011.
山岡淳一郎. 原発と権力 戦後から辿る支配者の系譜.ちくま新書 2011
山崎久隆. 原子力施設への破壞的行動の意味. アソシエ, 10. 御茶の水書房. 2002.
荻野晃也. 近代科学技術と予防原則:原發から電磁波まで. アソシエ, 10. 御茶の水書房. 2002.
C.K. Beck: Proc. 3th Conf. Atomic Energy, Geneva, 1965.
INES User’s Manual 2008 Edition, IAEA, 2013. p.3.
en.wikipedia.org/wiki/List_of_civilian_nuclear_accidents
http://www.aesj.or.jp
http://www.ejanews.co.kr
http://www.rist.or.jp/atomica

[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일본의 대응 사례의 교훈(최종민, 윤순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일본의 대응 사례의 교훈(주1)


최종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생),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이번 장에서는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취했던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과 지진해일 (tsunami, 쓰나미)이었지만 그러한 자연재난의 발생가능성이 제기되었음에도 진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여지가 클 뿐 아니라 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역시 피해를 확대시킨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지금도 사고는 충분하게 수습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약 10만 명가량의 후쿠시마 이재민들은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하기조차 어렵다.
사고 당시 일본에는 총 49GW에 달하는 54기의 핵반응로가 있었다.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직전 해인 2010년 일본에서는 핵발전으로 288TWh를 생산하였는데 이는 일본 발전량의 26.0%에 해당하였다(IEA, 2012).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24기(21.7GW)의 핵반응로가 149TWh를 생산하여 총 발전량의 약 30.4%를 차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의 핵발전 전력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두 배에 가까웠지만 발전량 중 비중으로는 유사한 수준이라서 전력 공급원이나 산업활동의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이 지닌 사회적 역할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지진이 별로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핵발전소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인근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 사고의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비극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깊이 있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확인한 후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값비싼 교훈이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종결된 사고가 아니다. 따라서 사고에 대한 대응에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현재까지 취해온 대응 모두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 모두를 검토하기에는 지면상의 한계가 있고 피해가 확산되는 데는 초기 대응 실패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 글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초기 대응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와 3호기의 수소폭발과 2호기의 격납용기 손상에 이어 마지막으로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까지를 사고 초기단계로 보고 2011년 3월 11일 동북 대지진이 일어난 시점부터 2011년 3월 15일까지로 논의의 시간적인 범위를 제한하도록 한다. 또한 사고 대처라고 하면 핵발전소에서 일정한 거리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피난시키고 일반 국민에게까지 정보를 공표하는 것과 같은 활동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종의 위험 정보소통에 대해서도 다루도록 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사고 후 방사능의 이동에 대한 것이므로 앞서 정한 2011년 3월 15일이 지난 시점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다루기로 한다.
우선 이러한 논의에 앞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략하게 살펴본다.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의 원자력 규제 관련 기관과 핵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를 살펴본 후 문제가 되는 사안별로 후쿠시마 사고 대응의 문제점을 검토하도록 한다.

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개요

2011년 3월 11일 일본열도의 동북 쪽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태평양 해역에서 오후 2시 46분에 규모 9.0의 초거대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 지진으로 동일본 지역의 많은 시설들이 파괴되었고 그로 인해 통신과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초거대 지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최대 높이 21m의 쓰나미가 도호쿠(東北) 지방에 도달했다. 쓰나미는 도호쿠 지방의 인프라 시설 및 거주지를 침수시켰으며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 전례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거대한 파도에 집과 자동차들이 떠내려가는 충격적인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되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공포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쓰나미는 단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만을 파괴한 게 아니었다. 거대한 파도는 후쿠시마현 해안에 위치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일본어명 福島第一原子力発電所,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표기)에도 도달했다.(주2) 그리고는 지진으로 전원이 상실되어 전력 공급을 위해 가동 중이었던 핵발전소의 비상발전기를 침수시키고 말았다.
핵발전소에서는 우라늄의 핵분열을 통해 얻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얻고 이 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보낸다. 하지만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핵연료가 녹거나 폭발이 발생하여 생명과 환경을 위협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핵발전소 밖으로 방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핵발전소에서는 핵연료 냉각이야말로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핵연료 냉각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운전 중일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지진을 비롯한 위험 상황이 발생해서 운전이 정지되는 경우에도 핵분열이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성 핵종 붕괴로 인한 붕괴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핵연료를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 핵연료 냉각은 보통 물을 이용하여 뜨거워진 핵연료를 식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냉각 과정에도 전기가 필요하다. <그림 1>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부터 5호기까지 핵반응로의 구조를 간결하게 나타낸 것인데 압력용기에 핵연료가 들어있어 이곳에서 핵분열 반응이 진행되고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압력용기를 둘러싸는 형태로 두꺼운 격납용기가 설치되어 있다.(주3)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해수를 냉각재로 이용하여 핵연료를 식히게 설계되어 있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후 운전 중이던 1호기부터 3호기까지는 운전이 자동정지되었으나 쓰나미로 인해 배전반과 같은 발전소 설비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발전소 내 모든 교류전원이 상실되었다. 그 결과 핵연료를 냉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자료: 東京電力株式会社(2012)
<그림 1> 후쿠시마 핵발전소 1-5호기까지의 핵반응로 개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3월 11일에는 1호기와 2호기, 3호기가 운전 중에 있었고 4호기부터 6호기까지는 정기검사로 운전을 하지 않고 핵연료도 핵연료수조에 보관되어 있었다. 4호기의 경우 2010년 11월 30일부터 정기검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수조로 핵연료를 모두 옮긴 상태였고 지진 발생 전에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온도는 27℃로 냉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운전 중이던 1호기부터 3호기까지는 핵연료가 압력용기에 들어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2011년 3월 12일에는 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켰고 이틀 후인 14일에는 3호기에서, 15일에는 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했다.(주4) 특히 3호기에 장착되어 있던 핵연료는 맹독성 물질인 플루토늄을 포함하는 MOX 연료였다.(주5) 그렇기 때문에 3호기는 폭발하면서 플루토늄이 섞인 방사성 물질을 외부로 흩뿌렸다. 2호기는 수소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냉각기능의 상실과 압력용기의 감압실패로 인해 주수를 하지 못하게 된 것 등을 원인으로 격납용기가 크게 손상되어 각 호기들 중 가장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을 방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주6) 또한 1-3호기에서는 운전 중인 상태에서 냉각이 가능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meltdown, 멜트다운)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초기의 주요한 사건들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 <표 1>과 같다.

<표 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초기 단계의 시간대별 주요 사건(2011년)
자료: 東京電力株式会社(2013), 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検証委員会(2012)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성 세슘137의 총량은 1만 5000 테라베크렐 정도이며 이는 히로시마 핵폭탄의 시산치인 약 89 테라베크렐의 168.5배 정도가 된다.(주7) 또한 일본정부가 발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대기 중으로 방출된 물질인 요소131의 총량은 약 100-500 페타베크렐, 세슘137은 총 6-20 페타베크렐이며 이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출되었다고 추정되는 양의 각각 10%와 20% 정도의 수준이다.(주8) 후쿠시마현 주민 중 지진과 쓰나미를 포함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타 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피난민 수는 2015년 10월 기준으로 10만 5,286명이다.9) 또한 2015년 12월 후쿠시마현에서 발표한 국세조사 인구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의 인구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5년 전보다 11만명 이상 줄어들어 약 191만 명 정도인데 이는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최저 수준이다.(주10)
사고 발생으로부터 1년 1개월이 지난 2012년 4월 19일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1-4호기의 폐기가, 2014년 1월 31일에는 5-6호기의 폐기가 결정되었다. 핵발전소를 폐기하는 것은 일반 건물의 철거와는 비교되지 않는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특히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경우 사고를 일으킨 핵반응로 주변에 맹독성 방사성 물질이 흩뿌려져 있고 오염된 자재들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으며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일이 그 자체로 위험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폐로는 <그림 2>에 제시된 것처럼 네 시기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2014년 4월 도쿄전력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회사를 설치하여 폐로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으나 방사성 물질을 줄이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흙으로 덮는 제염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현장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핵반응로 주변에는 로봇조차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 이 때문에 폐로 작업이 언제 완료될지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1기에 해당하는 작업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작업 완료 시기가 1년 넘게 늦어졌다. 4호기의 경우 사고 발생 당시 사용후 핵연료 수조에 핵연료 1,533봉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2013년 11월 18일부터 핵연료를 수조에서 꺼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내 공용수조에 이송하는 작업을 시작하여 2014년 12월 22일에서야 완료하였다. 제2기의 녹아내린 핵연료들을 꺼내는 것에 있어서의 시작 작업 역시 쉽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1-3호기 모두 방사선량이 높기 때문에 작업원이 들어갈 수 없음은 물론 녹아내린 핵연료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격납용기 내부에 넣은 내시경도 방사선량을 감당할 수 없어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성과는 카메라를 통해 녹아내린 핵연료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것뿐이며 그것의 성질이나 무게, 방사선량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또한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닛폰TV 2016년 1월 2일 기사).(주11) 이러한 상황에서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매일 태평양으로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을 넘어 해류를 타고 지금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주12)

<그림 2>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폐로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2011년 4월 12일 INES 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7등급(Severe Accident) 판정을 받았다. 7등급 판정은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핵재앙인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처음 내려진 것이었다.


나. 사고 당시 일본의 원자력 규제 관련 기관과 대응 체계

이번 절에서는 먼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일본의 원자력 규제 관련 기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핵시설은 생명과 생태계에 큰 위험과 피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핵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핵시설을 보유하는 사업자를 규제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 이후 패전국인 일본은 미 점령당국에 의해 핵 관련 연구와 개발을 금지 당했지만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원자(Atoms for Peace)”을 제창한 이후 연구 개발에 착수하였다(김지연, 2002; 윤순진・김소연・정민지, 2011). 1954년 당시 개신당 소속이었던 나카소네, 이나바, 사이토, 가와사키 등이 핵에너지 연구개발 예산 235백만 엔을 국회에 제출하였다(Takuma, 2006).13) 이후 1955년 12월 19일에 원자력기본법이 제정되어 원자력 평화 이용의 원칙과 민주, 자주, 공개의 3원칙 등 원자력 이용의 대강이 결정되었고 원자력 기술 연구 및 개발, 평화적 목적에의 사용, 안전 확보 등의 내용을 담게 되었다. 이 법에 원자력위원회와 원자력연구소의 설치를 규정함으로써 일본 핵발전정책의 수립과 연구개발의 기초가 마련되었다(김경민, 2001). 또한 관련법령으로 원자력위원회설치법이 공포되어 1956년 1월 1일 총리부(현재의 내각부)에 원자력위원회가 설치되었다. 현재까지도 존속되고 있는 원자력위원회는 원자력 개발 및 연구에 관한 행정, 원자력 이용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기획 및 심사, 결정을 소관하고 있다.(주14)
<그림 3>은 2012년 9월 이전의 일본 원자력 행정 체계를 나타낸다.(주15) 원자력안 전위원회는 원자력위원회 소관 임무들 중 안전 확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내각부에 구성한 조직이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1978년 원자력위원회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출범한 이후 일본 내의 원자력 안전 규제를 담당해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조직인 만큼 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대처를 위한 기술적인 자문을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사고 대처에 있어 그들에게 기대되었던 역할도 이와 같은 부분이 컸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외에 일본에서 핵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기관으로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의 임무는 핵발전의 안전 관리와 핵산업의 보안이며 2001년 처음 출범한 이후 주로 일본 내에서 발생한 핵사고들에 대한 대응을 맡아왔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핵사고 및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에 신속하게 대처하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또한 이름과 달리 원자력뿐만이 아닌 전력, 도시가스, 고압가스, 광산 등 전체적인 에너지 분야에 있어 안전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핵사고 발생 시 사고 대처의 중심적인 조직으로 원자력재해대책본부의 사무국이 된다(畑村洋太郎외, 2013). 또한 사고가 발생한 해당 핵시설의 사업자는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원자력안전보안원에 사고에 대해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 이외에도 일본 원자력 행정과 관련된 조직은 문부과학성, 외무성, 국토노동성, 후생노동성과 같은 기관들이 있다.

자료: 이상윤(2011)을 바탕으로 재구성
<그림 3> 일본의 원자력 행정 체계(2012년 9월 이전)

일본에서는 핵사고 발생 시 취해야 할 대응 방법과 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평소 사업자와 관계 기관이 행해야 하는 지침들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은 1999년에 일본 도카이무라에서 발생한 JCO 임계사고를 계기로 제정되었다. JCO 임계사고는 핵연료를 제조하는 도카이무라 JCO우라늄가공공장에서 초산 우라닐 용액을 제조하던 도중 작업원이 규칙을 위반해 우라늄이 임계에 달했던 사고를 말한다. 사고로 인해 작업원 3명이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되어 그중 2명이 각각 약 3개월, 약 7개월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한 명은 치사량인 6-7 시버트에 못 미치는 1-4.5 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되어 일시적으로 백혈구 수치가 0이 되기도 했으나 후에 퇴원하였다. 이들은 1999년 10월 6일 급성방사선증으로 노동재해를 인정받았다.(주16)
또한 JCO동해사업소 반경 10km권내 주민 약 31만 명에게 실내 대피 지시가 내려졌으나 직원들과 주민들이 강한 감마선과 중성자선에 피폭되었다. 이 사고는 그 때까지 일본 내에서 발생한 핵사고 중 가장 큰 규모의 사고였기에 이후 핵사고에 대한 대책 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어 그해 1999년에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1; 柳沼充彦, 2013).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핵사고를 둘러싼 각 주체들의 역 할에 대해 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법 제 3조에서는 핵시설의 사업자가 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조직과 기능을 전부 동원하여 만전의 조치를 다해야 하며 사고로부터 국민과 국토를 보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제4조에서는 국가의 책무에 대해서도 정하고 있는데 핵사고 발생 시 정부가 원자력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응급사태에 대한 대응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8조에서는 사고 발생 또는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직으로 사업자에게 사업소별로 원자력재해조직 설치 및 재해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의 제10조와 제15조에서는 핵시설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 는 이른바 ‘10조 통보’와 ‘15조 통보’에 대해 정하고 있다. 제10조에서는 원자력 방재관리자가 핵시설 사업소 구역 부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었을 때 내각부와 원자력 규제 관련 기관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를 정하고 있는데 이를 ‘10조 통보’라 한다. 제15조에서는 ‘10조 통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 원자력 긴급사태와 그 선언에 대한 사항들을 정하고 있다. 원자력 긴급사태는 ‘10조 통보’의 해당 사태를 원인으로 검출된 방사선량이 일본 정부에서 정한 정상적이지 않은 방사선량을 넘었을 때나 정부가 정한 원자력 긴급사태 발생을 나타내는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에 해당한다.
일본 내에서 핵사고 발생 시 대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은 원자력재해대책본부이다.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내각 총리가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한 후 내각부에 설치하게 되며 내각 총리가 본부장이 되어 사고에 대한 대응과 피난 지시 등을 내리게 된다.(주17) 또한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에서는 내각 총리가 원자력재해대책본부와 함께 사고 현장에 현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지대책본부장(경제산업성 부대신)이 중심이 되어 사고에 대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긴급사태응급대책거점시설(오프사이트센터)은 현지대책본부 및 재해대책본부와 같은 사고 대처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여 사고 대처에 관한 지시를 조절하는 거점이 된다. 이 외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긴급 기술 자문 조직을 설치하고 총리에게 조언하도록 정하고 있다.(주18) 이와 같이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에는 핵사고 발생시 어떤 조직이 설치되고 누구를 중심으로 대처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다.
<그림 4>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직후부터 2011년 3월 15일 이전까지의 사고 대응을 위해 꾸려졌던 조직도이다.(주19)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발전소 내 모든 전원과 냉각기능의 상실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은 간 나오토 당시 총리(이하 간 총리)는 내각부에 원자력재해대책본부(<그림 4>의 원재본부)를 설치하고 본부장이 되어 대응에 임했다. 또한 총리관저에서는 대책본부와 관저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긴급집중팀도 꾸려졌으며 재해대책본부 사무국은 내각부에 설치되었다. 관저 5층과 관저 지하 2층에서는 도쿄전력본사에 설치된 본사대책본부의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사고대책종합본부와 정보를 교환했다. 또한 원자력재해대책본부 사무국은 원자력안전보안원에 설치되었다. 후쿠시마현에서는 현(縣) 재해대책본부가 후쿠시마현청에 설치되었고 현지대책본부(오프사이트센터)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현장에서 약 5km 떨어진 오쿠마마치에 설치되었다. 또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와 제2핵발전소 각각에 발전소대책본부가 설치되었다. 발전소 대책본부를 지휘하는 본부장은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핵발전소의 발전소장이 맡게 되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주: *법령 등에서 재해 대응시의 제도적 위치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던 조직 자료: 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2012)
<그림 4>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와 제2핵발전소의 사고 대처 조직 개요도

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발생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대응의 문제점

1) 사고 대응 주요 기관 관계자들의 정보 파악 부족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도쿄전력과 일본의 원자력 안전 규제 관련 기관과 같은 사고 당사자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사고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적절한 사고 대응을 취할 수 없었다.
<그림 5>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정부의 주요한 사고 대책 조직과 정보 공개 흐름도를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정부의 사고 대책의 중심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정부의 사고 대책의 중심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이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도쿄전력 본사에서 보내온 사고 핵반응로의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을 더한 분석 정보를 작성해 관저의 원자력재해대책본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또한 분석정보와 핵원료 물질,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도쿄전력을 지도하고 사고 대책에 대한 명령을 내렸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과 해외에 대해 사고 핵반응로에 대한 평가 및 예측 사항, 분석정보를 공개한 것도 원자력안전보안원이었다.(주20)

자료: 経済産業研究所, http://www.rieti.go.jp/jp/papers/contribution/kainou/01.html
<그림 5> 사고 발생 직후(통합본부 설치 전) 일본 정부의 주요 사고 대책 조직과 정보 공개

또한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설립 이후 일본 내에서 발생했던 핵사고에 관한 대책을 수립하고 그와 관련하여 사업자에게 조언 및 지시를 해왔기 때문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도 기술적이며 전문적인 정보와 그를 바탕으로 한 조언을 제공했어야 했다. 이번 사고에서 원자력안전보안원에게 기대되었던 역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설계에 대한 정보와 사고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2011년 3월 11일 저녁 7시경원자력 긴급사태 선언 이후 간 총리는 사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원자력안전보안원 관계자들에게 사고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조언을 구했으나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또한 가장 먼저 설명을 위해 관저로 온 원자력안전보안원장이던 데라사카 노부아키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인물로 원자력 관련 전문가가 아니었다(菅直人, 2012). 핵발전소 사고에 관해 가장 전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기관의 책임자가 핵에 대해 비전문가였던 것이다.21) 또한 그를 포함한 원자력안전보안원 관계자들은 관저가 구한 질문에 대한 대답과 조언에 대해 명확하고 시원한 발언을 하지 못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이 파악한 정보는 불명확하고 불분명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大鹿靖明, 2013).
원전 안전 규제 기관만이 아닌 도쿄전력 역시 발전소의 교류전원이 상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임원들조차 현장의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고 발생 첫 날 간 총리의 요청으로 관저에 파견된 도쿄전력 간부들에게는 현장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사고의 진행에 대한 질문을 받자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핵연료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1-3호기의 냉각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8시간 지속된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이며 간단한 설명만 할 수 있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게다가 도쿄전력에는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회장과 사장도 사고 발생 초기에 부재 상태였고 그에 대해 정당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특히 또한 시미즈 마사타카 도쿄전력 당시 사장(이하 시미즈 사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부인과 나라로 사적인 여행 중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했음을 전해 듣고 황급히 도쿄의 본사로 돌아오려던 그의 앞을 대지진으로 인한 교통 대란이 가로막았기 때문에 발이 묶여 한동안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大鹿靖明, 2013). 시미즈 사장은 다음 날인 3월 12일 오전이 되어서야 겨우 도쿄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1호기의 멜트다운이 3월 11일 밤에 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때는 이미 사고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주22)
시미즈 사장은 2011년 3월 13일 기자회견에 모습을 보인 이후로도 한 달 동안 공개적인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사고 대처에 있어 사장의 부재로 인해 사고의 대응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편 가쓰마타쓰네히사 당시 회장(이하 가쓰마타 회장)은 사장의 빈자리를 채우려 했다.
시미즈 사장은 사고 발생 한 달 후인 2011년 4월 11일 후쿠시마현청의 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해 사죄하며 건강이 좋지 않아 도쿄전력 사장실 옆방에서 쉬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주23) 가장 책임이 큰 도쿄전력 사장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할뿐더러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구조적 한계라 할 수 있다. 한 달 후인 5월 20일 도쿄전력은 시미즈 사장의 사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후에 시미즈 사장은 도쿄전력의 관련 회사인 ‘후지석유(富士石油)’의 사외(社外) 이사로 취임한 것이 밝혀졌다(아사히신문, 2012년 6월 21일 기사).(주24)
도쿄전력의 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해도 그 후에는 관련된 회사가 그가 있을 새로운 거취를 만들어 준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는 부적합한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게 되었던 것이다.


2) 벤트 실시를 둘러싼 문제점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는 격납용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1호기와 2호기, 3호기의 벤트(vent)가 시도되어 1호기와 3호기는 성공하고 2호기는 실패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벤트는 핵반응로의 냉각기능 상실로 인해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졌을 경우에 격납용기 내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를 대기에 방출시킴으로써 격납용기가 파손되어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것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이다.
2011년 3월 11일 밤 현장에서는 이미 사태가 심각해질 것을 대비해 벤트를 위한 사전 준비를 개시하고 있었다. 3월 12일 0시가 지나자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요시다 마사오 소장(이하 요시다 소장)은 1호기 격납용기의 압력이 약 5.9기압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인식했다.25) 1호기 격납용기의 설계한계 압력은 4.3기압이며 정상운전 시의 격납용기 압력은 약 1기압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위험한 상황에 도달할 수 있는 압력이었다.26) 이에 그는 벤트를 지시했다(東京電力株式会社, 2013).
벤트는 그전까지 일본 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으며 핵반응로의 방사성 물질을 외부 대기로 방출시킨다는 것은 일본의 핵발전소는 안전하며 방사성 물질은 절대 외부로 새지 않는다고 홍보하던 안전신화를 깨는 것과 같았다(大鹿靖明, 2013).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격납용기의 압력이 설계한계치를 넘어선 이상 도쿄전력은 벤트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3월 12일 오전 1시 30분 도쿄전력의 1호기와 2호기 벤트 실시 허가 신청에 총리와 경제산업대신,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허가를 내렸고 아침 6시 50분에 법령에 따라 국가에서 구두로 수동 조작(핵발전소 내의 모든 전원이 상실되었으므로 원격제어를 할 수 있는 평소와 달리 수동으로 직접 밸브를 열어야 벤트를 실시할 수 있었다) 벤트 실시를 명령했다. 또한 벤트실시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 방출을 수반하기에 주변 주민들의 피난 상황을 확인해야 했으므로 약 2시간 뒤인 9시 2분에 오쿠마마치 주민들의 피난을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10시 17분부터 벤트를 위한 조작이 시작되었으나 전원이 상실된 상태에서 벤트를 수동으로 진행해야만 했던 것과 벤트 자체를 처음 실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작 실패와 재시도를 반복하는 등의 난항이 이어졌다(東京電力株式会社, 2013). 이 때 도쿄전력 본점은 벤트 실시에 있어 현장에 기술적 인 조언을 하는 등의 역할이 기대되었지만 그들은 기기의 구성을 오인하거나 유 용한 조언을 하지 못하고 현장에만 판단을 맡기는 등 오히려 혼란을 가져왔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또한 도쿄전력 본점은 위와 같은 벤트 준비 진행 상황의 어려움에 대해 원자력 안전보안원에 보고했지만 관저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벤트가 아직 실시되고 있지 않다는 연락만 들어오자 관저 측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되었고 결국 3월 12일 아침 간 총리가 직접 헬기를 타고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가서 벤트 지시를 하기 까지 이르렀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현장에 도착한 총리는 무토 도쿄전력 부사장, 요시다 소장과 벤트에 대한 회담을 한 후 도쿄 관저로 돌아갔다.
한 편 총리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시찰에는 마다라메 하루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도 함께였다. 헬기에서 현장을 내려다보던 간 총리가 위원장에게 수소폭발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3시 36분 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되었다(닛케이신문, 2012년 2월 27일 기사).27) 이는 관저의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감을 최대로 끌어올린 사건이 되었다.(주28)
앞서 언급했듯이 1호기와 2호기, 3호기의 벤트 시도 중 1호기와 3호기만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벤트 성공에도 불구하고 두 핵반응로 건물에서는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벤트 실시가 수소폭발의 원인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었으나 도쿄전력은 이를 부정하고 있으며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벤트 실시가 수소폭발의 원인이 되었다고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벤트를 실시하지 않은 4호기였다. 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원인은 3호기에서 벤트를 실시함으로써 역류하게 되어 4호기에 들어온 수소가스였다. 핵연료의 냉각기능을 잃은 3호기의 격납용기로 새어나왔던 수소가 3호기에서 벤트가 실시된 후 비상용 가스 처리계 배관을 통해 4호기로 역류하여 4호기의 핵반응로 건물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주29) 이로 인해 4호기 핵반응로 건물의 4층과 5층 부분이 심하게 손상되었다.
또한 벤트 실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오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5년 10월 일본 원자력기구는 컴퓨터를 사용한 해석을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북서쪽 방향 약 20km 정도 거리 지역의 오염이 3호기의 영향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그것의 원인이 3호기 벤트 실시라 보고 있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사고 초기 3호기 격납용기 상부에 틈이 생긴 후 벤트가 실시되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것이 해당지역의 오염에 큰 영향을 주었다(닛케이신문, 2015년 10월 19일 기사).(주30) 그동안 도쿄전력은 벤트 실시로 인한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 방출은 극소량이라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자연계를 오염시킬 정도였고 이는 이번 사고와 같이 핵반응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돌발상황에서는 기존의 예측과는 상이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상정 외’라는 변명 뒤에 숨겨진 사전 사고 대비 부족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와 관련하여 일본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상정 외(想定外)’였다(허석, 2014). 도쿄전력은 거대 지진과 쓰나미의 규모가 사고 방지 대책 수립에서 상정했던 규모를 넘어선 것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도쿄전력은 2002년 토목학회의 후쿠시마현 해역(福島県沖)에서 쓰나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하여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도달할 수 있는 쓰나미의 최대 높이가 5.4-5.7m라는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세웠다(<그림 6> 참조). 그러나 실제 도래한 쓰나미의 최대 높이는 이를 한참이나 넘어선 약 15m 이상으로 추정되며 그렇기 때문에 해발높이가 10m인 1-4호기 부지의 많은 부분이 침수되었다.(주31)
하지만 도쿄전력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은 그들이 대책을 세운 5m를 넘어선 쓰나
미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2002년 토목학회에서 도래
할 수 있는 쓰나미의 높이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예측된 쓰나미의 최고 높이는 최소 9.3m에서 최대 15.7m에 육박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메이지산리쿠지진 (明治三陸地震)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후쿠시마 해상에서 발생했을 경우의 높이였다.(주32) 하지만 이러한 예측 결과에 대해 도쿄전력 간부는 실제로 그러한 쓰나미는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방지했고 결국 쓰나미 대책은 기존의 5.4-5.7m에 대해 취해졌던 것에서 변하지 않았다.
또한 도쿄전력은 재평가를 통해 도출된 쓰나미 최대 높이의 계산 결과를 2009년 9월과 2011년 3월 7일의 두 차례에 걸쳐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나흘 전인 2011년 3월 7일 도쿄전력 직원들은 상정을 넘어서는 쓰나미가 도래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최대 높이 10m가 넘는 쓰나미가 덮치면 육지에서는 파고가 10m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담긴 자료를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여주었다. 자료에는 이와 같은 거대한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을 2012년 10월에 세운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大鹿靖明, 2013).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대책은 기존에 세워졌던 5.4-5.7m 높이기준에서 변경되지 않아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원자력안전보안원 역시 도쿄전력의 이러한 행태를 묵인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상정을 넘어서는 거대 쓰나미가 핵발전소를 덮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약 10년이나 전부터 알고도 도쿄전력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대책을 미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던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에는 지진과 쓰나미뿐만이 아닌 기존에 상정하지 않았던 여러 상황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적합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은 항목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사고의 피해를 확대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료: 도쿄전력 홈페이지
<그림 6>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높이와 쓰나미 이미지

도쿄전력의 전원 상실 대책은 인접한 핵반응로 중에서 하나는 전원이 온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경우와 같이 13개의 비상 발전기들 중 하나만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던 상황, 즉 여러 기의 전원이 장시간 상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시의 대처에 필요한 매뉴얼과 기자재도 없었고 이에 대비한 사원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畑村洋太郎 외, 2013).
사고 발생 당시 모든 전원이 상실된 발전소 내에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작업원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기와 밸브 등을 조작하고 전원을 복구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평소라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동작들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작업원들이 방사선량이 높아져가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 수동 조작해야 하는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또한 냉각기능 상실 시에 바닷물을 직접 핵반응로로 주입할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에도 이에 대비하여 소방차가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최종적으로 핵반응로에 해수를 주입해야 할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에는 1-3호기가 냉각을 위한 주수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임시로 소방차를 사용하여 핵반응로에 해수를 주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3월 12일 1호기 수소폭발의 여파로 현장의 작업원들이 부상당하고 소방호스가 파손되는 등 해수주입 작업 준비에 지장이 생겼다. 또한 거의 복구되어 가던 일부의 전원들이 수소폭발로 인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등 혼란이 일어났다(畑村洋太郎 외, 2013). 수소폭발 자체도 있어서는 안 되는 비극적이고 큰 사고였지만 그것이 사고 대처와 수습에도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요시다 소장은 이미 3월 11일 사고 발생 이후 일찍부터 소방차를 통한 주수를 생각하고 도쿄전력 각 조직에 검토 지시를 내렸으나 전문분야별로 역할이 세분화되어있던 조직들은 그것이 매뉴얼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며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 생각하여 결국 다음날 새벽까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주수에 있어서도 어느 팀이 주수를 해야 할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事故調査委員会, 2012).
상정하지 못했던 상황은 외부로부터의 전원 공급에 있어서도 발생하여 사고 대응을 어렵게 했다. 기능을 상실한 발전소 내 전원을 대신하여 전기를 공급해 줄 전원차가 도쿄전력뿐만이 아닌 도호쿠전력, 자위대 등으로부터 70여 대가 제공되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향해 출발했지만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들의 발생으로 인해 대부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원차가 도착한 발전소에는 쓰나미로 인한 잔해들이 흩어져 있어 전원차가 움직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고 소방차까지 합세하여 큰 혼잡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한 케이블을 연결해야 할 배전반이 물에 잠겨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3월 11일 저녁 9시 이후에 도착한 자위대의 전원차는 케이블 접속용 기기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쓰이는 것과 달라 실제로 전원 복구에 사용될 수 없어 이 또한 헛수고였다. 다음 날인 3월 12일 오후 3시 경에는 2호기의 배전반에 케이블을 연결시켜 전원을 공급시킬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되었지만 얼마 후 발생한 1호기의 수소폭발에 의해 케이블이 손상을 입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1).
또한 이번 사고 대처를 적합하게 할 수 없게 된 원인들 중 하나가 오프사이트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오프사이트센터는 일본 전역의 핵사업소 20여곳마다 설치되어 있으며 이번 사고의 초기 대응에 사용되었던 오프사이트센터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약 5km 떨어진 오쿠마마치에 설치되었다.33) 하지만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재해지와 피난민들이 모인 곳은 식량 및 물자, 연료 등의 부족에 직면하게 되었고(藤原幾磨 외, 2013),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프사이트센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뒤인 2011년 3월 13일부터 오프사이트센터 내에서도 물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해 사고 대처에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2011년 3월 14일 1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 관계자들은 오프사이트센터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프사이트센터에 방사성 물질을 차단시켜 줄 공기정화필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3호기 폭발과 함께 급증한 방사선량으로 인해 그들은 다음 날인 3월 15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약 60km 이상 떨어진 거리의 후쿠시마현청으로 이전해야만 했다.
이 오프사이트센터의 공기정화필터의 미설치는 사고 발생 전에도 이미 지적된 적이 있었다. 2009년 일본 총무성에서 22곳의 오프사이트센터를 조사해 본 결과 13곳의 오프사이트센터가 피폭방사선량을 저감시켜줄 대책이 확실하지 않기에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 중 한 곳이 후쿠시마의 오프사이트센터였다(総務省行政評価局, 2009). 총무성은 이에 대해 개선권고를 내렸지만 이를 소관하고 있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대책에 대해 논하지 않았고 그 결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4일 만에 후쿠시마의 오프사이트센터는 높아진 방사선량 때문에 사고에 대응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이는 사고 대처에 필요한 정보 수집이 더욱 난항을 겪은 원인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오프사이트센터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총리관저에서는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4) 대처에 관련된 사람들의 피폭위험과 책임의 문제

3호기가 폭발한 3월 14일 밤부터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요시다 소장은 2호기의 압력용기나 격납용기의 손상으로 인해 방사성물질이 대량 방출되어 도쿄전력의 직원들과 핵발전소 관련 기업의 직원들이 대량 피폭당할 가능성을 깨닫고 고민했다. 그는 도쿄전력 본사의 긴급시대책본부에게 플랜트 제어에 필요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현장에서 대피시키도록 하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이를 전해들은 시미즈 사장은 원자력안전보안원장, 경제산업대신, 관방장관에게 전화하여 ‘2호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에는 철수하여 대피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미즈 사장이 전화 통화 시에 ‘플랜트 제어에 필요한 사람을 제외한다’는 현장의 조건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경제산업대신과 관방장관은 도쿄전력이 ‘모두’ 철수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당시 이미 2기의 핵반응로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2호기에서도 언제 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그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현장에 대한 정보를 잘 아는 그들이 철수한다면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그들에게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고 사고 대처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관방부장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보안원 관계자 등은 회의를 통해 플랜트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모두 의견을 모았다. 사고와 관련하여 당시 언론에 모습을 자주 비추었던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은 최종판단자인간 총리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총리는 ‘도쿄전력의 철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도쿄전력이 현장에서 철수한다면 제1핵발전소의 핵반응로는 물론이고 제2핵발전소의 핵반응로까지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전원 철수를 수용하지 않았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전원 철수 불수용과 함께 간 총리의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시미즈 사장을 관저로 불러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전원이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도쿄전력 본점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통합대책본부’ (이하 통합본부)를 설치하여 사고 대처에 임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사장도 이에 찬성하였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하지만 3월 15일 오전 6시 경 2호기에서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2호기 격납용기의 압력은 0Mpa를 가리키고 있었다. 냉각이 불가능했고 벤트 시도조차 실패했던 2호기의 격납용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것임이 분명했다. 요시다 소장은 도쿄 전력 본사에 ‘작업과 관련된 요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로 대피하겠다’는 팩스를 보냈다. 그 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있던 약 650명의 사람들 중 70명 정도가 남아 목숨을 건 작업을 지속했다. 후에 이들은 ‘후쿠시마 최후의 50인’이라 불리며 칭송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20명 정도 많은 약 70명이었다(大鹿康明, 2013). 당직 팀장과 같은 베테랑 직원들이 현장에 남아 작업했으나 그날 오전 2호기 주변에서 관측된 방사선량은 400mSv로 인간이 15분 이상 작업할 경우 치명적인 수치였다(중앙일보, 2011년 3월 16일 기사).(주34)
이처럼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사고 대처를 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일부 원자력안전보안원 직원들은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여 행동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고 발생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는 정기검사를 위해 원자력안전보안원 직원 8명이 파견되어 있었는데 사고 발생 후 3명이 오프사이트센터로 이동하였고 3월 12일 새벽에는 방사선량이 치솟음에 따라 나머지 직원들마저 오프사이트센터로 이동해버렸다. 현장에 원자력안전보안원 직원들 중 아무도 남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이를 염려한 현지대책본부가 3월 13일 아침에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직원 4명을 파견시켰다. 그러나 그들은 주어진 임무 중 하나인 정보수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3월 14일 오후 5시경에는 자신들의 위험을 걱정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탈출하고 말았다(畑村洋太郎 외, 2013).

(5) 사고 후 주민 대처에 있어 지자체 대응의 문제점

이번 사고에서 주민들의 피난이 이루어졌을 시 해당 지자체가 취했던 대응에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피해가 가중되거나 혼란이 야기되었다는 점도 살펴보아야 할 지점이다. 일본 지자체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처의 문제점은 크게 병원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피난 조치와 요오드제 배포,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서쪽으로 약 4.6km 거리에 있는 후타바병원에서는 지자체의 피난 대처가 적절하지 않아 2011년 3월 한 달 동안 환자 50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12일 오전에 내려진 반경 10km 권내 피난지시에 따라 오쿠마마치에서는 후타바병원에 피난용 대형 버스 5대를 보냈고 이 버스에 스스로 걸을 수 있는 환자 209명과 스텝이 탑승하여 오후 2시경부터 피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파악하지 않은 채 피난을 진행시켰고 후타바병원에 환자 약 130명과 스즈키 이치로 병원장(이하 스즈키 원장)이, 후타바병원 계열 노인요양시설인 드빌후타바에 98명의 환자와 직원 2명이 남아 피난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쿠마마치에서는 버스를 보낸 것만으로 후타바병원의 피난이 모두 완료되었다고 판단하여 후에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월 13일의 시점까지 후쿠시마현 지역방재계획에는 주민피난안전반과 구조반, 피난 담당 부서가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 내에서도 여러 반으로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난 실시 시에 누가 입원환자를 파악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畑村洋太郎 외, 2013). 3월 13일 오전이 되어서야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는 후타바병원과 드빌후타바에 구출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는 자위대에게 구출 및 피난처로의 이송을 요청했으며 추가 피난이 3월 14일부터 3월 16일까지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시설 특성상 피난하지 못한 채 남아있던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치매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기에 그것을 고려한 피난 방법을 택해야 했지만 후쿠시마현 재해대책본부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과 병원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체력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구조되지 못한 환자들이 남아있는 동안 후타바병원은 수도와 전기, 가스가 모두 끊긴 상태였다(요미우리 신문, 2014년 9월 12일 기사).(주35) 전기가 끊어진 병원은암흑이었던 데다가 환자들과 함께 피난을 갔던 스텝들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스즈키 원장 한 명이 남은 환자들을 모두 돌봐야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현에서는 2011년 3월 17일에 “3월 14일부터 16일에 걸쳐 구출을 했으나 그때 병원관계자들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라는 거짓 발표를 했고 이에 대해 4년이 지난 2015년 10월 23일 스즈키 원장에게 후쿠시마현 지사가 뒤늦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주36)
위의 후타바병원 사례에서 지자체의 치밀하지 못한 피난 계획과 실시, 원활하지 못했던 정보 공유로 인해 피난에 차질이 생겼던 것을 검토할 수 있었다. 또한 후쿠시마현 지역방재계획에서 피난환자 확인과 같은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는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희생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로 실제로 후타바병원에 있던 무고한 환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게다가 이런 실책을 무마하기 위한 후쿠시마현의 거짓 발표에 병원 측도 한동안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방사성 물질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요오드제의 배포에 있어서도 지자체 대응에 문제점이 존재했다. 방사능에 노출되기 전에 요오드제를 복용하면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이 갑상선에 농축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오드제는 피폭당하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후쿠 시마현에서는 원전 반경 50km 권내 모든 지자체의 40세 미만 주민들에 대해 3월 14일부터 요오드제 배포를 실시해 20일에 마쳤는데 3월 14일에는 이미 사고가 많이 진행되었고 3월 15일에 가장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때늦은 대처였다고 할 수 있다(畑村洋太郎 외, 2013). 또한 3월 14일 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반경 50km 권내의 미하루마치에서는 사고의 진행에 따른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을 예상하고 자율적으로 요오드제 배포와 복용 지시를 결정하여 15일 오후 1시경 배포를 실행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쿠시마현 보건복지부 지역의료과 직원이 국가로부터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미하루마치에 요오드제 배포 중지 및 회수 지시를 내렸다. 요오드제의 복용은 국가의 재해대책본부의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건강상 피해를 염려한 미하루마치는 이에 따르지 않았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이 사례를 통해 후쿠시마현의 늦은 대응과 형식에 집착한 지시 방식이 사고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가 단위에서 요오드제를 배포할 것을 정해놓은 규칙도 실제 사고에서는 적절하게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6) SPEEDI 결과 공표 시기의 문제점과 피난민들의 피해

일본에는 특정한 핵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시 방사성 물질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유출될지 예측하는 시스템이 있다. 긴급시신속방사능영향예측네트워크시스템(SPEEDI)은 일본원자력개발기구에서 미국의 쓰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개발한 시스템으로 핵시설에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거나 그렇게 될 위험성이 존재할 때 방출원의 정보, 기상조건, 지형 데이터를 토대로 해당 핵시설 주변 환경의 대기 중 방사성물질의 농도나 피폭선량과 같은 수치를 예측할 수 있다.(주37) 또한 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SPEEDI를 사용함으로써 방사성 물질이 ‘언
제’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날아갈 것인가를 방출원의 정보, 지형, 기상상황을 계산하여 결과를 얻을 수 있다(畑村洋太郎 외, 2013). 이러한 SPEEDI는 1999년 JCO 임계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사용되어 방사성 물질의 유출 정보를 예측했다.
<그림 7>은 SPEEDI와 관련된 정보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센터에서는 일본기상학회로부터 기상정보를 받고 문부과학성, 지방공공단체와 피드백을 하여 정보를 오프사이트센터에 전달한다.

자료: NUSTEC, http://www.nustec.or.jp/
<그림 7> SPEEDI 정보의 흐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원자력안전보안원은 3월 11일 오후 9시 12분에 사고 후 처음으로 SPEEDI를 가동시키기 시작했고 16일까지 총 45번 방사성 물질의 확산 상황을 예측했다. 문부과학성도 12일부터 16일까지 방사성 물질의 확산 상황을 38번 SPEEDI를 사용하여 계산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도 12일에 적어도 한 번 SPEEDI를 통해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렇게 90회 가까이 이루어진 SPEEDI 계산 결과는 관저에 일부 전달되었으나 간 총리에게는 한 번도 전달되지 않았다(大鹿靖明, 2013). 또한 사고가 발생한 지 12일이 지난 3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의해 공표될 때까지 일본 국민들에게 SPEEDI의 계산 결과는 한 번도 전달되지 않았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顕彰委員会, 2012).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SPEEDI 계산 결과를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는 사고에 따른 피난 대응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언론과 국회에서 비판을 받았다(茅野政道, 2014). SPEEDI 정보를 주민들의 피난이 이루어질 때에 공개하지 않은 탓에 피난민들이 오히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높은 곳으로 피난을 하게 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반경 10-20km 거리에 해당되는 나미에마치의 경우 방사성 물질의 대량 방출이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2011년 3월 15일에 주민들의 순차적인 피난이 이루어졌다.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스스로 피난방향을 정하여 움직여야 했고 후에 SPEEDI의 계산 결과 발표를 통해 일부 주민들이 이동한 방향이 방사성물질의 이동방향과 겹치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카호쿠신보, 2014년 11월 25일 기사).38) 이러한 사태는 나미에마치의 바로 북쪽에 위치한 미나미소마시에서도 발생했다. 처음부터 SPEEDI의 정보를 공개했다면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높은 방향으로 피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畑村洋太郎 외, 2013).
그렇다면 SPEEDI의 예측 결과가 활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SPEEDI를 통해 계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방출원의 정보가 필요하며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여 보내는 것이 긴급시대책지원시스템(ERSS)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전원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ERSS를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SPEEDI를 활용하면 ERSS로부터 방출원 정보를 얻지 않아도 방사성 물질의 단위량 방출을 가정하여 계산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도 ERSS의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도 SPEEDI의 정보는 계속 입수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관계자들은 모두 ERSS가 기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SPEEDI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누구도 활용하려 하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입수되고 있었던 SPEEDI의 정보는 활용되지 못하였다. 문부과학성은 2011년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보도관계자로부터 SPEEDI의 정보 공개를 요구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SPEEDI의 결과가 처음으로 공표된 것은 사고가 진행되고 한참이나 지난 2011년 3월 23일이었다(東京電力福島原子力発電所における事故調査・検証委員会, 2012).
<그림 8>의 왼쪽 그림은 후에 공개된 SPEEDI의 2011년 3월 12일 오전 0시의 적산피폭량 예측 결과이다. 이를 보면 적산피폭량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갈수록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림 8>의 오른쪽 그림은 2011년 4월 29일에 미국이 측정한 공중 방사능 농도를 나타낸다. 이 결과 역시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북서쪽 방향으로 갈수록 방사능의 농도가 상승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통해 사고 당시 SPEEDI를 통해 계측되었던 결과의 정확도가 높음을 알수 있고 SPEEDI 예측 결과를 초기에 공표했다면 주민들의 피난에 혼란을 막고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적시에 SPEEDI의 예측 결과를 공표하지 않아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 피폭을 피할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 일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자료: 은종화, 2011
<그림 8> SPEEDI의 계측 결과(좌)와 미국의 공중 방사능 측정 결과

라. 마치며

지금까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응 사례를 검토해 보았다. 이번 사고에서는 사고 대처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도쿄전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사고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고 향후의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합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또한 현장의 상황이 관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사고 대처의 효율을 저하시켰고 현장의 상황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평상시에 예상하지 못하여 대비하지 않았던 여러 상황들이 사고의 원인이 되거나 사고 대처에 지장을 줌으로써 피해를 확대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사고에 대응하는 관계자들의 피폭 위험과 사고 수습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둘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였다. 끝까지 남아 사고 대처에 임했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하면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원자력안전보안원 일부 직원들이 현장을 버리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사고와 같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의 핵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적절한 판단과 대처를 못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시 피해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대비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명확한 사실은 핵발전 기술에는 인간이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다 판단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모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동 중인 핵발전소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은 신규 핵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으면서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들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만의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 글에서 지면의 한계나 맥락상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일반 대중에 대한 정보 제공의 시기와 내용,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욱 넓은 범위에 걸쳐 많은 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고 5주기를 앞둔 지금 핵발전소 대국으로서 한국은 후쿠시마의 참혹함을 잊어서는 안 되며 그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후쿠시마와 달리 월성 핵발전소 및 고리 핵발전소가 부산, 울산과 같은 대도시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입지해 있다. 만일 이들 발전소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약 5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즉시 위험에 노출되고 대피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한국의 핵발전소는 노형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은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직후 일본의 노형은 체르노빌의 노형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바로 그 일본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는 인간의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올 수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대책을 세우고 실시하는 것이다. 각 핵발전소의 안전 점검 기준을 후쿠시마의 사고 사례를 참고하여 더욱 엄격히 수정하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핵발전소 부지에서의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 확률을 정확히 평가하고 대비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의 대처 훈련 및 주민들의 피난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떤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고 발생 시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면서 협력할 것인지, 사고 대처 인력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핵연료를 장전한 핵발전소는 가동 중이다. 하지만 우린 지금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어디까지 상정하고 있고 어디까지 대처하고 있는 걸까?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과 원자력 안전신화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보다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주1) 이 글은 윤순진 교수의 지도로 최종민이 작성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조직화된 무책임을 통해 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주2)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11.5km 떨어진 거리에 같은 회사인 도쿄전력에서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福島第二原子力発電所)가 존재한다.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는 제1핵발전소와 달리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모든 핵반응로가 냉온정지에 성공하여 큰 피해가 없었고 후에 INES 3등급 판정(Serious Incident)을 받는 것으로 그쳤다. 이는 쓰나미 도달 후에도 외부 전원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핵반응로 내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장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표기하는 것은 모두 후쿠시마 제1핵발
전소를 가리킨다. 또한 핵발전은 원자핵을 인위적으로 분열시킬 때에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원자력발전이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원자 내 핵의 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얻
기 때문에 핵발전이라는 용어가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서구 및 중화권에서는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기에 이 장에서도 특정 행정 기관명, 관련 정책 및 법 등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원자가 아니라 핵을 사용하여 관련 용어들을 표기하기로 한다.
주3)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핵반응로는 모두 GE(General Electric)가 설계한 비등수형경수로(Boiled Water Reactor, BWR)이다. 하지만 격납용기의 유형에서 차이가 나는데 1호기부터 5호기까지는 모두 같은 마크Ⅰ형 격납용기이며 가장 늦게 완공된 6호기만 마크Ⅱ형 격납용기로 설계되어 있다.
주4) 4호기 수소폭발의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 나올 3절 2)에서 다룬다.
주5) MOX 연료는 Mixed-Oxide의 약자로 사용후 핵연료에 남아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화학적 처리를 통해 추출하여 섞어서 새로 만든 연료를 뜻한다. 보통 핵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우라늄 핵연료에는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우라늄 235가 약 3-5% 정도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려운 우라늄 238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MOX 연료에는 플루토늄이 약 4%에서 많게는 약 10%까지 함유되어 있으며 연료의 나머지는 핵 분열이 어려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플루토늄은 우라늄 연료를 핵분열시켜 발전했을 때 생성되는 플루토늄에서 얻은 것이다. 또한 핵발전소에서 이러한 MOX 연료를 사용하여 운전하는 것을 ‘플루서멀’ 이라고 한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호기의 플루서멀을 2010년 9월부터 실시하던 중이었다.
주6) 도쿄전력 홈페이지, http://www.tepco.co.jp/nu/fukushima-np/outline/2_5-j.html
주7)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홈페이지,
http://www.enecho.meti.go.jp/about/faq/009/pdf/45.pdf
주8)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http://www.kantei.go.jp/saigai/senmonka_g66.html
주9) 2012년 5월에는 16만 4865명이었다.
후쿠시마현 홈페이지, http://www.pref.fukushima.lg.jp/site/portal/list271.html
주10) 후쿠시마현 홈페이지, https://www.pref.fukushima.lg.jp/sec/11045b/27kokuseisokuhou.html
주11) 닛폰TV, “今年の福島第一原発 廃炉作業の現状と展望”(2016-1-2)
주12) 도쿄전력 홈페이지, http://www.tepco.co.jp/
주13) 235란 숫자는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235를 상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함(윤순진・김소연・정민지, 2011).
주14) Japan Atomic Energy Comission, http://www.aec.go.jp/jicst/NC/about/hensen. htm
주15) 2012년 9월 19일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보안원이 폐지되고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새로운 원자력 규제 기관으로서 발족되었다.
주16) 「よくわかる原子力」 홈페이지, http://www.nuketext.org/jco.html/
주17)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https://www.kantei.go.jp/jp/singi/genshiryoku/
주18) e-Gov, http://law.e-gov.go.jp/htmldata/H11/H11HO156.html
주19) 2011년 3월 15일 이후에는 사고 현장에서 약 5km 떨어진 오쿠마마치에 설치되어 있던 오프사이트센터가 높아진 현장의 방사선량으로 인해 현장에서 60km 이상 떨어진 거리의 후쿠시마현청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또한 도쿄전력 본사에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대책 통합본부가 설치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3절의 3)과 3절의 4)를 참조하기 바란다.
주20) 経済産業研究所, http://www.rieti.go.jp/jp/papers/contribution/kainou/01.html
주21) 간 나오토는 2014년 10월 11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를 넘어 탈핵으로’ 강연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법에 의하면 원자력 재해대책본부를 꾸려야 했고, 본부장은 총리대신이 맡게 되어 있다. 여기의 관료조직은 경제산업성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있고, 여기의 기관장에게 상황와 예측, 대책에 대한 질문을 했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설명하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내가 물었다. 당신은 원자력 전문가인가. 그는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고 답했다. 경제산업성이니 경제전문가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원전사고 당시 핵심 역할의 기관장이 원전에 대해 비전문가였다는 점에 놀랐다. 그는 예산과 법률에 대해선 유능했겠지만 원전은 전혀 대비하지 못했고, 그를 중심으로 그러한 체제가 꾸려졌다.” 생태지평 홈페이지 인용. http://ecoin.or.kr/xe/energy/13042
주22) 시미즈 사장은 2011년 6월 사장직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도쿄전력 고문직을 맡고 있다.
주23) 조선일보, “도쿄전력 사장, 한달 만에 나타나 “죄송”(2011-4-12)
주24) 아사히신문, “東電役員8人、引責退任後「天下り」 グループ社などに”(2012-6-21)
주25) 요시다 소장은 사고 발생 이후 식도암이 발견되어 2011년 11월 입원했고 그 다음 달에 소장직을 퇴임했다. 입원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2013년 7월 9일 요시다 소장은 사망했고 도쿄전력은 그의 식도암 발병에 대해 사고로 인한 피폭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닛케이신문, “東電福島第1原発の元所長、吉田氏が死去 58歳”(2013-7-9)
주26) 日本科学未来舘, https://www.miraikan.jst.go.jp/sp/case311/docs/Events_Fukushima_J.pdf
주27) 닛케이신문, “官邸の介入強めた班目発言 「水素爆発ない」 東電は再三の撤退申し入れ 民間事故調報告”(2012-2-27)
주28) 후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보안원과 함께 핵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대처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2년 9월 18일 폐지되었고 마다라메 위장과 데라사카 보안원장의 후임이던 후카노 히로유키 보안원장도 퇴임했다. 또한 다음날 새로운 원전 안전 규제기관으로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출범하여 원자력 안전 관리 개혁을 통해 일본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일본의 원자력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환경성의 외국(外局)으로서 설립되었고 사무국으로 원자력규제청을 두고 있다. 설립 이후 원자력 인재 육성과 핵반응로 안전 문제, 핵연료의 안전 문제, 방사선 심의에 관해 전문 심의회를 두고 심의를 하고 있다.
주29) 도쿄전력 홈페이지, http://www.tepco.co.jp/nu/fukushima-np/outline/2_10-j.html,
원자력규제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nsr.go.jp/data/000048783.pdf
주30) 닛케이신문, “福島原発北西側の汚染、3号機ベントも一因か 原子力機構が分析”(2015-10-19)
주31) 도쿄전력 홈페이지, http://www.tepco.co.jp/
주32) 1896년 6월 15일 산리쿠(三陸)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규모의 쓰나미가 육지에 도래하여 일본 도호쿠지방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약 2만 2천명의 사상자와 1만 채 이상의 주택을 파괴시킨 일본 쓰나미 재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킨 지진이다.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
http://www.bousai.go.jp/kyoiku/kyokun/kyoukunnokeishou/rep/1896-meiji-sanrikuJISHINTSUNAMI/
주33)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http://www.meti.go.jp/committee/materials/downloadfiles/g71011d11j.pdf
주34) 중앙일보, ““원전 폭발 막아라” … 15분에 목숨 걸고 방사능과 싸우는 ‘최후의 50인’(2011-3-16)
주35) 読売新聞, 避難先で死亡は原発事故原因…東電との訴訟和解(2014-9-12)
주36) 후쿠시마현 홈페이지, https://www.pref.fukushima.lg.jp/uploaded/library/futabaowabi.pdf
주37) 후쿠오카현 홈페이지, http://www.pref.fukuoka.lg.jp/contents/speedi.html/
주38) 카호쿠신보, “再稼働後SPEEDI活用せず·規制委”(20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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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핵발전소 사고시의 과제(이재은)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핵발전소 사고시의 과제(주1)

이재은(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맹점이라는 문제는 모든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그 원인으로서는 계기의 오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 장치, 제어에 대한 둔감한 반응을 들 수 있다. 기계에 관해서 자신이 아는 것은 얼마나 적은 부분인가 하는 자각을 당사자가 갖지 않는다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며 위기 상황 속에서 그들은 잘못된 가설을 날조하고 현실적 정황이 눈앞에 드러나도 그 가설에 집착한다. – 제임스 R. 차일스(2008: 115)


가. 안전과 위험

과학기술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생활의 풍요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부산물로 심각한 위험을 수반하는 새로운 양태의 기술위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자연재난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기술위험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김영평 외, 1995: 935). 즉 위험(risk)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동반하여 성장하는 사회가 지니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Crouch and Wilson, 1983). 그러나 위험, 그 자체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분석될 수 없으며 다양성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험은 어떤 결과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불확실성(주2)이 수반된다(Jaeger, Ren, Rosa, and Webler, 2001: 16-17). 특히 현대 산업사회의 기술재해(주3)는 대부분 생소한 위험이다(Zimmerman, 1985).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우선 낯설기 때문에 그 재해의 원인도 모르고 재해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상하지도 못한다(Coates, 1982). 이러한 불확실한 위험은 위험의 크기를 확인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기술위험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과거 위험에 대한 논의를 객관성 혹은 불확실성과 관련된 확률의 문제로 다루다가 최근 위험의 개념을 주관적이고 가치 평가적인 속성을 인정하는 것은(Slovic, 2000: 390-412) 위험의 개념이 인식론적 차원에서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Morgan, Slovic, Nair, et. al. 1985: 139-149). 즉 과거 위험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고찰하면 위험의 원인을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전문가에 비해 지식 또는 정보의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위험에 대해 수치적 데이터와 객관적 자료 외에 불확실성, 통제가능성, 재앙적 잠재성 등 다양한 위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Slovic, 1994: 63-78).
위험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속성이 내포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 및 문화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위험은 생활 속의 위협과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삶 속에 용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위험의 개념을 다양한 차원을 고려하되(김영평 외, 1995) 가치판단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하며 존재성이 아닌 인식(perception)의 문제로 접근(조성경·오세기, 2002: 333)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한 것이 위험하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안전에 관한 한 진실이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경우, 더 큰 위험성을 지닌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등산이 더 많은 인명구조 요원과 더 나은 구조 장비에 의해 더 안전하게 된다면, 등산가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바뀌게 된다. 그는 안전을 믿고 위험성이 더 큰 등산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위험한 일이 객관적으로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험성이 더 큰 등산을 한다는 것은 더 위태로운 일이고 덜 안전한 일임에도 말이다. 자동제어 브레이크(ABS)가 장착된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예들은 최고의 안전시설을 갖춘 타이타닉호의 침몰에서부터 다중적 안전장치를 갖춘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의 사고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이 제시될 수 있다(노진철, 2010: 281-282). 이처럼 안전에 대한 과도하거나 맹목적인 신뢰는 안전에 대한 최대의 위험이 된다. 어쩌면 원전 안전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안전장치와 시스템을 맹신했기에 감히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이나 비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안전에 대한 근거 있는 믿음이나 잘 구축된 안전관리시스템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언제나 작동해야 하고 안전을 확보해야만 하는 중요한 시설이나 대상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보안상의 이유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인해, 정작 위기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일반 국민들은 안전을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로부터 배제되거나 소외된다. 실제로 오늘날 작동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기계들은 출입금지 구역에 있든지 외따로 떨어진 지역에 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차일스, 2008: 22-23). 원자력발전소에 접근해서 안전관리시스템을 점검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상황임에도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신뢰해야 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원자력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신뢰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가 붕괴되고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테러리스트에 의해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될 수도 있으며, 정상적인 시험 검사를 거치지 않은 부품의 고장이나 오작동으로 폭발할 가능성(이재은, 2012: 94-95)이 언제라도 있다. 따라서 과학적 안전관리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설명은 강요된 안전일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은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양산할 뿐이다. 원자력발전의 안전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은 유용하지만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생성해내는 특징이 있으므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해 요구되는 안전성의 확보 여부가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장순흥, 1995: 141). 따라서 원자력 발전의 경우,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발전은 천재지변이나 적의 공격, 테러리즘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의 내부 기계적 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폭발, 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외부의 공격이나 테러리즘, 또는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안전상 가장 큰 위험이 원자력발전소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홍기원, 2011: 101). 따라서 원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사후 대응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원자력발전 사고는 한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사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원전 안전문제, 환경재앙, 더 나아가 국가의 안전보장 문제로 연결되었다. 이로 인해 원전 문제는 국경을 넘는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로 부상(전진호, 2012: 16)했고, 급기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이필렬, 2011: 73).
이 장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의 의의와 필요성을 살펴보고,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관점에서 개선방안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원자력 발전의 안전과 위기관리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과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례와 우리나라 사례를 분석한 후,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나. 원자력발전의 안전과 위기관리


(1) 원자력발전의 안전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생성해내는 특징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해 안전성의 확보가 항상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특히 1979년에 발생한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TMI) 원전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확산시켰다(장순흥, 1995: 141).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침체 상태에 있던 원자력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표현처럼 부활하다가(김혜정, 2011: 258),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맞게 됨으로써 다시금 원전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중으로 하여금 원자력 찬성에서 반대로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기존의 원전 반대론자들의 반원전 태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WIN-Gallup International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47개국 36,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력 생산수단으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사고 전에는 50.4%였으나 사고 후에는 43.6%로 떨어졌다. 그리고 Ipsos(2011)가 2011년 6월, 24개국 18,7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 이러한 인식의 전환 비율이 아시아권인 한국(66%), 중국(52%), 일본(5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영국 BBC News가 23,231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11년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지도가 미국을 제외한 8개 국가인 프랑스,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러시아, 영국에서 떨어졌다(왕재선·김서용, 2013: 397).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safety) 문제가 국가 안전보장(security)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는 국가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도 원전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었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 설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9.11 테러 이후의 미국과 같이 핵테러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국가도 있지만, 핵테러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국가나 일반인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핵테러에 의한 위협보다 원자력 안전사고에 의한 위협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원전시설에 대한 의도적 테러뿐만 아니라, 원전의 안전사고 역시 ‘핵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전진호, 2012: 16).
원자력 안전의 본질은 방사선(radiation)의 존재로부터 찾는다. 화력발전에서는 화학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원자력 발전에서는 핵분열(nuclear fission)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생산하여 전기로 변환시킨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분열할 때는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핵분열 생성물)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알파선(α-ray), 베타선(β-ray), 감마선(γ -ray)과 같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방사성물질(radioactive material)이다. 원자력에서의 모든 안전 활동, 즉 안전 목표, 안전성 확보 원칙,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은 방사성 또는 이를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방지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원자력 안전은 “발생가능한 방사성 재해로부터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 가지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장순흥, 1995: 143-145). 우선, 원자력 안전은 고도의 기술적인 안전성을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기술적인 안전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안전성 인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자력 안전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만일 한 국가에서 중대한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국경을 초월하여 미치기 때문에 원자력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국제 공동 노력과 상호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2) 원자력발전 위기관리

원자력 재난이나 위기는 내부적인 기술적 위험성이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핵테러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핵테러(주4)는 보편타당하게 통용되는 정의는 없으나 테러 행위로서 고의적으로 인명을 살상 또는 상해를 목적으로 핵무기나 방사능 무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위협하며 또는 핵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시설을 공격하여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탈취하거나, 고의적으로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박진희, 2012: 167).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는 파괴나 무장공격에 대해 적절한 방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한편, 발전소 직원들에 의한 파업, 파괴 행위, 그리고 적대적인 공격 행위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방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장순흥, 1995: 160).
핵테러의 유형 중 하나인 핵시설 파괴는 최근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알 카에다(Al-Qaeda)의 고위층이 원자력시설 파괴 가능성을 연구한 것이나 체첸 반군과 북 코카서스(Caucasus) 테러 집단들이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대표적인 핵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보안병력, 격납용기, 추가안전시스템으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어떤 원자로는 현장에 무장경비가 없을 정도로 허술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서양식 격납 용기가 없으며 추가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예도 있다(박진희, 2012: 169).
원자력사고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의 중대성에 비추어 원전의 객관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원자력시설의 위험은 참을 수 있는 위험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 판단은 전문가의 평가뿐만 아니라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박균성, 2006: 55, 60).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은 바로 그것이 근원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위험이 대재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재앙은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적 요인이나 인간의 사보타지나 실수 그리고 부품의 결함(이필렬, 2011: 77)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동시에 테러나 무장공격에 의해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5).
국민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서비스 분야는 시장보다는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주6). 이는 외부효과(externality), 공공재(public goods) 성격, 불완전한 정보(imperfect information)의 문제 등으로 인해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 로 배분되기 위해서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시장이 존재하고 가격이 형성되어야 하지만 안전 서비스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주7). 원자력발전과 같이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분야에서는 시장에 모든 기능을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는 시장 경제 체제에 완전히 맡길 수는 없고 공익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공공분야의 관리와 감독에 종속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너지의 생산, 수송, 공급, 상업화 등은 전적으로 공공성을 존중해야 하며 공권력의 감독 하에 두어야 한다(홍기원, 2011: 102). 특히 원자력 위기관리는 그 실패의 영향이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전 사고가 발생한 국가와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인류와 후속세대에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다. 원전사고 사례 분석과 교훈

(1)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례 분석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일본의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지진에 이은 쓰나미 여파로 일본의 동북부 해안 지역은 폐허가 되었고, 2012년 2월 12일자 The Japan Times의 보도에 의하면 사망자가 15,848명, 실종자가 3,305명에 달하였다. 도호쿠 지역의 전체 대피자 숫자는 2012년 1월 26일 현재 341,411명이었다. 이와 함께 쓰나미로 인한 잔해물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현 해안 지역에 2천2백5십만 톤이 쌓였고, 이 중 70% 정도가 1월 31일자로 임시 처리시설에 옮겨졌다(The Japan Times, 2012. 2. 12: 1). 이처럼 자연의 대재앙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도 엄청났지만,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에서 발생한 붕괴열을 제 때 제거하지 못해 발전소 구조물과 핵연료 등이 손상되는 등 원자력발전소에 심각한 사고가 전개되었다(장순흥, 2011: 38).
사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내부와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끊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상용 발전기까지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후에 즉시 제어봉이 삽입되어 원자로 속에 있는 우라늄의 핵분열은 중단되었지만, 전기 공급의 중단과 함께 냉각수의 순환도 정지되어 연료봉을 냉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쓰나미로 인해 원자로의 냉각 전원이 중단되면서 노심냉각장치와 냉각수 순환 시스템의 가동이 불가능해졌고 원자로가 장시간 냉각되지 않아 노심이 과열되었던 것이다(전영상, 2012: 317). 이로 인해 연료봉이 뜨거워져 연료를 둘러싸고 있던 금속이 물과 반응하면서 산화하여 수소가 발생했고, 원자로 속의 물이 끓어올라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했다. 수증기로 인해 원자로의 압력이 증가했고, 원자로가 수증기 폭발 직전의 위험에 처했다. 이를 막기 위해 작업자들은 압력밸브를 손으로 열었고, 밸브를 통해 방사능을 포함한 수증기가 방출되었던 것이다. 그 후 원자로에서 새어나가 원자로 건물 상부에 모여 있던 수소가 폭발하여 원자로 건물이 크게 손상되었으며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6기의 원자로 중에서 지진발생 당시에 가동 중이던 1, 2, 3호기와 점검 중이던 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주8). 연료봉이 냉각되지 않는 상태는 48시간 이상 지속되었고, 원자로 정지 3일 후인 3월 14일에는 1-3호기의 연료봉 온도가 섭씨 2,800도까지 올라갔다9). 결국 연료봉은 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려 원자로 바닥으로 흩어졌다. 3호기에서는 녹은 핵연료가 강철로 된 원자로 용기를 녹이고 콘크리트 바닥으로 새어나가기도 했다(이필렬, 2011:74-75).
비상노심냉각으로 핵연료를 식히는 데 별 문제가 없었던 2호기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은 냉각 기능을 잃게 되면서부터였다. 도쿄전력은 긴급 바닷물을 주입했지만 펌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모르고 방치해 핵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노심이 대량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후 다시 바닷물을 주입해 연료봉 수위를 일부 회복했다고 하지만 잠시 후 연료봉이 완전 노출되었다. 격납 용기의 증기배기구가 막혀 냉각수 주입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서균렬, 2011: 52).
연달아 수소 폭발이 발생함으로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누출되었고,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뿌렸던 바닷물에 방사성 물질이 녹아 외부로 누출되었다. 3월 24일 3호기에서는 정상 운전 때보다 1만 배나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고, 4월 2일 2호기 취수구 부근 바다에서는 1㎤당 30만Bq의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되었다. 4월 12일 원전 사고 수준이 가장 위험수위가 높은 레벨 7로 격상되었다. 4월 4일-10일 일본 정부는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였다. 이와 같이 후쿠시마 제1원전은 콘크리트 외벽 폭발,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화재, 방사성물질의 유출, 연료봉 노출에 의한 노심 용융, 방사성 오염물질 바다 투기 등으로 대기, 토양, 해양이 모두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전영상·이진복, 2012: 193). 그리고 원자로 냉각을 위해 뿌렸던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되었고, 이 오염수가 누출되면서 고방사성 액체의 문제로 대두되었다(전영상, 2012: 317).
그리고 지진 당시 정기점검으로 운전을 멈추고 있어 안심하고 있던 4호기의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였다. 원자로 안에서 3년 정도 사용한 핵연료는 잔열을 빼내기 위해 수조에 옮겨 오랜 시간 식혀야 한다. 따라서 원자로보다 몇 배 많은 핵 연료를 담고 있다. 그러나 강진으로 수조의 냉각 순환이 멈추고, 수조 내 여기저기 틈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새어나가고 남은 물은 덥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증기가 냉각수 밖으로 나온 핵연료 피복관과 반응하면서 수소가 나오고 이어서 폭발한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미 격납용기 밖으로 나와 있어서 물에 잠기지 않는 한 외부 누출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서균렬, 2011: 52).
이와 관련하여 예측시스템으로부터 나온 보고가 일본의 핵안전기구에 전해졌지 만, 자료의 흐름이 멈췄다. 소개 지역을 선포하는데 관여한 간 나오토 총리와 다른 사람들은 그 보고서를 접하지 못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결국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스템에 의해 고 위험 지역인 것으로 확인된 지역에서 며칠 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The Washington Post, 2011. 8. 9).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에 정보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된 초기 일주일 동안 방출량 및 예상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주변 지역 주민의 피폭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프레시안, 2011. 12. 15일자; 전영상․이진복, 2012: 195). 전반적으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하여 사고 초기부터 그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해 정보 축소 및 은폐를 하였으며, 이로 인해 위기관리 상의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이 생겼고, 결국 이는 주민의 생명과 건강에 많은 피해를 주게 되었다(주10).

<표 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일지
※ 자료: 구한모(2011: 27-34), 전영상․이진복(2012: 194-195), 전영상(2012: 319-320)에서 발췌 및 정리.

(2) 우리나라 원전 사고 사례 분석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원전의 안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의 경우에는 설계 차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월등한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서균렬, 2011: 21)는 견해가 있다. 이는 비등경수로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에는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만 존재하며, 공히 1차 냉각재와 2차 냉각재가 증기발생기로 분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대형화된 격납건물에 수소농도 제어를 위한 방호설비 구비 등의 설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주11).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에서는 가동 중인 원전 21기에 대한 안전점검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국내 원전은 안전상의 결함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더불어서 가동 중인 원전은 물론이고 당시에 사고가 나서 중단되었던 고리 원전 1호기 마저 안전성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점검을 통해서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김혜정, 2011: 112). 우선, 21기 원전 모두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정지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의 수소폭발 사고 당시에 우리나라의 원전업계는 국내 원전은 수소폭발 가능성이 없다고 하였으나, 20기의 원전에서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수소 제거 설비가 작동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원전 주변 주민들을 위한 약품과 방독면 등 방호물품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원전의 가동률이 일본이나 미국의 원전에 비해 높다고 하였는데, 이는 고장이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고 그 만큼 더 안전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이면 우리나라 원전은 보통의 원전과 달리 위험이 없는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전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해도 핵분열을 다루는 극도로 복합적인 기술시스템이기 때문에 내재적으로 안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원전도 원전이 지니는 위험성을 모두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공격을 받거나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는 경우에는 잠재적인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이필렬, 2011: 80-81).
원자력 발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이 전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산업이며, 인간의 과학·기술적 한계는 아직도 완벽한 안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이념이나 확신보다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전영상·이진복, 2012: 186). 그럼에도 원전 부품 성능검사 결과 성적표 위조 등의 원전 부품 비리가 발생한 것은 언제든지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전 비리의 핵심은 신고리 원전 1, 2호기와 신월성 원전 1, 2호기에 들어간 제어 케이블 성능 검사 결과 성적표가 위조된 것이다. 제어 케이블은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원전 안전 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안전설비이기 때문에 그 성능이 불안하게 되어 원전을 중단시킨 것이 현실인 것이다.(주12)
원자력은 관련 기술이 통제 불가능하며 대재앙이나 재난의 가능성이 있으며, 위험의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고, 위험에 대한 노출이 비자발적이고, 위험의 결과가 지연되어 나타나며, 그 피해가 후속세대에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인식된다(Chung & Kim, 2009). 따라서 원전 부품 비리와 잦은 고장으로 인해 원전이 멈추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진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게다가 원자력발전 분야를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배타적인 전문성을 앞세워 부품 제작, 검사, 감독, 가격결정 등 모든 과정에서 나타난 유착 구조와 폐쇄적인 인맥 및 학맥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원전 제조업체와 시험기관 등의 먹이사슬 고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원전사고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것으로 인식된다(국민일보, 2013. 6. 7: 23). 그리고 원전안전운영 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 8월까지 10년간 152건의 원전 고장이 발생했고 이는 한 달에 평균 1.3회이다. 특히 고장 사고 가운데 핵심인 원자로 계통의 결함도 늘어나 대형 사고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남일보, 2013. 8. 27: 19).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곳의 원자로에 시험성적을 조작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불량 부품이 들어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기점검을 위해 이미 쉬고 있는 원전은 재가동을 연기하도록 했다. 국내 전력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총 10기가 멈춰서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냉각 등 안전 계통에 신호를 보내는 장치로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부품이다. 국내 시험기관이 부품 검사를 캐나다 시험기관에 의뢰해 불합격하자 성적표를 위조해 합격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불량 부품을 걸러내야 할 기관이 되레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원전 안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 원전의 불량 부품 사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한빛(옛 영광)원전 5, 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구속됐다. 당시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품질 관련 서류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년이 되기도 전에 다시 부품 비리가 터진 것이다. 원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자료: 동아일보(2013. 5. 29: 31; 사설).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정부의 원자력정책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고 동시에 원자력계의 전문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매우 깊다는 것이다. 한동섭·김형일(2011: 5)에서는 원자력 전문가, 정부 또는 원자력 기술 및 시설의 운영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위험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Cvetkovich, 1999; Flynn, et. al., 1992; Flynn, et. al., 1994), 이들 전문가나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원자력 관련 시설의 위험성은 크게 인식된다(Pijawka & Mushkatel, 1991)고 한다. 이와 함께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의 하락 또한 원자력 관련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왕재선·김서용, 2013: 397).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1년 6월에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발전소의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90% 이상을 차지하여 원전 재가동 정책이 폐기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원전에 대한 신뢰성에 기반을 둔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이로 인해 원자력 관련 정책의 효과성이나 정책 성공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부품 비리로 인해 신뢰도가 매우 저하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2월 9일 오후 8시 34분에 발생한 고리 원전사고에 대한 정보의 축소 및 은폐로 인해서도 이미 원전 안전성 및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주13) 비록 외부전원 연결로 12분 만에 전원이 복구되어 종결되었으나, 자칫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요인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전영상·이진복, 2012: 202).

… 고리 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가 수습된 직후, 발전소장은 기술실장, 발전팀장 등 간부들을 모아 사고 사실의 정보 은폐를 모의하였고(프레시안 뉴스, 2012. 3. 15일자), 사고은폐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사고 후 10∼11일 발전기 2대가 모두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하는 등 위험한 정비를 계속하였다. 원전운영기술지침서에는 최소한 1개의 외부전원과 1대의 비상 디젤발전기의 가동이 가능한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이송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2012. 3. 21일자).
이렇게 은폐된 정전사고가 한 달이 지난 후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2월 20일 김수근 의원이 부산시내 한 식당에서 우연히 옆자리의 사람들로부터 고리 원전정전사고 소식을 들었다(경향신문, 2012. 3. 15일자). 정전사고 정보를 접한 김수근 의원이 3월 8일 고리원전 대외협력처장을 찾아가 사고 사실을 문의하였으나 ‘모른다’고 답변하였다(한국일보 뉴스, 2012. 3. 14일자). 이미 3월 2일 고리원전본부장과 1호기발전소장은 각기 월성원전본부장과 본사 위기관리실장으로 발령이 났고(세계일보, 2012. 3. 16일자), 3월 6일 신임 본부장과 발전소장이 임명된 상태였다(세계파이낸스, 2012. 3. 14일자). 지방의원의 정전사고 문의를 접한 고리원전 신임본부장은 3월 10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3월 12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였다(경향신문, 2012. 3. 15일자). 3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현장조사단을 고리 원전에 보내 완전정전(black out) 사고와 사고 은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세계일보, 2012. 3. 14일자). 원인 조사를 위해 고리원전 1호기는 13일 밤 10시부터 가동이 완전 멈췄다(경향신문, 2012. 3. 13일자).
※ 자료: 전영상·이진복(2012: 199).

이러한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사이에 언제든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과 그동안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해 가졌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원자력 전문가들이나 종사자들은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 간 국제원자력기구 사고·고장 등급 기준의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은 2000년 이후에는 90%대 이상의 높은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원전이용률은 93.4%로 이는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인 79.4%보다 무려 14%나 높은 것이며 이 같은 실적은 세계적으로 6기 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16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라고 자부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원자력 자체는 위험할 수 있으나 잘 관리하면 안전하다”며 안전의 경각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수원의 안전관리 능력을 믿어달라(강병국, 2010: 44-45)고 국민들에게 요청한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다(주14).
이 외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재앙을 초래할 수 있었던 원전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이필렬, 2011: 81). 1984년 11월에는 월성 원전 1호기에서 냉각재로 사용되는 중수의 8분의 1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1996년에 영광 원전 2호기에서는 증기발생기의 관에 구멍이 뚫려서 연료봉을 식혀주는 냉각수 중 많은 양이 흘러 나가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이필렬, 1999: 74-77). 2002년 4월에는 울진 원자로 4호기에서 증기발생기 속의 관이 끊어져서 다량의 냉각재가 흘러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연료봉 용융을 막기 위해 비상냉각장치를 통해 냉각수가 공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시사저널, 2002. 6. 25). 2011년 4월에는 고리 원전 3호기에서 전기설비 기술자가 전력공급선을 실수로 절단하는 바람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비상 디젤발전기가 투입되는 사고도 있었다(동아일보, 2011.4일자). 이들 사례는 모두 긴급하게 적절한 후속조처가 취해지지 않았으면 후쿠시마 사고와 유사한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 원전이 늘어나면 그 만큼 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논의로부터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은 내·외부의 위험요소들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정부는 언제든지 대규모 재앙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불의의 원전사고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마련해야 한다.


3) 교훈과 시사점

“후쿠시마현에는 자그마치 10기가 있죠. 여기서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나가면 모두 멜트다운(melt down)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겁니다.” 지난 1987년 「원전을 멈춰라」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의 책 「위험한 이야기」에서 후쿠시마 대재앙을 이렇게 예언했다.
※ 자료: 김혜정(2011: 256).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대비나 대응 조치를 두고 인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일단 쓰나미로 인 해 원전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같이 쓰나미 피해를 당한 다른 원전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데 주목한 것이다. 즉 후쿠시마 제1원전만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은 우선 예측할 수 있던 지진과 쓰나미에 대해 적절한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했으며, 특히 사고 발생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전영상, 2012: 316).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의 문제는 지진에 이은 쓰나미였다. 우선, 원전 지역에 100여년 전에 15m 높이의 쓰나미가 온 적이 있었지만, 사업자인 도쿄 전력은 이를 무시하고 제1원전에 7.5m 높이의 해안 방벽만 설치했다. 둘째는 전원공급 설비를 지하에 둔 것도 잘못이었다. 원전이 물에 잠기면서 전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셋째는 비상발전기도 침수가 되어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냉각시스템이 멈추면서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줄어들었다. 공기에 노출된 핵연료봉에서는 수소가 대거 발생했다. 원자로에 가득찬 수소는 결국 폭발해 건물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러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통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1조 1,000억 원을 투자했고 안전 보강대책을 수립하였다. 우선은 침수방지 대책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닥칠 수 있는 초대형 쓰나미에 맞춰 해안 방벽을 높였다. 방벽 높이가 해안에서 0.3m 밖에 되지 않는 고리원전은 10m까지 높였다. 다음으로는 냉각수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이동형 발전차량을 배치하고, 물에 닿지 않을 곳에 비상배터리도 확보하였다. 그리고 전기가 끊겨도 가동하는 수소제거장치(PAR)도 추가로 설치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새로 설치한 수소제거장치의 성능검사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고, 다른 대책들도 제대로 진행되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인적 문제도 중요한데, 2011년 말 한수원은 고리 1호기에서 후쿠시마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안전 훈련과 교육을 마쳤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2년 2월 고리 1호기의 정전사고의 축소 및 은폐가 밝혀져 신뢰성이 떨어진 바 있다(조선일보, 2013. 8. 22: A6).
이와 더불어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과 규제를 관리·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원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민간위원 대부분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탓에 실무진이 짜놓은 구도대로 중요한 의결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위조부품 공급으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5, 6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즉 원전을 둘러싼 각종 비리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5, 6호기가 재가동됐다는 보도에 국민들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원자력 진흥업무와 규제업무를 분리하지 않고 한 조직에서 수행하는 데 대한 지적도 있다. 더욱이 출범 이후 안전이 강화되기는커녕 고장사고가 빈번하고 뇌물수수, 정전사고 은폐, 품질 보증서 위조, 마약투약사건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안전관리 및 운용상의 엄격한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31.4%인 원전발전 비중을 2024년 48.5%까지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반해 현재와 같은 안전관리시스템으로는 문제가 많다(서울신문, 1. 8:31; 사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 및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원자력 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원자력발전에 비판적인 시민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원전에 대한 관리감독부터 현장의 운용실태까지 정밀감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전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원전 운영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안전감시반을 상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전사고와 같이 절대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산업시설에 대한 안전은 철저한 사전예방이 우선이며, 사고 발생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상황 분석과 판단을 통해 정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따른 철저한 대응과 복구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전영상, 2012: 316).


라.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과제


(1) 원자력발전 위기관리시스템의 법․제도 분석


1)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원자력 안전관리와 관련하여 중요정책의 심의 및 총괄·조정, 안전관리를 위한 관계 부처 간의 협의·조정,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제9조 제1항)를 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이 된다(시행령, 제6조). 그리고 중앙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 국민 안전처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둔다(제10조).
그리고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하여 국민안전처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둔다(제14조). 그리고 대규모 재난으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둘 때는 해당 재난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장 소속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둔다. 다만, 해외재난의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이,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2조 제1항 제8호에 따른 방사능재난의 경우에는 같은 법 제25조에 따른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의 장이 각각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한다. 중앙본부장은 해외재난이 발생한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관계 기관·단체의 임직원과 재난관리에 관한 전문가 등으로 정부합동 해외재난대책지원단을 구성하여 해외재난이 발생한 국가에 파견할 수 있다. 중앙대책본부장은 대규모재난을 효율적으로 수습하기 위하여 관계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 및 재정상의 조치, 소속 직원의 파견, 그 밖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이 때 요청을 받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응해야 한다 (제15조). 그리고 해당 재난을 관리해야 하는 주관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난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신속하게 설치·운영하여야 한다(제15조의2).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재난유형에 따라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운용하여야 한다(제34조의5). 첫째,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재난에 대하여 재난관리 체계와 관계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규정한 문서이다. 둘째,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은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 규정하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실제 재난대응에 필요한 조치사항 및 절차를 규정한 문서로 재난관리기관의 장과 관계 기관의 장이 작성한다. 셋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재난현장에서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기관의 행동조치 절차를 구체적으로 수록한 문서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작성한 기관의 장이 지정한 기관의 장이 작성한다.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은 재난 유형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통합하여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안전처장관은 재난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작성 및 운용기준을 정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재난관리책임기관의장에게 통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민안전처장관은 재난유형별 위기관리 매뉴얼의 표준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기관리 매뉴얼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에게 재난사태를 선포할 것을 건의하거나 직접 선포할 수 있다. 우선, 대상지역이 3개 시·도 이상인 경우에는 국무총리에게 선포를 건의하고, 대상지역이 2개 시·도 이하인 경우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선포한다. 그리고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역에서는 재난경보의 발령, 인력·장비 및 물자의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등 응급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행정기관 소속공무원을 비상소집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 등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등 재난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2)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서 방사선에 의한 재해의 방지와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원자력안전법에서의 원자력은 원자핵 변화의 과정에 있어서 원자핵으로부터 방출되는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말하고, 핵물질은 핵연료물질 및 핵원료 물질을 의미한다. 특히 핵연료물질이란 우라늄·토륨 등 원자력을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며 우라늄광·토륨광과 그 밖의 핵연료물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방사성물질은 핵연료물질·사용후 핵연료·방사성동위원소 및 원자핵분열생 성물을 의미한다. 특히 원자로란 핵연료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제2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관리를 위하여 5년마다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제3조). 여기서는 원자력안전관리에 관한 현황과 전망, 원자력안전관리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부문별 과제 및 그 추진 사항, 소요재원의 투자계획 및 조달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3)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은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을 안전하게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방사능재난 예방 및 물리적 방호체제를 수립하고, 국내외에 서 방사능재난이 발생한 경우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확립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제1조). 여기서 핵물질은 우라늄, 토륨 등 원자력을 발생할 수 있는 물질과 우라늄광, 토륨광, 그 밖의 핵연료물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원자력시설이란 발전용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 주기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처리·처분시설, 핵물질 사용시설 등 원자력 이용과 관련된 시설이다. 물리적방호란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팎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고, 위협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탐지하여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말한다. 사보타주란 정당한 권한 없이 방사성물질을 배출하거나 방사선을 노출하여 사람의 건강·안전 및 재산 또는 환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핵물질 또는 원자력시설을 파괴·손상하거나 원자력시설의 정상적인 운전을 방해하거나 방해를 시도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방사선비상은 방사성물질 또는 방사선이 누출되거나 누출될 우려가 있는 긴급한 상황, 방사능재난은 방사선비상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확대되어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을 의미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비상 또는 방사능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하여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한 구역이다(제2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 등에 대한 물리적방호시책을 마련해 야 하는데, 핵물질의 불법이전에 대한 방호, 분실되거나 도난당한 핵물질을 찾아내고 회수하기 위한 대책, 원자력시설등에 대한 사보타주의 방지 및 사보타주에 따른 방사선 영향에 대한 대책 등이 포함된다(제3조). 물리적방호시책을 이행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원자력 시설 등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여 물리적방호체제를 수립해야 한다(제3조).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에 관한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협의회를 둔다(주15).
원자력시설 등의 방사선비상의 종류는 사고의 정도와 상황에 따라서 백색비상, 청색비상 및 적색비상으로 구분한다(제17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방사선비상 및 방사능 재난 업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국무 총리에게 제출하고, 국무총리는 이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9조에 따른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확정된 국가방사능방재계획을 방사선비상 계획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사업자는 원자력시설 등에 방사능재난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방사선비상계획을 수립하여 원자력시설 등의 사용을 시작하기 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 만, 총리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제17조-제20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피폭방사선량(주16)이나 공간방사선량률 또는 오염도 등이 기준 이상인 경우에 방사능재난이 발생한 것을 선포하여야 한다(제23조).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방재에 관한 긴급대응조치를 하기 위하여 그 소속으로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설치한다. 이 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본부장이 되며, 중앙본부의 위원은 기획재정부차관, 미래창조과학부차관, 교육부차관, 외교부차관, 국방부차관, 국민안전처차관, 농림축산식품부차관, 산업통상자원부차관, 보건복지부차관, 환경부차관, 국토교통부차관, 해양수산부차관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또는 관련 기관·단체의 장이 된다(제25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재난 등의 신속한 지휘 및 상황 관리, 재난정보의 수집과 통보를 위하여 발전용 원자로나 원자력시설이 있는 인접 지역에 현장방사능 방재지휘센터를 설치하는데, 현장지휘센터에는 방사능재난등에 대한 정확하고 통일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연합정보센터를 설치·운영한다. 현장지휘센터의 장은 방사능재난 등에 관하여 시·군·구 방사능방재대책본부의 장에 대한 지휘 및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지정기관에서 파견된 관계관에 대해 임무를 부여하고, 대피, 소개(疏開), 음식물 섭취 제한, 갑상선 방호 약품 배포 등 긴급 주민 보호 조치의 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방사능재난등이 발생한 지역의 식료품과 음료품, 농·축·수산물의 반출 또는 소비 통제 등의 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방사능재난이 발생하였을 때에 방사능재난의 수습에 필요한 기술적 사항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방사능방호기술 지원본부를 둔다. 그리고 방사능재난으로 인하여 발생한 방사선 상해자 또는 상해 우려자에 대한 의료상의 조치를 위하여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 소속으로 방사선 비상의료지원본부를 둔다(제32조).
원자력사업자는 방사능재난 대응시설을 두어야 하는데, 방사선 또는 방사능 감시 시설, 방사선 방호장비, 방사능오염 제거 시설 및 장비, 방사성물질의 방출량 감시 및 평가 시설, 주제어실, 비상기술지원실, 비상운영지원실, 비상대책실 등 비상대응 시설, 관련 기관과의 비상통신 및 경보 시설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5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사능 방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이 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방사능방재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2) 개선 과제

원자력사고 위기는 원자력 관련 시설이나 설비의 파괴, 가동 중단, 안전시스템의 불안정, 재난 등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원자력사고 위기 관리는 원자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핵연료 주기시설,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며, 원자력 사고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재은, 2004: 87). 먼저, 예방 활동으로는 원자로 방사능 유출, 방사선 동위원소 분실․도난 및 운송 시 방사능 누출 등 예상되는 위협 및 취약요소를 발굴하고 원자력 관련 시설 및 운영 체계 등을 방호하기 위한 대책 등이 있다. 대비 활동에는 위기 정보 공유 및 감시․경보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위기 경보 판단 기준의 설정 및 대응 활동을 위한 협조체계 구축 등 각종 대비 계획을 발전시킨다. 이와 함께 각종 대비 계획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통하여 대응능력 및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투입할 인적, 물적 대체자원을 비축하고 관리한다.
대응 활동으로는 현장 중심의 상황관리 및 보고체계를 가동하고 초기 상황 평가를통하여 비상 통지 및 초기 대응 활동을 전개한다. 여기서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염 제거에 중점을 두며 관련 기관 간 대응 활동을 위한 협조를 강화한다. 또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여 국민 불안을 해소시키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복구 활동으로는 원자력 시설의 상태가 안정되고 방사능 오염 범위가 확인된 후 복구를 실시하는데,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방사능 오염 제거, 지역 통제, 생태 복원 등 장기 수습대책을 수립·추진한다. 명확한 원인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운영체계를 보완하는 것 등이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산업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데 이는 원전의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영상·이진복(2012: 207)이 제안한 몇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선, 조직 내부의 종·횡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직의 유연화와 통합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조직 외부와의 개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비판적인 외부 전문가로서의 환경단체를 포함하는 시민단체들이 위기관리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특정 대학 출신 동문들이 원자력 정책은 물론 관련 공공기관이나 기업, 학계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부패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자력 관련 주요 기관들의 중요 보직 인사와 연구비 지원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사고나 재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위험이 현대사회에 보편적인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위험과 재난관리 개념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보편적인 위험관리가 모든 상황에서의 위험이나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구체적이고 특정한 분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특징을 지닌다(서재호·정지범, 2010: 72). 실제로도 그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서 그 피해규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이주호, 2010: 30). 따라서 보편적인 위기관리 방식만으로는 효과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자력 재난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원자력 재난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재난 사태 선포 등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일반적인 재난과 달리 평시에도 원자력 위기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구성하여 상시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 재난 발생 시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위기관리의 모든 권한을 갖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뮐루즈(Mulhouse)시는 원자력 재난 발생 시에 시 서비스의 운영방식 일체를 조정하고 민간안전을 위한 시의 예비 자원의 사용을 명할 수 있는 한편, 기업이나 시민이 제공하는 수단의 일체를 접수하고 배정 및 배치하는 권한도 갖는다(홍기원, 2011: 101). 특기할만한 사항은 이러한 긴급상황에서 시는 여러 가지 작전의 지휘를 군에 준하는 형식으로 할 수 있게 하여 혼란 속에서 명령의 지휘와 집행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정기관에 대해 임무를 부여하고 대피, 소개, 음식물섭취 제한, 긴급 주민 보호 조치 등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장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원전사고 발생 시 현장대응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방사선원 관리를 중앙부처 소관으로 하고 있어, 방사선 비상 현장지휘본부를 중앙부처 중심으로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현장지휘본부는 지역의 소방, 경찰, 병원 등 공공기관의 초동대응팀 또는 현장지휘소가 현장대응활동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자원조정, 기획, 현장 대응활동 조정 및 지원, 정보관리, 홍보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현장지휘본부의 현실적인 현장대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수행절차를 수립하고 반복된 교육․훈련을 통해 대응능력을 고취시켜야 한다(강병위 외, 2009: 30).
다섯째, 원자력발전소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통제가 법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전에 준비된 대비활동과 신속한 대응 및 복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가 재앙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 재난의 예방적 조치로서 원전과 관련된 비리 또는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법적 처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의 원자력법은 평화로운 핵에너지 이용을 국가가 관리하는 대신 사경제 질서에 맡기되 연방 및 주의 허가 및 감독법적 권한에 의해 통제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문병효, 2011: 12). 그리고 독일 원자력법의 리스크관리체계는 시설허가 등 허가를 통한 예방적 통제에 중점을 두면서 각종 감독과 규제를 규정하고 있고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한편 각종 벌칙 규정을 통해 법의 준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원전 사고 발생 시 인근 지역 주민들을 신속하게 소개(evacuation)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관리 선택이거나 유일한 방안(Perry, 1985; Drabek, 1999)이며 인간의 생명보호를 중요시한다는 차원에서 소개는 다른 어떠한 조치보다도 중요한 위기관리 방안이다. 이러한 소개를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의 복합적이고 상호연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방선영 외, 2007: 71-72).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첫 번째 대응방법은 사고지역으로부터 멀리 피하는 길이다. 핀란드에서는 원전에서 반경 1km 이내에는 아무도 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경 5km 이내에도 단 200명만 살 수 있다. 20km 이내에 사는 사람들은 만약 사고가 날 경우 4시간 만에 모두 탈출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km 이내는 강제 피난을 했고 20-30km 내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피난을 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백만명의 주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김혜정, 2011: 116)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도시 주변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 위기 발생 시 인명 및 재산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신속한 소개 방안 마련과 함께 주민 거주 지역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가 인접국 및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에 인접국이나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비상사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관 기관 및 원자력 안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고 시에 인접 국가와의 실질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고 대처방안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체계를 강화(장순흥, 2011: 44)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적어도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비상 물품의 Inventory List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같은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경우에는 기술인력 교류와 국제협력 협의체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창건, 2011: 49).

마. 마무리

원자력사고 위기는 원자력 관련 시설이나 설비의 파괴, 가동 중단, 안전시스템의 불안정, 재난 등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러한 원자력 재난이나 위기는 내부적인 기술적 위험성이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핵테러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파업이나 파괴 행위, 그리고 적대적인 공격행위,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난에 의해서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원자력 위기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국가와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인류와 후속세대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직의 유연화와 통합네트워크화, 조직 외부와의 개방성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동반적 관계 형성, 특정 인맥의 배제, 그리고 투명성의 제고가 필요하다. 둘째, 원전사고나 재난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원자력재난 발생 시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위기관리의 모든 권한을 갖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원전사고 발생 시 현장대응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 위기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원자력발전소 위험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통제가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원전 관련 비리 또는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법적 처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원전 사고 발생 시 인근 지역 주민들을 신속하게 소개시키고 주민의 주민 거주 지역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가 인접국 및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기관리시스템에 인접국이나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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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 글은 이재은(2013: 55-78) 논문을 일부 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주2) 여기서 불확실성이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험의 개념 속에는 인식, 조사, 판단, 평가 그리고 위험의 지식에 관한 주장이 포함될 수 있다.
주3) 기술재해란 산업화에 따라 인공물에 의해 야기된 재해를 의미한다.
주4) 강병위 외(2009: 21-31)는 방사능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방사능 테러는 핵무기 탈취, 핵물질 탈취에 의한 핵폭발장치의 제작, 원자력시설에 대한 공격 또는 사보타지, 방사선원 탈취에 의한 방사능 폭탄 제조 등에 의한 위협 발생을 말한다. 방사능 폭탄은 폭발 범위가 작고 제한된 지역에 방사능 오염을 유발하는 면에서 핵폭탄 또는 조잡핵폭발장치(improvised nuclear device)와 구별되지만, 제작이 용이하여 사회 혼란을 야기시키는 목적으로 이용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5) 원자력발전소는 테러공격이 성공할 경우 대규모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도의 보안 태세가 필요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경비를 민간경비업체에 맡기고 있으나 경비대책이 허술해 대테러 모의훈련 결과 대부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테러공격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박진희, 2012: 168).
주6) 개인의 건강과 신체의 안전은 공공 안녕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이것이 위태로워질 때는 경찰 개입이 정당화되고 또한 요구되기까지 한다. 김태호(2011: 48)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활 경험의 판단에서 볼 때 조만간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피해를 가져올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국가공권력이 발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국민의 건강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는 조치로서 요구되는 것이며, 반드시 원자력법상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찰법상 위험에 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7) 안전과 관련한 시장 실패와 정부 개입에 관해서는 이재은(2011: 2-5)을 참조할것.
주8) 대지진이 발생 한 당시에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 가운데 1, 2, 3호기는 가동 중이었으며, 4, 5, 6기는 점검 중이었는데 그 중에서 4호기가 폭발했던 것이다. 먼저, 3월 12일 1호기에서 수속폭발이 발생했고, 3월 14일에는 3호기에서, 3월 15일에는 2호기 수소폭발과 4호기의 수소폭발 및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하여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에 누출되었다. 3월 19일에는 5, 6호기의 냉각장치가 정상화되고, 3월 20일에는 1, 2, 호기의 전력 복구 작업이 완료되었다(전영상, 2012: 317).
주9) 지진 발생 당시 1원전의 1, 2, 3호기는 운전 중이었으나 자동 정지되었으며, 4, 5, 6호기는 정기점검 중이었다. 2원전의 경우, 1∼4호기 역시 운전 중이었으나 지진 발생으로 인해 자동 정지되었다(장순흥, 2011: 39).
주10)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관련 정보의 축소 및 은폐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영상․이진복 (2012: 195-197)을 참조할 것.
주11) 서균렬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노형인 비등경수로형과 국내 대다수 원전 노형인 가압경수로형을 다음과 같이 비교 설명하고 있다(2011: 21). 일본과 한국 노형의 가장 큰 설계 특성은 증기발생기의 유무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즉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는 증기발생기를 기점으로 노심이 포함된 1차 냉각재와 터빈이 위치한 2차 냉각재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비등경수로의 경우에는 노심에서 가열된 냉각재가 터빈까지 직접 전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터빈 계통에 파단(파괴되어 떨어짐)이 생겼을 경우, 국내 원전의 가압경수로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일본의 비등경수로에서는 노심으로부터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수증기와 같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압경수로는 증기발생기의 증기방출 밸브를 통한 잔열 제거가 가능한 반면에, 비등경수로는 이에 버금가는 기능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가압경수로는 증기발생기를 노심보다 상부에 설치해 정전사고 시에도 자연순환 냉각을 통해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12) http://kin.naver.com/qna/detail.nhn?; 2013. 8. 27 검색
주13)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사실은 조직적인 은폐라는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전영상·이진복(2012: 197-202)의 논문을 참조할 것.
주14) 지난 7월 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전 1호기 전반에 대한 예방 정비 과정에서 원전의 핵심 안전장치인 비상발전기 2대를 무려 18시간이나 가동 중단했던 사실이 2013년 9월 4일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사실을 알고도 한 달 이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발전기는 외부 전원이 끊겼을 때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장치이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도 쓰나미에 잠긴 비상발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났다. 원안위의 원전 운영 기술 지침서는 원전의 안전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비상발전기 2대 중 1대는 항상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 정비팀이 지난 7월 29일 오후 9시쯤 고리 1호기의 비상발전기 1대를 끄고 수리를 하면서, 수리 과정의 편의를 위해 나머지 1대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 원전의 비상발전기가 모두 멈춰 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다음 날 오전 9시쯤 출근한 교대 근무조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교대 근무조는 즉각 복구에 들어갔지만, 재가동까지 6시간이 더 소요됐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는 정기 정비기간이라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핵연료를 빼낸 상태였다. 하지만 원전 내 수조에는 아직도 열이 남아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었다. 국내 한 대학의 원전 전문가는 “만약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시점에 외부 전원마저 끊겼다면, 수조 내 사용후핵연료가 과열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에 파견돼 있던 원안위 소속 주재관은 사고 직후, 원안위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곧바로 재가동 조치가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사고 직후 ‘즉시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를 받았지만, 비상발전기가 18시간이나 가동 중단됐던 점은 몰랐다”면서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13. 9. 5).
주15) 방호협의회의 의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되고, 방호협의회의 위원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 중에서 해당 기관의 장이 지명하는 각 1명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또는 관련 기관·단체의 장이 된다(제5조 제2항).
주16) 시행령에 따르면 원자력시설 부지 경계에서 판독한 피폭방사선량이 전신선량을 기준으로 시간당 10밀리시버트 이상이거나 갑상선선량을 기준으로 시간당 50밀리시버트 이상인 경우 방사능재난을 선포한다(제2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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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위험과 대책] 원전의 안전감시 어떻게 할 것인가?(이정윤)

원전의 안전감시 어떻게 할 것인가?(주1)


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가. 배경

(1) 국민정서상 불안한 원전


1) 후쿠시마 원전사고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 발생으로 대형 원전사고를 전 국민이 목격하였고 실제로 원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전 세계 원전역사상 원전부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제1원전 1-4호기에서 전원공급상실에 따른 노심냉각불능으로 발생된 중대사고로서 3개 호기에서 연속적으로 노심용융과 함께 수소폭발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이 일어나 광대한 지역을 오염시켰다. 특히 사고 수습을 위해 지속적인 냉각을 위한 바닷물이 투입되고 이에 따른 고농도 오염수가 발생하여 바다에 유입되면서 해양오염과 함께 수산물 오염문제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일본 국토가 오염이 발생되고 48조엔의 피해규모로 집계되었다지만 그 피해는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형이므로 그 규모와 지속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주2)


2) 원전비리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된 그해 2011년 11월에 국내에서는 원전부품위조가 확인되어 지속적인 비리수사가 진행되면서 크고 작은 원전산업계의 수사결과 비리발표가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원전산업계가 특정 폐쇄적 이해집단을 일컫는 마피아라는 오명과 함께 비판받았다.
이와 같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여 그 사고규모의 크기와 피해의 지속성을 목격하게 되었고, 국내에서는 공교롭게도 원전비리가 발 생하면서 원전산업계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는 동시에 반원전 기류가 증대하면서 원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원전비리 수사와 함께 제도개선을 위한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나름 방향을 잡는듯하였으나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었으므로 원전산업계가 실제적인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보다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1)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본 원전안전을 위한 교훈 – 안전공감대의 확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볼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이며 교훈으로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은 원전운영관리의 투명성, 철저한 원전 안전규제 및 감시의 독립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안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 IAEA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최종결과는 인재(人災)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후쿠시마 대지진에 의한 영향보다 어떻게 관리했느냐가 중요한데,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워진다. 아무리 훌륭한 설비라도 관리하는 방법이 부실하면 고장이 잦아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아무리 낡은 설비라도 관리를 잘 하면 훌륭하게 계속해서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어 연구 개발, 설계, 시공, 정비, 운영, 규제 등등 분야별 이행 주체들의 결과물과 이행과정들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와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원전시설과 같은 특수시설은 국가 안보와 관련되어 있어 대 테러 등 취약한 부분을 고려하면 폐쇄성이 강한 설비로 볼 수 있으므로 특히 유의가 필요하다. 폐쇄성이 강할수록 합리적이지 않게 관리되거나 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폐쇄성을 극복하려면 일정한 정보의 공개가 불가피한데 어느 정도 투명하게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이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안전감시가 독립적인 형태로 수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진다. IAEA에서는 우리나라에 IRRS(International Regulatory Review Service)와 같은 활동으로 정기적인 방문 확인 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있다.(주3) 일본의 경우도 산업부에 속해 있었던 원자력 안전감시조직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처로 독립적인 구조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특정 이해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국제적인 감시도 사실상 국가의 주권침해라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므로 부분적으로 잘한다, 더 잘한다, 참 잘한다, 아주 잘한다는 수준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국내 원전 안전감시 체계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무리이며 자칫 IAEA가 방문하여 안전체계를 확인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홍보자료로 활용되는 한계를 가진다. 즉, IAEA가 국제적인 핵확산을 감시하는 조직이지 원전안전을 감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원전안전은 독립적인 감시가 중요하므로 사업자에게 맡길 일이 아닌데 박근혜 대통령은 진흥책임 부서인 산업부를 중심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하였다(주4).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엄정히 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히 원전비리에 대해 밝히고 원전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하면서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도록 하는 IAEA 규정 때문에 산업부의 규제권한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 따른 것인데 원전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주문한 바 있다. 이는 2013년 7월 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것으로 이 자리에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와 산업부 장관 등이 자리하고 원안위원장은 차관급으로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원전 안전은 독립적인 감시에서 확보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사례로 이 발언 도중에 시행이 추진되고 있었던 산업부의 원전품질 해외 제3기관 검증을 위해 2013년 10월 영국회사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상당한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주5) 즉, 대통령이 원전비리 근절을 강조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철저한 감시 이외에는 방안이 없다.
원전시설에 대한 최적의 안전관리는 형식적으로 해 봤자 소용없으며 결국 대국민 안전공감대를 확보하는 결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원전 안전성은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원전이 운영되는 경우 사회적으로 과다한 각종 문제점들이 실제 이상으로 증폭되어 정상적인 원전관리를 위한 각종 활동들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필자는 “국민원전수용성 확보”라는 사업성이 강한 의미보다 “국민과 함께 같이 간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국민 안전공감대 확보”라는 의미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의 경우 원자력 안전감시 조직이 제대로 된 독립성을 유지할수 있는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으므로 시민자율 원전안전감시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욕구 충족과 실제적인 시설의 안전관리를 직접 확인하여 미흡한 부분은 직접 시정을 요구하고 안전한 부분은 직접 확인하여 관리상태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민감한 보안자료의 유출에 대한 우려인데 이를 위한 철저한 대책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전문가 집단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 집단은 실무 전문가로 구성되어 안전을 감시하는 별도의 조직으로서 자료 보안의 책임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무한 접근도 허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시민자율 안전감시의 한 사례로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빛원전에서는 1호기-6호기 전체에 대한 주민안전점검을 전문가들과 함께 직접 수행하고 있는데 이 활동을 시민자율안전감시를 위한 사례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2) 원전의 안전확보는 가능한가?


1) 원전의 안전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


일반 시민들의 경우 원전의 안전을 불안하게 느끼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원전이 내게 주는 위험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잘 모르는 것이다. 이는 원전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즉 시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데에 있다. 두 번째는 유사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대응체계, 대응 시스템의 적절성이다. 이는 원전에 문제가 발생될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신뢰와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볼 때 과연 얼마나 위험한지 위험성의 정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유사시를 대비한 대응체계를 적절히 구축하여 주민 또는 국민이 정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안전 신화를 강조하는 홍보성 안전문화와 소통에 기반한 안전에 관한 공감대가 없는 정부의 정책은 후쿠시마사고로 우려가 극에 달한 국민을 대하는 진실 된 자세로 볼 수 없다.
이러한 반 원전 국민정서 즉, 심리적 요인에 기여하는 요소는 기술적인 요인과 원전산업계 구성 인력의 자세, 그리고 제도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기술적인 요인은 원전의 안전기준과 지침의 적절성, 설계 제작기술과 연구개발의 적절성, 현장 정비 및 운영기술의 적절성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미흡한 부분이 존재하는 경우 고장이 보다 자주 발생하고 나아가 사고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아진다.
다음은 직원들의 마음자세인데 고도의 윤리성과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책임성이다. 일정부분 직원들의 사기와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기술개발을 위한 자세와 함께 설비의 안전운영 등을 위한 자세에 있어 특히 관료화되어 무책임성 임시방편 성격으로 임하는 경우 불행한 일이 닥칠 수 있는데 요즘 한수원 등 원전 종사자들의 사기가 많이 꺾여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제도적인 요인으로 원전의 안전 및 품질감시를 위한 독립성 등 최적 감시를 위한 제도적 완벽성이 필요하다. 이들 안전감시 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되어 진흥의 논리로 일관하는 경우 안전감시 조직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여러 요인으로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안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규제지침의 적절성과 연구개발, 설계, 제작, 시공, 운전, 정비, 등등의 모든 분야에 있어 독립적인 최선의 감시만이 안전을 위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원전감독법처럼 처벌규정만을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다. 처벌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아니고 안전에 있어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원인규명 작업이 필요한데 처벌을 전제로 조사하려
고 하니 다 숨어 버려서 결과적으로 원인규명 작업이 불가능해지고 오히려 안전에 역행하게 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조직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국한해야 한다. 특히 안전문제를 취급하는 경우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규명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원인규명을 위한 조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특히 우리의식에 보편화되어 있는 권선징악적 처벌을 앞세우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는 안전 선진국일수록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데 지난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첼린저 호가 발사 후 수초 뒤에 폭발하였는데 원인규명을 위하여 모든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고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고 2년 8개월 뒤 결국 원인을 밝혀냈는데, 무리한 발사스케쥴을 맞추느라 고체로켓 연료의 부스터에 들어가는 고무시일 패킹이 얼어서 누설된 것임을 밝혀내었고, 이후 프로젝트가 재개되었다. 그러나 누가 실수로 무슨 잘못을 해서 체포하고 잡아넣고 하는 처벌에 관한 내용은 전혀 발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는 사고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인데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규명을 가장 우선적인 조치사항으로 처리한 것임을 알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행주대교 붕괴(92년), 성수대교 붕괴(94년), 삼풍백화점 붕괴(95년), 대구 지하철화재참사(2003년), 숭례문 방화사건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0년에는 독립기념관에서 같은 화재사고가 재발했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만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의 원인규명작업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전이 없는데, 세월호 조사특위의 대부분 리더급이 검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기술적인 원인규명 보다 징악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방식으로는 피 조사자들이 협조할 수 없는 구조이므로 결국 원인규명작업이 실패하고 있는 주 원인임을 알 수 있다. 기간을 늘려달라고 하는 현재의 특위는 결국 돈만 쓰고 원인규명 작업에 실패하고 말 것임이 자명하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이성적이고 현명한 합리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월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세월호가 우리에게 주는 추가적인 교훈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 우리나라 원자력안전 파라독스


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지만 최근 원전안전에 모순되는 점들을 몇 가지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계의 단면으로 생각된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1) 원전 방재대책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체계가 여러 조직으로 분리되어 있어 유사시 민관군을 아우르는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한 종합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비상운전절차서와 중대사고관리절차, 비상절차가 각각 작성기관이 서로 다른데 작성 중에 서로 긴밀하게 협조를 통해 작성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 전혀 다른 조직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는 조직특성도 그렇고 실제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절차단계가 연계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연계성 관리가 세련되어 있지 못하다. 즉 연계성 관리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주민 대피훈련절차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영하여 개선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주민대피의 경우도 교통통제, 차단, 오염확산대책, 기상상태를 반영한 대피소 적 기대응운영, 필요시 대피시설 신규보완, 주민대피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대피훈련 체계 및 대피물자 확보 등이 필요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대피훈련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순된 것이다. 대피하여야 한다고 요구하면 평소 원전은 안전하다는 논리를 깨야 하는 것이고 대피훈련을 하지 않으면 유사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대승적인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원전이 중대사고라고 하는 상황까지 가면 모든 게 끝장이므로 중대사고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이 적절히 추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말고 종료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무책임한 것이므로 철저한 대피 훈련에 만전을 기하여야 하며 주민 또한 철저한 대피훈련을 요구하고 동시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여야 한다. 아니면 초기대응을 위한 대책을 보다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순은 결국 안전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 저하에 따른 일단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만일에 있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대형사고로 인한 피해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경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초대형 국가적인 손실이 발생된 경우 보상을 누가 얼마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 문제는 제대로 대응방안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 원자력 산업 전체가 유사시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피해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상당한 윤리적인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


(2)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문제


원전 내부에 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소내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 중이며 초기 설계는 일정 기간 보관하여 열이 하향 안정화 되면 발전소에서 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송 저장하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폐로가 거론되는 현 시점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소내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저장용량을 확장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한빛원전의 경우 2024년 전체 6개 호기의 저장용량이 만재하여 더 이상 발전소의 가동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주6)
현재 발전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소내 임시저장은 임시저장시설이므로 사용후 핵연료의 실제 저장량 등 주요항목을 반영한 안전해석을 설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임시대응방식으로 볼 수 있어 취약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안전을 우려하는 많은 국민의 우려로 인해 오히려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하여 인출하지 못하는 모순점이 발생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보다 안전한 시설을 지어 옮겨 저장하는 것 이외에 현재로는 다른 선택이 없다. 물론 폐로는 또 다른 선택이지만 궁극적으로 안전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왜냐하면 폐로해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므로 안전을 확보하지 않고 폐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성이 그대로 상존하는 것이므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모순점은 역시 국민의 안전신뢰도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에 신뢰확보를 바탕으로 한 원전안전 공감대 확보가 문제 극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판단된다.(주7)


다. 우리나라 원전안전의 현안

(1) 우리나라 원전안전의 제반 문제

우리나라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제반 문제를 몇 가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사람들에 따라 인식을 여러 갈래로 할 수 있으나 그 동안 원자력계 현장과 일선에서 실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1) 정부당국의 전문성

정부당국의 행정능력은 각종 고시임용자, 학력 특채자 등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현장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현장상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므로 예하 기관의 지원과 자문 인력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변 인사들로 각종 정책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는 현장성이 떨어지는 엘리트 교수들에 의한 정책입안을 통한 정책은 우리나라 원전사업 초기에는 어느 정도 객관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으나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면 일정 테두리 사람들을 위한 정책중심으로 입안될 수 있으므로 편협성이 우려되고 그 때문에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으나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예를 들면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의 구성과 같이 제반정책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결정되므로 특정집단의 이익에 치우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어떠한 정책이라도 항상 적절한 정책의 비판, 감시세력을 일정 부분 형성하여야 자극과 함께 개선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정책이 입안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특정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형식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최근 원전 마피아라고 비난을 듣는 원인이 바로 그것이다. 회전문인사라고 할 수 있는 현장과 거리가 있는 몇몇 특정 교수중심의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원전 정책들 보다는 폭 넓은 현장의 합리적이고 다양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수용하여야 건전하고 합리적인 정책수립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2)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유지는 중요성에 대해 재론할 가치도 없다. 그 이유는 독립적인 시각이 아닌 진흥의 한 편으로, 진흥에 의한 논리로 안전을 바라보면 안전이 제대로 인식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IAEA에서는 2011년 한국원자력 안전체계의 실사(IRRS)에서 한국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권고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장관급이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차관급으로 격하된 이유가 아직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총리 직속으로 편제되었다. 원자력진흥위원장이 총리인데 총리 직속으로 편제되어 실제 원자력안전법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는 조직구성으로 볼 수 있다.

3) 진흥중심의 원전사업구조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 산하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편제됨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활동은 진흥의 논리로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그 예로 원안위의 산하 기술지원조직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후 인력이 거의 변동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총 480명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실제적으로 60~70명의 인력이 증가되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신규 원전건설로 인한 원전 수의 증가를 고려하면 증가된 것으로 볼 수 없다.
19기의 원전이 관리되는 독일의 경우 TÜV 등의 독립적인 안전감시 인력이 2,000여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100여기의 원전이 관리되는 미국의 경우 NRC 인력만 4천여 명에 달하는데 이 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폭 증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까지 고려하면 30기의 원전이 관리되는데 독립적인 안전감시 전문인력이 원자력안전기술원 중심으로 고작 480명 수준인데다 그나마 원전에 투입되는 기술인력은 그 절반이하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제대로 관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KINS 인력은 따라서 현재 안전기준과 지침수립 수준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며 현장감시까지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는 수준의 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진흥 중심의 원전사업 구조로 인하여 규제 및 감시인력의 증원을 극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인력구조로는 안전감시는 고사하고 안전규제 기준과 지침수립 수준의 인력구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그나마 동위원소 등 비원전 분야의 안전감시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면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규제 및 지침수립기능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미국 중심의 해외 규제지침을 답습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전규제 수준인데, 미국 중심의 안전규제는 다양한 노형이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의 원전 주변인구 밀도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규제지침의 적절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안 되고 그대로 들어와 미흡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주8)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진흥중심의 정부입장이 지속적으로 진흥중심의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을 강화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대응책 마련만큼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4) 지속되는 원전비리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공교롭게도 원전비리가 속출하여 사회 적인 이슈가 되었고 이에 따른 국가적인 파장이 컸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러 번 해결을 촉구하며 언급한 적이 있다. 실제 이러한 원전비리는 사실상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상당부분 뿌리깊게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즉 비리근절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수립이 필요한데, 2013년 6월 정부에서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정부는 각종 언론에 전문가를 구성하여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스펙은 화려한 분들이지만 요구되는 분야와 동떨어진 경력의 전문가들로 구성하였고 이 때문에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개선방안이 구성될 수 있을지 원전비리를 우려하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출범 초기부터 회의감을 주었다. 더 나아가 정부정책으로 내 놓은 이 대책은 단기간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대중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잠시 받을 수는 있겠지만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된 출범 때와 달리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시책결과가 보도된 바를 찾을 수 없다. 이는 출범 때 전문가들과 현장일선의 많은 분들이 예상했던 바이다.
처음 구매제도개선위가 출범할 당시 실제로 우려된 점은 전문가 구성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원전구매제도를 제대로 알려면 원전산업의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원전의 까다로운 QA 시스템, 그리고 구매입찰제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 구성된 전문가들은 제각기의 분야에 있어서는 훌륭한 전문가라는 데에 이견은 없으나 이 관점에서 보면 막상 품질과 입찰에 관한 전문가는 한명도 없는 것이다.
또한 원전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원전감독법이 통과되었는데, 대부분의 비리에 대한 처벌규정이 대폭 강화되어 원전감독법에 감시소홀에 따른 처벌규정보다 비리처벌 규정만 반영되어 있어서 또 다른 권위가 생겼다고 말한다. 즉, 대부분 지금까지 있었던 원전비리는 사전에 문제점을 철저히 교육 또는 주지시키고 감시 감독을 강화하였으면 대부분 발생되지 않았을 문제들인데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러한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 구성과 원전감독법을 보면 정부의 원전비리에 대한 근절의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대책마련이 미흡한 탓에 해결능력에 의구심이 들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근절되지 않고 잠복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상황이 바뀌고 감시가 소홀해지면 언제든 비리가 재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투명성과 감시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으로 벤처기업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과 전략적인 동반성장을 위한 건전한 벤처 생태계의 구축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강력한 윤리적 기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가치정립이 중요한데, 관리에 있어서 유착관계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운영방식으로 아직도 제대로 정착이 미흡한 상태이다.(주9)
원전비리수사로 현재까지 68명이 구속되었다고 한다.(주10) 이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다. 구매자와 공급자 간에 기술과 품질 이외의 관계를 나타내는 신뢰(?)적인 관계를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가 기인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관계란 학연, 출신(전 직장)과 함께 가장 큰 요소로 고려된다. 즉, 구매자에게는 신뢰(?) 관계가 우선이며 기술과 품질은 나중이라고 보는 것이 개선되어야 한다.
또 고려해야 할 것은 중소기업 육성의 관점에서는 구매자와의 직접적인 관계 보다는 중소기업과 엔지니어링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링 조직과 구매자가 분리된 상태로 구성되어 있다. 즉, 시방서는 한전기술(주)에서 생산하고 구매는 한수원이나 두산중공업이 발주하여 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제작할 때 시방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계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엔지니어링 파트인 한전기술(주) 시방서 저자와 함께 직접 논의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상당한 고충이 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기술시방서 등 기술문서와 구매부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엔지니어링회사에서 발주하는 한편 중소기업은 계약한 엔지니어링사의 담당 엔지니어와 직접 기술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반면, 구매회사인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은 기술적으로 시방서작성에 참여하지 않아서 구매시방서의 기술적인 내용파악이 어렵다. 해외에서는 엔지니어링사에서 엔지니어링과 구매권을 동시에 가지고 일원화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만 원전기기의 시방서를 작성한 설계회사와 설비구매회사가 이원화 된 특수 구조로 되어 있어 설계자와 제작사 간 기술교류가 어려워서 품질저하요소가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다른 문제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이다.

<그림 1> 우리나라의 원자력 구매과정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사인 한전기술(주)가 원자로 구매부터 모든 원전설비의 구매권을 직접 행사하고 직접적인 기술교류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여 현재의 절름발이 기능에서 조속히 기술중심으로 기술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구조로 개선시켜야 한다. 다만 엔지니어링사 내부에서 엔지니어링부서(시방서 등 기술문서 작성)와 구매부서(입찰 시행) 그리고 품질평가부서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상호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엔지니어링 부서에서는 강력한 윤리적 의식을 바탕으로 제작사에 대한 기술지원이 가능하여야 하며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적인 기술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구조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5) 원자력안전규제의 감시기능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원회 산하 안전전문위원회가 있어서 KINS가 심의안건을 평가한 보고서를 안전전문위에 제출하면 전문위는 이를 평가하여 보 고서를 작성하고 본 위원회에 의결을 위한 안건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는 원안위의 의결진행은 의결기구 자체가 모두 실무와 현장성이 약한 교수중심의 위원회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적인 검토가 미약하고 안전성 여부를 승인하는 결정기구로서 책임소재가 또한 모호하다.

또한 심의의결 기구는 KINS가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의결은 하지만 안전을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인력구성도 취약하다. 즉, 실무경험자가 거의 없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안전전문위원회 또한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많은 우수한 제자를 배출한 교수가 발언권이 높은 특징이 있으며, 실제적인 전문성과 현장 실무 능력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철저하게 특정 학연중심으로 권위적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라는 일반적인 평이다. 이것이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특정 그룹에게 편중된 결과로 다양성이 취약하여 기술적인 협소로 연결되어 의사결정이 취약한 구조이다.
이로 인하여 KINS의 보고서는 일단 제출되면 대부분 통과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KINS의 실무능력에 대부분 의존하는 것으로, 문제는 KINS의 심사과정과 함께 작성된 심사보고서를 중심으로 심의하는 안전전문위원회의 심의과정에 대한 감시구조가 전혀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한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로 볼 수 있으며 원안위에 야당측 추천인사가 들어가 있어 그나마 개선되었다고 하나 위원회에서 보통 시간이 촉박하게 진행되어 심사를 다시 할 수 없는 최종심사단계를 고려할 때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대표적인 것이 후쿠사마 원전사고 후속대책이다. 원자력안 전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실제 사업자가 관련 대책수립을 위한 지침을 수립하고 대책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적정성을 심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위원회가 대책을 직접 수립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책의 적정성은 누가 평가하는가 하는 문제점이 남는다. 다시 말하자면 후쿠시마 후속대책 수립은 원안위가 먼저 지침을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실제 원전설계에 적용해야 할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에서 이를 충분히 검토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대책에 대한 사업자 중심의 검토를 거처 KINS/원안위에 제출하여 심의, 의결되어 시행되고, KINS가 시행되는 내용에 대한 안전검사를 통해 최종 인허가 승인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대책은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막상 감시해야하는 기능을 가진 원안위가 직접 대책을 수립하여 내놓은 것이다.
후쿠시마 후속대책의 일부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후속 절에서 추가로 논의한다.

6) 기관별 독점형 사업구조

우리나라는 기관별로 각각 원전사업 기능을 나누어 독점적으로 수행하도록 구성 되어 있다. 연구개발(KAERI), 설계엔지니어링(한전기술), 핵연료(한전핵연료), 정비 (한전KPS), 설비운영(한수원), 안전검사(KINS) 등등 분야별 독점형 사업구조는 각 분야별로 인적 교류가 취약하여 기술교류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한수원은 설계기술적인 배경이 취약하여 중앙연구원을 집중 육성하게 되는 한편, 설비를 취급하는 현장직원들의 기술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되어 이에 따른 문제로 실제 현장에서 직접적인 설비고장(2014년 10월 한빛 3호기 증기발생기 누설감지기 고장 등)이나 발전정지(2015년 5월 한빛 3호기 RCP 정지 제어카드 고장으로 발전 정지 등) 등이 최근에도 유발되고 있다. 정비회사인 한전 KPS는 엔지니어링이 취약하여 국내 관련 설계기관과 협조하는 것보다 대부분 해외에 부족기술을 의존하는 상황이며, 원자력 관련 국가 연구개발도 현장에 필요한 연구개발 보다는 기초형 중장기 과제에 치중하거나 현장 적용과제도 제대로 된 설계적인 기술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어 대부분의 과제가 효용성이 의심되며 실제 적용도 잘 안되거나 적용 시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국감에서 2011-2015년까지 고장정지로 인한 손실액이 무려 4,5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주11)했는데 계속되는 고장에 따라 발전정지되는 경우 정지기간도 길어지는 것도 원인이지만 현장중심의 원전설비 운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국감에서 나온 결과 한수원 고위층과 발전소장 다수가 방사선 피폭량이 0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한수원으로 독립된 이후 통계라고 하는데 그 동안 이들은 현장점검을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고도 고위직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주12) 본사 경영진과 현장인력간의 소통과 현장 경험에 따른 발전소 운영을 위한 현장 중심으로의 과감한 인적쇄신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원자력 유관기관에 대해 종합적인 관리가 실제적으로 한수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수원의 현장 직원들의 설계적·기술적 이해도가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여 함께 일일이 용역, 정비, 구매품 등에 대한 검토 또는 감시에 예산을 투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 종합조정 기능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원전 국산화가 시행된 영광원전 3, 4호기 건설 초기에는 사명감과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진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전산업구조도 많이 바뀌고 대형화되어 관리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여기저기 문제점들이 노정되는 현실이다.
기관 간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취약부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연구원, 본사인력 확충에 따라 현장인력이 매우 취약하다. UAE 원전 등 신규 건설에 따른 유경험 충원인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110%로 운영될 필요가 있는데, 2014년 현재 90% 안팍의 인력이 채워져 있어 현장에 경험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분야별 독점구조는 자기분야가 아닌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는 전형적인 배타적 구조이며 기관간 분점형 사업구조로 전체적인 의견조율이 취약하며 연구개발도 각 기관별로 나눠 갖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특정 기술적인 쟁점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며, 이에 따라 비효율적인 연구비의 운영으로 국내 원전기술 관련 기술수준은 투입비용에 비해 결과는 크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원전설계 코드 국산화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비 투입에도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 그냥 한번 해 본 것이지 실제적인 기술적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7) 후쿠시마 원전 후속대책

후쿠시마 원전 후속대책은 전술하였듯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직접 대책반을 구성하고 원전의 현장조사를 거처 1개월 만에 50개 과제를 선정하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수원에서는 1조 1천억 규모의 대책을 2015년 말 추진 완료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중대사고로 2009년 12월 UAE 원전수출을 달성한 정부에서 원전사업을 해외수출 산업화 의지를 가지고 후속적인 수출을 추진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국민용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여 당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보면 충분한 기술검토 없이 진행된 느낌을 많이 주고 있는데 투입된 예산 규모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많다.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통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중대사고 개념을 정립하고 폭넓은 기술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대사고 설계개념을 재설정하고 이에 따라 당장 추진이 가능한 사업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한데, 시급하고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점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주13)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해 개념설계와 설계요건을 설정하고 시방서를 결정하고 제작검토를 또는 제품개발을 하고 그에 맞추어 시험요건에 따른 합부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그보다 대책이 앞선 경우이다. 이에 대한 대책의 문제점을 몇 가지 들면,

  • 수소제거장치(PAR, 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 ;
    수소제거장치는 한수원과 한수원의 협력업체, 중소기업의 협력 기술개발과제로 처음 국내에서 기술국산화를 추진한 것이다. 기술개발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점은 해외제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원전에 적용하기 위한 중대사고 개념의 설정, 이에 따른 설계기술요건(시방서)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과제를 통해 해외제품을 참조하여 국내에서 제품이 먼저 개발되어 나온 것이다. 물론 중대사고라는 개념정립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때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전이라 하더라도 개발 이후 적용 시점에서 이를 충분히 검토하기 보다는 시급성으로 우선 설치하기 급급하였고 제품개발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합격이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점도 있겠으나 일단 한수원의 중소기업 협력 과제에서 최종 합격, 판정되어 통과되었는데, 특히 개발 이후에 발생된 후쿠시마 사고에서 새롭게 발생된 관점들과 우리나라 원전의 설계특성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한 점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원전산업계에서 시행하는 국산화 과정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특히 수소제거장치의 경우는 구매자인 한수원이 중소기업협력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국내 원전에 적용하기 위한 설계자 시방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먼저 개발되었다.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개념과 설계요건을 설정하고 시험합격을 위한 요건설정도 정하여 제품에 대한 시방서를 구현한 뒤 제품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없이 제품부터 나온 것이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된 뒤 이 제품을 직접 발전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방서가 작성되었다. 시방서도 급속히 작성되어 구체적인 시험요건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국정감사에서 제품의 시험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수소연소시간 등에 대한 합부판단에서 실제 논쟁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한빛원전검증단에서는 수소제거장치의 중요한 부분인 촉매의 성능부분에 대한 검증시험과 수소분석을 포함한 중대사고 해석에 대한 독립검토를 요구하여 현재 진행 중에 있다.
  • 이동형발전차 ;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형지진사고 이후 정전에 따른 연료냉각 불능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동형발전차를 배치하여 유사시 현장에 달려가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책이 수립된 것이다. 그러나 이동형발전차량 또한 충분한 현장에 대한 검토없이 수립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부지에 지진이 발생하면 한 기의 원전만이 정지되지 않으므로 다수호기 부지에 이동형발전차를 한 대만 배치하는 것은 예를 들면 6기 원전이 있는 한빛원전부지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원전부지의 경우에는 더 많은 원전이 가동 중 또는 건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부지별 한 대 배치한 이동형발전차량의 합리성에 대해 의문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장에 시험할 때 참관하여 보면 전원케이블 30M를 3가닥 설치하기 위해 20-30명이 투입되는데 유사시 중대사고 지역에 해당하는 고 방사선 구역임을 감안하면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다. 또한 케이블이 이동차량 아래에 연결점이 있어 이 지역에서 바닥에 누워 10분 이상 연결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자는 작업 후 과다피폭자가 되어 오염자로 별도로 관리되거나 아니면 케이블 연결 후 장렬한 전사자로 또는 과다 오염자로 격리를 위해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케이블 드럼 또한 3개가 필요한데 바닥의 지지대가 사과나무 궤짝으로 되어 있어 지게차가 취급하기에는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고 이 작업을 위한 지게차 운전자가 항시 따라가야 하는데 평소 이를 위한 팀 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연료는 30분 사용하면 고갈되므로 디젤발전기 연료실에서 연결하여 수급되어야 하는데 지하에 위치하여 침수될 경우에 연결작업을 위해서는 수영해서 들어가야 하므로 작업자는 유사시를 대비해 잠수 장비와 함께 잠수자격증도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이동형차량의 바닥으로부터의 최저 높이가 20cm 수준으로 무척 낮은데, 이는 발전소 사고를 감안한 유사시의 장애물이 수북한 도로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각종 장애물과 뻘 등에 의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도로상태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례로 볼 때 그냥 사다가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장 여건을 고려한 구매시방서 작성을 통하여 설계요건을 제대로 검토하고 부지별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한 것이 아닌 일괄 구매하여 4개 원전부지에 배치한 것으로 그나마 없는 것 보다 낫지 않은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4개 원전 부지에 1000억원 정도라는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 격납용기 배기시스템 ;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과정에서 격납용기 압력경계 설정을 위한 과정 중 논란이 되는 것이 설계압력 등 특정 이상의 압력이 발생되는 순간 배기장치를 이용하여 배압시키는 것으로 고려하겠다고 규제기관에서 답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대 사고용으로 설치된 설비가 설계기준사고에서도 작동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설정이 안된 상태를 의미이므로 이 결정을 먼저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주증기관 파단사고와 같은 설계기준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주제어실에서 수동으로 열 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방식은 운전원이 현장에 뛰어가서 열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약 30분의 지연시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추가적으로 해당 시스템을 국내 원전에 설치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된다면 적용을 위한 설계이므로 전문적인 독립 설계기술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수소제거장치의 문제(주14)를 학습한다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설계시방서가 발행한 뒤 개발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영한 중대사고 대응전략 ;
    국내에서는 작성된 비상대응절차서가 발전소에서 대응하기 위한 비상운전절차서, 중대사고관리절차서, 비상절차서를 각각 다른 기관이 작성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계성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어느 시점에 비상운전절차에서 중대사고 관리절차로 이전되어야 하는 지 명확하며 보다 상세한 논리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응전략 중에서 특히 필요한 부분은 주민대피 방재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상상태를 감안한 대피시나리오 전략수립, 현장의 도로교통 상황을 감안한 통제 및 안내, 대피소 운영을 포함한 각종 대피시설, 방호장구 등의 적절성과 배치 적합성, 등등 전반적인 실효성을 감안한 대책수립이 미흡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책수립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방재훈련이 종종 실시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평가단이 발족되어야 하며 현재 자체적으로 선임한 평가단에 의해 평가되고 있으므로 소상한 평가결과 또한 공개가 필요하다.

  • 지진자동정지시스템 ;
    지진자동정지시스템은 후쿠시마 후속대책 중 하나로 발전소에 설치된 것인데 설계기준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가속도 값을 측정하여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측정되는 지진계는 설계기준지진 보다는 일정 여유도를 감안하고 있어 실제 지진시 설계기준 지진보다 약한 지진 상태에서 정지될 수 있다.
    자동정지 시스템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운전원이 판단하여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고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다중호기가 특징인 우리나라 원전부지에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모든 원전이 한꺼번에 정지되면 국가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 특히 많은 원전을 보유한 부지에서는 일시적으로 다중호기가 정지되는 경우 국가 전력망에 혼선을 야기하여 국가적인 블랙아웃(Blackout)이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사건으로 국내 모든 원전의 냉각기능이 오히려 심각해 질 수 있다.
    해외에서 간혹 지진자동정지를 시행하는 국가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와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부지에 다중호기가 밀집되어 정지가 요구되는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면 부지에 위치한 모든 원전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부지의 모든 원전의 일시적인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하며, 특히 저출력 운전 중에 자동정지로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자동정지시스템에서 이를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진안정구역인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운전원의 판단으로 정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추진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급하게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후속대책의 선정과정과 조치과정에서 충분한 시간투입 없이 일시적으로 작성되어 발생될 수 있는 오류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자정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관점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이유이다. 위에서 기술한 문제점 사례들은 일부에 불과하므로 일시적으로 수립된 후쿠시마 후속 종합대책에 대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타당성 검토가 중간점검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8) 우리나라 원전안전 감시체계

1) 규제감시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원전안전감시체계는 독립성이 취약한 구조에서 안전감시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인데 이로 인해 인력부족과 함께 전문성에서도 한계점을 도출하고 있으므로 규제기관은 대부분 법정검사와 규제심사로 국한하여
주업무가 수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발전소에서 발생된 기술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응능력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쿠시마 후속대책 수립, 울진 34호기 증기발생기의 원인규명, 원전 부품위변조 대응, 월성1호기 계속운전 심사 등이다.

  • 울진34 증기발생기 ;
    울진 34 증기발생기가 10여년의 운전기간 뒤 세관에서 다량의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6개월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발견된 문제점은 “딱 이것이다” 하는 게 발견되지 못한 채 세관 재질변경으로 결론이 도출되면서 조사가 종료되었다. 조사위원회는 원자력, 재료, 비파괴검사, 파괴역학 등 각종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지만 실제 설계전문 기술인력이 구성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이다. 어쨌든 전문 조사위원회가 지속적인 활동을 통하여 향후 발생되는 증기발생기 문제에 기술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대책반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기반 조성이 필요한데 일시적인 조사로 마무리되고 아쉽게 해체되었다.
    그 후 2013년 11월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에서 실시한 증기발생기 비파괴검사에서 다량의 ODSCC(주15)가 발견되면서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에서는 원인규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인적구성에서부터 미흡하여 울진 3·4호기와 완전히 다른 결함위치 패턴에 대한 분석을 위하여 요구한 증기발생기 이차측 열수력해석도 일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해석결과 조차 내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세관 재질변경을 포함한 증기발생기 교체가 답일 수 있겠으나 최초 설계당시 인코넬 600재료는 상당히 우수한 재질로 평이 나 있었으나 사용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것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웨스팅하우스 원전에서는 동종의 인코넬 600을 사용하여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가 지배적인 경우에는 재발될 수 있으며 재료에 문제를 국한하더라도 현재의 어떠한 재료기술(교체된 인코넬 690재료 등)이더라도 향후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또한 증기발생기에서 도출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능력과 조직, 전문가가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 완벽하게 구성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가 있다.
    왜냐하면 증기발생기 문제는 경수로에서 보편적이긴 하지만 한국형 원전의 원래 노형인 미국 CE형 원전 San Onofre 발전소의 경우 교체된 증기발생기가 문제되어 폐로된 사례가 있다. 이는 한국형원전의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취약점이 증기발생기가 된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원자력계에서 증기발생기에 대한 구조적인 설계 및 성능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인데 현재처럼 증기발생기에 급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까지 미국기술에 의존하는 형태로 진행할 수 없으므로 특히 한국형 고유특성인 2 loop 증기발생기 문제에 대해 꾸준한 원인규명작업을 통해 유사시 문제해결능력과 필요시 설계개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 및 연구개발, 진단, 평가 관련 기술 인력이 꾸준히 지속적인 노력을 통하여 유사시를 대비한 기본적인 수행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월성 1호기는 중수로이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 규제(AECB, 현재 CNSC)와 엔지니어링 조직(AECL, 현재 CANDU Energy사)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규제지침 수립과 함께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고 계속운전 관련 공청회를 거치면서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특징인 원설계기술 보유국인 캐나다와 거의 동시에 계속운전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계속운전을 위해 마땅히 참조할 선행 인허가 기술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계속운전을 위한 준비를 위한 노력이 나름대로 있었지만 미흡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계속운전을 위한 심사지침서는 거의 경수로 지침을 기본으로 작성되어 따르고 있는데 중수로의 특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격납용기 안전기준인 R-7 등을 제대로 검토·평가하여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 1호기 건설당시 격납용기 규제기준과 이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격납용기 안전기준을 강화시킨 R-7(격납용기 규제기준)을 적용하여 설계한 후 속기인 월성 2,3,4호기에서 관련 설계변경이 이루어져 안전성이 강화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월성 1호기가 이제 계속운전을 하는 시점에서는 당연히 월성 2,3,4에 적용된 R-7을 적용할 때 차이점을 분석하여 설계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누락된 것이다.
    또한 계속운전을 위한 수명평가가 포함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도 부분적으로 확인한 결과 Code Cut-off Date 즉, 코드적용 기준에 따른 검토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초기 설계를 인허가 당시에는 설계시작 시점에서 기준일을 정하여 일목요연하게 최신의 기준을 적용하여 설계한다. 이 기준은 설계인허가 기간동안 적용되어 중간중간 설계변경이 발생해도 최초 인허가 시점의 설계기준일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수명연장과 같이 발전소 전체의 인허가가 갱신되는 경우 종료 시점이나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평가기준일을 정하고 적용기준일을 재설정하여 발전소 설비 전체에 대해 일률적으로 합치화를 시행하여야 한다.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안전성검토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술검토 사항은 초기 인허가 시점과 계속 운전 시점에서의 기술기준과 차이를 분석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되 개선할 수 없는 것은 합리적으로 정당화하여야 하는 것이 계속운전 주기적 안전성평가의 기본적인 업무내용인데(주16)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전체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 R-7의 검토누락은 이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들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원자로 부품 중 교체가 진행된 압력관은 2004년 ASME Code를 적용하였다면 교체가 되지 않은 칼란드리아용기의 경우 1977년도 코드기준을 적용하여 한 집합체에 코드기준이 상이하게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가동 중 정비 또는 검사 시 해당 용접부 검사 코드적용을 달리하여야 하고 부품 교체도 별도로 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어 설비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별도로 기준일을 정하여 합치화를 지금이라도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사전에 규제지침이 잘 설정되면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동종발전소로 수명연장이 실시된 캐나다의 포인트르프로 원전의 경우 발전소 코드 합치화를 위한 작업에 상당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보고서도 상당히 많이 작성된 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계속운전 관련 합치화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계속운전을 검토하기 위해 작성되어야 할 해당 보고서가 없이 계속운전이 승인된 것이다.
  • 품질검사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겨울부터 원전부품비리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다. 각종 부품 위변조 사건들은 실제 QA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뒤로하고 수사를 통하여 비리색출이 집중되었다. 그 결과 68명이 구속되었고 이 중 상당수가 한수원 직원을 포함한 중소 기업 종사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리수사는 그 노력과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근절대책이 될 수 없다.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한데 해외 품질3자검증, 원전구매제도 개선위원회처럼 형식적이고 전시행정적인 홍보적 조치로 개선의지가 의심가는 대책이었으므로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에 실패한 것이다.
    비리수사로 많은 중소기업 종사자가 구속되었다. 중소기업 및 벤처 생태계의 건전한 조성이 필요한데 이에 실패한 것으로 실제 기술과 품질을 중시하기보다는 구매자와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관행에서 이러한 희생자가 대량으로 발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형, 학력, 출신기관 등 관계(Network)형 비리가 싹트게 된 근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조적으로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된 수행업무로 원자력공인검사, 주기적안전성검토, 비파괴검사, 품질검사 업무가 대부분 독립적인 입장이 중요한데 전부 설비운영자인 한수원이 직접 발주하여 하청으로 수행하는 형태도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이에 대한 실례로 설비운영자인 한수원이 직접 발주하여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 정부에서는 국내 독립적인 품질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해외 제3기관을 선정하여 해외기관에 독립적인 3자 검토업무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원자력분야에는 공인검사 외에는 원자력 분야에서 전문성이 약하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로이드라는 선박검사 전문회사가 전적으로 수주하였다. 문제는 이 회사가 원자력전문회사로 3자 독립기관을 수행하는 독일회사보다 기술력 평가에서 우위로 평가되어 상식을 초월한 기술입찰 평가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꼴이 됐다. 나중에 국감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지만 품질위변조로 문제되어 실직된 직원이 로이드사의 참여인력에 들어가 있던 것이 확인되었고 이들은 전직 한수원 출신이며 소속회사도 한수원 직원들이 투자해서 설립된 것이었고, 이로 인하여 기술능력을 떠나 로이드사에 입찰평가점수를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평가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발생 되었다(주17).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이 내용은 대통령이 수차례 비리근절을 지시하는 와중에 발생한 것으로 원자력산업계의 특징인 폐쇄적 그늘아래 원자력 품질분야 종사자의 상당한 결합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사업적 신뢰를 명분으로 어느 정도로 비리토양이 뿌리 깊게 조성되어 있는가를 설명해 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 원전설계분야
    원전설계분야는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므로 기술수준과 난이도가 높은 기술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설계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원자력 품질보증시스템에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설계결과물에 대한 설계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별도 독립조직에 의한 철저한 평가와 독립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KINS에서는 안전성평가에만 국한하여 그나마 부족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기계, 계측분야, 시스템 등에 있어 기기 건전성, S/W V&V 등등 독립적인 기술평가가 절실하다. 이렇듯 취약한 독립검토에 의해 현장에서는 설계부실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데 특히 기관 간에 설계적으로 연계되는 부분과 많은 설계변경이 수행된 발전소 일수록 이런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 원자력연구개발
    원전 코드 국산화 개발 등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과제들이 대형화되면서 실제 적용을 위한 실용화 관점에서 최선의 적용을 위해서는 설계적인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적인 검토는 최종 과제결과발표에서 1시간 이내 종합 발표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결과물은 실제 현장이나 설계에 적용되는 단계에서 문제점들을 노출시키며 동시에 적용되지 못하는 결과도 도출된다.

  • 우리나라 원전안전 감시체계의 개선방향
    개선 관점에서는 비리문제와 설계 및 연구개발 분야에서 결과물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층검토는 독립적인 기술검토를 강화하는 길 외에는 비리의 원천을 차단하고 부실 설계 및 연구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독립검토는 구매자와 공급자와는 독립적인 입장에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독립검토의 활성화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주18)
    최근 원전감독법이 시행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비리 처벌규정 등 과제 이행과정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감독법이 비리 처벌규정만 강화되어 있고 감독소홀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처벌규정이 미흡하여 권위적이라는 평이다. 즉, 원전의 제반 감시체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시키는 경우 문제점을 사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처벌규정 보다는 사전주지 및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규정이 아쉽다.
  • 독일의 안전규제 사례
    독일의 안전규제는 사업자와 규제기관 사이에 독립적인 전문기관인 TÜV가 있다. <그림 50> 독일의 안전규제체제를 보면 독일의 안전규제체계를 지방정부가 실행하는 측면에서 간단히 요약하고 있다.19)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기관인 지방정부가 원안위 기능이고, 독립전문기관의 경우 KINS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독일은 가동승인권이 중앙정부로부터 지자체에게 위임되어 있다. 지방정부는 독립전문기관의 기술지원으로 안전성을 평가하여 가동승인권을 행사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가동승인권을 제대로 행사하는지에 대해 권한을 위임한 중앙정부에서 감시한다. 중앙정부는 원전의 감시보다 원전안전규제를 위한 지침이나 기술기준, 정책을 수행하는데 이를 독립적으로 지원하는 기관(GRS)이 별도로 조직되어 있다. 원전을 감시하는 TÜV는 독과점 방지법에 의해 여러 개로 나뉘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데, 가격경쟁 보다는 결과물에 대한 품질경쟁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 이 점에서 독점적으로 안전규제기술업무를 수행하는 우리나라 안전규제 기술지원기관의 독점적인 문제점을 두고 볼 때 합리적인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중앙정부(BAU)는 원자력 안전규제 지침수립 기능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독립적으로 전문가로서 기술지원하는 GRS이외에도 원자로안전위원회(RSK), 폐기물처리위원회(ESK), 방사선방호위원회(SSK), 원자력기술위원회(KTA), 등이 있으며 별도로 주 당국의 연방위탁 행정을 조정하기 위한 원자력주위원회(LAA)가 있다.
<그림 2> 독일의 안전규제체계
  • 프랑스의 안전규제 사례
    프랑스의 경우 중앙정부에 원자력 기능이 분야별로 분산되어 있고 OPECST라는 국회조직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정부조직으로 원자력안전기관(ASN)을 별도로 두고 있다.
    ASN은 ‘정부 및 기타기관, 어떠한 관계자로부터 지시를 받지 아니하고 완벽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규정된 독립행정기관으로 기능하도록 되어 있다. 최고 의결기구로 안전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 3인을 지명하고 상, 하원이 각 1인씩 지명하여 총 5인으로 구성하며 임기는 6년이다. 이 조직은 <그림 3>에 표시된 것처럼 원자력 안전에 관한 규제, 인허가, 관리, 비상시 지원 등의 역할을 하며 원자력 안전관련 전체 조직을 총괄한다.(주20)
    이러한 원자력안전기관에 제반 의견을 개진하는 조직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그것은 원자력 안전정보 및 투명성을 위한 고등평의회(HCTISN), 기술리스크방지고등평의회(CSPRT), 상설전문가그룹(GPE),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지역정보위원회(CLI), 국회과학기술선택평가국(OPECST) 등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들이 다양하게 수렴되기 위한 조직들이 잘 구성되어 있다. 이는 논의과정을 중시하는 국민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 프랑스의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

(9) 우리나라의 원전안전 현안 결론

우리나라의 원전안전 결론을 두고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오래된 발전소라 하더라도 사람이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오래 잘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새 발전소라 하더라도 관리하는 사람에 따라서 고장을 자주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사고로 확산될 수 있으며 원전 중대사고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또한 원전 설계수명 연장도 마찬가지이다. 폐로 시킨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도,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반드시 불안전한 것도 아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안전을 고려해서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므로 결국 신규원전도 다 폐로되어야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이다. 반면, 안전하게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계속운전이 가능한 것이다. 폐로 결정과 정책은 따라서 안전을 기본으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된 합리적인 결정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안전을 관리하는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에 그 해답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것에는 반드시 독립적인 감시가 필수적인데 원안위의 독립성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원안위의 독립성 그 자체에 대해서는 직제가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 산하에 있어 취약한 구조이지만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얼마나 독립성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활동하는가도 중요하다.


라. 우리나라 원전안전 감시사례: 한빛원전주민검증단
우리나라에서 주민이 직접 원전의 안전을 감시하는 첫 번째 사례가 영광의 한빛원전의 주민검증단이다. 이는 민관합동대책위원회에서 합의되어 추진한 것으로 한빛원전 1-6호기 전체에 대해 주민 자율검증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주민자율검증 업무에 외부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었다. 이들 외부전문가는 원자로설계 및 검사에서 실무전문가로 구성된 것이 특징인데, 법정검사가 주종인 KINS와는 대별하여 주로 주민들이 우려하거나 현안으로 취급하는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검증작업에 투입되었다.
특히 이들은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주민대표가 선정하여 한수원과 계약하는 방식을 추진하였고 가급적 수행도중 한수원 직원들과 업무적인 대면 이외에는 접촉을 삼갔다. 검증활동은 한수원과 주민, 전문가 3자가 합동으로 착수회의, 그리고 최종 종료단계에서 협의체회의를 수행하였다. 주요 현안이 되는 경우에는 중간에도 개최할 수 있는데 이 회의에는 한수원 본사 처장, 한빛본부장, 소실장, 팀장 등이 참석하였고 최종 안전개선 항목들에 대한 결정사항들이 조율되어 후속적인 조치이행을 협의하였다. 감시기구위원들과 함께 매 주 자체적인 주간회의와 수시 현안회의가 있었고 이 회의에는 한수원에서 현안사항들에 대한 설명회도 동시에 수행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내용들은 한수원과 주민대표자들인 감시기구 위원들과 서로 소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발전소 현안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주민들에 의해 안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많은 안전현안들이 도출되었고 합리적으로 개선이 요구되거나 안전에 대해 재인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 우리나라 원전안전감시의 개선방향: 지자체에 의한 독립적인 규제검토 모색
우리나라는 원안위와 단일 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체계로 규제가 수행되는 중앙집권적인 규제체계를 가지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지역 분권화가 강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행정력이 많이 예속된 지방정부에서 직접 원전의 안전규제를 수행하는 것은 당장에는 무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전사고 시 가장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역주민은 무한 양보와 협조만 하고 권한은 없는 현실을 두고 볼 때 지역에서 민선 지자체장의 책임 하에 주민 중심의 전문가 지원에 의한 자율적인 안전감시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취약한 지역분권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는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고 잘 감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다 민주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

추가하여 필요한 것은 고급 전문가집단에 의한 기술지원이다. 이들 전문가들의 기술수준에 의해 안전감시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과다하게 한수원 또는 주변 조직과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 독립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전문성은 설계,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정비, 품질, 운전 등 분야별 경력과 기계, 원자력, 재료, 비파괴, 전기전자, 계측, 품질, 소방, 건축, 토목, 등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안에 따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당장 구하기 어려우므로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인 안정적인 시장확보와 함께 장기적으로 인력을 모아 구성하면서 동시에 신규인력으로 상호 보완하여 구성하면 인재양성과 함께 상당히 훌륭한 팀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예산은 독립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전문가 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경우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중앙정부와 상당하고 끈기 있는 협상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는 지역 대표가 강력한 의지로 자율적 안전감시를 추진해야 한다. 의병같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내가 지켜야 하는 것처럼 내 앞마당에 있는 원전의 안전을 수백 km 떨어져서 보고받지 않고는 발전소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조직에게 안전을 송두리째 맡겨 놓는 것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닌 이상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자체에 의한 독립적인 안전감시의 수준은 주민검증단 사례로 볼 때 초기에는 감시수준으로 현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무작위 추출하여 안전기기의 정비, 설계변경, 시공 등에 대해 점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감시기능을 독립검토까지 포함하여 검사포인트를 늘리는 경우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수반될 것이다. 초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시작하여 조직과 경험을 갖추고 인력과 예산을 증원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검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KINS가 수행하는 현장 법정검사와 심사, 주기적안전성평가, 품질 및 설계 독립검토, 가동중검사 독립검토, 공인검사 등의 업무는 중장기적으로 지역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역무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표 1>에 요약되어 있다.(주21)

<표 1> 개선을 위한 지역중심 원자력안전규제 체계의 방향

바. 결론

결과적으로 원자력 안전은 멀리 있지 않다.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철저히 감시하여 제거하는 것이다. 연구개발, 설계, 엔지니어링, 구매, 제작, 시험검사, 시공, 운영, 설계변경, 정비 등등의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기능이 작동하는지 그리고 품질이 유지되는 지에 대하여 철저한 감시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내용에서는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안전 감시체계가 상당히 미흡하여 우려되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토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대책을 검토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 원자력 안전 감시체계 강화 및 투명성 확보

원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독립성이 강화된 독립감시조직이 필요하며 특히 일방적인 정부주도형에서 주민을 실제적으로 대표하고 주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가진 광역 지자체 단위의 기초단체와 협력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료된다.
특히 자율적인 대중참여형으로 일정부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성 유지
.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 수행사례를 벤치마킹, 개선하는 것이 필요
. 전문가 활동조직을 구성하여 각종 자료 보안성 유지를 위한 장치마련
. 시민 자율 모니터제도를 활성화하여 투명한 원전분위기 조성
. 시민전문가들에 의한 폭 넓은 컨센서스 확보로 안전신뢰도를 향상하는 것이 필요

(2) 독립성 확보

  •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확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주변에서 독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 산하에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또한 원자력안전규제 기술인력도 현재 KINS 인원의 3-4배인 2천명 규모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력 증원은 지역의 안전감시 인력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분권협력체계 필요
    민선 자치단체장이 이끌어가는 지방정부의 경우 독립적인 전문가 조직에 의한 기술지원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원전 안전감시체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인 원안위는 KINS의 지원 하에 각종 원자력 안전 현안관련 기준과 지침수립에 노력해야 한다. 현재처럼 우리나라 실정(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등)과 부합되지 않을 수 있는 미국의 규제제도와 안전지침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기만 급급한 상황이다. 취약한 규제기준과 지침수립기능을 강화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되고 국민의 눈높이에 적합한 기준과 지침수립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지역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에 부응하여 독립된 예산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현재 법률제정을 통하여 진행 중인 지원금 또는 안전기금 제도를 중앙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만 사용을 국한시키지 말고 지역의 안전노력에도 적극 지원하도록 하여 지역의 지자체에 의한 자율적인 안전감시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모든 시스템을 반드시 4개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조직도 이중으로 감시되도록 유지하는 독일과 같이 국내 원자력 안전감시 체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하여 원자력의 비리척결과 안전공감대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설계, 제작, 시공, 운영, 정비, 규제 등 원자력의 모든 분야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독립적이며 효율적인 안전감시를 효과적으로 강화시키는 것 이외에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추가적으로 주민을 대표하는 지자체에게 원전안전 감시 기능을 중앙정부로부터 위임하여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선 지자체의 본래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에 독립적인 안전 전문가 조직이 필요하며 중앙정부에서 국민의 안전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안전지침의 효과적인 제정 및 지자체의 안전감시 기능을 지침을 준수하여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감독권을 가져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비용측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안전소통을 위하여 지역감시조직에게 직접적인 현안에 대한 조사권이 부여되어 있는 프랑스의 사례와 안전 공감대를 위하여 지역에 발전소 가동 정지권을 부여한 일본의 사례를 심층 검토하여 투명성이 요구되는 우리나라에게 시급한 반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으로 투명성 확보와 안전감시의 강화라는 두가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이제는 시민(전문가)의 안전감시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으로 주문한 세월호 선장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가 세월호로부터 한가지만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세월호 선장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원전의 안전을 안심하고 제도권에 맡겨달라”고 똑같이 주문하고 있는 폐쇄적인 한수원의 경영자와 원전산업계에게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안전을 송두리째 맡겨 둘 수만은 없는 것이다.

주1) 본 내용은 저자가 2015. 9월 “원자력안전 개선방향”의 제목으로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자문보고서를 토대로 수정, 가필한 것이다.
주2)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32916398260330&outlink=1
주3)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1219_0013368716&cID=10401&pID=10400
주4)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84339
주5) 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310140600015&code=920501&med=khan
주6)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권고사항, 2015. 6. 11,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주7)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2379.html
주8) 예를 들어 미국 규제기준이 일부 불합리하게 형식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중수형원자로계속운전심사지침 및 관련 고시 등이 있다.
주9) http://www.ajunews.com/view/20141017135920716
주10) http://www.nocutnews.co.kr/news/4508751
주11) http://www.ajunews.com/view/20150916144652914
주12) http://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107029
주13) 한빛원전 안전성검증단 최종평가발표회, 2015.9.15., 영광군청
주14) 한빛3호기안전성검증단 보고서, 2015. 4
주15) Outer Diameter Stress Corrosion Crack, 세관 외면 응력부식균열
주16) IAEA Safety Standard, Specific Safety Guide SSG-25, Periodic Safety Review for Nuclear Power Plant, 2013
주17)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409220942021590956
주18)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81800.html
주19) 동해안클러스터 포럼, 2013. 10, 경주
주20) 각국의 원자력발전소 안전규제 법제, 일본에너지법연구소, 2010~2011년도원자력행정에 관한 법적문제 연구모임 연구보고서, 2013. 1월 번역발간 국회의원김제남, 녹색연합, 털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주21) 원전안전감시 개선방향 권은희 의원 광주 토론회, 2015. 6. 30

[기사] 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없애겠다는 말은 판타지”(중앙일보)

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없애겠다는 말은 판타지”

2019.11.07

김정연 기자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627147

수석 원자력전문가 숀 버니 인터뷰
“오염 제거했다는 지역 오염 확인”
“日정부 과학 무시하고 정치 수사만”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숀 버니 수석 원자력전문가. [사진 그린피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7년 반이 지났다.
70%가 숲으로 이뤄진 후쿠시마 지역은 그간 방사능 제거는커녕 방사능 측정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 와중에 지난달 태풍에 휩쓸렸고, 내년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드론을 이용해 후쿠시마 주요 오염지역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돌아온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숀 버니 수석 원자력 전문가를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소에서 만났다.

“일본 정부는 ‘재오염’ 가능성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한 지점에서 ‘제염 작업 종료’를 선언한 후에는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 끝이다. 그러나 10월 조사에서 제염했던 지역이 다시 방사능으로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Q. 보여주기식 제염 작업이란 말인가

후쿠시마 인근 오염지역 현황. [자료 그린피스]

A. 일본 정부가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시범 장소로 쓰인 칸노 씨의 집은 나미에 마을에 있다. 오염이 심해 ‘귀환 곤란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칸노 씨 집을 둘러싸고 있는 반경 수 m 범위의 흙은 모두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안전기준치 시간당 0.23 μSv(마이크로시버트, 방사능 측정단위) 이하의 수치를 나타냈다.
그런데 바로 이 구역 바깥의 흙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일본 정부의 제염작업이 ‘보여주기’라는 소리다.

10분 거리에 있는 바바씨의 집은 역대 그린피스가 측정했던 지역 중 가장 높은 7μSv/h(1m 높이), 90μSv/h(0.1m 높이)가 측정됐다.
이곳은 제염작업이 어려운 숲 인근에 있다.
그중에서도 빗물이 떨어지는 처마 밑에서 가장 높은 수치가 측정된 것으로 봤을 때 비를 통해 씻겨내려 온 방사능이 누적된 것으로 보고 있다.

Q. 제염에 280억 달러, 뭘 위해서?
A. 일본 정부는 2018년 제염작업에 예산을 280억 달러를 배정했다. 그런데 후쿠시마의 70%를 차지하는 숲 지역은 제염을 못 했고, 나머지 30% 지역도 제염을 못 끝냈다. 정부는 ‘나미에 지역 제염 완료’를 발표하고 소개(疏開, 주민 분산 조치)를 중단했다. 그런데 재오염이 확인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재오염 증거가 있었지만, 이번에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 강한 비가 오고 태풍이 오면 방사능이 흙 아래로, 지하수로 흘러드는 건 피할 수 없다. 방사능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고, 수십~수백 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데이터가 없다. 정부 정책에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Q. 태풍 하기비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드론을 활용해 지난달 31일 후쿠시마현 나미에 지역 인근을 흐르는 타카세 강을 찍은 사진. 사진상 강 위쪽은 개방된 지역이고, 강 아래쪽은 폐쇄된 지역이다. 방사능 노출 우려가 더 적어 개방된 지역의 강변 방사능 농도가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됐다.(초록색>빨간색>파란색 순) 그린피스는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후쿠시마 지역 토양 방사능을 쓸어 강물로 유출시킨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자료 그린피스]

A. 하기비스 이후 후쿠시마 관련해서는 ‘오염된 흙을 담아둔 검정 봉지가 없어졌다’가 가장 많이 회자됐다. 후쿠시마 전체에 그런 ‘블랙백’이 600만개, 130곳에 나뉘어 저장돼있다. 100개 사라졌다는 게 시각적으로는 강렬할지 모르지만, 방사능 유출의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많은 양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수질오염이다. 우리 조사 기간이 우연히 하기비스가 후쿠시마를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제염작업 안 된 지역에서는 태풍‧폭우가 지나가고 나면 흙에 포함돼있던 방사능이 쓸려나가 지하수를 타고 강물로 흘러 들어간다. 그 영향을 적나라하게 확인했다. 드론을 이용해 강변의 오염도를 측정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300m 상공에서 측정하고 있고, 그린피스가 기존에 사용했던 드론 기술로는 100m 상공에서 방사능을 측정했지만 이번에 사용한 건 5~10m 높이에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더 직접적이고 유효한 데이터다. 물론 기존처럼 걸어 다니는 방식으로 측정하기도 했다. 수천 개 지점, 여러 가지 높이에서 관측해서 확보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을 막 시작했고, 다음 해 3월 보고서를 낼 것이다.

현재 강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도 연구를 하고 있지 않다. 물을 떠서, 증발시킨 뒤 남은 시료를 수천개 지점에서 분석해야 하므로 큰 연구기관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 일이다. 심지어 흙이 이미 다 쓸려내려 간 뒤 블랙백을 건져내기 위해 노동자들을 강물에 들여보내는데, 블랙백 유출보다 그게 더 위험하다.

Q. 방사능 오염수 저장 탱크는 믿을 수 있나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간 뒤 폭우, 강 범람으로 물에 잠긴 후쿠시마 현.[로이터=연합뉴스]

A. 하기비스때처럼 폭우가 지나가면, 지하수도 엄청난 양이 늘어난다. 비가 쏟아지면 숲에서 방사능이 강으로 흘러드는 부분은 대책이 없지만, 늘어난 오염 지하수를 보관하는 탱크는 정부가 관리할 수 있다. 이게 지금 시점에서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Q. ‘저장할 곳 없다’는 말은 사실인가
A. 일본 정부의 지금 논리는 ‘저장할 곳이 없어서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인데, 이건 거짓말이다. 2022년까지는 탱크 용량이 남는다. 그런데 후쿠시마 인근에 도쿄전력이 마련한 오염 흙 보관 장소가 있다. 그래서 오염수 태스크포스(TF)가 ‘흙보다 오염수가 더 시급한 문제니, 물을 대신 저장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는데, 도쿄전력은 ‘이곳은 흙 보관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고수하고 있다.

Q. 누구를 위한 제염인가
A. 방사능에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선 오래 떠나 있는 게 가장 좋다. 나미에를 10년간 비우면 방사성 세슘은 반으로 줄어든다. 지금 제염작업에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는데, 아무리 방호복을 입어도 노출을 아예 막을 순 없다. 게다가, 좁은 지역은 제염이 가능하지만, 후쿠시마 전체를 제염한다? 돈만 많이 들 뿐, 불가능하다. 지금 제염작업의 목적이 ‘사람’을 위한 게 아니다. 도쿄전력은 이재민 보상금을 월 40만 원 이상 상향하길 거부하고 있는데, ‘사람을 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제염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건 기업이다. 도쿄전력이 빚을 내가면서까지 지불하는 제염작업으로 후쿠시마 인근 산업경기가 조금 살아났다.

Q. 그럼 오염 지하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해? 이상적으로.
A. 700:1로 희석해서 17~18년 동안 방류하는 시나리오를 연구한 학자도 있긴 한데, 희석해도 방사능 총량은 같기 때문에 ‘방류 기준’에는 맞을 수 있어도 정답은 아니다. 그린피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일단 저장공간 확보해서 저장해두고, 반감기 여러 번 지나서 방사능이 줄어들면 그때 방사능을 줄이는 처리를 거친 뒤 흘려보내는 것이다.

Q. 새 환경 장관 ‘고이즈미 아들’ 좀 다를까?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아들이다. [로이터=연합뉴스]

A. 새 장관 부임 후 일단 ‘오염수 TF’가 만들어졌고, 어민·시민단체(NGO) 등 압력을 받아서 오염수 대책 중 ‘탱크 저장’을 선택지로 추가했다. 그 부분은 긍정적이긴 하다. TF가 설령 ‘오염수 탱크 저장’을 최종안으로 제안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받아들여야 하므로 아직은 알 수 없다.

Q. 올림픽, 해도 될까?
A. 올림픽에 대해 그린피스는 직접적인 의견을 내지 않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지금 후쿠시마 몇몇 지역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하루에 방사능 오염 흙을 2000 트럭씩 옮기는 건 정상은 아니다. 아베 정부는 2013년부터 “10년이 지났으니 모든 게 통제되고 있다”고 말해왔다. 정치적인 대중 소통 수단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지금 ‘올림픽’을 자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서 ‘안전하다’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림픽은 관중, 선수, 관계자, 수많은 사람이 장기간 체류하는 행사다. 가장 가까이에서 야구·소프트볼이 열린다. 방사능이 높은 지역이 어디인지, 어느 정도인지, 개인과 참가국이 결정할 수 있게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가장 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Q. ‘방사능을 없앨 수 있다’는 판타지라는 말인가
A. 후쿠시마 발전소 아래에는 녹은 연료가 1100톤 있는 거로 추측되지만, 아직 그마저도 정확한 계산이 아니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10년 안에 다 들어내겠다’고 한다. 이건 과학도, 공학도 아닌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일본 정부는 기본 방사능 원리를 믿지 않고, 통제구역에 들어가서 일하는 인부들에게도 ‘안전하다’고 전략적으로 거짓을 말한다. 자연에 흩어져 있는 방사능이 비를 타고 지하수로 파고드는 걸 멈출 방법은 없고, 지하수는 계속 오염될 거다. ‘방사능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완전히 판타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