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도] “도쿄올림픽, 방사능 논란 덮는 수단 악용될까 우려”(국민일보)

[이슈&탐사] “도쿄올림픽, 방사능 논란 덮는 수단 악용될까 우려”

일본 안팎 전문가·시민단체 지적

2019-08-18

‘민나노 데이터사이트’(모두의 데이터사이트·みんなのデ タサイト)가 ‘동일본 토양조사 프로젝트’에서 공개한 후쿠시마현 내 토양의 세슘(134·137) 오염 수준. 색이 짙어질수록 오염 정도가 심하다. 민나노 데이터사이트 캡처

시민들의 자발적 방사능 감시 모임인 ‘다라치네(たらちね)’가 공개한 최근 자료를 보면 일부 식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4·137)이 검출되고 있다. 특히 죽순의 경우 지난 6월 조사에서 식품 안전 기준치(100㏃/㎏)를 넘는 168㏃/㎏이 측정되기도 했다. 흙이나 먼지에서도 다량의 세슘이 검출된다. 지난 4월 후쿠시마현 후바타군 내 특정 지역 토양에서는 2만5430㏃/㎏의 세슘이 검출됐고, 지난달 솔방울과 환풍기 청소 시트에서도 각각 6606㏃/㎏, 3만9120㏃/㎏의 세슘이 측정됐다.

이런 수치는 다른 단체가 수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라치네처럼 자발적으로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민나노 데이터사이트’(모두의 데이터사이트) 측이 지난 6월 공개한 데이터에서도 후쿠시마시 진공청소기의 먼지 팩에 세슘134가 52.6㏃/㎏, 세슘137은 658㏃/㎏이 측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토양조사 프로젝트 결과를 보면 세슘 검출치가 1만㏃/㎏을 초과하는 토양이 후쿠시마현 내 곳곳에 분포해 있다.

국민일보는 18일 해당 수치에 대한 안전성 문제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방사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량이라도 검출된다면 위험하다는 의견과 과도하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공존했다. 다만 어떤 전문가도 위험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봐도 좋다고 단언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 안팎의 많은 환경시민단체는 2020도쿄올림픽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이슈를 덮는 수단으로 악용될까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고 봤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18일 “세슘134와 137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인 방사성 물질”이라며 “정상적인 토양이라면 아예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수치들은 모두 굉장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인 고이데 히로아키 전 교토대 조교수 역시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라 하더라도 피폭의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내 환경단체들은 정부 측정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의 위험성도 우려했다. 공식적인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자가소비 식품,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염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산림지역에서 자란 동식물 등의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민나노 측은 “정부 공식 기관의 측정 항목이 편향돼 있고, 정부의 식품 출하 규제 역시 허점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 한 사립대학병원의 핵의학과 A교수는 “검출은 되고 있지만 측정치 대부분이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며 “이런 식품들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식품 방사능 허용 기준치는 국제 기준치(1000㏃/㎏)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기준치를 조금 넘는 식품을 섭취했다고 당장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100㏃/㎏의 세슘이 들어 있는 수산물을 1년간 꾸준히 섭취한 경우 인체가 받는 방사선은 0.07m㏜다.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량 허용치(1m㏜)보다 훨씬 낮다.

토양도 마찬가지다. 세슘137이 15㎝ 이상 깊은 곳까지 1만㏃/㎏ 수준으로 오염된 토양 위에 성인이 1시간 동안 서 있을 때 받는 방사선량은 0.00203m㏜ 수준이다. 하루 8시간씩 365일을 서 있으면 5.93m㏜ 정도가 된다. A교수는 “기준치는 넘지만 원자력 관련 종사자 허용 한도가 연간 50m㏜인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2020도쿄올림픽 경기장 관련 토양이나 음식의 방사능 안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 방사능 측정 활동가 도미자와 로이씨가 지난 6월 14일 ‘비가이게(bGeigie) 나노’라는 이름의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아즈마 경기장(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소프트볼과 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 주변에서 측정한 결과치는 시간당 0.08~0.16μSv(마이크로시버트)였다. 1년(8760시간) 내내 경기장 주변에 서 있게 되면 피폭량이 0.7~1.4mSv가 되는 셈이다. 고이데 전 조교수의 지적처럼 일본 정부가 경기장 주변 이염 작업을 진행해 ‘안전하다’는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높은 대목이다.

일본이 방사능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도쿄올림픽을 역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구의 벗(FOE)’ 일본지부 후카쿠사 아유미 활동가는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이용해 후쿠시마의 심각한 상황과 피해자들의 상황을 은폐하거나 숨기게 될까 두렵다”며 “마치 사고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지구의 벗 측은 내년 3월 도쿄와 후쿠시마에서 심포지엄을, 7월 사진전을 계획 중이다. 세이프캐스트 애즈비 브라운 수석연구원 역시 “일본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올림픽으로 매우 값비싼 홍보 캠페인을 치르고 있지만, 사람들은 회의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현수 임주언 기자 jukebox@kmib.co.kr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93509



카테고리:10월호-방사능 올림픽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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